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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국의 마지막 황제가 되었다-46화 (46/129)

망국의 마지막 황제가 되었다? 46화

그레이트 게임?

키셀료프의 설명은 간단명료했다.

그는 지금 전쟁을 벌이면 왜 불리한지를 열심히 설명했다.

“현재 우리가 유럽지역에서 동원 가능한 병력은 많아봤자 60~70만 정도입니다. 이 정도만 해도 육군 대국이라고 자부할 수 있겠지만 영국과 프랑스를 상대로 승리를 점치기는 어려운 숫자지요.”

“왜 그 정도밖에 안 되는 건가? 병력이야 제국 전역에서 끌어모으면 되는 것이 아닌가?”

황제의 반문에 키셀료프가 답했다.

“폐하, 러시아의 땅은 넓습니다. 그만큼 수많은 국가와 국경을 맞대고 있고 이에 따라 고정적으로 배치해야 하는 병력이 상당히 많습니다. 동쪽으로는 중국이 있고 서쪽으로는 스웨덴과 프로이센, 오스만 정도가 있지요.”

키셀료프는 동부에 배치한 병력은 한번 배치하는 데만도 수개월이 걸렸고 명령을 전달하는데도 그만큼 걸렸다는 말을 덧붙였다.

모든 말을 가만히 듣던 니콜라이는 한탄했다.

“으음……. 그 정도였던가.”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언제나 포위당해 있는 것과 같은 상황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적을 늘리신다니……. 저는 그것을 동의할 수 없습니다.”

“음…….”

키셀료프의 설득에 황제가 넘어가는 듯이 보이자 의견을 제시했던 페롭스키는 불안한 눈빛으로 황제와 키셀료프를 번갈아 봤다.

‘키셀료프 장군은 지금이 아니면 러시아에 더는 기회가 없는 것을 모르는 건가……!’

안 그래도 키셀료프는 농노개혁 건으로 귀족층과 사사건건 대립을 이어오던 자였다.

그가 이번에도 황제를 설득하여 자기 뜻을 관철한다면 그 뒤에는 또 무엇을 가져오겠는가?

거기에 그의 말대로 러시아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허송세월한다면 서방과의 격차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지경까지 가게 될 것이었다.

위대한 러시아를 위해서라도 이번만큼은 그를 막아서야 했다.

테이블을 치며 주변의 시선을 모으더니 키셀료프에게 손가락질하며 외쳤다.

“그러니 더더욱 저들의 힘을 빼놓아 결전을 준비해야지요. 당신 같은 패배주의자들 때문에 우리 러시아가 서방국가들에 막혀 제대로 기를 못 쓰고 있는 것 아닙니까!”

“패배주의자? 지금 자네는 내 명예를 모욕하고 있네, 이를 인지하게.”

키셀료프는 페롭스키의 무례함을 지적하며 정중하게 불편함을 드러냈으나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제가 틀린 말이라도 했습니까?”

“자네의 말이 옳은지 틀렸는지를 말한 것이 아니네, 내가 지적한 것은 자네의 태도일세.”

“그렇다면 경도 제 의견에 동의하는 것으로 알면 되겠습니까?”

“으음…….”

키셀료프는 상대가 왜 자신의 신경을 살살 긁으며 도발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지금이 아니더라도 기회는 언제든지 또 온다는 것을 어찌 모르는가.’

지난 나폴레옹 전쟁기에도 러시아에 암운이 드리웠음에도 러시아는 버티고 버텨 승리를 쟁취하지 않았던가?

그는 자신의 조국을 믿었다.

‘기회는 찾아왔을 때 잡아야 합니다.’

페롭스키 역시 나폴레옹의 러시아 침공 당시 군에 복무하며 프랑스와 맞서 싸운 전적이 있었다.

그는 지난 조국 전쟁에서 러시아가 입은 상처가 얼마나 크고 깊었는지 잘 알았다.

그렇기에 지금 프랑스와 영국이 혼란스러운 틈에 그 격차를 단번에 메우고 강대국으로 나아가길 원하는 것이었다.

거기에 키셀료프와 황제 니콜라이 1세는 러시아에서 지난 수백 년 동안 이어진 농노제를 점진적으로 철폐하려 했다.

하지만 자신의 것을 빼앗기기 싫었던 기득권은 이렇듯 노골적으로 키셀료프를 견제하곤 했다.

그렇다고 강경하게 나갈 수도 없는 것이 니콜라이의 아버지인 파벨이 귀족들과의 불화로 암살당했던 것처럼 그 역시 암살당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귀족들에게 조국 전쟁의 영웅 같은 칭호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이었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상대가 내 밥그릇을 채워줄 것인지, 아니면 빼앗아갈지가 더 중요했다.

페롭스키는 생각했다.

내부적 문제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지금.

키셀료프가 주장하는 점진적인 농노제 폐지를 관철하려면 그에 걸맞은 공적이 필요할 것이었다.

“키셀료프 경, 지금 중요한 것은 기회가 찾아왔을 때 이를 붙잡아야 한다는 겁니다. 지난 세월 동안 우리는 서방의 압박 속에서 저들의 눈치만 보지 않았습니까?”

“옳소!”

“그건…….”

키셀료프가 무어라 반박하려 했지만, 페롭스키는 재빠르게 말을 이어갔다.

“나폴레옹과 싸움에서 우리 러시아는 가장 많은 공적을 세웠고 가장 많은 피를 흘렸습니다. 그런데 그 피에 대한 보상은 제대로 받았습니까?”

“으음…….”

지난 수십 년의 세월 동안 러시아는 외교적으로 고립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러시아인들은 그들의 땅을 어머니 조국이라 불렀지만, 러시아의 어머니는 그곳의 사람들만큼이나 거칠고 냉담했다.

“저들이 우릴 무시한다면 갚아줘야 합니다! 우리는 서방세계가 우리에게 채워둔 족쇄를 끊어내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운명이기 때문입니다!”

“옳소!”

“이건 신께서 위대한 러시아에 부여한 명백한 운명이외다!”

페롭스키의 말에 몇몇 사람들이 동조하자 회의장의 분위기는 금세 저쪽으로 넘어갔다.

황제 역시 페롭스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듯했으니 키셀료프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인내와 양보뿐이었다.

“후우……. 물론 페롭스키 경의 주장이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그저 그 방법은 전 유럽을 적으로 돌릴 수도 있는 위험한 방법이라는 것을 폐하께 알리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렇군요. 저도 제 의견을 주장하다 보니 어조가 조금 강해졌던 것일 뿐. 말을 함부로 하려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키셀료프가 한발 물러서자 페롭스키도 자신의 무례를 사과하며 한발 물러났다.

서로 다투기는 했지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다들 나폴레옹이 러시아를 침략해 온 조국 전쟁 당시에 전선에서 병사들을 지휘하던 전우들이었다.

황제 역시 돌아가는 상황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에 둘의 다툼에 굳이 나서지 않고 한발 물러나서 이를 지켜봤다.

그리고 둘의 갈등이 어느 정도 봉합되자 황제가 슬슬 전면으로 나서며 일을 마무리 지으려 했다.

“크흠……. 그렇다면 이번에는 페롭스키의 계획대로 한번 움직여보는 것이 좋겠군. 잘 풀리면 그동안 우릴 무시하던 서방국가들에 한 방 먹이는 것이고……. 실패하더라도 큰 손해는 없을 테니 말이야.”

“뜻대로 하시옵소서.”

“저희는 폐하를 따르겠나이다.”

“좋아, 그럼 당장 사용 가능한 예산을 운용하는 것을 허락하겠네, 서방 놈들에게 한 방 먹여주자고.”

* * *

러시아가 조직적으로 국제시장에 개입하자 그 여파는 금세 나타났다.

그들은 전 유럽을 돌아다니며 설탕과 소금을 죄다 사재기하고 자국에서 나오는 소금의 유출을 틀어막아 의도적으로 가격을 올렸다.

당연하게도 그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영국과 프랑스 정부의 눈에 띄었지만, 그들은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왜냐고?

“설탕이야 신대륙에서 가져오면 그만이고, 아직 쌓여 있는 비축분도 상당하지.”

“소금은 생산량이 일정하니 저들이 아무리 끝없이 사들인다고 해도 시장에 유의미한 결과를 낼 수는 없는 법.”

“뭐 설탕이야 잠깐 안 먹으면 그만이지.”

그리고 이들의 이런 생각의 기반이 되는 것은 애덤 스미스가 ‘보이지 않는 손’을 주장한 이래 영국과 프랑스 정부는 시장에 개입하지 않는 것을 고수해 왔기 때문이었다.

잠깐의 혼란이야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금세 원상복구 되리라 생각했다.

실제로도 러시아의 이런 조직적인 사재기에도 시장의 변동 폭은 그리 크지 않았고 말이다.

하지만 그들이 예상 못 한 변수는 러시아나 프랑스, 영국이 아니라 중부유럽의 오스트리아에서 발생했다.

“뭐?! 러시아 놈들이 소금이랑 설탕을 되는대로 전부 사재끼고 있다고!”

“아, 아마도 경구수액의 확보를 위해 이렇게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이런 욕심쟁이들 같으니라고…….”

러시아가 이렇게 공격적으로 소금과 설탕 재고를 확보하려 나선다면 우리도 가만있을 수는 없었다.

아직도 제국 내의 수많은 도시는 상하수도 시설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콜레라에 대한 위협은 만연해 있었으니 말이다.

“공작, 우리도 러시아처럼 시장에 풀린 설탕과 소금을 확보해야지 않겠는가?”

“물론 그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따로 있습니다.”

“따로 있다?”

지금 러시아 놈들이 미쳐 날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절로 의문이 들었다.

“그게 무엇인가?”

“폐하, 저들이 왜 소금과 설탕을 무한정으로 사들이는지를 생각해 보셔야 합니다.”

“그거야 경구수액의 재료를 확보하려는 것이 아니겠는가? 러시아는 인구도 많으니 그만큼 환자도 많아서 그런 것이겠지.”

“표면상의 이유로는 그렇겠지요. 하지만 과연 그런 이유만으로 그러는 것이겠습니까?”

공작은 내게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자네 말대로라면……. 저들에게 다른 이유가 있다는 것이로군.”

“맞습니다. 저들이 서방국가들은 야만적이라고 업신여기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 생각 없이 움직이지는 않습니다.”

“하긴……. 모든 결과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지, 그럼 저들이 사재기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공작은 잠시 말을 멈추고는 뜸을 들였다.

언뜻 보기엔 무언가 생각하는 듯이 보였으나 나는 그것이 그냥 말하기엔 조금 조심스러운 주제라는 것을 잘 알았다.

그렇기에 주변에 있던 이들을 물렸다.

“보고는 잠시 후에 듣도록 하지, 공작을 제외한 인원들은 잠시 나가주겠나?”

“예, 폐하.”

공작의 뒤로 쭉 늘어서 있던 이들이 우르르 빠져나가고 주변이 한적해지자 공작이 입을 열었다.

“지금 러시아는 영국과 프랑스에 전쟁을 선포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전쟁을 선포했다고?!”

공작의 말에 깜짝 놀랐다.

러시아가 영국과 프랑스에 전쟁을 선포하다니?!

“그, 그게 무슨 말인가!”

얼마나 당혹스러웠는지 절로 말을 더듬었다.

“지금 콜레라로 고통받는 것은 러시아뿐만이 아니라 영국과 프랑스도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조만간 유럽 전체에 콜레라가 퍼지겠지요.”

“그거야 그렇지……. 아! 설마?”

“예,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러시아가 지금 사재기를 하는 것이 콜레라를 핑계 삼아 영국과 프랑스에 한 방 먹이겠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영국과 프랑스에도 경구수액을 팔긴 했지만, 저들에게는 물건을 넘겼고 러시아에는 제조법을 넘겼으니 저쪽에서 재료를 알기 전에 선수를 친 모양인데……. 나중에 서방에서 이 사실을 알았을 때 어떤 반응이 나올지 두렵기만 했다.

분노한 영국과 프랑스가 러시아에 대규모 경제제재를 시도하며 대립각을 세우는 것도 대러시아무역에 집중하는 우리로서는 충분히 두려웠다.

만약 서방국가들이 러시아의 이런 행보에 단단히 열 받아서 전쟁이라도 벌어지는 날에는……?

외교 관계가 복잡하게 꼬여 있던 우리는 그 전쟁에 목줄 잡혀서 끌려들어 갈지도 모를 일이었다.

“으음……. 전쟁……. 전쟁이라…….”

“저들이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전쟁까지 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건 모를 일이지 않나.”

“아닙니다. 영국 정부는 폐하의 생각보다 훨씬 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람들입니다.”

“그렇다면 다행인데…….”

공작의 말을 들으니 불안감이 조금 가시기는 했지만, 옛날에 어느 영화에서 역사적인 사건이라는 것은 극소수의 악인과 소수의 멍청한 사람들이 대다수에게 손해를 끼치는 것이란 말처럼 어디 세상일이라는 것이 공작의 말처럼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만 흘러가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난 극한의 상황에 몰렸을 때 인간의 이성이 얼마나 쓸모없어지는지 수도 없이 많이 본 사람이었고 말이다.

“……일단은 영국과 프랑스에 이 사실을 알려줘야 할 것 같은데.”

“그럼 러시아 측에서 계약위반을 들먹이며 이쪽에 책임을 전가하려고 할 겁니다.”

“으음…….”

그렇다고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가는 나중에 영국과 프랑스에서 말이 나올 것이 분명했으니…….

참으로 골치 아픈 상황이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영국과 프랑스, 러시아라는 강대국 사이에 끼어서 둘의 눈치만 봐야 했으니 말이다.

‘영감님, 조언 좀 해주시죠.’

[자네라면 능히 답을 찾을 걸세.]

‘아니, 그러시지 말고 좀…….’

영감님께 조언을 구해봤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내가 알아서 잘한다는 것이었다.

“가만히 있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뭐라도 해보려니 러시아의 눈치가 보이니…….”

“어쩔 수 없습니다. 이럴 때는 차라리 편을 확실하게 정하는 것이 좋겠지요.”

“그럼 러시아 편을 들자는 건가?”

“지금으로서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입니다.”

“현실적인 대안…….”

아무 말 없이 의자에서 일어나 창가로 걸어가 빈 시내를 조용히 내려다봤다.

내가 뭘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뭔가를 해보려니 괜히 속이 갑갑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쓰읍…….”

그렇게 바깥 풍경이나 보면서 답답한 속을 가라앉히고 있을 때, 바깥에서 헨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폐하, 조피 대공비께서 오셨습니다.”

“어머니가?”

슬쩍 공작을 돌아보니, 공작은 상관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안으로 모시게.”

문이 열리자마자 어머니의 당찬 목소리가 들렸다.

“요제프, 그동안이 어미가 생각해 봤는데 아무래도 결혼을 조금 서둘러야……. 펠릭스 옹?”

“전하를 뵙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집무실에 있는 공작을 보고는 조금 불편하다는 듯이 눈살을 찌푸리셨지만, 예의범절을 아시는 분인지라 인사를 받아줬다.

“오랜만이군요. 공작.”

“저도 오랜만입니다.”

둘은 잠시 맹렬한 시선 교환을 주고받더니 이내 서로 고개를 돌렸다.

어머니께서는 조금 전에 살가웠던 말투는 어디 가고 예전처럼 딱딱하면서 스치면 베여 버릴 것 같은 날 선 어투로 내게 말씀하셨다.

“폐하, 그동안 제가 생각해 보건대 이번처럼 폐하께서 급작스레 쓰러지시면 뒤를 이어줄 후사가 없는 사실이 참으로 안타깝더군요.”

[어머니께서 빨리 결혼하라는군.]

“그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단지 알고 있는 것과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다르잖습니까? 앞으로 또 이런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니 약혼이라도 해두는 것이 어떻겠는지요?”

“으음…….”

평소에 무작정 결혼하라면서 인근에 혼기가 꽉 찼거나 곧 혼기가 차는 영애들의 정보를 들이밀던 어머니였으나 이번에는 조금 그 강도를 낮추셨다.

그만큼 내 결혼을 성사시키겠다는 의지였다.

“그 정도야 어렵지 않지요.”

얼굴 한 번 보지 않은 여인과 평생을 살아야 한다는 것은 조금 꺼림칙했지만, 어머니께서 저리 나오시니 나도 한발 물러섰다.

“그럼 생각해 두신 사람은 있습니까?”

“바이에른에 있는 네 사촌인…….”

“바이에른?”

어머니의 말씀에 순간 머릿속에서 빛이 번쩍했다.

“왜 이걸 잊고 있었지?”

“무엇이 말이더냐?”

“폐하?”

나는 다급히 책상으로 돌아와 서랍에서 편지지를 꺼내어 편지를 작성했다.

수취인은 바이에른의 국왕이자 내 외사촌인 막시밀리안 2세였다.

“요제프, 이게 무슨…….”

“공작! 이걸 급히 바이에른의 궁전으로 보내게!”

“알겠습니다.”

콜레라 환자는 바이에른에도 몇 명 있었다.

그러니 사사로이는 사촌관계인 내가 그들에게 설탕과 소금을 미리 사두라고 조언하는 것은 외교적으로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고, 한 번도 만나 본 적 없는 사촌의 머리에 큰 문제가 없다면 이를 영국과 프랑스에 슬쩍 알릴 터였다.

“후!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네.”

얹힌 것이 내려가는 쾌감을 느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으니 어머니께서 할 말이 많아 보이는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고 계셨다.

“아.”

머리가 재빠르게 돌아가며 현 상황에서 어머니의 기분을 크게 해치지 않는 선에서 돌려보낼 만한 답을 도출해 냈다.

“어, 음……. 아무리 정략결혼이라도 얼굴 정도는 보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조만간에 우리 막내의 세 번째 생일도 다가오니까……. 연회 같은 것을 열면 어떨까 싶은데…….”

“연회?”

다행히도 어머니께서는 반응을 보이셨다.

“예, 기왕 여는 것 독일지역에 있는 귀족들에게 초대장을 좀 뿌려보죠.”

“그럼 준비해야 할 것이 많겠구나.”

“필요하신 것은 헨리에게 말씀해 주시면 제가 전부 처리해드리겠습니다.”

쓸데없는 일에 돈이 들어가는 것 같지만 어쩔 수 없는 지출이었다.

이걸로 당분간 어머니께서 결혼이야기는 안 꺼내실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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