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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국의 마지막 황제가 되었다-118화 (118/129)

망국의 마지막 황제가 되었다? 118화

의좋은 형제?

오스트리아의 황제를 대신하여 베네치아-롬바르디아를 통치하는 막시밀리안 총독은 최근 그의 형이자 황제에게서 이상한 명령서를 전달받았다.

“로마공화국을 도우라고? 뭘 어떻게?”

황제의 친서에는 로마공화국을 전력으로 도우라는 것만 적혀 있었지 어떤 방법으로 지원하라는지는 적혀 있지 않았다.

마치 자신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듯한 황제의 친서에 그는 고민했다.

‘저들을 도우라고 해도……. 내가 동원할 수 있는 병력이라고 해봤자 얼마 되지도 않는데…….’

당장 그의 휘하에 있는 병력은 의장대와 기타 여러 병력을 박박 긁어모아도 1만 명이 조금 넘을까 말까 한 숫자였다.

이건 막시밀리안이 처음 이곳에 처음 부임하여 대대적인 군축을 단행하여 벌어진 일이었기에 누군가를 탓할 수도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내버려 둘걸……!’

황제가 한 피드백 제도인지 뭔지 하는 것에 휩쓸려서 저도 모르게 정부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대대적인 군축을 때려버린 것이 화근이었다.

덕분에 만성적자였던 재정이 어느 정도 개선되긴 하였지만, 그 대가로 당장 동원할 병력이 팍 줄어버린 것은 큰일이었다.

‘못하겠다고 하면 그런 것도 못 하느냐고 형님께서 뭐라 하실 텐데…….’

막시밀리안의 형이자 오스트리아의 황제인 프란츠 요제프는 평소에는 다른 이들의 말을 잘 들어주며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하며 대체로 친절한 편이었다.

하지만 자기 뜻을 거스른다거나 명령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을 때는 불같이 화를 내며 상대를 몰아붙이는 사람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황제의 분노를 코앞에서 본 사람은 어떤 일이 있어도 일을 완수하려 노력하니……. 말은 다 한 셈이 아닌가?

“이를 어찌하면 좋담…….”

아무리 머리를 굴려봤지만 혼자서는 황제의 명령을 충실하게 따를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황제가 알 수 없는 다른 이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건데……. 막상 도움을 받으려니 마땅한 이가 떠오르질 않았다.

“카를에 부탁해 볼까?”

현재 상황에서 그나마 최선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저 멀리 떨어진 폴란드에서 왕 노릇을 하는 그의 동생 카를에 손을 벌리는 것인데…….

이걸 황제가 그냥 보고 넘어갈지가 문제였다.

“지난번에 형님이 폴란드로 프로이센을 뭘 어찌한다고 그랬던 것 같은데…….”

뭔가 마음에 걸리기는 했지만 당장 급한 것은 프로이센이 아니라 이탈리아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급히 펜을 들어 그동안 기억 저편으로 밀어놓았던 동생에게 애절한 마음이 듬뿍 담긴 편지를 써 내려갔다.

한편 가에타에서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에타의 양시칠리아 군은 로마공화국 군대의 협공에 밀려 도망쳤다.

바다에서는 무장상선과 군함의 포격이 쏟아졌고 지상에서는 재보급을 마친 가리발디의 붉은셔츠단과 로마 공화국군이 요새를 박차고 나왔으니 말이다.

결국, 양시칠리아의 군대는 가에타에서 큰 피해를 본채로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로마공화국 군대의 추격을 피해 도망칠 수 있었던 것도 교황이 로마군의 앞을 가로막았기 때문이었다.

“그만! 이제 그만하게! 더는 주님의 양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것을 보지 못하겠네!”

아무리 로마공화국의 지도부가 종교를 배척한다고는 하지만 일반 병사들까지 전부 그런 것은 아니었는지 병사들은 교황을 앞에 두고 머뭇거렸다.

이는 장교들도 마찬가지로 대부분이 모태신앙이었던 이들은 부대의 앞길을 막아서는 교황을 잘 설득하여 비키게 만들려 했지만…….

“게으른 자여, 개미가 하는 것을 잘 보고 지혜를 얻어라! 개미는 지도자도, 장교도, 통치자도 없지만, 여름에는 먹이를 준비하고 추수 때에는 그 음식을 모은다!”

“아니, 그…….”

교황은 성경의 문구를 읊으면서 그들을 당혹스럽게 만들 뿐이었다.

이 상황을 지켜보던 가리발디는 그런 교황을 비웃으며 앞으로 나섰다.

“다 늙어빠진 노인께서 이 험악한 전장까지는 무슨 일이신지 모르겠군요.”

“나는 그저 주님의 어린양들이 더는 것이 다치는 것을 볼 수 없기에 나선 것일세.”

“그럼 저와 제 병사들이 저 요새에 갇혀 아무것도 하지 못할 때는 왜 가만있으셨습니까?”

그의 질문에 교황은 당당히 대답했다.

“나는 그때도 양시칠리아의 지휘관에게 당장 전투 행위를 멈출 것을 요구했네!”

“그럴 리가요 저놈들은 아주 악에 받쳐서 요새를 공격해 왔는데 말입니다.”

“자네가 믿건 믿지 않건 그건 상관없네, 나는 하늘을 우러러 단 한 점의 부끄러움도 없이 내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네!”

“쓰읍……. 도저히 말이 안 통하는군.”

가리발디가 더는 보기 싫다는 듯이 빨리 치우라는 명령을 내리자 교황의 주위에 있던 스위스 근위병들이 교황의 주위를 둘러쌌다.

“이건 또 뭐야.”

“그……. 교황 성하의 근위대입니다.”

“누가 그걸 몰라서 묻는 줄 아나? 빨리 치워!”

결국, 병사들은 옥신각신하며 몸싸움이 벌어지고 나서야 교황을 길 위에서 끌어냈고 모든 일이 끝났을 때는 이미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 * *

에델바이스 유겐트는 기괴한 조직이었다.

얼핏 보기엔 공적 단체인 것처럼 보였지만 정작 자세히 따져보면 황제의 사조직에 가까웠다.

황제는 9세~18세의 소년, 소녀, 청년들을 모아 간단한 제식훈련을 비롯하여 기초적인 소양 교육을 실시했다.

소양 교육이라고 해봤자 간단한 오스트리아의 역사와 황제에 대한 충성심을 배양하는 정훈교육에 가까웠지만 말이다.

교육자로 뽑힌 이들도 뭘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체계가 잡히지 않아 혼란스러웠고 학생들 역시 비슷했으나 그중에서도 가장 혼란스러운 것은 황제였다.

“전부 1,133,800명이라고? 미치겠네.”

에델바이스 유겐트의 활동비는 온전히 황실재정에서 나왔다.

아무리 황제가 제국 내에서 제일가는 부자라고는 하지만 그 많은 수의 인원을 먹이고 가르치는 데 드는 비용을 전부 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너무 대책 없이 일을 벌였구먼.]

‘저도 이렇게 잘 될 줄 알았으면 안 했죠!’

아무리 많이 모여봤자 2~3만 명 정도 모이면 적당하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예산도 그 정도로 배정해놓은 상태였다.

그런데……. 백만 명이 넘는 인원이 모여 버리니 도저히 내 선에서 해결이 안 되어 의회에 손을 벌려야만 했다.

“일단 큰불을 끄긴 했는데……. 쓰읍…….”

내년도 교육부의 예산을 더 올려주는 것과 에델바이스 유겐트의 소속을 황제 직속에서 교육부 산하로 밀어 넣는 것으로 급한 불을 끄긴 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이지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힘내게 저 소년, 소녀들이 자라서 국가를 지탱하는 대들보가 된다고 하지 않았나?]

“아오……. 그전에 기둥뿌리 뽑히게 생겼어요!”

[허허, 그럼 낡은 기둥뿌리를 뽑아내고 튼튼한 기둥을 새로 심는 셈이로군.]

“그게 말이야 쉽지…….”

영감님에게 잠시 갑갑한 현 상황을 토로하고 있을 때, 바깥에서 헨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폐하, 헝가리인민당의 당수이신 러요시 코슈트 경이 뵙기를 청하고 있습니다.”

“들어오라 하게.”

문이 열리고 실로 오랜만에 보는 빡빡이……. 아니, 러요시 코슈트가 들어왔다.

우중충한 코트 위에 붉은 적기를 망토처럼 두르고 다니는 그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올 뻔했지만, 간신히 참았다.

“크흠……. 흠흠……. 어서 오게 코슈트.”

“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 피차 얼굴 맞대고 살갑게 대할 사이는 아니니 용건부터 말씀하시지요.”

“허허허…….”

사회주의자들과 어울린다기에 혹시 사람이 변한 건가 싶었는데, 아무래도 그건 내 기우였던 것 같다.

“오스트리아의 지배자 앞에서 그리 말하다가 목이 날아갈 수도 있다는 것을 모르는 건 아닐 테고……. 죽고 싶은 거라면 적당히 방에서 목을 매달아줬으면 좋겠군.”

“폐하의 손에 죽는 것이야말로 모든 혁명가의 염원 아니겠습니까?”

대놓고 자길 죽이면 사회주의자의 영웅이 될 것이라고 선언하는 그의 말에 헛웃음이 나왔다.

한편으로는 그렇기에 딱 서로의 이해관계만 맞으면 이용할 수 있는 상대이기도 했고 말이다.

“그래……. 자네가 몇 달 전부터 노동조합을 허용해 달라고 민원을 넣어왔다고 들었네.”

“노동자들의 당연한 권리를 위해서는 그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 대표성을 지닌 단체를 만드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이전에는 마자르인의 더 나은 미래라는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갈망하며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인간이었다면 이제는 어느 정도 정돈되어 있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허허……. 많이 변했구먼.”

“시대가 저를 변하게 했을 뿐입니다.”

“좋은 마음가짐이야. 차기 총리대신을 노리고 있는 것인가?”

“인민들이 그걸 원한다면 저는 언제든지 그 부름에 응답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답하겠습니다.”

“허허허, 거참.”

자신을 감추면서도 목적을 드러내는 그의 말을 듣고 있으니 더욱 마음에 들었다.

[도대체 그간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고…….]

영감님은 너무 많이 달라진 그의 모습에 잘 적응하지 못한 것인지 옆에서 혀를 차실 뿐이었다.

“그래……. 짐이 그대를 이 자리에 부른 것은 평소 노동자들의 어려운 처지를 딱히 여겨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서일세.”

“폐하께서 도시의 노동자들에게 관심을 가지셨다니 지나가던 개가 웃겠군요.”

“그 개의 이름이 러요시 코슈트라지?”

“하하하!”

“하하하하!”

코슈트와 마주하고는 한참을 웃었다.

서로 턱이 빠지라 웃으면서도 상대의 동향을 살피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그래도 험악했던 분위기가 조금은 누그러졌다.

“폐하께옵선 저를 이용하시어 자본가들을 길들이려 하시는 것이로군요.”

“길들이다니? 어찌 사람이 다른 사람을 길들인다거나 노예로 부려먹을 수 있다는 말인가?”

“그렇지요. 태초에 아담과 하와가 밭을 매고 길쌈할 때 왕과 귀족은 없었지요.”

“둘이 밭을 매고 길쌈할 때는 공장도 군대도 없었잖은가? 공교롭게도 내게는 둘 다 있군.”

코슈트는 멋쩍게 웃으면서 슬쩍 내 눈치를 살피더니 조심스레 내게 물었다.

“폐하께서 아실지 모르겠지만……. 노조라는 것이 단번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자본가들에게 불만 있는 노동자들을 모으면 그만 아닌가?”

“그것이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처우에 불만을 느끼고 있으면서도 막상 앞에 나서기를 두려워합니다.”

“어째서인가?”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것이 너무나도 하찮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다들 손안에 있는 작은 것이라도 지키고자 비굴해질 수밖에 없지요.”

코슈트가 이리저리 말을 돌리긴 했지만, 결론은 내게 지원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흠……. 그렇다면 내가 무얼 해줘야 하지?”

“노동자들을 보호하고 지원할 수 있는 법안을 의회에서 통과시켜주시지요.”

“노동자들을 보호하고 지원할 수 있는 법이라면……. 영국에 있는 그런 것을 말하는 건가?”

“예, 폐하.”

코슈트의 말은 이러했다.

아무리 자신이 힘을 써서 노동자들을 끌어모은다고 해도 그들을 지켜줄 만한 법적 구실이 없으면 자본가들의 역습에 흩어질 것이니 최소한의 울타리라도 세워달라는 것이었다.

“고작 그걸로 되겠는가?”

“여기서 더 요구했다가는 자본가들이 저를 찢어 죽이려 들 것이니 적당히 조절하는 겁니다.”

“혁명가는 응당 자본가들과 싸우면서 그들의 위협에도 굴복하지 않아야 하지 않은가.”

내 비아냥에 코슈트는 여유롭게 웃으며 답했다.

“원래 동물을 조련할 때는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 가며 써야 하는 법입니다.”

“뭐? 이런 가짜 혁명가 같으니.”

“어찌 되었건 노동자들은 처우가 나아질 것이고 저와 동지들은 정계에 입성할 것이니 서로 상호이익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번만 임시동맹이네.”

“폐하의 명대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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