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메타버스 코인재벌-3화 (3/200)

3화

* * *

멍하니 휴대폰을 바라보던 내 뒤로 다가온 최수영 선생님이 갑자기 말을 걸었다.

"어? 수학 쌤도 코인 하시네요? 그런데 이게 뭐야? 넥시트코인 4만……. 읍!"

나도 모르게 최수영 선생님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았다.

최수영 선생님도 나도 당황한 채 두 눈만 끔뻑끔뻑 서로를 마주 보게 되었다.

한국사 선생님이 그런 우리를 보고 물었다.

"거기 수학 쌤하고 국어 쌤은 갑자기 뭐 해요?"

나는 다급히 최수영 선생님의 손목을 잡고 일어났다.

"저희 1층에서 커피 한잔하고 올게요!"

최수영 선생님의 손목을 잡고 교무실을 빠져나가는데 뒤에서 선생님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 두 사람 언제 저런 사이가 됐어요?"

"오우, 대박 사건. 사내 연애인가? 여태까지 비밀로?"

"근데 수학 쌤 준중형 타고 다니던데? 둘이 수준이 맞나?"

* * *

학원 건물 1층 커피숍에 앉자 최수영 선생님이 참았던 말문을 터뜨렸다.

"쌤, 넥시트코인을 4만 개 가지고 있어요? 언제 산 거예요? 지금이 고점일지도 모르는데 최근에 12억을 넣진 않았을 테고……."

"그게, 저도 이게 무슨 일인지 잘 모르겠네요. 이건 그냥 친구한테 빚 대신 받은 코인인데……. 수영 쌤, 아까 본 건 다른 사람들한텐 비밀로 해줄 수 있어요?"

"왜요? 친구분이 얼마에 매수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엄청 좋은 일 아니에요? 도대체 얼마 버신 거예요? 3억? 4억? 설마 6억 이상?"

아니, 그런 수준이 아니다.

처음 받을 땐 2백만 원어치였으니까.

"수영 쌤이 이미 봐버리셨으니까 솔직하게 말씀드릴 테니 다른 사람들한텐 절대 말하지 않는다고 약속해 줄 수 있어요? 이 일로 일상이 깨지고 싶진 않아요. 무슨 말인지 아시죠?"

최수영 선생님은 이내 특유의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음, 좋아요! 우리 둘만의 비밀이네요? 하하핫. 아무튼 축하드려요, 수호 쌤. 이거 언제 파실 거예요? 좀 더 오르기를 기다렸다가 파실 건가요?"

"일단 상황을 좀 지켜보려고요."

"맨입에는 비밀을 못 지켜드리겠고, 어때요? 오늘 와인 한잔 사주시나요? 아, 코로나 때문에 우리 수업 끝나면 문 여는 집이 없구나. 주말에 어때요? 못해도 몇억은 번 것 같으니 그 정도면 비밀값으로 싼 것 같은데."

"좋아요. 이번 주 토요일에 와인 사드릴게요. 저도 지금은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

* * *

강의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나는 그제야 본격적으로 넥시트 코인에 대해 검색해 보기 시작했다.

현재 시가 총액 120억.

발행량은 총 40만 개.

여전히 잡코인 수준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중 10퍼센트를 내가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코인 정보 페이지에 들어가자 소개 글에는 이해할 수 없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넥시트코인은 2021년 12월 31일 현 메타버스 서비스 종료 후 새롭게 오픈될 메타버스의 공식 디지털 통화(Currency)로 사용될 예정입니다.]

[발행량은 2021년까지는 400,000개로 고정되며 2022년부터는 추가로 채굴이 가능합니다.]

[채굴 방식은 2022년 공개 예정이며 이 코인은 2022년 공개될 N마켓(넥시트코인마켓)에서 유일한 결제 수단으로 사용될 것입니다.]

오후에 교무실에서 선생님들이 얘기했던 대로 애초에 상장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코인이었다.

50원짜리 40만 개면 시가 총액이 2천만 원.

시총 2천만 원인 코인이 한 달 전 이미 세계 각국의 유명 거래소마다 모두 상장되어 있었다.

"그래. 이건 말이 안 되지. 애초에 이런 게 어떻게 상장이 된 거야?"

검색창에 넥시트코인을 검색하자 수없이 많은 영상과 게시글들이 나왔다.

모두 업로드된 지 일주일이 채 안 되는 것들이었다.

나는 우선 가장 많은 조회 수를 가진 영상 하나를 틀어보았다.

- 안녕하십니까, 코인 투자자 여러분들. 오늘 놀라운 코인 하나를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바로 이 넥시트코인이라는 종목인데요. 그 안에 담긴 내용이 아주 어마어마합니다.

유튜버는 각종 자료 화면을 띄우며 계속 설명을 이어 갔다.

- …그래서 핵심은 올해 12월 31일에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 끝난다는 겁니다. 종말이죠. 우리는 그 후에는 새로운 세상에서 살게 될 거랍니다. 그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죠. 여기서 중요한 사실! 이 넥시트코인이 바로 그 새로운 세상의 공식 디지털 통화가 될 거라는 이야기에요.

종말론과 관련된 자료화면들이 지나가고 이번엔 넥시트코인의 차트가 화면에 띄워졌다.

- 와, 씨. 설명하면서도 참……. 이게 말이 됩니까? 이게 지금 이 넥시트코인 열풍의 내용이에요. 이런 말도 안 되는 코인이 갑자기 세상에 나타나서는 지금 미친 듯이 가격이 오르고 있단 말입니다.

유튜버가 다시 화면에 모습을 드러냈다.

- 아, 이 정도면 우리가 믿는 코인 시장, 이젠 망조가 보이는 건가요? 끝난 건가요? 여러분. 우리는 이런 코인 시장에 계속 투자를 이어 나가야 하는 걸까요? 제 대답은 Yes입니다. 단, 넥시트코인은 빼고요. 이거 백프로 거품입니다.

유튜버는 책상 위에 놓여있던 넥시트코인의 심벌을 집어서 뒤로 던져버렸다.

- 살다 살다 이런 식으로 장난질하는 코인은 처음 봐요. 여러분은 이 넥시트코인은 잊으시고 차분히, 원래대로! 투자를 이어 나가시면 되겠습니다. 괜히 이 코인 잘못 건드렸다가는 한순간에 나락 갑니다.

또 다른 게시글을 찾아보자 그곳에는 메타버스에 관한 내용이 자세히 적혀 있었다.

글을 읽으며 스크롤을 서서히 내리던 나는 점차 등에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허염환 이 자식! 도대체 뭐야?"

허염환이 중학교 때부터 계속 나에게 해왔던 이야기들.

그 이야기가 최근 일주일간 여러 매체를 통해 급속히 퍼져 나가고 있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메타버스 속 세상이고, 올해 말이면 이번 메타버스의 세계관이 끝이 난다.

내년엔 새로운 시스템의 메타버스가 등장하게 될 텐데, 그 속의 캐릭터는 그대로 유지가 된다.

현재 가장 유력한 가설은 메타버스 간의 콜라보레이션이다.

내년부터 다른 메타버스와의 콜라보레이션이 진행되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질 것이다.

정확한 출처를 알기도 힘든 이런 이야기들이 갑자기 세상을 떠들썩거리게 만들고 있었다.

게시글 몇 개를 훑어보던 나는 휴대폰을 집어 들고 거친 손놀림으로 허염환에게 전화를 걸었다.

-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이오니…….

"뭐야! 이 자식 어떻게 된 거야!"

이미 밤 12시가 넘은 시각이었지만 나는 주저 없이 차를 몰고 인천으로 향했다.

그 녀석이 아직 옛날 집에 살고 있지 않을 확률이 더 높았지만 그래도 지금은 그 집으로 찾아가 보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떠오르질 않았다.

* * *

인천 간석동 오래된 주택촌.

허염환의 집 앞에 도착한 나는 다시 한번 좌절하고 말았다.

[출입 금지(공가)]

주변 일대의 모든 집에 출입 금지라고 적혀 있었다.

재개발 예정지가 되어 이미 주민들은 모두 이주를 마친 상태인 것 같았다.

"이런 제기랄!"

갑자기 생긴 12억이라는 거금에 기뻐 날뛰어야 할 상황이지만 조금 전 집에서 찾아본 영상과 게시글들은 기쁜 마음을 저 깊은 심연까지 끌고 내려가 날뛰지 못하게 붙잡고 있었다.

별수 없이 다시 차를 향해 뒤돌던 내 눈에 작은 종이 한 장이 들어왔다.

허염환의 집 대문 문틈에 꽂혀있는 작은 종이.

나는 천천히 다가가 그 종이를 뽑아 펼쳐보았다.

그곳에는 허염환의 엉망인 글씨체로 이렇게 적혀져 있었다.

[수호야. 그거 웬만하면 1월 1일까진 팔지 마라.]

나도 모르게 주먹으로 허염환의 집 대문을 세게 쾅! 내리쳤다.

"나보고 뭐 어쩌란 거야, 이 자식아!"

* * *

다음날 나는 어지러운 마음을 정리할 틈도 없이 일상으로 돌아왔다.

당장 팔면 12억 넘게 현금화할 수 있는 코인을 가지고 있음에도 학원 수업을 마치고 바로 대리운전을 나갔다.

평소와 똑같이 행동하지 않으면 괜히 잡스러운 생각만 더 많아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건 명백한 나의 판단 미스였다.

만나는 손님마다 그놈의 넥시트코인, 넥시트코인.

세 번째 손님에게까지 넥시트코인 얘기를 들으며 집에 데려다준 나는 그 자리에서 그냥 택시를 불러 타고 집으로 들어왔다.

집에 돌아온 나는 다시 넥시트코인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물론 수많은 사람이 이런 허무맹랑한 종말론을 믿고 넥시트코인을 사 모으고 있는 건 아니었다.

이 코인과 관련된 종말론들은 하나의 불씨에 불과했고, 그 불씨를 보고 달려든 불나방들이 넥시트코인의 가격을 계속 상승시키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넥시트코인의 가격은 천정부지 계속 오르고 있는 것만은 아니었다.

매일 매일 큰 폭으로 널뛰기를 하며 세력들과 개미들을 들었다 놨다 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이익을 봤겠지만 또 반대로 수많은 사람이 고점에 물리고 저점에 팔기를 반복하며 가산을 탕진하고 있으리라.

그런 널뛰기 속에서도 결국 가파른 상승을 반복한 넥시트코인은 이제 개당 4만5천 원까지 올라갔다.

내 코인 지갑 속의 평가 금액도 하루 만에 12억에서 18억으로 상승했다.

허염환 그놈의 말이 계속해서 신경 쓰였지만 나는 결국 결심을 굳혔다.

12월 말 즈음이 되면 종말이 오지 않으리라는 우려 속에 넥시트코인 가격은 결국 바닥을 칠 것이다.

다시 십 원대로 떨어질 수도 있다.

그래.

메타버스고 나발이고 좀 더 들고 있다가 떡락하기 전에 현금화해서 나간다.

어디 그 전에 오를 대로 올라 봐라!

* * *

토요일이 되었다.

그날 이후 대리운전은 나가지 않았고, 이번 주는 학원 강의와 넥시트코인 검색으로만 시간을 보냈다.

어제저녁엔 한 시간 만에 4만 원에서 2만 원까지 떨어지는 등 큰 폭의 등락을 계속하면서도 넥시트코인은 결국 오늘 오전 9시 10분에 또다시 최고가를 경신했다.

개당 7만 원.

그리고 오늘은 최수영 선생님과 저녁 약속이 있는 날이다.

물론 데이트는 아니다.

썸도 아니지.

그저 비밀 유지의 대가로 직장 동료와 저녁 한 끼 함께하며 간단히 와인 한잔 먹는 것뿐이다.

그런데 뭘 입지?

한참을 고민하고 입고 벗고를 반복하던 나는 결국 평소 학원 출근 차림대로 간단한 캐주얼 수트를 입었다.

약속 장소는 청담동이었다.

뭐 얼마나 비싼 음식을 먹으려고 청담동까지 불러내나 싶었지만 사실 뭐 음식이 비싸 봐야 얼마나 비싸겠는가.

넥시트 코인은 차치하고라도 내 거래소 계정엔 이제 3억이 훌쩍 넘는 돈이 들어 있었다.

건강과 수명을 담보로 리더이움에 일 년 반 넘게 도박을 한 결과물.

"수호 쌤!"

약속 장소인 청담동 화랑거리에서 십여 분을 기다리자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반가운 목소리?

그저 직장 동료의 목소리일 뿐인데.

"수영 쌤!"

"오래 기다리셨어요?"

어? 이게 아닌데.

평범한 캐주얼 수트를 입고 있는 나와는 달리 최수영은 이제 제법 추운 날씨임에도 멋들어진 베이지색 트렌치코트에 예쁜 구두를 신고 나타났다.

고급스러운 코트, 니트, 치마, 구두의 색과 질감 모두가 조화롭게 어우러졌고 얼핏얼핏 보이는 액세서리와 시계 역시 굉장히 고가의 제품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역시 학원에선 일부러 검소하게 입고 다니는 거였어.

"오래 기다리긴요. 조금 전에 왔어요."

"수호 쌤. 우리 뭐 학교 선생님도 아닌데 밖에선 쌤 말고 다른 호칭을 쓸까요?"

"아, 그럴까요? 전 사실 학원에서도 선생님들이 쌤, 쌤 하고 부르는 거 아직도 어색해요. 하하하."

"어? 저돈데. 하하핫. 난 왠지 어른들끼리 쌤, 쌤 하는 거 좀 닭살 돋더라."

"맞아! 어색한 게 아니라 닭살 돋는다는 말이 더 맞겠네요. 그럼 이제 뭐라고 부르면 될까요? 수영 씨? 수영 님?"

"저는 수호 씨라고 부를 테니 수호 씨는 수호 씨 편한 대로 하세요."

"그럼 오늘은 쌤에서 씨로 호칭 통일하죠."

* * *

11월 27일 김수호 넥시트코인(NXT) 보유 현황

[보유량 40,000개]

[단가 70,000원]

[평가 금액 28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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