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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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했던 기사 셋과 아직 몸이 완전히 붙지 않아 움직임이 엉망이었던 다섯의 강철 인간을 모두 베어 넘기고 난 후 아군 진영을 보자 라울과 박강훈이 두 마법사를 거의 제압한 듯 보였다.
하나는 이미 쓰러진 상태였고 하나는 지팡이에서 붉은빛을 내뿜으며 저항하고 있지만 이미 여기저기 급소마다 최수영의 화살이 수십 발씩 꽂혀 있는 상태였다.
전투 흔적을 보니 남은 파티가 마법사를 구하기 위해 돌진하려 했다가 수방사의 집중 사격에 우리 진영 복판으로 돌격하는 것은 포기하고 인근 병력부터 차례로 해치워 나가려고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자주포의 포탄을 방패로 쳐낸 기사 하나가 빠른 속도로 질주해 검으로 자주포의 포신을 베어 버렸다.
뒤이어 다른 기사가 빠르게 다가와 다른 방향에서 날아든 포탄을 방패로 대신 막아주자 자주포를 무력화시켰던 기사는 그대로 자신의 방패로 옆에 있던 50밀리미터 기관포를 장착한 장갑차 지붕을 내려찍어 버렸다.
오랜 기간 훈련을 한 듯 제법 합이 잘 맞는 공격이었다.
하지만 어림없지.
나는 빠르게 몸을 날려 마지막 남은 파티의 뒤편으로 접근한 후 염동력으로 가장 뒤편에 있던 마법사를 끌어당기며 동시에 검으로 목을 베어 버렸다.
남은 기사 셋이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고 내가 끼어드는 바람에 수방사의 사격과 포격은 멈추게 되었지만 마법사의 지원 없는 기사 셋은 내 움직임을 결코 따라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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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실장님, 이번 강철 인간들도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10NXT인가요?"
나는 강철 인간들을 모두 처리한 후 이 실장에게 채굴 금액을 물었다.
"네, 맞습니다. 각각 10NXT씩 채굴되었습니다."
"이곳으로 5톤 윙바디 트럭 한 대 보내세요. 저놈들이 쓰는 무기 몇 개와 지팡이를 본사로 가져갈 계획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바로 근처에서 섭외될 수 있는 트럭 알아보겠습니다."
군부대도 큰 피해를 입었지만 어찌 되었든 이번 침공도 무사히 잘 막아낼 수 있었다.
저들은 지하 벙커에 갇혀 있던 가스파르를 구출해 내지 못했고 마법사 한 명과 기사 한 명이 새롭게 포로로 붙잡혔다.
이번에도 심문은 군부대에 맡기기로 하고 우리는 그들의 무기 몇 개만 챙겨가기로 했다.
며칠 전엔 박강훈의 조언에 따라 군에서 심문하도록 포로를 양보했었으나 오늘 보니 저 포로들을 본사로 데려갔다가는 구조대에 의해 회사가 쑥대밭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본사 건물에 이미 충분한 침공 대비 시설은 갖추어져 있지만 어쨌든 그곳은 그저 열심히 일하는 회사원들이 지내고 있는 곳이 아닌가.
나는 철퇴쟁이 가스파르와의 면접을 요청했고 수방사령관이 직접 나와 동행하여 지하 벙커로 내려갔다.
"와, 언제부터 이런 시설을 갖추고 있었던 건가요?"
지하 벙커 안은 생각보다 넓었고 거대한 격실 여러 개가 쭉 이어져 있었다.
격실들은 거대한 유리창으로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게 설계되어 있었고 유리창은 대충 눈으로 보기에도 무척 두껍고 단단해 보였다.
사령관이 뿌듯해하는 얼굴을 하고 대답했다.
"하하하. 큰 규모에 놀라셨나 보군요. 여긴 원래 있던 시설을 개조하여 만들었습니다. 이곳에서 금속 괴수들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었죠. 하지만 여긴 임시 시설일 뿐이고 본격적인 연구, 수용 시설이 관악산 중턱에 새로 건설 중입니다."
생각보단 빨리 이런 시설을 갖췄구나 하는 마음에 물어본 것뿐인데 뭐 이렇게까지 뿌듯해하지?
이거보다 몇 배는 큰 시설이 우리 본사에 몇 개씩 있는데.
사령관의 안내에 따라 한참을 더 깊이 내려가자 가스파르가 갇혀 있는 격실이 보였다.
여유로운 걸음으로 사령관과 함께 자신에게 다가오는 나를 본 가스파르가 인상을 구겼다.
"설마 구조 작전이 실패한 건가?"
"응."
"하하하. 상관없다. 어차피 너희들은 우리를 당해 낼 수 없을 것이고 난 때가 되기를 기다릴 뿐이다."
"표정은 많이 아쉬워하는 표정인데?"
"이곳에서의 하루하루가 지루할 뿐이다.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좀 묻고 싶은 것이 있는데 말이야."
"강한 인간. 너에게라면 얼룩덜룩한 옷을 맞춰 입은 이곳의 하찮은 군인들에게보다야 협조할 의향이 있다. 우리는 강한 자를 존중한다."
"너희가 타고 오는 축구장은, 아니 비행 물체는 땅에 처박히면서 다 부서지잖아. 한 번 착륙한 비행 물체가 다시 떠오르는 것도 본 적 없고. 그런데 고향 행성으로는 어떻게 돌아갈 계획이지?"
"넘어올 땐 배가 필요하지만 다시 돌아갈 땐 시스템이 만들어준 그 배 같은 건 필요 없다."
"그럼 어떻게?"
"그것까진 말해 줄 수 없다."
"뭐야, 나한텐 협조할 의향이 있다면서? 강한 자를 존중한다며?"
"하지만 말해 줄 수 없는 것도 있는 것이다."
"좋아. 그럼 협상을 하지. 거기 갇혀 있긴 하지만 그래도 두 다리 없이 지내는 건 너무 불편하지 않아?"
나는 무릎 아래로 잘려 있는 가스파르의 다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가 마법사 한 명을 생포했는데."
가스파르의 눈동자가 크게 요동치는 것이 보였다.
"그 마법사에게 네 다리를 치료해 달라고 할까 하는데, 그랬다가 갑자기 마법을 부려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 버릴까 봐 걱정이 된단 말이지."
"대답을 해주면 내 다리를 치료해 줄 것인가?"
"물론. 포로지만 뻔히 고칠 수 있는 다리를 불구로 놔두는 건 지구인의 방식이 아니야. 그렇죠, 사령관님?"
갑작스러운 질문에 사령관은 잠시 당황하다가 대답했다.
"그, 그렇다. 김 대표의 물음에 잘 대답하면 너의 다리를 치료해 주도록 하겠다."
가스파르는 한참을 고민한 끝에 입을 열었다.
"아무 때나 돌아갈 수는 없다. 마력이 쌓인 큐브를 이용해 차원 문이 열렸을 때 이쪽에 있던 사람들은 마법을 이용해 마법사의 탑에 있는 마법진의 좌표로 워프할 수 있다."
"너희들이 넘어올 때 열린다는 그 차원 문 말이야? 그럼 다음 침공이 일어날 때 돌아갈 수 있단 말이네?"
"그렇다."
"그 워프라는 건 너도 할 수 있는 거냐?"
"마법을 쓰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마법사들만이 할 수 있지."
"한 번에 돌아갈 수 있는 인원은?"
"마법사의 능력에 따라 다르다."
"혹시 거짓말이면?"
"말을 안 해주면 그만인데 뭐 하러 거짓말을 하겠는가. 나는 시엠브레 왕국 제4 기사단원으로서의 긍지를 가지고 있는 기사다."
"그래도 무턱대고 믿을 순 없으니 다리를 치료하는 동안 내가 함께 있겠다. 여차하면 이번엔 다리가 아니라 몸통을 갈라버릴 거야."
사령관이 놀란 눈으로 물었다.
"저놈들 둘과 한곳에 있겠다는 말입니까?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네, 괜찮아요. 마법사 포로를 이쪽으로 데리고 와주세요."
"알겠습니다. 우선 김 대표님 말대로 하죠."
사령관이 손짓을 하자 대화를 듣고 있던 상황병이 지하 벙커 상황실로 뛰어갔다.
나는 가스파르에게 궁금한 것을 마저 물어보았다.
"자, 이제 하나 더 묻자. 본격적인 침공은 언제쯤이냐?"
"그건 말해 줄 수 없다."
"협조할 의향이 있다더니 이건 뭐 다 말 못해 준다고 하네."
"이번 건 그런 게 아니다. 나도 모르기 때문에 알려줄 수 없는 것이다."
"본격적으로 침공하려면 큐브에 마력이 충분히 쌓여야 한다는 뜻이겠지……. 큐브에는 마력이 어떻게 차는 거지?"
"아마도 너희가 예상하는 대로일 것이다."
"지구인을 해치는 만큼?"
"그렇다."
"너희가 말하는 현자의 돌이란 게 마법사들이 들고 있는 지팡이 끝에 달린 수정인지 돌멩이인지 그걸 말하는 거냐?"
"그 수정은 그저 마법 도구일 뿐이다. 현자의 돌이라는 것은 그런 조잡한 물질이 아니다. 하지만 그 수정 역시 현자의 돌이 있었기에 만들 수 있었지. 나도 궁금한 것이 있다. 네가 들고 있는 그 검. 무엇이든 베어 버리는 그 검은 어떻게 구한 것인가? 직접 연성(鍊成)한 것인가?"
"샀어."
"샀다?"
"응."
"…표정을 보니 거짓은 아닌 모양이군. 그런 걸 가진 자가 지구에 많은가?"
"너도 꽤 많은 정보를 줬으니 나도 솔직히 대답해 주자면, 이 검 많이 비싸."
"비싸다라……."
"그래. 많이 비싸."
나는 가스파르와 몇 개의 질문을 더 주고받은 후 팔다리가 두꺼운 쇠사슬로 묶인 채 내려온 마법사가 가스파르의 다리를 고쳐주는 것을 끝까지 지켜보고 나서 부대를 빠져나왔다.
우리가 타고 왔던 헬리콥터는 다른 디펜서들이 타고 돌아갔기 때문에 수방사에서 군용 헬기 한 대를 내주어 그걸 타고 강화도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
한편, 오늘 전투 과정에서 어지간한 군의 포탄이나 대포가 저놈들이 들고 있는 방패에 허무하게 막혀버린다는 사실이 군 사령부를 혼란에 빠지게 만들었다.
벼룩 잡느라 초가삼간 태울 수 없듯 외계에서 온 강철 인간 몇 명을 잡기 위해 무슨 폭격을 때린다거나 탄도 미사일을 발사할 수도 없는 노릇.
그런 공격은 추후에 저들이 대규모로 상륙했을 때나 가능할까, 지금처럼 지속적인 국지 전투가 벌어지는 상태에서는 선택할 수 없는 옵션이었다.
특히나 오늘 같은 경우, 우리 디펜서들이 없었다면 전투에서 패하고 포로를 빼앗겼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래서인지 강철 인간들이 지구에 나타나기 시작한 이후 우리를 대하는 군 사령부의 태도가 꽤 달라져 있었다.
원리 원칙을 따지고 자존심 높은 곳에서 지금 나 한 사람의 퇴근을 위해 군용 헬리콥터를 빌려주다니.
회사로 돌아오자 이혁진 실장이 이미 세 명의 디펜서에게 채굴 코인 배분 브리핑을 마친 상태였다.
내가 회의실로 들어서자 처음부터 다시 브리핑을 진행하려고 하는 이 실장을 말리고 코인은 그냥 그대로 배분하도록 지시했다.
대신 나는 세 명의 디펜서에게 질문했다.
"어때요, 다들? 그놈들이랑 붙어보니."
내 질문에 박강훈이 먼저 답했다.
"생각보다 까다로운 놈들인 것 같습니다. 덩치도 큰 놈들이 그 푸른빛이 연결된 상태에서는 너무 빠르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금속 괴수들보다는 확실히 연금술인가 뭔가로 신체 단련에 공을 들인 건지 제 화살이 박히는 깊이도 달라요. 다행히 박히긴 하는데 너무 얕게 박혀서 치명상을 못 입히는 느낌이에요."
그 치명상을 못 입힌다는 화살이 얼마나 대단한지 최수영은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군인들의 개인 소총의 화력은 그저 따끔함을 전해 주는 정도인 듯했고 155밀리미터 직사포도 방패로 막아내는 무시무시한 녀석들이다.
물론 포탄을 방패로 필사적으로 막아내는 걸 보면 그 포탄을 몸에 맞는 것까진 견뎌낼 수 없는 모양이긴 했다.
"미스터 킴, 어렵긴 하겠지만 우리도 이제 그놈들의 전투 방식에 맞춰 훈련을 해야 할 것 같아요."
"맞습니다, 라울. 이제 붙어봤으니 더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훈련법을 찾아봐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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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9일 김수호 넥시트코인(NXT) 보유 현황
[보유량 9,692개]
[단가 42억 원]
[평가 금액 40조 7천억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