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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국의 마지막 황제가 되었다-107화 (107/129)

망국의 마지막 황제가 되었다? 107화

폴란드는 우주에 갈 수 있다……?

하루아침에 신생 폴란드 왕국의 지배자가 된 카를 루트비히 폰 외스터라이히 대공은 자신을 이곳으로 보낸 형과 어머니를 원망했다.

‘내가 뭘 잘못했다고. 이런 촌구석에서 왕 노릇을 해야 하는 건데……?’

폴란드 왕국의 수도 바르샤바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도시였지만 매일 밤 빈에서 열리던 각종 연회와 무도회에서 시간을 보내던 그가 보기엔 그저 심심한 시골 동네일 뿐이었다.

거리를 지나는 여인들이 그의 마음을 흔들어놓았으나 정작 카를은 폴란드어를 할 줄 몰라 그냥 멍하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폐하, 여기 계셨네요!”

“……마르가레테.”

“저녁을 같이하려고 폐하를 기다렸는데…….”

“미안해, 잠시 업무에 열중하다 보니 머리가 어지러워 바깥바람을 쐬고 있었어.”

카를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오른팔을 붙잡는 소녀를 바라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그리고 몇 달 전 자신의 결혼식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그의 형인 프란츠 요제프는 동생에게 폴란드 왕위를 쥐여주고자 그를 작센의 공주와 맺어버렸다.

물론 본인의 뜻 따위는 묻지 않았다.

왕족의 결혼이라는 것이 대부분 그랬으니까.

그동안 남들 부럽지 않은 삶을 살아왔으면 가문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당연하니 말이다…….

카를도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하며 결혼을 받아들였지만……. 정작 결혼식장에 나타난 신부를 보고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형님…….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

“무엇이 말이 안 된다는 것이냐.”

“아무리 폴란드 왕위가 중요하다지만 저렇게 새파랗게 어린아이와 어떻게 식을 올리겠습니까!”

그의 결혼 상대인 작센의 공주 마르가레테의 나이는 고작해야 열넷쯤이었다.

아무리 가문의 일이라지만 저렇게 어린아이와 결혼하라는 것은 도저히 말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물려주십시오.”

“왜? 싫으냐?”

“예, 아무리 폴란드 왕위가 중요하다지만 저렇게 어린아이까지 정략혼으로 엮어야 할 정도로 중요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흠……. 내가 보기엔 너도 적당히 어린데.”

“형님!”

하지만 카를 대공이 아무리 황제에게 이 결혼의 부당함을 토로해도 오스트리아 제국의 황제이자 그의 큰형인 프란츠 요제프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동생아 나도 네가 무슨 기분인지 잘 알고 있다. 갑자기 대뜸 결혼하라고 하니 기분이 좋지 않았겠지.”

“……고작 그런 이유로 그런 것이 아닙니다. 저는 단지 저런 어린 소녀까지 정략혼에 희생되는 것이 잘 이해가 되질 않아…….”

“희생? 저 소녀가 희생한다고.?”

“형님, 이제 와서 발뺌하지 마십시오.”

카를의 말에 황제는 웃으며 그의 머리를 헝클어트리며 말했다.

“어허, 말이 짧구나.”

“아니 진짜……!”

“그리고 네 말은 전제부터 잘못되었다. 너는 어째서 저 소녀가 희생한 것으로 생각하느냐?”

“그럼 아닙니까?”

“아니지.”

황제는 말끔하게 차려입은 카를의 주위를 빙빙 돌며 말했다.

“넌 독일지역의 패권국인 오스트리아 제국에서 나와 막시밀리안을 제외하면 황위 계승권에 가장 가까운 사람이잖느냐.”

“그건 그런데…….”

“내가 이런 말 하긴 조금 그렇지만……. 어머니와 아버지께서 힘써주셔서 얼굴도 모난 부분 없이 훤칠하고 내가 혼수랍시고 황실 재산도 뚝 떼어주었으니 부족함도 없을 것이다.”

“…….”

황제의 말대로였다.

신부와 나이 차가 나긴 했지만, 어차피 신랑도 어렸기에 그리 큰 차이는 아니었다.

거기에 카를 대공은 합스부르크가 지닌 어마어마한 부와 명예를 모두 쥐고 있는 일등 신랑감이었으니 장점이 단점을 모두 씹어먹는 수준이었다.

“희생은 네가 하는 것이지.”

“……그럼 형님께서 저를 팔아넘기신 겁니까?”

그의 물음에 황제는 고개를 돌렸다.

“어머니께서도 동의하셨다.”

“형님!”

“행복하거라 동생아!”

그 모습을 마지막으로 오스트리아의 황제는 카를 대공에게 어떠한 연락도 하지 않았다.

졸지에 아는 사람 하나 없는 폴란드에 똑 떨어진 카를 대공은 폴란드인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아내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오늘은 정원에 있는 꽃밭을 전부 갈아엎고 그 자리에 나무를 심기로 했어요!”

“꽃보다는 나무가 보기 좋긴 하지.”

“그렇죠?”

이는 카를 대공의 어린 신부인 작센의 마르가리타 역시 마찬가지였던지라 소년 왕과 소녀 왕비는 서로를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빈에서 카를 대공이 그토록 기대했던 황제의 친서가 도착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지금 뭐라고 했나?”

“잃어버린 옛 고토를 회복하기 위해 군대를 양성해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고토회복……?”

폴란드의 왕 카를 1세는 대뜸 옛 고토를 회복해야 한다는 신료들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 오스트리아라도 공격하자는 건가?”

“그건 아닙니다. 오스트리아와 우리 폴란드는 굳건한 동맹관계인에, 어찌 그러겠습니까?”

“그럼 러시아를 공격하자는 건가?”

“그것 역시 아닙니다.”

“그럼……. 프로이센?”

“예, 그렇습니다.”

카를은 이마를 짚었다.

그는 나이가 적어 경험이 없고 제왕학을 제대로 배우지 않아 좌중을 휘어잡는 카리스마는 부족했지만, 지금의 상황이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이제 막 독립하여 나라에 부족한 것이 한둘이 아니거늘……. 어찌 전쟁부터 하겠다는 것인가?”

당장 폴란드는 이제 막 독립하여 도시는 산업기반이 부족했고 농촌은 후진적인 농법을 쓰느라고 식량 생산량도 부족했다.

이렇듯 부족한 것이 천지인지라 당장 이번 가을 추수철이 오기 전까지는 오스트리아의 구호 물품을 받아먹어야 할 처지였는데, 정작 군부는 그에게 전쟁을 부르짖고 있었다.

“전하, 오스트리아의 황제 폐하께서 폴란드를 위해 각종 무기와 식량을 비롯한 전쟁 물품 전반을 지원해 주기로 약속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잃어버린 연방의 고토를 되찾을 기회입니다!”

군부의 장군들은 당장에라도 명령이 떨어지면 프로이센을 공격할 것처럼 말했다.

굉장히 호전적인 그들의 모습에 카를은 답답한 나머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형님께서 괜히 그러셨겠나? 이건 오스트리아를 위해 폴란드를 이용하려는 것이잖나! 자네들은 어찌 이 간단한 것도 알지 못하는 건가?”

그러자 전 폴란드군단의 지휘관이자 현 폴란드 군부의 수장인 헨리크 뎀빈스키는 그게 별 대수냐는 듯이 역으로 카를에게 물었다.

“그것이 왜 문제입니까?”

“뭐? 지금 형님께서는 그대들과 폴란드인을 이용하여 오스트리아의 국익을 꾀하고 있잖은가.”

“그들의 이익이 폴란드의 이익과 크게 다를 것이 없으니 문제 될 것은 없습니다.”

“뭐?”

폴란드인들은 타국에 지배당한 세월 동안 무너진 그들의 자존심을 회복하고자 했다.

다른 이들의 손에 구겨진 자존심을 다시 회복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이웃의 만만한 녀석들을 두들겨 패고 건재함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뎀빈스키를 비롯한 군부의 인사들은 그 목표로 프로이센을 정했다.

물론 오스트리아와 폴란드 간의 이해관계가 딱 맞아떨어진 것도 있지만 예전에는 폴란드의 일개 봉신이었던 프로이센에 폴란드가 분할당 하는 굴욕을 겪었던 이유가 더 컸다.

물론 고작 그런 이유로 전쟁을 벌이겠다는 군부의 말에 폴란드의 국왕 카를은 당연하게도 반대했다.

“고작 땅 조금과 자존심 때문에 폴란드의 인민들을 전쟁터로 몰아넣을 수는 없네!”

“이는 오스트리아의 황제 폐하께서도 동의하신 일인데, 어찌 전하께서는 이를 거부하시는 겁니까?”

뎀빈스키를 비롯한 장군들은 오스트리아의 황제를 언급하며 어린 왕을 압박했다.

부모님보다 더 무서운 큰형님을 떠올린 카를은 머뭇거렸고 군부는 왕을 재촉했다.

“전하!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오스트리아가 우릴 돕는다면 프로이센 따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잃어버린 옛땅을 되찾는 그 날. 폴란드는 다시 한번 위대해질 수 있을 겁니다!”

“전하, 결단을!”

* * *

비스마르크는 최근 오스트리아와 폴란드 간의 미묘한 기류를 감지하고는 의심 어린 눈으로 둘을 감시했다.

예전 같았으면 당장에라도 국왕 폐하께 이를 아뢰어 좀 더 공격적인 움직임으로 저들을 압박했겠지만……. 지난 러시아 공작이 들통난 이후부터 국왕의 신용이 흔들렸다.

거기에 프로이센이 독일연방의 형제들을 배신하고 러시아를 도왔다는 소식에 작센과 하노버를 비롯한 북독일지역의 동맹들까지 흔들렸으니……. 지금 비스마르크의 입지는 무척 불안한 상황이었다.

그러다 보니 다시금 국왕의 신임을 되찾기 위해서는 공적이 필요했다.

그것도 아주 커다란 놈으로다가 말이다…….

‘최근 오스트리아와 폴란드 간의 물류 이동이 많이 늘어난 모양이로군…….’

언뜻 보기에는 오스트리아가 자신의 영향권이자 이제 막 독립한 신생국인 폴란드를 도우려고 힘을 쓰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며칠 굶주린 사냥개의 코처럼 예민했던 비스마르크는 폴란드와 오스트리아의 사이에서 유독 무기거래가 활발한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

‘이 시국에 무기를……?’

겉으로는 이젠 전장에서 도태된 구형 무기들을 폴란드 측에 공여하고 그 대신 폴란드의 곡물을 들여오는 것이라고는 했지만……. 그 값이 말이 안 되었다.

오스트리아는 자신들의 무기와 화약 등의 군수물자를 헐값이나 다름없는 가격에 폴란드 왕국에 떠넘겼고 이를 바탕으로 폴란드는 재무장을 시작했다.

지금이야 그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 눈에 띌 정도는 아니었지만……. 이대로 1년……. 아니, 반년 정도만 지나도 폴란드군의 규모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었다.

“으음…….”

이것은 마치 오스트리아가 폴란드의 손에 칼을 쥐여주고 그들의 등을 떠미는 상황이었다.

폴란드의 칼끝이 어디로 향할지는 아직은 알 수 없었지만, 비스마르크는 그것이 프로이센이라고 확신했다.

‘애초에 프로이센 말고 누굴 공격하겠어……!’

오스트리아가 미치지 않고서야 자신들을 공격하라고 폴란드에 무기를 쥐여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러시아와 프로이센이었는데……. 러시아도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얼마 전까지 그들과 맞서 싸웠던 오스트리아로서는 굳이 러시아를 자극하고 싶지 않을 것이었다.

그렇기에 프로이센이다.

이제 막 독립한 폴란드의 체급으로도 능히 맞상대할 수 있으며 그와 동시에 서방의 여러 국가와 외교 관계가 단절되다시피 하여 외부개입이 적으며 당장 독일지역 내 패권을 두고 오스트리아와 다투는 라이벌이었으니 말이다.

오스트리아는 폴란드를 사주하여 프로이센의 힘을 빼놓을 생각이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비스마르크는 그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프로이센의 국왕에게 자신이 알아낸 것을 밝히려 했다.

하지만 점점 국왕 폐하의 집무실이 가까워지자 비스마르크의 걸음이 느려지더니, 이내 복도에 완전히 멈춰 섰다.

‘그런데 이걸 보고하는 것이 옳은가?’

지금 프로이센에서 이 사실을 대충이나마 눈치챈 것은 아마 자신이 유일했다.

그렇다는 것은 이 정보는 자신만이 알고 있는 정보라는 뜻이기도 했다.

그럼 이를 어찌 활용해야겠는가?

‘이대로 폐하께 아뢴다면……. 당장 전쟁 준비에 들어가 폴란드를 침공하려고 하시겠지.’

그건 안 될 일이었다.

지금 서방세계와 외교적으로 마찰을 겪고 있는 이때, 저들의 눈 밖에 날 행동을 했다가는 그날이 프로이센 최후의 날이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있을 수는 없는데 말이야…….’

비스마르크는 잠시 복도를 어슬렁거리며 긴 고민에 빠져들었다.

‘폴란드 자체는 별것 아니야……. 하지만 그 뒤에 있는 오스트리아는 쉽게 상대할 수 있는 적이 아니다.’

오스트리아는 프로이센과는 달리 서방의 비호를 받고 있었으며 러시아와도 그리 사이가 나쁘지 않은 상황인지라 당장 외교적으로 그들을 어찌할 수는 없었다.

‘분명 좋은 방법이 있을 텐데…….’

비스마르크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그렇게 그의 머리에서 머리카락이 한 움큼 빠져나가도 모를 정도로 깊은 고민에 빠져들었을 때쯤.

‘차라리 내가 일선에 나서봐?’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은 국왕 폐하의 총애를 받았다지만 프로이센 정계의 거물들 견제를 받을 수 있었기에 몸을 적절히 사리면서 지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상황이 매우 급해진 지금이라면…….

‘쓰읍……. 이렇게까지는 할 생각이 없었지만……. 도저히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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