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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겜의 고인물로 살아남기-78화 (79/222)

78. 1일 차(2)

이안은 레이먼을 데리고 다급하게 몸을 날렸다.

‘가고일은 생각보다 강한 괴수야. 지금은 발도 묶여 있고 무기도 못 꺼내. 피하는 게 맞아.’

가고일이 거대한 아가리를 쩍 벌렸다.

그 안에서 불꽃이 뭉치더니, 이내 소용돌이치며 분사되었다.

콰아아아!

통로가 뜨거운 열기로 가득찼다.

미처 피하지 못한 죄수들이 산채로 불태워졌다.

가까스로 통로에서 벗어난 레이먼이 간수들에게 외쳤다.

“괴수! 괴수야!”

“뭐?”

이런 일을 겪은 게 한두 번이 아닌지, 대응은 신속했다.

땡땡땡!

이상 사태를 알리는 종이 울렸다.

죄수들은 삽과 곡괭이를 바닥에 내팽개치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으, 으아악!”

“도망쳐!”

통로에서 튀어나온 가고일의 붉은 눈이 번들거렸다.

사냥감이 무방비하게 등을 보이며 도망칠 때. 괴수는 가장 크게 흥분한다.

바닥을 풀쩍 뛰어오른 가고일이 죄수들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도망치려는 죄수들에게 간수가 외쳤다.

“모두 동작 그만! 거기서 더 다가오면 죽여 버리겠다!”

“네?”

대체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 얼빠진 죄수 하나가 걸음을 옮겼지만 이내 날아온 채찍에 그대로 목이 달아났다.

간수가 다시 한번 외쳤다.

“다시 말한다! 모두 멈춰!”

머리가 날아간 시체를 보며, 죄수들은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앞에는 괴수와 뒤에는 간수.

그저 눈을 감고 기도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 사이에도 괴수는 멈춰선 죄수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하지만 죄수들은 어디까지나 미끼. 가고일이 죄수들에 시선이 팔렸을 때, 간수들이 정렬했다.

“조준!”

간수들은 오래된 양피지를 꺼내 양손으로 들었다.

[스크롤이에요! 저 귀한 걸…….]

“발사!”

부욱.

구령에 맞춰 간수들이 양피지를 반으로 찢었다.

찢긴 양피지에 적혀 있던 글자들이 순간적으로 푸른빛을 내고.

후우우우.

한쪽에서는 고압의 물줄기가.

다른 한쪽에서는 냉기가 가득한 바람이 만들어졌다.

죄수를 우걱우걱 씹어먹던 가고일은 대처할 새도 없었다.

“아아악!”

“사, 살려줘!”

우선 물줄기가 가고일과 주위 죄수들을 덮쳤고, 이어 불어닥친 냉기가 그들을 산채로 얼려 버렸다.

가고일의 움직임도 함께 멎었다.

“…….”

잠깐의 침묵.

이마에 식은땀을 닦아낸 간수가 중얼거렸다.

“흠. 이 정도면 충분한가.”

고민하던 간수가 죄수 하나를 지목했다.

“거기 너.”

“저, 저요?”

“가서 저 괴수를 힘껏 때려봐.”

“네에?”

죄수는 겁먹은 표정을 지었지만, 무섭기는 간수가 더 무서웠다.

얼어붙은 가고일을 향해 조심스레 다가간 죄수가 있는 힘껏 삽을 휘둘렀다.

깡!

“…….”

얼어붙은 가고일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죄수가 안도의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아, 아무 반응도 없습니다.”

“좋아. 인원을 꾸려서 저걸 옮기도록. 나머지는 잠시 휴식한 뒤, 작업을 재개한다.”

간수의 지시에 죄수들은 얼어붙은 가고일을 밧줄로 묶어 나르기 시작했다.

가고일은 금방이라도 되살아나 사람들을 덮칠 것 같았지만, 거역하는 죄수들은 없었다.

나머지 죄수들은 널브러진 시체를 치우고 다시 작업을 시작했다.

바로 조금 전에 사람들이 여럿 죽어났건만, 동요하는 사람은 신참들 밖에 없었다.

여기는 그런 곳이었으니까.

이네스는 그게 충격인 듯했다.

[세상에. 이런 곳이 있다니. 간수들의 눈빛을 보면…… 죄수들을 전혀 같은 사람이라 생각하는 것 같지가 않아요.]

‘아마 그게 맞을 거예요.’

간수들은 죄수들은 기계의 부품 정도로 생각할 것이다.

언제든 갈아치울 수 있는 부품 말이다.

그렇기에 죄수들을 가혹하게 다뤄도 죄책감 따위는 없었다.

[게다가, 간수들이 사용한 건 스크롤이에요. 이제는 제작법이 유실되어서 구하기도 어려운 물건들을…….]

잭의 말이 떠올랐다.

감옥의 간수들은 시장의 정예병들.

이들의 무장 상태는 웬만한 제국의 병사들과 비교해도 압도적이었다.

‘잭이든 마일로든, 괜히 시장을 못 이기는 게 아니죠.’

한숨 돌린 레이먼이 다가오자, 이안이 물었다.

“몸은 좀 괜찮으십니까 어르신?”

“덕분에 살았네. 고마우이. 그나저나 대단히 눈치가 빠르구만. 가고일을 몇 번 상대해본 적이 있나?”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게임에서 많이 상대해봤으니까, 거짓말은 아니었다.

레이먼이 감탄했다.

“젊은 나이에 그 정도 실력에 풍부한 경험까지 있다니, 대단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군.”

상의에 묻은 흙을 툭툭 털어낸 레이먼이 다시 삽을 들었다.

아까 이안이 파냈던 통로는 방금의 사태로 흙이 무너져 다시 쌓여 있었다.

레이먼이 덤덤한 얼굴로 흙을 파내기 시작하자, 이안이 물었다.

“이런 일이 흔한가 보죠?”

“무슨 일? 괴수가 튀어나오는 일? 간수가 죄수를 미끼를 사용하는 일? 아니면 사람이 괴수에게 죽어 나가는 일?”

“…… 셋 다요.”

“뭐, 그렇지. 아마 눈치챘을지 모르겠지만, 이곳은 멸망한 고대 제국의 유적이라네.”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멸망한 고대 제국의 유적. 용병들이 던전이라고도 부르는 그곳에는 여러 위험과 보상이 잠들어있다.

이 거대한 지하 감옥도 그중 하나였고.

“하지만 그냥 단순한 유적이 아니야.”

“그렇습니까?”

“대륙의 그 어느 유적보다 이곳의 규모는 거대하네. 덕분에 상당히 많은 유물들이 발굴되고, 간수들조차 아티팩트로 무장할 수준이 되었지.”

“그만큼 위험한 것도 많고요?”

“정확하네.”

느릿하게 삽을 푸던 레이먼이 한숨을 내쉬었다.

“함정에 걸리거나 괴수가 튀어나오거나 토사가 무너져 휩쓸리는 일도 비일비재하지…… 덕분에 나와 함께 수감 된 내 가족들은 모조리 죽었네. 늙은이만이 악운으로 살아남은 거네.”

쓸쓸한 목소리에 이안이 물었다.

“…… 그러고 보니 다른 가문들이 어르신의 가문을 내쫓기로 만장일치로 찬성했다 하지 않았습니까? 혹시 그 이유가 뭡니까?”

“그것도 다 내 탓이었네. 내 고집이…….”

“어이! 거기 너희들! 뭘 한가하게 잡담이나 하고 있어!”

주위를 감시하던 간수의 호통이 날아들었다.

이안과 레이먼은 서둘러 삽을 푸는 시늉을 했다.

“아무튼. 이곳은 위험한 공간이야. 유적도 유적이지만, 특히 인간들이 더 위험하지.”

“그래 보이네요.”

“아니. 자네는 잘 몰라. 이곳이 어떤 곳인지. 어제 미처 얘기하지 못했지만, 오늘 내 목숨을 구해줬으니 진심을 다해 조언하겠네.”

레이먼이 진지한 어조로 얘기했다.

“이곳에 무슨 목적을 가지고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빨리 나가게. 재능있는 젊은이가 오래 있을 공간이 아니야.”

그러고선 이안과 눈을 마주쳤다.

이안은 레이먼의 눈동자 속에서 어딘가 간절한 빛을 보았다.

“간수를 매수해서 들어왔으니, 나갈 길도 마련해놨을 게 아닌가. 그렇지 않나?”

“음.”

“…… 않은 모양이군.”

당황한 레이먼이 처음으로 언성을 높였다.

“맙소사! 자네 제정신인가? 지금 자네 상황이 어떤지 아나? 밧줄도 없이 절벽에서 뛰어내린 셈이네! 안 그런 줄 알았는데 대책 없는 젊은이였군!”

“진정하세요. 간수들이 봅니다.”

“내가 진정하게 생겼나! 지금이라도 위쪽에 연락해서, 도망갈 구석을 만들어놓게! 한 명쯤이라면 이 감옥에서도 탈출은…… 씁. 어려우려나. 그래도 방법이 있을 거야.”

레이먼은 삽도 내팽개치고, 혼자서 이안이 탈출할 방법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마치 수식의 답을 찾으려는 수학자 같은 모습에 이안은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네스도 미소지었다.

[좋은 사람이네요.]

‘그러게요.’

이런 곳에 오래 갇혀 있다 보면 으레 자기도 빼달라느니, 탈옥에 동참시켜 달라느니 부탁도 할 법하건만.

레이먼은 순수하게 이안을 걱정하고 있었다.

마치 자기의 안위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동시에 의문이 들기도 했다.

[아까 자기 때문에 가문이 쫓겨나게 되었다고 했죠? 이렇게 좋은 사람이 대체 무슨 짓을 저질렀다고 가문 전체가 쫓겨난 걸까요.]

‘글쎄요. 하지만 다른 다섯 가문이 모두 동의했다는 걸 보면, 예삿일은 아니었겠죠.’

말을 마친 이안은 삽을 들고 흙을 퍼내기 시작했다.

흙을 푸면서 일부러 몸 각도를 조절해, 주저앉아 생각에 잠긴 레이먼이 간수들에게 보이지 않게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어차피 이안이 홀로 두 명분의 일을 하니, 문제 될 건 없었다.

‘이제부터 좀 조심해야겠어요. 아까처럼 가고일이 갑자기 튀어나오면 곤란하니까요.’

무엇보다 지금은 강력한 괴수와 싸우기 곤란했다.

싸울 수 있어도 가급적 안 싸우는 게 좋았다.

묶인 상태에서 괴수를 상대하는 죄수는 누가 봐도 이상하니까.

그렇게 한참을 삽질하다 보니 어느새 작업 시간이 끝났다.

햇빛이 통하는 이 지하 감옥은 당최 시간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모두 중지! 지금부터 정산을 시작한다!”

간수의 외침에 생각에 잠겨 있던 레이먼도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버, 벌써 시간이…… 아. 자네가 나 대신 일을 해주었군. 미안허이. 한번 생각에 사로잡히면 도무지 빠져나올 수가 없어서.”

“뭐, 괜찮습니다. 어차피 운동 대용으로 하는 거라서요.”

죄수들이 삽을 내려놓고, 보고할 만한 실적이 있는 죄수들은 간수들에게 다가가 자기가 파낸 물건을 내밀었다.

대부분은 용도를 알 수 없는 잡동사니였지만 개중에는 검이나 창. 방패 따위의 무구나 운 좋게는 스크롤도 있었다.

간수들은 유물을 아주 조심스러운 손길로 수레에 실었다.

유적에서는 가끔 저주받은 물건이 발굴되기도 해,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수레에 실린 유물들을 확인한 간수가 흡족하게 말했다.

“좋다. 실적을 낸 죄수들에게는 제대로 된 음식과 사과주 한 병을 주겠다.”

“가, 감사합니다.”

목숨을 대가로 얻는 건 고작해야 음식 조금과 싸구려 술 한 병.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기쁜지 죄수는 연신 고개를 조아렸다.

레이먼이 씁쓸하게 웃었다.

“이곳에 있는 유일한 희망이라면 저런 것밖에 없다네. 이미 여길 빠져나간다는 건 모두 포기하고, 운 좋게 유물을 발굴해 좋은 음식을 받는 거지.”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식사를 위해 움직이는 죄수들의 대열에 합류했다.

작업장을 나서기 전, 이안은 뒤를 돌아보았다.

‘느껴져요?’

[희미하지만 예. 저 어딘가에 제 영혼이 잠들어있어요.]

‘좋아요. 금방 찾아보죠.’

역시. 구태여 이 구역에 잠입하기 위해 구른 보람이 있었다.

만약 감옥의 다른 구역에 빠졌다면 이것저것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을 것이다.

저녁.

고된 하루의 마무리를 하는 식사지만 즐거움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다들 우울한 얼굴로 말없이 아침보다는 그나마 나은 식사를 입에 집어넣을 뿐이다.

하지만 그런 죄수들 중에서도 행복해 보이는 이들이 있었다.

실적을 올린 죄수들.

그들은 간수에게 구운 돼지고기와 흰 빵, 제대로 된 수프. 그리고 사과주 한 병을 건네받았다.

“내일도 열심히 하도록.”

“감사합니다!”

땅에 닿을 듯, 고개 숙인 죄수가 음식을 받았다.

음식을 떠먹던 레이먼이 중얼거렸다.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지.”

레이먼이 말을 마치자, 한 무리의 죄수들이 들어왔다.

다른 죄수들과는 전혀 달랐다.

잘 먹었고, 체격이 좋았으며, 두 눈은 의욕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의욕이 영 불순해서 문제지.

“아이고. 이삼육! 오늘 운이 좋았나 보네? 뭐 유물이라도 발견했나 봐?”

껄렁한 사내가 죄수의 목에 팔을 둘렀다.

죄수가 흠칫 몸을 떨었다.

“아, 예. 그렇죠. 운이 좋았죠.”

“그래그래. 축하해. 그래도 낼 건 내야지?”

“…… 네.”

“흠. 영 마음에 안 드는 얼굴이네. 혹시 싫어?”

“아, 아닙니다! 부디 가져가 주십시오!”

죄수가 화들짝 놀라며 얼른 가진 음식의 반을 덜어주었다.

술도 사내가 미리 가져온 병에 반을 따라주어야 했다.

레이먼이 설명했다.

“펄먼 패거리일세. 양아치들끼리 세력을 만들어 왕처럼 군림하고 있지. 목숨 걸고 얻어낸 좋은 음식의 절반은 저놈들한테 상납해야 하네.”

“간수가 그냥 보고만 있습니까?”

“간수들로서는 굳이 건들 이유가 없네. 저들이 알아서 죄수들을 굴종시키니, 간수들은 할 일이 더 줄지. 그래서 저 패거리는 작업에도 안 가고 몇몇은 사슬도 차지 않네.”

“그래도 됩니까?”

“그래 봤자 중무장한 간수들한테는 안 되니까.”

펄먼.

잘 기억나는 이름은 아니었다.

‘별로 강한 놈은 아닌가.’

크레이 사가에는 상대해야 할 적이 많고, 그 모두를 일일이 기억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니면 원래 게임에서도 등장하지 않거나.

어느쪽이든 이안과는 별 관계 없는 이야기였다.

신경을 끈 이안이 나머지 죽을 퍼먹으려 할 때, 문제가 생겼다.

“시, 싫어!”

“…… 뭐라 했냐?”

“싫다고! 왜 내가 목숨 바쳐 받은 음식을 너희 같은 양아치들한테 뺏겨야 하는데!”

죄수 대부분은 펄먼 패거리에 굴복했다.

하지만 개중에는 갓 들어왔거나, 아니면 삶에 희망을 완전히 접은 이들이 반발하기도 했다.

잃을 게 없는 사람은 무서운 법이니.

하지만 힘없는 용기는 무모함과 다른 바 없다.

패거리의 간부가 목을 뚜둑 풀었다.

“요즘 들어 너무 풀어준 거 같다. 그치?”

“무슨…….”

짝!

사내가 죄수의 따귀를 올려붙였다. 패거리의 다른 이들이 죄수의 양팔을 붙잡았다.

짝!

“끄악!”

다시 한번 따귀가 작렬하고. 단 두 대만에 죄수의 얼굴은 엉망이 되었다.

그제야 잠깐 솟았던 용기가 바닥난 죄수가 애원했다.

“죄, 죄송합니다. 제가 잠깐 돌았었나 봅니다.”

“그러게 죄송할 짓을 왜하나. 아무튼, 너가 미안하다고 했으니까. 벌 받는 것도 안 억울하지?”

“…… 네?”

짝! 짝! 짝! 짝!

사내가 연달아 따귀를 때렸다.

타격음이 식당 안에 메아리쳤다.

죄수들은 손을 멈추고, 그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비명을 지르던 죄수도 언젠가부터 반응이 없다.

하지만 사내는 손을 멈추지 않았다. 축 늘어진 죄수를 붙들고 놓아주지 않았다.

정말로 죽이기라도 할 모양새였다.

‘정말 간수들은 모른 체하는군.’

잔인한 폭력에 이네스는 언짢은 기색을 보이고, 레이먼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었지만, 그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이곳의 모두가 그랬다.

눈앞에 잔인하게 죽어가는 동료를 보며 새삼 자신의 비참한 처지를 실감하는 거다.

따귀를 때리던 사내가 말했다.

“자. 잘 봐. 우리한테 개기면 이렇게 되는 거야.”

다른 죄수들한테 제대로 공포를 새기기 위해서는 화려한 마무리가 필요했다.

“야. 다리 붙잡아.”

사내들이 죄수의 팔과 다리를 붙잡았다.

“자, 하나, 둘 하면 알지?”

“옙!”

붙잡은 죄수를 마치 그네처럼 앞뒤로 몇 번 휘두르더니, 그대로 손을 놓아 버렸다.

축 늘어진 죄수의 몸이 힘없이 날아갔다.

“하하! 잘 가라고!”

죄수들은 사내와 그 패거리의 잔인함에 경악했다.

이제 날려진 저 죄수는 얼마 안 가 벽에 부딪혀 그대로 뼈가 부러져 죽을 것이다.

차라리 목이 부러지면 낫다.

최대한 빨리 죽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어중간하게 숨이 붙어 계속 고통을 느끼게 된다면…….

어쨌든.

사내의 의도는 성공했다.

앞으로 한동안은 죄수들이 자신들의 말에 거역하는 일은 없을 터였다.

하지만 사내가 생각하지 못한 한 가지가 있었다.

그들이 죄수를 던진 방향에 딱 이안이 있었다는 것을.

급하게 날아오는 죄수를 어떻게든 받아내려는 레이먼을 뒤로 밀친 이안이 조용히 일어섰다.

그대로 팔을 앞으로 뻗었다.

텁!

죄수가 이안의 팔에 붙잡혔다.

마치 원래 제 제자리를 찾기라도 하듯, 너무나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동작이었다.

하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안은 자연스레 팔을 비틀었다.

날아온 죄수의 몸이 공중에서 한 바퀴를 깔끔하게 돌고.

바닥에 멋들어지게 착지했다.

그 모든 일을 해낸 이안은 제자리에서 단 반걸음만을 물러났을 뿐이다.

회전을 이용해 충격을 다 흘려보낸 것이다.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날아가던 사람을 혼자서 받아내다니.

죄수들은 물론, 패거리들도 눈을 부릅뜬 채 입을 다물고 있었다.

정작 그 일을 해낸 이안은 다시 자리에 앉아, 죽을 퍼먹으며 중얼거렸다.

“아침보다 좀 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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