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거기서 거기더라
루크는 마른침을 삼켰다.
플로라와의 대련은 취소되었으니. 최악은 면했다고 안심하던 참이었다.
근데 다른 의미로 곤란한 선택지가 들이밀어 졌다.
‘여기서 몸 상태를 핑계로 거절할 수도 없어.’
이미 플로라를 상대로 계속해서 싸운다고 선언한 순간.
다른 변명은 불가능하다.
여기서 꽁무니를 빼면 평민에게서 도망친 불명예가 평생을 꼬리표처럼 달라붙을 거다.
답은 하나.
‘이기는 것뿐.’
루크는 몸을 풀었다.
그는 이안이 검을 휘두르는 모습을 학기 초에 한 번. 본 적이 있었다.
‘실력만큼은 있어.’
이안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과는 상관없이. 루크는 이안의 검술만큼은 어느 정도 인정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루크는 또한 확신하고 있었다.
자신이 한 수 위라고.
비록 독약을 들이마신 후유증이 남아 몸 상태가 최상은 아니지만.
자신의 실력이라면 충분하다는 계산이 섰다.
‘덕분에 계획이 다 어그러졌어.’
오래도록 준비해온 계획이 이안 때문에 엉망이 되어 버렸다.
설마 그런 상황에서, 수많은 위험을 짊어지며 이안이 플로라를 위해 나설 줄은 꿈에도 상상할 수 없었다.
그 상황에서 플로라를 옹호한다는 건 정치적인 자살이었지만…… 애초에 이안에게는 더 떨어질 구석이 없기도 했다.
‘뒤가 없는 놈은 위험하다 이건가. 쯧. 둘이 친분이 있는지도 몰랐군. 아니, 진짜 친분이 있는 것 맞나?’
이안의 말이 정말 플로라를 위한 건지는 조금 아리송한 부분이 있었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건방지게 굴었으니. 그에 대한 대가는 치르게 해줘야지.’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고, 하나하나 원하는 대로 이뤄나가는 걸 즐기는 루크가 제일 싫어하는 건.
예상치 못한 변수로 계획이 어긋났을 때.
그리고 변수는 어떤 수를 써서든 제거해야 한다.
루크는 작게 심호흡하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아직은 괜찮아. 여기서 놈을 무너트리고. 플로라 그년이랑 대충 엮으면 둘 다 끝장낼 수 있어.’
그렇게 루크가 다짐하는 사이.
이안은 신체에 일정 이상의 충격을 받으면 깨지는 아티팩트를 달고, 관중을 둘러보았다.
‘다들 분위기가 살벌하구만.’
플로라가 받던 악의. 그 악의에 몇 배나 가혹한 시선들이 이안에게 내리꽂히고 있었다.
플로라는 신분이 높고, 외모라도 수려했지.
여러모로 비호감을 살만한 조건인 이안은 딱 마음 놓고 미워하기 좋은 대상이었다.
그러나 이안은 움츠러들지 않았다.
이런 시선. 익숙했다.
혼자가 아니기도 했고.
[이렇게 된 거. 이기는 수밖에 없어요. 알죠?]
‘이제 화는 좀 풀리셨나요?’
[…….그건 나중에 얘기하고, 지금은 눈앞에 집중해요.]
절로 마음이 안정되는 이네스의 목소리를 들으며. 이안은 루크를 살폈다.
‘혈통이 혈통이니, 독을 들이마셨어도 신체 능력 자체는 저와 비슷하거나 강하겠죠. 문제는 정보가 부족하다는 건데…….’
루크는 좀처럼 자기 실력을 드러내지 않으려 했다.
아니. 검술뿐만이 아니다.
루크는 자신의 개인사나 본 모습을 누구에게도 드러내지 않는다.
어쩌면 역설적으로 이안이야말로 루크의 본질을 잘 아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이네스가 차분히 조언했다.
[그동안 수련해왔던 거. 기억나죠? 어떤 검술이라도 약점은 있고…….]
‘침착하게 분석하면 어떤 상대라도 이길 수 있다는 거죠?’
[맞아요. 사고력을 키워요. 먼저 생각하기를 그만두는 쪽이, 무조건 패배합니다.]
이네스의 말을 되새기며 이안은 검을 들었다.
상대는 강적이다.
그리고 궁지에 몰려 있다.
손속에 자비를 두거나 방심하는 일도 없을 거고. 가진 모든 수를 사용해 부딪혀 올 것이다.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루크가 두 눈동자에 차가운 분노를 담아 말했다.
“기어코 내가 직접 손을 쓰게 하는구나.”
이안은 일부러 이죽거리며 답햇다.
“뭐. 이참에 서열정리나 한번 하자고. 쫌생이처럼 뒤에서 수작 부리지 말고, 직접 주먹다짐으로 해결하는 게 깔끔하잖아?”
루크는 대꾸 없이, 시작 신호만을 기다렸다. 진한 살기가 루크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이안은 그 살기를 받아내며, 황태자에게 집중했다.
척.
황태자는 오른팔을 위로 들어 올렸고. 이내 오른팔이 내려갔다.
시작 신호였다.
탓.
둘은 누가 먼저를 세 없이 땅을 박찼다.
상당히 넓은 대련장이었지만.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졌다.
‘처음부터 강하게 나올까? 아니면 우선 간 보기?’
이안은 고민했다.
루크의 스타일이라면 어떻게 대처할까.
‘아마 너무 빨리 끝내려고 하지는 않을 거야.’
보이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루크다.
단칼에 이안이 쓰러지기라도 한다면, 기대하던 관중들이 허탈함을 느끼겠지.
‘그러면 그 빈틈을 노려 처음부터 강하게 나간다면…….’
탕!
시작부터 강한 찌르기가 루크의 목젖을 향했다.
루크의 목검이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이안의 목검을 쳐냈다.
궤적이 뒤틀리고. 목검은 허공을 가르지만, 이 정도는 예상했다.
검과 검이 모두 경로를 이탈하고. 둘의 거리가 가까워진 이 순간.
검보다 주먹이 가까워지는 시간이 온다.
그리고 주먹다짐은 이안의 전문 분야 중 하나다.
“흡!”
순간적으로 목검에서 떨어져 나온 왼 주먹이 루크의 얼굴을 노렸다.
급소가 아닌 얼굴을 노린 이유는 간단하다.
그편이 루크가 더 흥분할 것 같아서였다.
“이 새끼가…….”
루크는 이를 악물며 어깨를 틀었다.
팡! 파팡!
명문가의 자식이다. 당연히 체술도 수준급.
피하거나. 막히거나.
주먹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상관없다.
이안이 공세를 취하고 있는 모습만 보여주면 충분하다.
“뭐야. 의외로 호각이잖아?”
“그래도 일단은 어퍼 클래스니…….”
“루크 님…….”
그 누구보다 관중의 시선을 신경 쓰고, 그걸 철저히 활용하는 게 바로 루크다.
그럼 그걸 역이용하면 될 뿐.
‘점점 초조해지겠지. 실력을 어제까지 감춰둘 수 있을지 한번 보자고.’
합을 겨룰수록 점점 루크의 몸이 달아오르는 게 눈에 보였다.
표정이 일그러진다.
이안의 직감이 말했다.
지금부터 루크가 실력을 드러낼 거라고.
곧바로 방어를 준비했다.
탓.
루크가 한 발 내뻗는다. 허리를 틀고. 반원형으로 검을 크게 휘두른다.
동작이 크고 단순하다. 그만큼 위력적이지만 눈으로 읽기도 힘들다.
하지만 한발을 딛고, 탄력적으로 허리를 돌리는 루크의 검은 생각 그 이상으로 빨랐다.
‘막는 수밖에 없다.’
피하기에는 너무 빠르다.
이안은 검을 비스듬히 기울인 채, 충격을 최대한 흡수하려 했으나…….
카각!
미처 다 흘려내지 못한 힘에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이는 곧 또 다른 틈으로 이어지니. 루크의 다음 공격이 날아들었다.
빡!
공중에서 검을 빠르게 돌려 목검의 뒷날로 내려치는 게 두 번째.
세 번째는 아래에서 검 끝을 세워 찌르기.
네 번째는 사선 베기.
사선 베기 후 횡 베기.
미끄러지듯 옆으로 이동해 발목을 향해 찌르기를 내뻗고.
곧바로 검을 들어 올려 내려 베려는 건 허초.
양팔을 기습적으로 내려 검 손잡이로 상대를 타격하고.
곧바로 이어지는 수평 베기.
끊이지 않는 연격에 이안은 속수무책으로 뒤로 밀려났다.
빠르고 강하다.
그리고 빈틈이 없다.
마치 늪 속에 발을 디딘 것처럼. 점점 수렁에 빠지는 듯한 기분.
이를 악물며 막아내는 이안과 달리, 이네스는 마치 남 일인 양 차분하게 말했다.
[브레이브하트 가문의 24검이네요. 24개의 동작을 적절하게 사용해, 끝없이 몰아치는 연격이 특징이에요. 쉴 틈을 주지 않아 상대의 혼을 쏙 빼놓고, 빈틈이 생겼을 때 비장의 동작으로 마무리하는 방식을 사용하죠. 이백 년 사이에 많이 발전했군요. 아직 완벽하게 숙달된 것 같지는 않지만요.]
‘…….한가하게 보고만 있지 말고, 조언 좀 해주세요. 얘 생각보다 엄청 세다고요!’
탁! 타탁!
이안은 마음속으로 절규하면서, 정신없이 검을 휘둘렀다.
싸울수록 루크가 점점 흐름을 타고 있었다.
더 빠르고, 강하고, 날카롭게 공격이 펼쳐진다.
막아내던 이안은 몇 번 틈을 만들려 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루크의 검이 이안의 급소를 노렸기에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
솔직히 말해.
루크의 검은 그 성격만큼 견고하고 끈적해 비집고 들어갈 틈도. 빠져나갈 기회도 보이지 않았다.
계속되는 열세.
하지만 이네스는 여전히 차분할 뿐이다.
[더 조언할 필요가 있을까요?]
‘예?’
이네스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머릿속에서 울렸다.
[이안은 이미 필요한 조각을 모두 가지고 있어요. 이제 눈을 크게 뜨고, 조각을 맞추기만 하면 될 뿐이에요.]
‘조각을 맞추라니…….’
선문답 같은 말을 남긴 이네스는 입을 다물었다.
마치 그걸로 충분하다는 듯이. 그거면 확실히 이길 수 있다는 듯이.
이안에 대한 강한 믿음이 느껴졌기에. 이안은 다시 한번 정신을 가다듬었다.
‘눈을 크게 뜨고 본 다라…….’
이안은 루크의 동작을 자세히 살피기 시작했다.
분명 루크의 공격을 빠르고 날카로워,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다.
조금만 잘못하면 그대로 승부가 날 듯한 어려운 상황.
그래도 이안은 신경의 일부를 루크의 동작을 분석하는 데에 사용했다.
어떻게 그게 가능했는지는 모른다.
그냥 해야 하니까, 했다고밖에.
탁! 타닥! 탁!
약 20개의 동작이 단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히 펼쳐지고 있었다.
지켜보는 이들은 모두들 끝을 직감했다.
이 해프닝이 루크의 승리로 끝나리라는 걸.
확신하고 있었다.
“끝이지?”
“어쩔 수 없지.”
“그래도 생각보다 더 잘 버티는데?”
“내가 저기서 맞고 있는 입장이었으면…….”
그들이 보기에 전력차는 확실했다.
그도 그럴 게. 이안은 첫 공방 이후 제대로 된 반격을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하고 있었다.
마치 벼랑 끝을 한쪽 손으로 잡고 버티고 있는 사람처럼.
이안은 금방이라도 패배할 듯.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었다.
이안에게는 어떤 승산도 없어 보였다.
그저 루크가 어떤 방식으로. 화려하게 이안을 마무리할지 기다릴 뿐이다.
하지만 이제 슬슬. 이쯤이면 끝나야지 싶은 타이밍에도 이안은 어떻게든 버텨냈다.
여전히 수세에 몰리지만, 끝끝내 승패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5분. 10분. 15분.
대련은 예상보다 더 장기적으로 흘러간다.
그에 따라 점점 이상함을 느낀 관중들도 입을 다물었다.
“허억. 허억.”
“하아. 후우.”
공세를 펼치는 루크는 땀을 흘리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고. 막아내던 이안의 상태는 더 안 좋았다.
루크는 검을 쥐며 생각했다.
‘대체 어떻게 버티고 있는 거지?’
그 유명한 브레이브하트 가문의 검술이다.
그 끈질김과 치밀함을 처음 겪어본 사람은 단 10합도 버티기 힘들다.
서로 수준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면 말이다.
루크는 어서 빨리 끝내야 한다는 불안감을 느꼈다.
논리나 근거보다는 본능적인 직감. 검사는 그 직감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아직 완전히 틈이 보이지는 않지만…….’
결심을 내렸다.
이제는 마무리해야 한다.
상대는 어차피 한계에 다다르지 않았는가.
미약한 촛불과 같다.
입으로 후 불면. 그것으로 끝.
루크는 마음을 잡고. 자세를 잡고. 마지막 일격을 준비했다.
‘이것으로 끝이다.’
22번과 23번을 생략하고 펼쳐지는 마지막 24번째 동작.
루크는 거의 땅에 닿을 듯이 자세를 낮추고 달렸다.
탓!
‘시야를 일부러 낮춘 뒤…….’
후웅!
자세를 낮춘 상태에서 몸을 비틀어 횡으로 크게 휘두른다.
회전력이 작용한 검은 그 자체로 엄청난 위력을 지닌 일격이 된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루크는 이를 악물고. 허리와 팔을 한계까지 한 번 더 비틀며 검의 궤적을 바꿨다.
사선으로 휘둘러지던 검이 수직으로 올라가며, 상대를 반으로 갈라내는 비전 동작.
명백히 신체에 부담을 주는 동작이지만. 그만큼 강하고. 타점을 읽어내기 어려워 대처도 힘들다.
‘끝났다!’
검이 적중하기 직전. 루크는 승리를 직감했다.
동작이 완벽하게 들어갔다.
적어도 루크의 상식에서.
이안이 이 일격을 막아낸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탕!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정면으로 검을 받아낸 이안은 뒤로 몇 걸음 물러날 뿐. 너무나 멀쩡히 서 있었다.
“말도 안 돼.”
예상치 못한 일에, 루크는 자기도 무르게 물을 수밖에 없었다.
“대체 어떻게…….”
뒤로 물러서 잠시 생각을 정리하던 이안이 입을 열었다.
“첫 번째 동작의 목적은 상대의 균형을 무너트리는 것. 두 번째는 견제 느낌이 강하고, 세 번째는 되면 좋고 안 되면 말고의 느낌. 네 번째는 다섯 번째를 위한 연결 동작. 다섯 번째는…….”
“뭐, 뭐라 지껄이는 거야.”
루크가 소리쳤지만 이안은 계속해서 말했다.
“여섯째는 페이크. 일곱 번째는 상대의 호흡을 가져오기 위한 목적이 강하고. 여덟 번째는 강공이네? 9번째는 디딤발을 이동하기 위해 넣은 동작이고.”
이안은 루크의 동작을 하나하나 설명했다.
왜 이런 동작이 필요한지. 이 동작의 목적이 뭔지.
아니.
정확히는 루크에게 설명한다기보다는, 자기 스스로 정리를 하는 느낌이 강했다.
“20번 동작 후에 몇 개는 건너뛴 건가? 뭐랄까. 모든 동작들이 그 마지막 24번째를 위한 초석이라는 느낌이 강하네. 근데 그게 너무 노골적이라서 오히려 24번째를 예측하기 쉬웠어. 대략적인 타점만 알면, 어떻게든 방어는 되니까. 좀 더 숙련되었다면, 좀 더 예상하기 어려웠을 텐데. 너는 아직 그 경지에는 못 올랐나 봐?”
이안의 비아냥거림에 루크의 표정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늘 유지하던 가면이 깨지고. 처음으로 진짜 분노가 얼굴에 드러났다.
이안은 그런 루크에게 마지막 말을 던졌다.
“좋아. 분석 완료. 이제 슬슬 끝내자.”
“……그 아가리부터 찢어주겠어.”
루크가 한쪽 발로 땅을 디디며 온 힘을 다해 검을 휘둘렀다.
탕!
하지만 아까와 달리. 이번에는 너무나 쉽게 가로막혔다.
아니.
오히려 이안이 절묘하게 힘을 흘린 덕에 루크가 균형을 잃었다.
그런 루크에게 미끄러지듯 접근하는 이안.
“한번 해볼까?”
이안은 공중에서 검을 빠르게 돌려 목검의 뒷날로 내려쳤다.
“……무슨.”
분노하던 루크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그다음은 아래에서 검 끝을 세워 찌르기.
“설마…….”
루크의 동공이 흔들린다.
네 번째는 사선 베기.
“이 자식이……!”
루크는 비로소 상황을 깨닫는다.
사선 베기 후 횡 베기.
“나를!”
루크가 절규에 가까운 고함을 질렀다.
하지만 이안은 멈추지 않는다.
미끄러지듯 옆으로 이동해 발목을 향해 찌르기를 내뻗고.
곧바로 검을 들어 올려 내려 베려는 건 허초.
“우리 가문의 검술을!”
양팔을 기습적으로 내려 검 손잡이로 상대를 타격하고.
곧바로 이어지는 수평 베기.
이안은 지금. 누가 봐도 브레이브하트의 검술을 펼쳐 보이고 있었다.
루크의 기술을 뺏고 있었다.
뺏어서 자기 것으로 만들고 있었다.
루크의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재능.
“브레이브하트를 우습게 보는 거냐!”
자기가 평생 소중히 하던걸. 긍지로 삼던 걸 형편없다고 생각한 놈이 전부 읽어내려가고 있었다.
여태껏 느껴본 적 없는 모멸감과 모욕. 그리고 초조함.
그런 격렬한 분노를 느끼는 루크에게, 이안은 연격을 끊지 않으면서도 친절하게 설명했다.
“내가 방금 깨달은 게 있는데. 이 검술 저 검술 이름만 다르지. 사실 그 안에 들어있는 동작 같은 건 비슷한 게 많더라고. 조금의 차이가 있거나 결이 다를 뿐, 결국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하나?”
“죽여 버리겠어!”
“그래. 그래서 내 안에 이미 조각들이 있다고 한 거였어. 그래서 일부러 기본적인 삼 동작 외에는 수련하지 않은 거였고. 그래서 그토록 수많은 검술을 보고 분석하게 시킨 거였던 거야.”
루크가 고함을 지르거나 말거나. 이안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고맙다. 덕분에 방금 그 검술의 벽이라는 걸 하나 깬 것 같다 내가.”
이안은 빠르게 파고들었다.
굳이 24번째 동작까지 갈 것도 없었다.
이미 루크는 겁에 질려 있었고.
궁지에 몰려 있었다.
이안은 검을 집어던졌다.
그리고…….
퍽!
루크의 얼굴 정중앙에 주먹을 꽂아주었다.
이안
불길한 인상:
■■□□□□□□□□
주머니 털기:
■■□□□□□□□□
축복받은 신체:
■■■□□□□□□□
영웅의 검술:
■■■■□□□□□□
승마:
■□□□□□□□□□
예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