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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국의 마지막 황제가 되었다-10화 (10/129)

망국의 마지막 황제가 되었다? 10화

포위?

부대를 이끌던 그라츠는 갑자기 뒤로 물러나는 헝가리군을 보고서는 부대의 속도를 더 높였다.

“반군이 도망치게 둘 수는 없지, 전군 속보로.”

“전군 속보로 이동!”

행군대형을 유지하면서 갑자기 속도를 높이니 대열 곳곳에 있던 신병들의 발이 꼬이면서 대열이 뒤엉켰지만 잘 훈련받은 병사 대부분은 무난하게 이셔셰그로 들어갔다.

“음……. 숲과 언덕이라…….”

망원경으로 주변을 둘러보던 그라츠는 이셔셰그 남쪽에 있는 작은 언덕과 북쪽에 있는 숲이 마음에 걸렸다.

저런 곳에 적군이 숨어 있다면 아군은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그라츠는 공격에 앞서 정찰병을 주변에 풀어놓았다.

“정찰병은 돌아왔나?”

“예, 다들 하나같이 주변에서 적군은커녕 주민들도 찾아볼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전투에 앞서 주민들을 소개한 것인가……. 그게 아니라면……. 어딘가에 숨겨둔 것인가.”

그라츠는 다시금 망원경을 펼쳐 이셔셰그와 그 주변을 둘러보고 지도와 대조하기를 반복했다.

마을 주변의 지리를 조금이라도 더 머릿속에 집어넣기 위해 둘러보던 그라츠의 눈에 이상한 것이 눈에 띄었다.

“교회?”

분명 지도에는 아무것도 없는 곳으로 표시된 곳에 제법 커다란 교회가 자리 잡고 있었다.

튼튼하게 돌로 지어진 교회를 본 그라츠는 부관에게 물었다.

“저 교회는 지도에 표시되지 않았는데.”

“아마 저 교회가 최근에 건립되어 그런 것이 아니겠습니까? 저 정도로 큰 교회라면 분명히 지도에 표시되었을 겁니다.”

“흠…….”

교회를 보며 고민하던 그라츠는 부관에게 명령을 내렸다.

“정지 나팔을 불어라.”

“예, 진군 정지 나팔을 즉시 불겠습니다.”

* * *

“오……. 멈췄다! 멈췄어!”

오스트리아군이 마을 어귀에 멈춰서 주둔지를 만드는 모습을 본 괴르게이는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왜냐면 지금 그의 휘하에 있는 부대라고는 고작 2~3000명 정도의 보병뿐이었으니 말이다.

고작 이 정도의 병력으로 적을 멈추자 그의 부관은 경악하며 괴르게이를 돌아봤다.

“가, 각하…….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어떻게 되긴.”

괴르게이는 망원경을 낚싯대처럼 드리웠다.

“대어가 그물에 들어왔으니 놈들의 힘이 빠지기를 기다렸다가 한 번에 끌어올려야지.”

괴르게이는 그 어느 때보다 진중한 모습으로 부관에게 물었다.

“이번 작전에 중요한 것은 아군과 아군 사이의 간격과 소통이니 이점을 잊지 말도록.”

“며, 명심하겠습니다!”

* * *

옐라치치의 부대는 그라츠의 명령대로 북상하여 이셔셰그에서 6시간 정도 떨어진 타피오비츠케라는 작은 마을에 주둔지를 꾸렸다.

“평화롭군.”

이곳으로 오는 동안 헝가리군은 코빼기도 보지 못했던 옐라치치는 적군이 본대가 있는 이셔셰그로 몰려갔다고 판단하고는 그동안 힘든 전투와 오랜 행군에 지친 병사들의 피로를 풀고자 휴식을 줬다.

오랜 행군으로 지친 병사들은 휴식명령에 각자 들판에 누워 잠을 청하거나 나무 그늘서 휴식을 취하고는 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옐라치치는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하며 경계를 잊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의심이 허상이라는 듯이 마을은 평화롭기 그지없었다.

“장군, 시원한 냉수입니다.”

“고맙네.”

이러한 평화가 세 시간 이상 지속하자 옐라치치도 어느 정도 안심하며 병사가 떠온 냉수를 마시며 휴식을 취했다.

“장군, 잠시 눈이라도 붙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벌써 일주일째 잠도 제대로 주무시지 못하셨는데, 그러다가 건강을 해칠까 염려됩니다.”

“으음……. 아직은 괜찮은 것 같으니 걱정하지 말게.”

“쉴 수 있을 때 쉬셔야지요. 준비하고 있을 때 사신은 찾아오지 않는다고 하지 않습니까? 잠시라도 좋으니 눈 좀 붙이시지요.”

부관의 거듭된 권유에 옐라치치는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긴장의 끈을 잠시 느슨하게 풀어놓으며 부관에게 말했다.

“그럼 잠시 실례하지.”

“푹 쉬시지요.”

긴장이 풀어지자 긴장감에 감춰져 있던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오며 잠이 쏟아졌다.

옐라치치가 마을 촌장의 집에서 오랜만에 휴식다운 휴식을 취할 무렵.

마을 내에서 눈치를 보던 아이 하나가 조심스레 마을을 빠져나가 어딘가로 달려갔다.

“저, 적들이 왔어요!”

그러고는 마을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 주둔 중이던 클럽커의 부대로 달려가 그들에게 옐라치치와 크로아티아 병사들의 존재를 알렸다.

이 보고를 들은 클럽커는 곧바로 휘하의 부대를 출격시켰다.

“명심하게, 자네의 부대는 적과 맞서 싸우러 가는 것이 아니라 적의 규모와 대응을 확인하고자 움직이는 것이네.”

“알겠습니다.”

“복창하게.”

“제 부대는 적과 싸우지 않고 적의 규모와 대응을 확인하고자 위력정찰을 나가겠습니다!”

클럽커는 몇 번이고 명령을 확인시키고 나서야 부대를 출발시켰다.

아직 정규군이라기보다는 민병대에 가까운 헝가리 방위군이었기에 사소한 명령 하나도 신경 써야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나 명령을 인지시켰음에도 막상 전투가 벌어지니 훈련받지 못한 이들의 머리는 새하얗게 돼버렸다.

“어, 어?!”

“으잉?!”

분명히 적의 대응을 확인하고자 나온 것이었는데, 부대가 쓸 물을 구하러 나온 병사들과 딱 마주쳐 버리자 헝가리 장교는 다급히 공격을 명령했다.

“저, 적이다! 공격!”

크로아티아 병사들도 갑작스러운 적의 출현에 당황하면서 이에 맞대응하면서 본대에 지원을 요청하니 전투는 급작스레 치열해졌다.

본대에서 이 상황을 전달받은 클럽커는 이마를 치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어휴……. 놈들을 믿은 내 잘못이지.”

클럽커는 적과 맞붙었다는 소식에 급히 후사르를 내보내 마을로 들어가는 다리를 차지하고자 했지만, 적의 대응이 조금 더 빨랐다.

옐라치치의 부관은 적과 만났다는 보고를 듣자마자 인근에서 널브러져 있던 병사들을 다급히 끌어모아 마을로 들어오는 모든 입구를 틀어막았다.

“쯧……. 한발 늦었군.”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지만 일단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으니 문제는 없었다.

마을을 단숨에 제압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지만 클럽커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마을을 포위했다.

“무슨 일인가.”

갑작스러운 소란에 잠에서 깬 옐라치치가 가벼운 차림으로 임시 지휘소로 들어서자 그의 부관이 그동안의 상황을 설명했다.

적과 조우한 것부터 포위당하기까지의 일 말이다.

“적군이 근처에 있었다고?”

“아무래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많은 병력이 일시에 전개될 리가 없습니다.”

“확실히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군.”

옐라치치는 지도를 뚫어지라 바라보며 보고가 올라온 대로 적과 아군의 말을 움직였다.

그러면서도 왜 이런 곳에 적의 부대가 있는지, 그리고 적군은 본대인지 아니면 분견대인지를 고민했다.

‘적군이 왜 지금 모습을 드러낸 것이지? 차라리 아군이 방심한 틈에 한꺼번에 습격하면 빠르게 끝났을 텐데 말이야.’

클럽커 또한 옐라치치와 비슷하게 생각했다.

‘멍청한 녀석들 때문에 전부 틀어졌어! 지금 여기서 적들에게 모습을 드러내서는 안 됐는데……!’

그가 괴르게이에 받은 명령은 최대한 부대의 흔적을 은폐하고 남쪽으로 크게 돌아 이셔셰그를 포위하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동시에 남북으로 공격당한 오스트리아군은 혼란에 빠져 어느 곳이 주공인지를 파악하지 못하고 포위망이 닫히기 전에 물러나리라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일이 틀어진 이상 새로운 작전이 필요했다.

“……이대로 시간을 땅에 버릴 수는 없다.”

“그럼 어떻게 합니까?”

“이대로 적을 내버려 두고 가실 겁니까?”

“아니, 포위망을 열어주고 적들을 그곳으로 유인해야겠어.”

클럽커의 계획은 이랬다.

지금 적들이 무슨 상황에 부닥친 것인지 깨닫기 전에 포위망의 빈틈을 만들어 그쪽으로 적을 몰아가겠다는 것이었다.

어차피 적을 습격하는 것은 실패했으니 여기서 크로아티아 병사들과 술래잡기나 하며 오스트리아의 지휘관이 오판하게 유도하는 것이었다.

마치 이곳에 있는 부대가 헝가리의 본대처럼 느끼도록 말이다.

“그렇게 되면 적은 우리 계획을 눈치채고 스스로 물러나려 들겠지.”

“그럼 그 이후에는요? 적이 그대로 물러나면 안 되잖습니까!”

“그거야…….”

클럽커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각하께서 알아서 하시겠지, 원래 그런 분이지 않나.”

“그건 그렇습니다만…….”

“알아들었으면 움직이게, 지금 우리가 남을 걱정할 때인가?”

“알겠습니다!”

클럽커는 재빠르게 부대를 전개했다.

일부러 부대의 위치를 재빠르게 전환하며 적들의 혼란을 불러일으켰고, 동시에 아군의 대열을 뒤엉키게 했다.

이를 지켜보던 옐라치치는 뜬금없이 뭘 잘못 먹은 것처럼 움직이는 헝가리군의 모습에 의문을 품었다.

“저게 뭐하는 짓이지?”

그로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으나 당장은 그런 것을 고민할 때가 아니었다.

제대로 된 준비 없이 당하는 포위는 재앙이었다.

지금은 어떻게 해서든지 적의 포위망을 돌파하여 이곳을 빠져나가야만 했다.

“앗, 적이 움직입니다!”

“좋아, 이제 병사들에게 적의 뒤를 쫓게 해!”

“알겠습니다!”

“너무 바짝 쫓지는 말고 적당히 거리를 두고 행군하듯이 쫓아가도록…….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지!”

“예, 장군!”

* * *

이 소식은 바로 다음 날에 그라츠에게 보고가 올라갔다.

“남쪽에서 적과 마주쳤다고?”

“옐라치치 장군께서는 남쪽에서 맞닥뜨린 적의 추격 때문에 당장 합류하기 어렵다고 하셨습니다.”

“흠……. 그래, 최대한 부대를 온존하는데 집중하라고 전하게.”

“예, 각하!”

옐라치치의 전령을 돌려보낸 그라츠는 갑작스럽게 남쪽에서 적과 마주쳤다는 소식에 지도를 펼치고는 다시금 머리를 쥐어짜 냈다.

‘타피오비츠케……. 이곳에서 반나절 거리로군.’

거리상으로는 멀리 떨어진 곳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바로 옆이라고 할 정도로 가까운 곳도 아니었기에 그의 고민은 깊어졌다.

‘분명 마을에는 적군이 주둔 중이다. 그럼 부대를 둘로 나눈 것인가? 왜 하필이면 지금 부대를 나눈 것이지?’

그라츠는 자신이 놓친 정보가 있는지 다시금 보고서와 기억을 뒤져봤지만, 그가 놓친 것은 없었다.

그렇다면 그가 알고 있는 정보 중에 적에게 유리한 것이 있다는 뜻이었는데……. 이는 쉽사리 알아채기 어려운 것이었다.

“으음……. 부대를 나눴다?”

무언가 떠오를 것처럼 간질간질했으나 정작 떠오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부대를 둘로 나누었다? 왜 나눈 거지? 아니, 애초에 적의 규모조차 알 수 없는데 이걸 나눴다고 봐야 하는 건가?’

옐라치치의 보고서에는 적의 습격을 받아 추격당하는 중이라고만 했지,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적혀 있지 않았다.

그렇다는 말은 적군의 규모가 예상보다 적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씁……. 어렵군.”

그라츠가 휑한 이마를 문지르려고 있을 때, 밖에서 그를 찾는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각하!”

“무슨 일인가?”

“하트반에 주둔 중이던 슐릭 장군의 부대가 대대적인 적의 공습을 받았습니다!”

“하트반?”

그라츠는 고개를 돌려 다시금 지도를 들여다봤다.

“이곳에서 북쪽에 있는 도시로군.”

거의 동시에 남쪽과 북쪽에서 아군이 적의 습격을 받았다는 말에 그라츠는 한 가지 가능성을 떠올렸다.

‘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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