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메타버스 코인재벌-17화 (17/200)

17화

【 조우(遭遇) 】

명확한 의견은 내지 않고 중재만을 하던 한민국 국무총리가 처음으로 의견을 제시했다.

"일단 국무총리실은 메타디펜스의 활동이 우리나라에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물론 청와대도 같은 입장입니다. 코로나로 인한 추경으로 나라 재정이 바닥인 상황에 미국처럼 슈퍼 솔저를 만드느니 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한민국 국무총리는 나와 내 검을 잠시 바라본 뒤 말을 이어 나갔다.

"미군이 육성 중이라는 슈퍼 솔저도 여기 계신 김 대표님보다 강할 것 같지는 않군요. 메타디펜스와 국방부가 잘 협력하여 함께 침공에 대항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김 대표님 말씀대로 국민을 한 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다면 그 방향으로 함께 나아가야지요."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의 의견이 나온 이상 국방부도 지금까지처럼 막무가내로 우리 회사의 활동을 막아서진 못할 것이다.

"행안부도 같은 의견입니다. 서로의 활동에 방해가 되지 않고 더욱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국방부와 메타디펜스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됩니다."

지금껏 망설이고 의견을 내세우지 않던 주요 부서들이 이렇게 결정하게 된 데에는 어제오늘 뜨겁게 달아오른 여론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군에서 디펜서에게 총을 겨누고 그 활동을 제한하는 바람에 사상자가 늘어났다는 사실은 여론이 들끓기 충분한 사건이었다.

잠시 침묵을 지키던 국방부장관이 결국 입을 열었다.

"국방부에서는 군사 작전에 민간인이 관여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습니다."

응?

청와대 의견을 듣고서도?

"다만 행성073 관련 군사 작전은 메타디펜스사에 한해 공동으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메타디펜스 외 다른 어떤 민간단체도 더 이상 군사 작전에 참여하는 것은 허락할 수 없습니다."

아, 메타디펜스에 한해서 허락하는 게 마지막 자존심이라 이건가?

여기까지는 바라지 않았는데 국방부의 자존심이 오히려 우리 회사에 큰 득이 되었다.

이로써 대한민국에서는 우리 회사만이 독점으로 넥시트코인을 채굴할 수 있게 되었다.

생각지도 못한 소득에 내심 쾌재를 외쳤으나 나는 우리나라 안보의 한 축을 책임지게 된 회사의 대표답게 최대한 담담하게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메타디펜스도 국방부와 최대한 협력하며 괴수들로부터 국민을 한 명이라도 더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우선 자사의 자체 경보 시스템과 드론 촬영 영상을 실시간으로 수도방위사령부와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작전 지역에서의 드론 비행을 허가해 주신다면요."

이 정도 조건이면 충분히 욕심날 거다.

군에서도 드론 몇 기 띄우는 건 일도 아니겠지만 군부대가 현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우리 드론들이 괴수들의 위치를 다 파악하고 있다는 걸 저들도 모를 리 없다.

합참의장이 답했다.

"미리 등록된 드론에 한해 비행을 허가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그렇지.

"감사합니다."

이제 우리 메타디펜스는 자유롭게, 독점적으로 대한민국에서 채굴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 * *

1년 후.

메타디펜스 본사 건물 건축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그리고 작년 이맘때 개당 30억이었던 넥시트코인의 시세는 이제 42억으로 오른 상태이다.

내부 공사가 일부 끝난 본사 건물 회의실에서 2022년 실적 보고가 진행되었다.

"화면에 보시는 대로 2022년 채굴 활동은 74회가 진행되었고 총채굴량은 11,988NXT입니다. 침공의 세기가 점점 강해지면서 1분기 회당 평균 108개였던 채굴량이 4분기엔 평균 207개로 늘어났습니다. 연평균으로 따지면 채굴 1회당 평균 채굴량은 160개입니다."

기획 실장의 보고를 듣던 박강훈이 말했다.

"와, 우리 생각보다 출동을 많이 했었군. 이놈들 쳐들어오는 간격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은데 맞습니까?"

기획 실장이 답했다.

"맞습니다. 아시다시피 최근엔 3일에서 4일 사이에 한 번꼴로 침공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작년 초 주 1회 수준이었던 것에 비하면 침공 횟수가 많이 잦아졌습니다. 물론 매번 강도도 강해지고 있고요."

약간의 억양 차이만 남아 있을 뿐 이제는 완벽하게 한국어를 구사하는 라울이 말을 보탰다.

"지구에서도 피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으니 저들도 점점 마음이 급해지겠죠. 사람을 100명도 해치지 못하고 끝나버린 침공도 여러 번 있었잖습니까."

라울의 말대로 침공의 강도는 점점 세지고 있었으나 피해를 입는 사람의 수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었다.

수도권 모든 주요 시설엔 방호벽이 설치되었고 침공을 대비한 대피 장소도 대폭 확대되었다.

이제 수도권의 시민들은 침공이 시작되면 대부분 10분 안에 안전한 대피 시설로 몸을 피할 수 있게 되었다.

라울의 말을 들은 박강훈이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눈으로 얼핏 보기에도 박강훈의 주먹과 팔뚝은 돌처럼 단단해 보였다.

"그야 우리가 1년 전보다 훨씬 강해졌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박강훈의 말도 맞는 말이긴 하다.

1년 동안 벌어들인 수입으로 나는 3,200NXT을 신체 능력 강화에 추가로 사용하였다.

최수영은 오직 '운동 신경 강화'에만 1,920NXT를 더 사용하였고 라울과 박강훈도 각각 1,280NXT, 1,600NXT을 신체 능력 강화에 고루 사용했다.

채굴량에 비해 과도한 지출이 이루어졌지만 네 명의 디펜서들은 채굴 활동이 반복되면서 자신들이 짊어진 사람들의 목숨 무게를 체감하게 된 탓인지 자발적으로 넥시트코인을 신체 능력 강화에 계속 사용했다.

두 달 전엔 박강훈이 간발의 차이로 거대 괴수의 목을 따지 못해 눈앞에서 초등학생 두 명이 불에 타 목숨을 잃게 되자 그 자리에서 '힘, 체력 강화'를 두 번 연달아 결제해 인근의 괴수들의 목을 모두 단칼에 베어 버리는 일도 있었다.

그렇게 코인을 계속 사용했음에도 세 명의 디펜서는 1년 동안 수백 개 이상의 코인을 매도해 수익으로 가져가며 한화로 몇조 원 이상씩은 벌어들인 상태였다.

그리고 나는 총 코인 보유량이 다시 2만 개에 가까워지며 자산이 83조 원이 되었다.

물론 회사 수입으로 가져가고 있는 넥시트코인은 제외한 순수 개인 자산이다.

이미 타임지와 포브스지 표지를 한 번씩 장식하게 된 나는 전 세계 사람들 대부분이 알고 있는 재벌 사업가이자 영웅이 되어 있었다.

전략실장의 보고가 끝난 후 연구실장의 보고가 이어졌다.

"생포해서 조사 중인 괴수 세 마리의 신체 변화를 연구하던 중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미 다른 국가에서도 비슷한 의견의 보고서들이 나온 상태입니다."

연구실장의 이야기를 듣던 황동민 개발실장이 무언가 떠오른 듯 다급히 물었다.

"그게 무엇인가요? 뉴스에서 본 것 같은데, 혹시 늙지 않는다는 그건가요?"

"네, 황 실장님. 잡아 온 놈들 모두의 신체 변화를 1년 가깝게 체크하였는데 현재까지 그놈들의 모든 세포에서 '성장'이나 '노화'와 관련된 어떠한 변화도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비슷한 보고가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복잡한 세포 그림이 그려져 있는 화면을 띄우며 연구실장이 설명을 이어 나갔다.

"이놈들의 세포는 증식하지도, 성장하지도, 노쇠하지도 않고 1년째 그대로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단지 외부 자극으로 상처가 발생했을 때만 제한적으로 세포 증식이 이뤄지며 상처를 수복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나는 화면의 복잡한 세포 그림과 연구식들은 못 알아보겠지만 연구실장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대충 알아들을 수 있었다.

늙지도 죽지도 않는 금속 생물.

연구실장에게 문득 궁금한 점을 물어보았다.

"금속 같은 재질로 되어 있지만 로봇은 아니고 살아 있는 생명체라면서요. 그런데 성장하지도 않고 늙지도 않는다? 그럼 이놈들은 태어날 때부터 이 상태였단 말인가요?"

"그것까진 아직 명확히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로는 어느 시점에 세포 조직이 바뀌면서 성장과 노화도 멈춘 것으로 보이지만 정확히는 알 수 없습니다."

큰 눈을 잔뜩 찌푸리고 혼자 고개를 연신 갸우뚱하며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던 라울이 오랜만에 영어를 사용하며 소리쳤다.

"Philosopher's stone! It is alchemy!(현자의 돌! 연금술이네!)"

디펜서들은 급작스러운 라울의 영어를 알아듣지 못했지만, 라울의 말을 알아들은 연구팀장은 놀란 얼굴을 했다.

그리고 곧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연금술……. 기원전 유럽과 중국에서 연구되었던 연금술이 성공해 현자의 돌을 완성했다면 아마도 이런 걸 만들어낼 수도 있었겠죠."

연금술?

현자의 돌?

이게 무슨 말이야, 갑자기?

"연금술이요? 그게 무슨 말인가요? 좀 자세히 얘기해 주실 수 있어요?"

연구팀장이 망설이며 말을 꺼냈다.

"회의 석상에서 보고드릴 일은 아닙니다. 다만 저도 이 괴수들을 연구하며 중세 시대에 유행했던 연금술에 대한 서적을 몇 권 찾아보았습니다."

한숨을 한 번 푹 쉰 연구팀장이 말을 이었다.

"E.L. 홀름야드라는 학자가 구분한 고대 연금술의 한 줄기가 방금 라울이 말한 그것입니다. 금속 전환을 실현하여 사람에게 불로장생을 부여하는 힘을 가진 현자의 돌을 완성하는 것이죠. 이는 주로 중국에서 연구되었던 연금술의 한 종류라고 합니다. 서양에서는 연금술로 귀금속을 만들어 부(富)를 얻는 게 목적이었던 반면 중국의 연금술은 주로 불로장생에 그 목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당황해서 아무 말도 못 하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좌중을 한 번 돌아본 연구팀장은 그제야 고개를 크게 저으며 다급히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하하, 고대에 이런 연금술 연구가 있었다는 말이고요. 현대 과학으로 원소와 양자의 정체까지 밝혀낸 지금은 결단코 있을 수 없는 연구입니다. 다만 저 늙지 않는 금속 괴수들을 연구하다 보니 이런 내용에 잠시 관심이 갔던 것뿐입니다. 라울이 연금술을 알고 있다는 게 사실 더 놀랍습니다."

여러 개의 박사 학위를 가진 연구팀장이야 이 사실을 결코 받아들이고 싶지 않겠지만 이미 '메타버스 결합 상품 시대'에 살고 있는 마당에 연금술이라는 게 다른 행성에 실존한다고 해도 별 놀라운 일도 아니었다.

연구팀장이 말하는 원소와 양자까지 밝혀냈다는 그 현대 과학으로도 당장 이 마그네타 검의 작동 원리조차 알아내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최수영의 치유 장갑은 또 어떻고.

생각의 폭을 조금 넓혀보자 갑자기 무언가 머리를 번뜩 스치고 지나갔다.

"잠깐만요. 그 현자의 돌이라는 걸로 금속 신체와 불로장생을 실현할 수 있다면, 행성073의 물자가 턱없이 부족해졌다는 게 설명이 되네요."

순간 모두가 내 입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아, 뭐 그렇게 중요한 말은 아니고 그냥 추측일 뿐이다.

"행성073의 생물들이 늙지도 죽지도 않는 몸을 가지게 되었다면 073행성의 한정된 물자는 금세 바닥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겠죠? 개체 수가 줄지는 않고 늘기만 할 테니까요."

라울이 갑자기 손뼉을 치며 휘파람을 불었다.

"워후, 역시 미스터 킴. 천재 비즈니스맨다워요. 지금까지 들었던 얘기 중에 제일 그럴듯해요. 저들의 과학이 우리보다 발달해서 우리를 침공해 온 거라고는 생각 안 했거든요. 그럼 이렇게 어설프게 침공하진 않았을 거예요. 대표님 말대로 연금술에 성공했다면 저들의 과학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렀겠죠. 지구에 넘어올 수 있는 건 그저 시스템의 어떤 안배에 의한 거고, 저들은 우리보다 과학이 발전한 게 아닐 거예요."

최수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히려 그 불로불사를 이뤄주는 연금술 때문에 지금은 완전 망하기 직전인 상황일 수 있겠네요."

* * *

2023년 2월 6일 김수호 넥시트코인(NXT) 보유 현황

[보유량 19,842개]

[단가 42억 원]

[평가 금액 83조3천억 원]

김수호 N마켓 구매 내역

[마그네타 검 20,000NXT]

[힘, 체력 강화 7단계 2,540NXT]

[운동 신경 강화 7단계 2,540N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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