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망겜의 고인물로 살아남기-37화 (38/222)

37. 학자의 숲

황태자가 누구인가.

말 한마디로 대륙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권력자이자, 위대한 영웅들의 피가 섞인 반인반신.

단신으로도 세계관에서 최강자의 반열에 드는 괴물 중의 괴물.

뛰어난 국정 운영으로 만백성들의 칭송을 받는 성군.

그리고…… 플레이어의 가장 까다롭고 강대한 적 중 하나다.

‘몇 번을 상대해도 더럽게 어려운 놈이었지.’

황태자는 워낙 중요한 인물이니만큼. 이안도 그에 대한 걸 꽤 많이 기억하는 편이었다.

가장 먼저 기억하는 건 상대할 때 과할 정도로 난도가 높다는 점.

황태자는 플레이어의 움직임을 모두 꿰뚫어 보이는 듯한 반응을 보이며, 단칼에 플레이어를 베어 버리곤 했다.

‘잘못 설계된 보스라는 평이 많았고.’

크레이 사가에는 망겜이라는 평가 답게, 중간중간 불합리하다 싶은 요소를 넣는 경우가 많았다.

처음에는 이안도 이게 게임 개발사의 취향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황태자는 명백히 선을 넘었다.

오죽하면 게임을 황태자와 싸우기 전인 4년 차까지만 즐기고 접어 버리던가, 캐릭을 다시 키우는 유저도 있을 정도.

‘크레이 사가’가 망겜이 되어 버린 데에는 분명 황태자의 지분도 작지 않을 것이다.

한데. 그 황태자가 코르디스를 방문한단다.

‘대체 왜? 이런 이벤트는 없었는데?’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황태자를 마주칠 수 있는 건 아무리 빨라야 3년 차쯤이다.

당연히 코르디스에 황태자가 찾아오는 이벤트는 원래라면 존재하지 않는다.

일어나지 않아야 할 이벤트가 일어난다.

이안에게는 작지 않은 사건이었다.

‘게임의 흐름이 조금씩 바뀌고 있는 건가?’

게임이 아닌, 실제로 살아 움직이는 세계이기에 생기는 변화인가.

아니면 이안이라는 변수가 야기한 변화인가.

이안은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에 잠겼지만, 놀란 건 다른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황태자 전하께서 참관을 하러 오신다고?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궁중을 잘 안 떠나신다고 들었는데.”

“나도 아버지께 들은 건데, 궁 내의 반대 세력을 완전히 굴복시켰나 봐. 황제 폐하께서는 병마로 의식을 찾지 못하고 계시고, 전하보다 계승권 높은 형제들은 어렸을 때 다 사고를 당해 돌아가셨으니…… 이제 입지가 확고해지신 거지.”

학생들은 저마다 아는 얘기를 한 가지씩 꺼내 들었다.

그중에는 새겨들을만한 정보도 있었다.

“그거 말인데. 황제 폐하가 갑작스럽게 쓰러지신 거랑, 다른 황족들이 사고를 당한…….”

“쉿.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알겠는데. 밖에서 할 말은 아니야.”

기본적으로 황태자는 인기가 좋은 군주였다.

하지만 동시에 구설수가 많은 편이기도 했다.

학생들은 때아닌 황태자의 방문에 대해, 자신의 부모에게 들은 이야기들을 수군거렸다.

그걸 엿듣는 것만으로도 그 집안의 정치 성향을 대충 짐작할 수 있을 정도였다.

“기대된다. 혹시 황태자께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좋겠다…….”

“근데 왜 갑자기 찾아오시는 거지? 무슨 일이라도 있나?”

“글쎄? 그냥 학사를 둘러보려고 하는 거 아니야? 그래도 제국 최고의 교육기관이잖아.”

“그럴 거면 얼마 전에 입학식 때 오지 않았을까?”

“……그런가?”

몇몇은 의아해하는 눈치였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순수하게 기뻐했다.

황태자의 눈에 띄는 건 흔히 오지 않을 기회였고, 어린 귀족들은 언제나 출세에 목말라 있으니 말이다.

이안은 교실을 둘러보았다.

한껏 들떠서 호들갑을 떨고 있는 플로라가 보였고. 자기 무리에 둘러싸여 언제나처럼 인자한 미소를 짓는 루크가 보였다.

그리고 차가운 얼굴로 멍하니 앉아 있는 레아.

아마 그녀 또한 황제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대해서 전해 들은 게 없는 모양이다.

‘이걸 어떻게 한담.’

단순히 황태자가 학사를 둘러보고. 별일 없이 평화롭게 돌아가면,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 그렇게 될까?

만약에 이번 황태자의 방문이 예상치 못한 영향을 끼친다면.

과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우선…… 지금의 계획은 몇 달 뒤에 있을 악마 소환 사건까지 기다렸다가 그 혼란을 틈타 창고에서 성검 조각을 탈취하는 것.’

지금 이안에겐 최우선으로 중요한 일이다.

물론. 황태자가 왔다고 사건 그 자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자그마한 영향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모른다.

예를 들어 어떤 인과의 작용으로 소환되는 악마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하기라도 한다면…….

꽤 끔찍한 미래가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대책을 세워야겠어요.’

[그것 말인데요. 이안. 악마 소환 자체를 미리 저지할 수는 없을까요?]

‘......그건 힘들어요.’

이안은 단호하게 말했다.

‘우선 누가. 어떤 방식으로 악마를 소환했는지. 저는 하나도 몰라요.’

악마를 소환하는 범인이 재학생인지, 신입생인지.

사이드 클래스인지 어퍼 클래스인지.

혼자인지 여럿인지.

게임에서는 철저하다 싶을 정도로 하나도 알려주지 않는다.

이안이 아는 정보는, 기껏해야 레아나 플로라 같은 중요 인물은 범인이 아니라는 정도?

‘코르디스에 상주하는 인원이 족히 이천은 넘는데. 그걸 일일이 다 조사하고 다니기는 힘들어요. 그리고 성검을 탈취하기 위해서라도 소란은 필요하고요.’

[그래도 그런 사건이 일어나면 여럿이 죽거나 다칠 텐데…… 설령 옳은 의도라도 해도, 성검을 얻기 위해 다른 이들의 목숨을 희생할 수는 없잖아요.]

이안은 말 문이 막혔다.

이런 부분이 이네스와 이안을 가르는 결정적인 차이점이었다.

이안은 목표 외의 것들은 그냥 지나치는 경향이 있었다.

‘NPC들이 아닌 살아 있는 사람들이었지…….’

때때로 잊어버리곤 하지만, 잊어서는 안 되는 사실.

이안은 더 나은 방법을 찾기 위해, 생각에 잠겼다.

‘역시. 좀 더 적극적으로 행동할 필요가 있겠어.’

루크고 교내 정치고.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원하는 걸 얻으려면. 어쩔 수 없이 리스크는 감수해야 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이안은 서둘러 교실을 나섰다.

“아…….”

이안 쪽을 곁눈질하고 있던 레아가 급하게 일어나 말을 걸려 했지만.

안타깝게도 생각에 깊이 잠긴 이안은 그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

이안이 향한 곳은 자치회 사무실이었다.

마틴은 평소보다 두 배에 가까운 서류를 처리해나가고 있었다.

눈 밑에 짙게 깔린 다크서클과 때때로 터져 나오는 깊은 한숨은 마틴의 심정을 훌륭하게 대변해주었다.

이안이 조심스레 물었다.

“아무래도 황태자 전하가 오는 것 때문에 바쁜 모양이네요.”

“말도 마. 소식이 들리자마자 황실에서 공문요청이니, 행사 기획이니 일이 쏟아져 들어오는데. 앞으로는 일이 얼마나 들어올지 모르겠다.”

“다음에 다시 찾아올까요?”

분주하게 펜대를 놀리던 마틴이 시선을 들었다.

그리고 조용히 펜을 내려놓았다.

“뭐. 마침 차가 마시고 싶던 참이야.”

수수한 디자인의 주전자를 들어 능숙하게 차를 끓인 마틴이 이안의 찻잔에 내용물을 따라주었다.

이안은 조심히 찻잔을 들어 한 모금 홀짝였다.

“……맛이 좋네요.”

“내 몇 안 되는 취미 중 하나야. 맛있다니 다행이네.”

마틴은 안경을 벗어 테이블에 올려놓고, 느긋하게 차를 음미하기 시작했다.

아마 마틴의 몇 안 되는 소중한 휴식 시간이겠지.

이렇게 이안에게 그 시간을 내어주는 것에서 작지 않은 배려가 느껴졌다.

“후우.”

홍차를 한 모금 마시고 조용히 숨을 내쉰 마틴이 말했다.

“자치회뿐만 아니라 학사 전체가 비상이야. 내 일도 갑자기 늘었지만…… 자치회장이나 부회장에 비하면 약과지. 뭐. 이렇게 고생하면 그만큼 나중에 경력으로 남는 거고.”

어쩌면 마틴은 이번 일에 대해 잘 알고 있지 않을까.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이안이 물었다.

“혹시 황태자 전하가 왜 갑자기 찾아오는지는 아시나요?”

하지만 마틴은 고개를 저었다.

“글쎄. 나도 거기까지는 모르겠네. 교직원들은 뭔가 짐작하는 바가 있는 것 같기도 한데…… 아. 그나저나 교수님들 사이에서 네 이름이 많이 들리더라?”

“저요?”

“혹시 사고치고 다니는 거 아니지?”

“음. 딱히 사고라고 부를 만한 건 친 게 없는데…….”

이안은 머리를 긁적였다.

교수들이 자신을 경계하는 건 알았지만, 그 이유는 짐작할 수가 없었다.

마틴이 경고했다.

“당분간은 교수님들 심기 안 건드리게 조심해. 아마 엄청 예민해질 거거든.”

“예. 명심할게요.”

“어쨌든. 그 이야기를 하러 온 건 아니지?”

이제는 본론으로 들어가자는 듯. 손수건을 꺼내 안경알을 닦은 마틴이 물었다.

“아, 예. 다른 의뢰를 받으러 왔는데…… 혹시 도서관에 관련된 일 없을까요?”

“벌써 다른 의뢰라니. 부지런하네. 그나저나 도서관이면 학자들의 숲 말하는 거야?”

기본적으로 코르디스에 있는 건물들은 도서관이 하나씩 딸려 있었지만, 제대로 크게 지어진 도서관은 섬의 남서쪽에 있는 ‘학자들의 숲’뿐이다.

마틴은 머릿속 기억을 더듬는지, 눈매를 좁혔다.

“내가 알기로 그쪽에서는 의뢰가 없을 텐데.”

“아니요. 아마 있을 거예요. 조금만 확인해 주시겠어요?”

“그래……?”

묘하게 확신하는 이안의 태도에 반신반의한 마틴이 서류를 훑었다.

그리고 서류 더미의 마지막 부분에서 시선을 멈췄다.

“어? 진짜네? 도서관의 오래된 장서 정리…… 워낙 옛날에 들어온 의뢰인 데다가 아무도 안 받아서 방치되어 있었네. 어떻게 안 거야?”

“하하…… 그냥 어쩌다 보니까요.”

그야 알고 있을 수밖에. 이미 의뢰 목록은 다 머릿속에 외우고 있으니까.

마틴은 미간을 좁히며 문서를 읽어내렸다.

“음…… 의뢰 내용은 별로 특별할 게 없네. 가볍게 갔다 오면 될 것 같아. 근데 여기서는 꼭 3명 이상 모아서 오라고 하네. 도서관이 워낙 넓어서 길을 잃을 수 있다나 봐. 근데 이런 의뢰를 할 사람이 있을지…….”

이번에도 파티 퀘스트.

마냥 기다리기에는 언제 인원이 찰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인기 없는 의뢰이기도 했다.

‘3명이라. 두 명이 더 필요하다는 건데…… 아.’

머릿속에 팟 하고 떠오르는 인물이 있었다.

이안이 확신을 담아 말했다.

“그건 제가 어떻게 구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 그렇다면야 뭐.”

“어쨋든 감사합니다. 한창 바쁘실 때에.”

“아니야. 어차피 쉬려고 했었고. 그럼 나는 일을 마무리해야 하니까, 차 다 마시며 알아서 돌아가.”

“옙.”

그리 말을 남기고 마틴은 다시 서류 작업에 집중했다.

산처럼 쌓인 서류더미에 혀를 내두른 이안은 문득, 마틴이 작성하고 있는 서류를 훔쳐봤다.

‘황태자 전하께 선보일 학년별 시범 대련 기획…… 이라. 각 학년에서 두 명씩 뽑아서 대련시키는 건가.’

원래는 존재하지 않는 사건이니, 상황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만큼. 이안은 사소한 정보 하나라도 머릿속에 기억해 두었다.

***

“크네.”

“그러게…….”

웬만한 학사건물보다 족히 세배는 더 커 보이는 건물.

‘학자들의 숲’ 이라 불리는 이 도서관은 웬만한 왕국의 왕립 도서관들에 결코 뒤지지 않는 장서량을 자랑했다.

이안을 뒤따라온 마리와 그렉은 멍하니 도서관 건물을 올려다보았다.

평생 책과 동떨어진 삶은 산 그렉은 당연히 이런 장소가 낯설었고. 마리도 이 정도 규모의 도서관은 처음인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렉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도와달라고 해서 왔는데, 여긴 대체 왜 온 거야.”

“장서 정리 의뢰를 받았는데, 두 명 더 필요하다잖아. 이번만 도와주면 저번에 진 빚은 없는 거로 처줄게.”

이안이 말을 곱씹던 그렉이 미묘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겨우 그거?”

“겨우라니?”

“우리한테 진 빚을 겨우 책 나부랭이를 정리하는 데에 쓰는 거냐? 지금 우리를 무시하는 거야?”

이안은 떨떠름한 얼굴로 머리를 긁적였다.

사실 마리와 그렉에게는 별로 기대하는 바가 없었다.

이것도 무시하는 거라면 무시하는 것일까?

예상 못 한 반응에 머리를 긁적인 이안이 되물었다.

“그럼 안 도와줄 거야?”

마리는 어깨를 으쓱했다.

“뭐. 여기까지 돌아가는 것도 우스운 일이고…….”

“하! 이번 건 그냥 넘어가는 셈 치지. 빚은 그대로 남겨두겠어.”

사납게 말했지만, 결국 도와주긴 할 거란 소리였다.

참 묘한 데에서 자존심을 부린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래도 좋은 게 좋은 거다.

이안은 앞장서서 도서관 안으로 들어갔다.

“와아…….”

웅장하다.

그 외에는 떠오르는 표현이 없었다.

높이 솟은 벽면 전부가 책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고, 기다란 사다리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도서관 특유의 건조한 공기와 쿰쿰한 종이 냄새가 코끝을 기분 좋게 자극했다.

이안은 사서로 보이는 중년 여성에게 다가가 물었다.

“저. 장서 정리 의뢰 때문에 왔는데요.”

명부를 정리하던 중년 여성이 눈에 띄게 환한 얼굴로 말했다.

“아.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러니까…….”

“이안입니다. 이쪽은 그렉과 마리고요.”

“신입생이라고 했죠? 기특하네요. 벌써 이렇게 학사 일을 도우려고 하다니.”

사서는 램프를 들고 일어서며 말했다.

“여러분들이 맡게 될 곳으로 안내해드릴게요.”

“부탁드립니다.”

사서는 앞장서 걸으며, 벽 중간 중간에 나 있는 통로를 이리저리 걸었다.

맨 뒤에서 따라가던 그렉이 중얼거렸다.

“……뭐가 이렇게 복잡한 거야. 길 잃기 딱이네.”

“실제로 학생들이 이곳 학자의 숲에서 길을 잃어서 며칠 뒤에 구조되는 건 흔한 일이랍니다.”

“…….

그렉은 조금 겁을 먹었는지 입을 다물었고, 마리가 물었다.

“왜 굳이 이런 식으로 건물을 지은 건가요? 더 효율적으로 지을 수 있을 텐데.”

“조금 큰 도서관들은 일부러라도 복잡하게 짓는 경향이 있어요.”

“……예?”

사서가 인자하게 웃으며 설명했다.

“지금은 좀 덜하지만, 예전에는 교단에서 이단 서적을 검사한다면서 자주 검열을 나오곤 했거든요. 그 과정에서 애꿎은 책들도 압수당하니, 일부러 구조를 복잡하게 만들거나 비밀 공간을 만들어 꼭꼭 숨겨 놓는 거지요.”

서적을 지켜내려고 일부러 건물을 비효율적으로 짓는다니.

조금은 우습지만.

어떻게든 지식을 지켜내려는 학자들의 필사적인 마음이 전해진다.

“거기다 이곳 학자의 숲은 증축을 여러 번 했기 때문에, 이제 도서관의 구조는 저도 정확히 모른답니다. 대체 얼마나 많은 비밀 공간이 있을지. 후후.”

그렇기에 사서는 함부로 지정된 공간을 벗어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러면 부탁드리겠습니다.”

잡다한 서적이 이곳저곳에 널브러진 장소에 이안과 일행을 데려다 준 사서는 이내 돌아가 버렸다.

“이, 이걸 다 정리하라고?”

“……오늘 안에는 힘들 것 같은데.”

그렉과 마리는 막막한 기분에 멍하니 주위를 둘러보았다.

일이 생각보다도 더 많았다.

괜히 인기가 없어 방치된 의뢰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걸 다 정리하려면 대체 몇 시간을 투자해야 할까.

그런 마리와 그렉에게 이안이 말했다.

“난 잠시 어디 갔다 올 테니, 너희끼리 일단 하고 있어 봐.”

“뭐야. 어디 가는데.”

“화장실.”

“……화장실은 반대쪽인데?”

“거기 화장실은 시설이 별로라 다른 데 찾아보게.”

둘의 의혹 어린 시선을 대충 뭉개 버린 이안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히든 피스. 그리고 악마 숭배 흔적.

이제부터 그 둘을 모두 찾아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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