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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코인재벌-25화 (25/200)

25화

* * *

행성073 시엠브레 왕국 기사단장 집무실.

제1 기사단장 가엘이 손에 들고 있던 금속으로 만들어진 찻잔을 그대로 구겨버리며 말했다.

"마법사와 기사들을 스무 명도 넘게 보냈는데 구출 작전에 실패했단 말이지?"

"네, 단장님. 정확한 상황은 알 수 없으나 작전에 투입된 대부분의 기사와 마법사들의 생체 신호가 끊겼고 두 명의 생체 신호만 감지된다는 보고가 마법사의 탑으로부터 조금 전 들어왔습니다."

"또 포로로 잡혔단 말인가!"

"그런 것 같습니다."

"이럴까 봐 내가 직접 가겠다니까, 이 답답한 노인네들 같으니라고. 대마법사님을 뵈러 가겠다. 준비해라."

"네."

전신에 얇으면서도 단단해 보이는 금빛 갑옷을 걸치고 있는 제1 기사단장 가엘은 집무실을 나와 수하 두 명을 데리고 마법사의 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동그란 원뿔 형태인 거대한 마법사의 탑에는 여느 건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문이나 창문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탑 주위로는 돌로 잘 다져진 바닥 여기저기에 다양한 크기의 마법진들이 새겨져 있을 뿐이었다.

가엘이 그중 한 마법진 위에 올라서자 바닥에 그려진 마법진에서 희미한 빛이 새어 나오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신분과 방문 목적을 밝히시오.

"제1 기사단장이다. 대마법사님을 뵈러 왔다."

-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가엘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허세에 가득 찬 겁 많은 인간들. 그냥 대문 하나 달아놓으면 얼마나 편해?"

잠시 후 마법진 사이사이에서 희미하게 새어 나오던 빛이 점차 밝아지며 가엘 일행을 감싸기 시작했다.

눈을 제대로 뜨기 힘들 정도의 빛에도 가엘은 눈을 잔뜩 찌푸리기만 한 채 전방을 노려보고 있었고, 잠시 후 눈을 괴롭히던 빛이 사라지자 그들은 탑 안에 들어와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제1 기사단장님."

"대마법사님은 어디 계시냐?"

"서고에서 독서 중이십니다."

"접견실로 가 있겠다. 내가 뵈러 왔다 전해라."

"네, 알겠습니다."

가엘과 그 두 수하는 4미터 전후의 키에 강철로 된 신체를 가지고 있었으나 지금 그들을 맞이한 시종은 지구인들과 똑같은 모습의 단백질로 이루어진 살결을 가지고 있었고 그 키 또한 지구인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접견실에 가서 앉자 시종들이 곧 따뜻한 차를 내왔다.

시종은 금속으로 된 거대한 찻잔을 두 손으로 들고 들어와 뒤꿈치를 들고 두 팔을 높이 뻗어 가엘 일행의 허리 높이쯤 오는 테이블에 겨우 올려주었다.

찻잔을 반쯤 비우자 대마법사가 씩씩한 걸음으로 나타났다.

가엘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대마법사에게 목례를 하며 예를 갖췄다.

"제1 기사단장 가엘, 대마법사님을 뵙습니다."

"마법사의 탑에 오랜만에 들르셨군. 앉으시게."

가엘이 자리에 앉으며 바로 입을 열었다.

"구조 작전이 실패했다 들었습니다."

"성질 급한 건 여전하구만. 서로 안부도 묻기 전에 본론이라니."

가엘은 주먹으로 자신의 가슴을 가볍게 탕 치며 말했다.

"이런 몸을 가지고 있는데 서로 안부랄 게 뭐 있겠습니까. 대마법사님은 이미 천 년 넘게 이십 대 청년의 모습이시지 않습니까."

"자네도 만만치 않으면서 그런 소리 말게."

"그러니 본론부터 가는 것이지요."

"허허. 그래.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지. 작전은 실패한 것 같네. 스무 명의 생체 신호가 끊어졌어."

"아직 두 명의 생체 신호는 남아 있다면서요. 우리 쪽의 피해도 컸으나 그 둘이 남아 가스파르를 구출하고 다음 차원 문 개방 시기를 기다리는 걸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희박하네. 그 말도 안 되게 강한 생체 신호의 인간이 작전 지역을 헤집고 다니다가 다시 자신의 성으로 돌아갔어."

"그놈. 그놈이 문제군요. 그래서 제가 직접 가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아직 본 병력이 넘어간 것도 아닌데 우리 전력을 그렇게 빨리 노출시킬 필요는 없지."

"그래도 포로는 구해 와야 할 것 아닙니까."

"늙지도 죽지도 않는 불사의 몸. 어차피 이주하게 될 지구에 먼저 좀 적응하고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아니겠나. 어찌 됐든 작전 중에 죽은 동료들에 비하면 포로로 잡혀 있는 게 훨씬 낫지. 그보다 내 생각엔……."

대마법사 사무엘이 차를 한 모금 마시며 온화한 미소로 가엘에게 말했다.

"행성062의 그 기사와 한번 붙어보고 싶은 거 아닌가? 엄청난 생체 신호를 내뿜으며 섬에 있는 자신만의 거대한 성에서 수많은 수하들을 데리고 살고 있는 그 기사 말일세. 그 기사는 침공이 시작될 때면 어김없이 자신의 성에서 달려 나와 자신의 왕국을 지켜냈지."

"그들의 생체 신호는 이곳 천민들의 것과 유사하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런 자에게는 전혀 관심 없습니다."

"내가 자네를 모르겠나. 수백 년 전 대륙 간 정복 전쟁 당시 자네가 보여준 압도적인 모습을 아직 생생히 기억하네. 하지만 전 대륙이 통일된 지금 자네를 만족시켜 줄 적수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고 있지 않은가."

"…조금 지루하긴 합니다."

"몇백 년을 참았는데 이제 고작 남은 몇 달 못 참을 리는 없잖은가. 보다 완벽한 밥상이 차려질 때를 기다리게. 자네에게 최고의 만찬을 준비해 주지."

"전장을 밥상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무슨 말씀이신진 잘 알겠습니다. 조금 더 기다리고 있도록 하죠."

"그리고 행성062의 그 기사가 자네와 붙어볼 만한 실력이 있는지는 내가 곧 몇 차례 확인해 보도록 하겠네."

"그건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직 고민 중이긴 하지만, 오늘 서고에서 책을 보다가 든 생각인데 그 기사를 먼저 쳐보면 어떨까 생각했네."

"그자의 성을 바로 치신다는 말씀이십니까?"

"아니. 우리가 기사와 마법사들을 그자가 있는 곳에만 보낸 게 아니라는 건 알고 있지? 마침 우리에게 곧 복종을 맹세할 것 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자들이 그 기사가 사는 곳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어. 첫 번째로는 그들을 이용해 볼까 하네."

사무엘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고 있던 가엘이 갑자기 큰 소리로 웃었다.

"하하하하!"

"왜 그러나?"

"아까 정복 전쟁 당시의 제 모습이 생생하다고 하셨지요? 지금 대마법사님과 대화를 하고 있으니 저도 정복 전쟁 당시의 일들이 생생하게 떠오르는군요. 대마법사님은 그때와 정말 하나도 변하지 않으셨습니다."

"전쟁이 다 거기서 거기 아니겠나. 하하하하."

* * *

"전쟁터가 다 거기서 거기 아닙니까. 하하하하."

보름 후 행성062 강화도 메타디펜스 트레이닝 센터.

잠시 쉬는 시간을 이용해 박강훈이 또 군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처음엔 말도 안 통하지, 또 나름 군인들이라고 서로 세 보이려고 하고 나라별로 부대별로 기 싸움이 장난이 아니었단 말입니다."

오늘의 주제는 파병 갔을 때 만난 외국인 친구들이었다.

"근데 어쨌든 소속과 국적은 달라도 같은 목적으로 파병 온 같은 편 아닙니까. 몰래 반입한 술에 고기 몇 점 구우면. 캬, 바로 그냥 위 아 더 월드지요."

박강훈의 말을 듣던 라울이 술과 고기 이야기에 눈빛을 반짝이며 나를 바라보았다.

"미스터 킴, 그런 의미에서 우리도 오늘 퇴근하고 위 아 더 월드 어때요? 요즘은 외근도 안 나가고 매일 트레이닝 센터에만 있으려니 좀이 쑤셔요."

"좀이 쑤신다는 그런 말은 또 어디서 배웠어요? 하하하. 그래요. 오늘 회식하죠. 벌써 보름째 우리나라엔 침공도 없고."

"그런데 수호 씨. 왜 그날 이후 우리나라만 침공이 없는 걸까요? 우리나라는 이제 완전히 포기한 걸까요?"

"글쎄요. 목적이 지구 침략인데 우리나라만 쏙 빼고 하겠어요? 분명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겠죠. 여긴 우리들 때문에 효율이 너무 안 나와서 잠시 배제(排除)한 걸 수도 있고요."

박강훈이 특유의 호탕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제 뉴스 보니 요즘 일본 쪽에 침공이 아주 거세졌다고 하던데. 기왕 쳐들어올 거면 이참에 일본 놈들부터 싹 쓸어 버렸으면 좋겠습니다, 아주."

"아무튼 찝찝한 느낌을 지울 수는 없네요. 일본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도 계속 침공을 당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이렇게 조용하다니."

라울이 손가락을 튕겨 딱 소리를 내더니 말했다.

"파병! 미스터 팍이 오늘 하루 종일 파병 갔던 이야기 하고 있었잖아요. 우리도 파병을 가면 어떨까요? 어차피 한국엔 괴수들이 출현도 하지 않고 있고 우리도 채굴을 못하고 있잖아요. 우리가 나서주겠다고 하면 많은 나라에서 돈 보따리 싸 들고 와달라고 할 겁니다."

"하하핫. 그럼 채굴도 하고 따로 보상도 받고 또 사람들도 더 구할 수 있고. 일석삼조네요?"

"라울도 수영 씨도 그렇게 생각해요? 안 그래도 그 문제로 관리자급 회의를 몇 차례 했는데 그랬다가 자리를 비웠을 때 우리나라에 침공이 이뤄지면 어쩌냐는 의견도 팽팽해서 아직 결정을 못 하고 있었어요."

"미스터 팍이 말했잖아요. 같은 목적으로 모이면 위 아 더 월드 아니냐고. 외계 행성 대 지구의 싸움인데 힘을 합칠 수 있으면 합치는 게 좋죠. 나는 인도 사람인데 미스터 킴한테 반해서 한국에서 디펜서 하고 있잖아요."

어휴, 설득력 있네.

그런데 나도 생각을 하지 않고 있던 건 아니었다.

"알겠어요. 오늘이 수요일이니까 이번 주말까지 한번 지켜보고 그때까지도 침공이 없으면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해외 활동을 검토할게요. 우리가 없을 때 한국이 침공을 당하더라도 한 번쯤은 군부대를 믿어보는 것도 괜찮겠죠."

"미스터 킴, 해외까지 나가려면 비행기가 있어야 하지 않아요? 내가 인도에 전화해서 전용기 한 대 싸게 팔라고 할게요."

"하하. 라울, 고마워요. 근데 이미 매입해 둔 전용기가 있어요. 다음 주면 받아요."

"벌써요? 미스터 킴은 그럼 해외 나가는 거 다 생각하고 있었던 거네요?"

"그런 셈인가요? 꼭 제 생각이라기보다는 회의 방침상 우리 회사 회의 시간엔 별의별 의견들이 다 나오니까요."

"보면 볼수록 대단해요, 미스터 킴은. 가장 강하지만 가장 현명하기도 한 사람 같아요."

"너무 띄워주지 말아요, 라울. 저 진짠 줄 알아요."

"진심입니다. 미스터 킴."

"하하. 됐어요. 오늘은 모처럼 좀 일찍 퇴근하고 강화도 밖에 나가서 회식할까요? 웨이팅이 좀 있을 수 있긴 한데 내가 인천 간석동에 끝내주는 고깃집을 알아요. 워낙 유명해서 인천 사람은 거의 다 아는 가게죠. 이제 씻고 얼른 나서면 저녁 손님 몰리기 전에 도착할 수도 있을 거예요."

우리는 서둘러 준비를 마치고 내 차로 인천 간석동을 향해 출발했다.

수도권 제2 순환 고속 도로를 타기 위해 초지대교를 건너 대곶으로 향하는 좁은 길을 달리는데 맞은편에서 시속 100킬로미터가 넘는 속도로 달려오던 차가 우리 옆을 지나쳐 갔다.

짙은 썬팅 필름이 붙어 있는 검은색 그랜드체로키였다.

박강훈이 인상을 쓰며 고개를 돌려 멀어져가는 차에 대고 말했다.

"이 좁은 길에서 뭐 저렇게 과속을 하는 거야?"

"그러게요. 뭐 급한 일 있나."

"어? 차 돌리네?"

박강훈의 말을 듣고 룸미러로 뒤를 바라보자 아까 그 차가 좁은 길에서 전진 후진을 반복하며 유턴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 * *

2월 23일 김수호 넥시트코인(NXT) 보유 현황

[보유량 9,692개]

[단가 42억 원]

[평가 금액 40조 7천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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