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메타버스 코인재벌-9화 (9/200)

9화

【 메타디펜스 】

"여기가 좋겠어요."

"바다도 보이고 집도 예쁘네. 엄마도 여기가 마음에 든다, 수호야."

"강남으로 이사 간 지 며칠이나 됐다고 다시 이런 깡시골이라니. 이게 뭐야, 오빠."

나는 다행히 무사했던 가족들과 함께 인천 강화도로 이사를 결정했다.

그놈들이 인구 밀도가 높은 곳을 침공 대상으로 삼는다면 한국에서 서울보다 위험한 곳은 없었다.

강화도에서도 한적한 동네에 있는, 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 주택이 특히 어머니와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물론 성희는 입이 삐죽 나와 있는 상태였다.

"강남이 위험하면 뭐 분당도 있고 수지도 있고 좋은 데 많잖아. 강화도라니. 오빠, 이럴 거면 차라리 원래 살던 인천으로 가자, 응? 여기서 도대체 뭐 하고 살아."

"여기도 인천이야. 그리고 성희 네가 그 괴물들을 TV로만 봐서 그래. 얼마나 위험하다고. 나중에 세상이 안정되면 얼마든지 다시 도시로 나갈 수 있으니까 당분간은 여기서 살자."

"흥. 그럼 아예 땅끝마을 같은 곳으로 가지 그래?"

"거긴 너무 멀어. 오빠 여기서 사업을 시작할 거야."

"갑자기? 무슨 사업?"

"채굴 사업."

놈들의 침공에서 가장 안전하면서도 인구가 밀집된 수도권에서 너무 멀지 않은 곳.

강화도는 많은 고민 끝에 결정한 새로운 보금자리이자 곧 창립될 나의 회사 '메타디펜스'의 본사 부지였다.

* * *

본의 아니게 한바탕 금속 쥐들과의 싸움을 치른 뒤 알게 된 사실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넥시트코인의 채굴 방식이었다.

서른 마리 정도의 금속 쥐를 죽이고 나니 코인 지갑에 1.5NXT이 새로 채굴되어 있었다.

한 마리를 잡을 때마다 0.05NXT 정도가 채굴된 셈이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이 사실에 대한 정부나 군의 공식 입장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서울에 나타난 그 많은 금속 괴물들을 다 처리했다면 꽤 많은 넥시트코인이 채굴되었을 텐데 그와 관련된 발표는 전혀 없었다.

반면 SNS에 종종 올라오고 있는, N마켓의 상품을 구매해 이번 위기를 탈출한 사람들의 이야기에는 대부분 넥시트코인이 채굴되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렇게 며칠간 돌아가는 상황을 유심히 확인해 본 내 결론은 이랬다.

N마켓에서 산 무기로 그놈들을 해치워야 넥시트코인이 채굴된다.

N마켓의 상품 중 가장 비싼 20,000NXT짜리 마그네타 검을 실수로 구매해 버린 마당에 이걸 이대로 썩힐 수는 없었다.

N마켓의 안내에 따르면 한번 구매한 상품은 타인에게 판매나 양도를 할 수도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써먹어야지.

모든 게 당황스러웠던 이번 전투에서는 20,000NXT짜리 무기를 사 1.5NXT를 벌어들인 게 전부지만 보다 적극적으로 사냥을 나서 채굴 효율을 높인다면?

그리고 이들의 침공 강도가 점점 거세진다면?

이 일은 충분히 고수익 사업 아이템이 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행성073의 침공으로부터 사람들도 구해 줄 수 있는 좋은 일 아닌가.

이 급변의 시기에 이보다 더 멋진 사업 아이템은 없었다.

게다가 첫 침공 이후 며칠 지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물가가 요동치며 오르고 있었다.

계속된 침공으로 서울이 붕괴되어 버린다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했을 때, 급격한 인플레이션으로 컵라면 하나에 1억 10억씩 하는 세상이 와버리면 지금 넥시트코인을 팔아 현금 몇십 조를 만들어 둔다 한들 무슨 소용이겠는가.

반면 N마켓의 무기와 치료 도구의 사용 후기가 SNS와 각종 매체를 통해 퍼져나가면서 넥시트코인의 시세는 또다시 급격히 상승해 개당 21억 원을 넘겼다.

N마켓에서 가장 비싼 상품을 실수로 구매하는 바람에 손가락을 자르고 싶은 충동을 느꼈었음에도 내 자산은 어느새 41조 원으로 다시 늘어나 있었다.

이대로라면 화폐 가치는 계속 떨어지고 넥시트코인의 가치는 계속 오를 것이다.

나는 구상한 신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우선 50NXT를 매도했다.

자본금 1,050억이 생겼다.

자, 사업자 등록부터 해볼까?

회사명은 '메타디펜스'.

* * *

이후 일주일이 넘도록 추가적인 침공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27년 인생 통틀어 가장 바쁜 일주일을 보내고 있었다.

강화도 3제곱킬로미터 부지의 땅에 나와 가족들을 위한 안전 가택 공사가 시작되었고, 조금 떨어진 곳엔 100제곱킬로미터 규모의 메타디펜스 본사가 미국 펜타곤을 본뜬 모양으로 건설되고 있었다.

인근 상가 건물 하나를 통째로 매입해서 사용 중인 메타디펜스 임시 사무실에서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채용된 직원들과의 회의가 진행되었다.

이번 회의 안건은 '빠르고 효율적으로 침공을 확인할 수 있는 방안'이었다.

"…세 번째로는 청계산에 부지를 매입해 군사 레이더를 설치하는 안을 준비해 보았습니다. 레이더는 독일 방산 기업 라인스틸 디펜스의 신제품으로 견적을 받아둔 상태이며 세부 스펙은 나눠 드린 보고서에 있으니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책상 위에 놓인 보고서는 군대에서나 봤던 그런 딱딱한 양식으로 작성이 되어 있었다.

"국방부의 승인 절차가 까다로울 수 있지만 국방부에서 진행 중인 '대 행성073 민간 대피 시스템' 구축에 대규모 투자금을 유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이미 국방부 관계자와 긴밀히 접촉해두었습니다."

방산 기업에서 스카우트된 한 부장의 레이더 관련 브리핑이 끝났다.

"좋아요. 세 가지 안의 구체적인 비용 계획을 재무팀에 전달하도록 하세요. 충분히 검토해 보겠습니다."

"어… 대표님, 저도 의견을 내도 될까요?"

앱 개발자 출신 IT 부서 직원인 김 대리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김 대리는 오늘 결정된 내용에 따라 바로 개발에 착수해야 할 사안들이 생길 수도 있기에 참고인 격으로 회의에 참석한 상태였다.

하지만 회의에 참석한 이상 누구든 자유로이 의견을 제시할 수 있고 이 회의가 끝나기 전에는 어느 누구도 그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은 낼 수 없다는 게 우리 회사의 회의 방침이었다.

나는 흔쾌히 김 대리의 의견도 들어보기로 했다.

"물론이죠. 말씀해 보세요."

"행성073의 침공이 시작되면 대표님께서 헬리콥터 전세기를 통해 그곳으로 바로 이동하실 계획이라고 들었습니다. 지난번 침공 때를 생각해 보면 하늘에서 운석처럼 떨어지는 비행 물체가 시민들에 의해 최초 관측된 이후 공격이 시작되기까지 10분 이상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잠시 한 부장의 눈치를 본 김 대리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 갔다.

"비행 물체를 최초 관측한 사람이 곧바로 우리에게 알려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다면 대표님께서 늦지 않게 현장으로 이동하실 수도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김 대리의 말을 듣고 있던 한 부장이 불만을 표현했다.

"아니, 언제 어디서 떨어질지도 모르는 비행 물체를 누가 24시간 동안 하늘을 쳐다보고 있다가 우리에게 알려준단 말입니까? 수도권 전 지역에 3교대로 보초라도 세워요? 그게 레이더 설치보다 싸게 먹힐 거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한 부장님, 반론은 회의가 끝난 후에 제기해 주세요."

"아, 네. 죄송합니다, 대표님."

김 대리가 말을 이어 나갔다.

"유성 발견 제보 앱을 만들어 수도권 모든 택시 기사님들에게 배포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최대한 간단하게 착륙 예상 지점 정도만 지도상에 표기해 제보할 수 있도록 하고 적절한 포상금을 제시하면 우리의 눈 역할을 365일 24시간 충실하게 이행해 줄 수 있을 겁니다."

괜찮은 것 같은데?

수도권 전체 하늘을 24시간 감시할 수 있다니.

"예상 비용은 어떻게 될까요?"

"포상금은 빼고 앱 서버 비용으로 일 년에 한 10만 원 정도요?"

"개발 비용은요?"

"그건 그냥 제가 직접 개발하면……."

김 대리, 승진 확정.

그때 갑자기 회의실 전화가 울렸다.

수신 버튼을 누르자 스피커에서 다급한 이혁진 실장의 음성이 들려왔다.

- 대표님! 수원 하늘에 미확인 비행 물체가 나타났습니다!

"바로 헬리콥터 준비시켜요!"

"오늘 회의는 여기서 마치도록 하죠. 김 대리님은 가능한 빨리 제보 앱을 만들도록 하세요."

"네! 대표님."

뭔가 조금 신이 난 듯한 목소리로 김 대리가 대답했다.

"그리고 한 부장님. 세 가지 레이더 구축안도 좋긴 한데 우선은 국방부와 컨택해 공군 경보 시스템을 우리 회사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세요. 새로 레이더를 설치하는 것보단 있는 걸 활용하는 게 낫겠죠. 뭐 정 필요하다면 그 대가로 비행장 하나 정도는 지어줄 수도 있다고 하세요. 그게 불발되면 그때 자체 레이더를 설치하는 논의를 다시 해보도록 하죠."

"네, 알겠습니다."

서둘러 회의를 마무리한 후 회의실 문을 열고 나오자 이혁진 실장이 태블릿 하나를 들고 내 쪽으로 뛰어오고 있었다.

"이것 보세요, 대표님! 수원 권선구 상공에 비행 물체가 떨어지고 있다는 최초 SNS 영상이에요."

태블릿을 확인하자 저 멀리 점처럼 보이는 빨간 물체가 떨어지고 있는 짧은 영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잘하셨어요, 이혁진 실장님. 근데 내내 SNS 모니터링하고 있었던 거예요?"

"네. 뭐라도 떠야 제 할 일이 생기니까요. 다들 바쁜데 저만 놀고 있을 순 없어서……."

"좋아요. 고생했어요. 어서 전략실로 이동하세요. 나는 바로 현장으로 갑니다!"

"네! 대표님!"

이혁진 실장.

전직 프로게이머.

몇 년 전 구단 감독까지 연루되었던 최악의 승부 조작 사건이 있었을 때 그 구단에서 유일하게 승부 조작에 참여하지 않았던 게이머이다.

그 사건이 터지기 전에 이미 방출되었는데 끝까지 승부 조작에 참여하기를 거부해 그렇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큰 화제가 되었었던 인물.

현재는 우리 메타디펜스의 전략 참모실장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작전 중에 내 휴대폰과 연결된 전략 상황실 태블릿을 통해 N마켓에서 내 코인으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유일한 직원이다.

물론 해킹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두 기기에는 외부의 어떤 침입이라도 감지가 되면 바로 연결이 끊어지도록 하는 강력한 보안 장치가 마련되어 있었다.

사무실에 가서 애증의 마그네타 검을 챙겨 들고 옥상에 올라가자 헬기는 이미 이륙 준비를 거의 마친 상태였다.

"출발하시죠."

아직 비행 신고조차 되어 있지 않았지만 그런 건 총무팀에서 알아서 할 일이다.

이미 다급히 비행 신고 절차를 밟고 있을 것이고 신고가 늦어져 과태료를 내라고 하면 내면 그만이다.

그렇게 나의 회사 '메타디펜스'의 첫 번째 채굴 작전이 시작되었다.

* * *

15분 후. 수원시청 인근 하늘.

"대표님, 저 아래 신문사 건물 옥상에 착륙하겠습니다."

"네, 그러세요. 이놈들 벌써 튀어나와 설치기 시작했네."

헬리콥터 아래에는 이미 금속 괴생명체들이 돌아다니기 시작하고 있었다.

신문사 건물 옥상에 헬기가 착륙하자 나는 바로 헬기에서 커다란 철제 가방을 몇 개 꺼내 바닥에 내려놓고 뚜껑을 열었다.

"전략실, 드론 바로 띄우세요."

내 목소리는 귀에 꽂고 있는 에이팟을 통해 바로 강화도에 있는 전략실 스피커로 울려 퍼졌다.

전략 참모실의 드론 조종사들이 서둘러 조종기를 들고 작동을 시작하자 이륙 준비를 마친 채 가방에 들어 있던 드론들이 하나둘 하늘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드론들에 의해 촬영된 영상은 전략 참모실의 대형 모니터들에 실시간으로 띄워졌다.

다시 헬리콥터에서 거대한 로프 뭉치를 꺼낸 나는 근처 단단해 보이는 파이프에 한쪽 끝을 묶고 로프 뭉치를 건물 아래 바닥으로 집어 던졌다.

"전략실, 채굴 시작합니다."

모든 준비를 마친 나는 한 손에는 마그네타 검을 들고 한 손으로는 로프를 잡은 채 몸을 날려 지상으로 뛰어내렸다.

몇 대의 드론은 나를 따라 땅으로 내려왔고 또 몇 대의 드론은 놈들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하늘 여기저기로 퍼져 나갔다.

- 대표님, 건물 우측 코너 뒤에 다수의 타깃이 보입니다!

에이팟을 통해 이혁진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케이, 갑니다."

* * *

1월 13일 김수호 넥시트코인(NXT) 보유 현황

[보유량 19,652개]

[단가 21억 원]

[평가 금액 41조 원]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