망국의 마지막 황제가 되었다? 6화
슈바르첸베르크 공작?
별동대를 동원하여 부다를 급습, 점거하여 단단한 모루를 완성한 오스트리아의 야전 원수 그라츠는 그 기세를 놓치지 않고 있는 힘껏 망치를 휘둘렀다.
휘하에 있는 부대를 다섯으로 나누어 일제히 부다를 향해 공세를 시작했다.
공세 첫날에 오스트리아 접경지대와 각 점령지에 배치되어 있던 헝가리 방위군이 우르르 무너졌다.
당연하게도 이 소식은 국경지대에 있던 헝가리 방위군의 다급한 전보를 통해 사령부에도 전해졌다.
“오스트리아 놈들이 공세를 시작한 지 이틀 만에 부다가 함락되었다고?”
헝가리 방위군의 총사령관이었던 뎀빈스키는 오스트리아의 갑작스러운 공격 소식을 접하고는 코웃음을 쳤다.
“오스트리아 놈들이 이 겨울에 튀어나와서 부다를 기습점령했다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진짜입니다! 이미 부다 시내에 있던 임시정부 요인들은 강 건너의 페스트로 도망치셨습니다!”
“허허…….”
부관의 다급한 모습에도 뎀빈스키는 여유를 잃지 않으며 그를 타일렀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자기 구역에서 한 발짝도 안 나오던 오스트리아 녀석들이 이 겨울에 공세를 펼친다는 것도 믿기 어려운데, 지금 공격 시작 이틀 만에 부다가 함락되었다는 건가?”
“믿기 어려운 것은 저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제가 직접 부다에 가서 확인했습니다.”
“뭐라고?”
직접 가서 확인했다는 부관의 말에 뎀빈스키의 얼굴에서 여유로움이 사라졌다.
그리고 이내 자신의 예상이 틀렸다는 생각에 얼굴을 찌푸렸다.
‘오스트리아 녀석들이 무슨 수로 부다를 공격한 거지? 아냐……. 지금은 놈들이 어떻게 부다를 공격했는지 중요한 게 아니야.’
뎀빈스키는 생각했다.
‘적군이 부다를 점령했다지만 아군부대의 부수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것을 보아하니 그 숫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부다에 있는 부대는 본대가 오기 전까지 도시를 지키면서 그사이에 낀 아군을 일거에 소탕하겠다는 것이로군.’
순식간에 상황파악을 끝낸 뎀빈스키는 곧바로 명령을 내렸다.
“당황하지 마라. 이건 오스트리아군의 얕은 술수일 뿐이다. 부다와 그 인근에 주둔 중인 부대에 도나우강을 건너라고 전하도록.”
“도나우강을 건너라는 것은……. 부다를 버리시겠다는 뜻입니까?”
“전술적인 재정비라고 해두는 것이지, 얼음이 녹고 날씨가 풀리는 봄이 되면 다시 찾을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게나.”
폴란드인이었던 뎀빈스키에 부다는 그저 지켜야 할 수많은 헝가리 땅 중의 하나일 뿐이었지만 그의 휘하에 있는 헝가리인들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예로부터 부다는 헝가리의 역사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곳이었다.
어떻게 되찾은 수도를 그냥 내버리자는 말에 장교들이 아연실색하며 그를 설득했다.
“……각하, 부디 한 번만 다시 생각해 주시겠습니까? 지금 아군의 상황이 많이 불리한 것도 아니고 한번 해볼 만한 상황인데…….”
“어허, 지금 내 말에 말대꾸할 시간이 없을 텐데?”
부관은 간곡한 어조로 뎀빈스키에 부탁했으나 그는 자신의 말에 사사건건 토를 다는 헝가리인들의 모습에 짜증이 날 따름이었다.
“내 계획은 완벽하네, 지금은 쓸데없이 부다를 되찾는다고 시간과 노력을 쏟을 바에는 차라리 부대를 뒤로 돌려서 다음 공세를 준비하는 것이 맞아.”
“하지만 이렇게 쉽사리 부다를 내어줄 수는 없습니다!”
“누가 내어준다고 했나? 어차피 봄이 되기 전까지 적들에게 잠시 내어주는 것뿐이야.”
“…….”
뎀빈스키의 명령을 받은 일선 부대의 지휘관들 또한 부관의 심경과 같았다.
“부다를 버린다고?”
“적이 도대체 얼마나 되기에 아무것도 안 하고 부다를 버린다는 거지?”
“지금 후방 쪽의 상황이 안 좋은 건가?”
특히 평소에 뎀빈스키와 사이가 많이 안 좋았던 괴르게이의 경우에는 대놓고 그의 명령을 무시하며 독자적으로 움직였다.
“제대로 된 전투 한 번 치르지 않고 이렇게 허무하게 수도를 내준다고? 말이 되는 소릴 해야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명령이긴 합니다.”
“멍청한 폴란드 녀석이 모두 망쳤어!”
괴르게이는 연신 뎀빈스키를 욕하며 클럽커에 소리쳤다.
“당장 부대를 준비시켜!”
“설마 오스트리아군과 싸우시려고요? 놈들의 숫자가 몇인지도 모르시잖습니까.”
“자세히는 모르지만, 부다를 점령한 적군의 숫자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
“어떻게 말입니까?”
“적들은 공세가 시작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부다를 점령했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괴르게이의 말에 클럽커도 의아함을 느꼈다.
“확실히 뭔가 수상하긴 하군요. 부다 시내에 숨어 있던 오스트리아군이 일제히 봉기한 걸까요?”
“그 정도면 부다에 주둔 중인 수비대가 손쉽게 처리했겠지.”
“하지만 수비대가 진압하지 못했다는 것은……. 내부봉기가 아니라 다른 방법이었다는 걸까요?”
“그래.”
클럽커는 식은땀을 흘리며 물었다.
“그, 그 방법이 뭡니까?”
“나도 모르네.”
“예?!”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뭐든지 알고 있다는 듯이 자신만만하던 괴르게이의 입에서 ‘모른다’는 말이 튀어나오자 클럽커가 크게 당황했다.
“모, 모르신다고요?”
“어차피 그건 중요하지 않아. 지금 중요한 것은 부다를 점령하고 있는 적군의 숫자가 어느 정도냐는 것이지.”
괴르게이는 클럽커에 선언했다.
“놈들이 아무리 많아 봐야 이천 명 정도겠지.”
“그렇다는 말씀은…….”
“우리끼리 부다를 탈환할 수도 있다는 말이지.”
“하지만 그사이에 오스트리아군이 부다에 도착하면 저희만 위험한 것 아닙니까?”
괴르게이는 걱정스러운 그의 말이 재밌다는 듯이 피식 웃으며 역으로 물었다.
“적보다 빠르게 부다를 탈환하면 그만이지.”
* * *
빈의 궁궐에서는 매일같이 제국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알력다툼이 벌어지고 있었다.
무능한 페르디난트와 그의 형제들을 대신하여 합스부르크 가문을 휘어잡은 조피 대공비와 궁전 신하들을 비롯한 여러 귀족 가문과 힘을 합친 슈바르첸베르크 공작이 대립하고 있었다.
다들 겉으로는 젊은 황제를 잘 보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 속내에서는 젊은 황제를 앞장세워 권력을 누리고자 하는 마음뿐이었다.
‘에이……. 그래도 가족인데 그러겠어요?’
[가족이니까 그런 것이다.]
‘어머니를 너무 못 믿으시는 것 같은데요.’
[내가 어머니를 믿지 못한다고? 허허……. 지금의 나를 만드신 분이 어머니인데, 내가 어찌 그분을 믿지 못하겠느냐?]
‘그럼 왜 조피 대공비를 견제해야 한다는 겁니까?’
영감님은 잠시 아무 말도 없으셨다.
그러고는 이내 영감님의 수십 가지 기억들이 내 머릿속에서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억! 갑자기 이러시기에요?!’
[집중하고 가만히 지켜보게.]
‘이건……. 영감님 어린 시절이에요?’
[조용.]
영감님이 보여준 어린 시절의 기억들은 하나같이 끔찍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7번째 생일이 지난 뒤부터 조피 대공비의 손에 이끌려 하루 10시간 이상씩 공부를 시키는 것은 그러려니 했으나 13번째 생일 때 군에 입대시키는 것은 도대체 누구 생각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와……. 아침마다 바로 옆에서 총을 쏘면서 사람을 깨운다고요?’
[어머니께서는 이걸 남자다운 성품을 기르는 방법이라고 하셨지.]
‘음……. 효과가 있던가요?’
[남자다운 것이 입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른 이들의 말을 들어주기만 하는 것이라면야 그렇다고 할 수 있겠지.]
‘그것참 대단한 교육법이네요.’
영감님은 온갖 유전병과 지병으로 고통받던 숙부와 유약했던 아버지를 대신하여 후계자로서……. 라고 생각해도 상당히 가학적인 교육을 받아야 했다.
‘으으……. 영감님 성격이 왜 이렇게 됐는지 알 것 같네요. 가정교육부터가 잘못됐네.’
[자네가 내 가정교육에 대하여 가타부타 말할 처지는 아닌 것 같네만.]
‘저는 가족이 없어서 괜찮지 않을까요?’
[어휴.]
그렇게 18살이 될 때까지 끝없는 교육을 받았고, 결국 조피 대공비의 바람대로 황제가 되었다.
‘후우……. 그래서 내게 뭘 원하시는 겁니까? 둘 다 조져 버리고 제가 권력을 잡을까요?’
[그건 시간이 해결해 줄 걸세.]
‘그럼 지금은요?’
[가만히 기다리게, 기회가 찾아올 걸세.]
영감님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이 말하는 것으로 우리 둘 사이의 대화는 끝이 났다.
그리고 다시 눈을 뜨니 슈바르첸베르크 공작이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으음……. 언제 온 건가.”
“조금 전에 도착했습니다.”
“보고할 것이 있으면 깨우지 그랬나.”
“폐하께서 과로로 피곤해하시는데 제가 어찌 폐하를 깨우겠습니까?”
이렇게 들으면 슈바르첸베르크 공작이 나를 생각해 준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내 머릿속에 있는 악성 민원인 센서가 그의 말이 거짓임을 알렸다.
생각해 보면 뭔가 이상했다.
황제를 어찌 깨우겠냐는 사람이 황제가 홀로 일을 보고 있는 집무실에 별다른 말도 없이 조용히 들어오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됐다.
그리고 들어와서 조용히 내가 자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한 이상하지 않은가?
“다음부터는 들어오기 전에 제대로 알렸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주의하겠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더 있었지만 조금 전에 영감님이 하셨던 말도 있었으니 기억 저편에 던져두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물었다.
“그래, 오늘은 무슨 일인가?”
“지난번에 아군이 부다를 점령했다는 소식을 기억하시는지요?”
“자네가 내 시간을 무시하면서까지 말했던 것을 내가 어찌 잊을 수 있겠나?”
“……기억하시는군요.”
슈바르첸베르크의 표정이 그리 좋지 못했다.
내가 조금 전에 말했던 것이 그의 속을 긁어놓았던 것일까?
정치판에서 닳고 닳은 양반이 내가 몇 번 긁었다고 속마음이 표정에 드러날 정도로 허술하리라 생각되지는 않았으니 답은 하나였다.
“일이 틀어진 모양이로군.”
이제야 좀 흥미가 생겼다.
집무실 책상에 턱을 괸 채로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그러자 옆에서 대기 중이던 시종장이 조심스레 곁으로 다가왔다.
“찾으셨습니까.”
“이야기가 좀 길어질 것 같아.”
“그럼 차를 내오겠습니다.”
* * *
장소를 옮겨 집무실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응접실로 와서 심각한 표정으로 차를 마시는 슈바르첸베르크 공작에게 물었다.
“부다에서 문제가 생긴 모양이로군.”
“……불행히도 그렇습니다.”
“부다를 적에게 빼앗기기라도 한 건가?”
“…….”
슈바르첸베르크 공작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자체로도 훌륭한 대답이었다.
“쯧쯧쯧……. 조만간에 반란을 진압하고 반군의 두목을 잡아 오겠다고 할 때부터 알아봤네.”
“……죄송합니다. 전부 제 실책입니다.”
“자네가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자네는 그저 아래에서 올라오는 보고서를 정리하여 내게 전달하는 역할이잖나.”
그를 몰아붙이는 척하면서 적당히 남들에게 잘못을 떠넘길 수 있는 길을 터줬으나 공작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닙니다. 폐하께서 지난번에 말씀하신 것처럼 제가 조금 더 신중히 처리했어야 했습니다.”
“……그래? 자네가 드디어 내 뜻을 이해해 주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군.”
아무리 혼란스러운 시기에 남들이 꺼리는 총리직을 맡았다고 해도 정치판에서 굴러먹던 짬이 어디로 사라지는 건 아닌 모양이었다.
슈바르첸베르크 공작은 남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자신의 입지를 지킬 수 있었음에도 다른 이의 잘못까지 껴안으며 내게 어느 정도 주도권을 내어주기까지 했다.
아무래도 내게 주도권을 조금 내어주더라도 자신의 휘하에 있는 이들의 결속력을 높이려는 것 같은데……. 뭐 그리 나쁘지 않은 판단이다.
자, 그럼 이제부터 이 친구를 어떻게 요리해서 권력을 가져오느냐가 문제인데…….
[슈바르첸베르크 공작은 훌륭한 외교관이자 정치인이니 너무 몰아붙이기만 하지 말고 조금 너그러운 마음으로 가까이 두는 것을 추천하네.]
‘갑자기 그런 말은 왜 하시는 겁니까? 지난번에는 아주 완벽히 조져놓으라면서요.’
[생각이 좀 바뀌었네.]
‘영감님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생각이 바뀌시네요. 그……. 갱년기인가 뭔가 때문에 그러신 거라면 제가 정력에 좋다는 약으로다가…….’
[자네는 다 좋은데 그 몹쓸 주둥아리만 닫고 있으면 참 좋겠군.]
‘제 입은 열리기 위해 존재합니다.’
[후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슈바르첸베르크는 오스트리아에 꼭 필요한 인재였어. 젊었을 적에는 그저 내 권력을 탐하는 권신이라 생각했지만……. 지금 와서 돌이켜보니 그만큼이나 능력 있는 사람이 없는 것 같더군.]
갑작스러운 영감님의 말에 당혹스러웠다.
“폐하? 왜 말을 하시다가…….”
“크흠……. 아무것도 아닐세.”
갑자기 말을 걸어온 영감님 때문에 머리가 복잡해졌지만 일단 일을 벌였으니 목줄을 쥐긴 해야 했다.
“쓰읍……. 그럼 이번 일의 책임소재는 일단 내 기억 속에 묻어두는 것으로 하지.”
“예?”
공작은 의아하다는 듯이 나를 바라봤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내려는 듯이 말이다.
‘일단 영감님이 하라는 대로 했습니다.’
[잘했네, 저 친구와는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만 유지하게.]
‘그냥 죽이면 안 됩니까? 별로 능력도 안 되는 인물 같아 보이는데…….’
[지금 공작을 처리해 버리면 자네는 십 년 정도는 아무것도 못 하고 전후 피해복구에 몰두해야 할걸세! 지금 중요한 것은 공작을 쳐내는 것이 아니라 헝가리의 춘계공세에 대비해야 해!]
‘예 예……. 그리합죠 영감님.’
영감님의 말이 썩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그래도 제국을 수십 년간 운영해 본 영감님의 조언을 따르기로 했다.
“어차피 지금 제국은 전쟁 중이야. 그것도 전쟁 중에서 가장 지독하고 깊은 상흔을 남기는 내전을 치르는 중이지……. 사소한 것은 뒤로 미루고 지금은 승리에 집중할 때라고 생각하네, 자네도 그러한가?”
“예, 폐하.”
“좋아. 그럼 자네는 나가서 볼일 보게, 난 이곳에서 내 일을 할 터이니.”
어안이 벙벙한 공작에게 축객령을 내리고 다시금 내 집무실로 돌아가려니 또 영감님이 말을 걸어왔다.
[슈바르첸베르크 공작에게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을 하라고 권하게.]
‘갑자기 그건 왜요?’
[자네 기억을 뒤져보니 뇌졸중이라는 병이 그의 사망원인인 것 같더군.]
‘미치겠네, 왜 자꾸 남의 기억을 훔쳐보고 그러시는 겁니까? 그거 엄연히 사생활침해라고요.’
[그럼, 자네가 내 몸을 차지한 건 말이 되고?]
‘그건 제가 원해서 그런 것도 아니잖습니까! 속 좁은 영감탱이 같으니라고…….’
[다 들리네만.]
‘들으라고 한 겁니다. 아 몰라!’
방을 나가려는 공작의 어깨를 붙잡았다.
“잠깐!”
“예? 이번엔 또 무슨 일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번 일을 그냥 넘어가자니 내 체면과 위신에 흠이 생길 것 같아 자네에게 한 가지 벌을 내리고자 하는데…….”
“벌이라고요?”
공작은 한 입으로 두말하는 내 모습에 어이가 없다는 듯이 두 눈썹이 움찔거렸다.
나도 영감님 때문에 졸지에 한 입으로 두말하는 놈이 되어버려 굉장히 무안했지만 그래도 할 말은 해야 했다.
“아, 앞으로 기름진 음식 말고 채소와 과일 위주의 담백한 건강식을 규칙적으로 섭취하고 식사 후에서 한 시간 정도 산책이나 승마 같은 우, 운동하길 명령하겠다.”
“……?”
공작은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허리를 숙여 내 오른손에 끼워진 인장 반지에 키스하며 방을 나섰다.
‘아오. 진짜 내가 영감님 때문에……!’
영감님은 그새 도망친 것인지 대답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