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메타버스 코인재벌-26화 (26/200)

26화

【 육상총대 】

"선루프 열고 누가 나오는데?"

박강훈의 말에 최수영과 라울이 뒤를 돌아보았고 나는 룸미러를 통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검은색 그랜드체로키를 확인했다.

자동차 지붕 위로 사람의 상반신이 나오더니 굵고 기다란 파이프 같은 것을 어깨에 짊어지는 것이 보였다.

"바주카포?"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 힘든 광경이었다.

도로 한복판에서 바주카포라니?

여긴 한국인데?

"미스터 킴, 속도 높여요. 저건 내가 막을게요."

라울이 뒷좌석 문을 열더니 C필러를 한쪽 손으로 잡고 가벼운 몸놀림으로 우리가 타고 있는 지프 글래디에이터의 짐칸으로 넘어갔다.

짐칸에는 디펜서 네 명의 무기들이 아무렇게나 실려 있었다.

라울이 방패를 들어 올려 왼팔에 끼워 넣는 것과 거의 동시에 바주카포 뒤편으로 강한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팔뚝만 한 로켓포는 순식간에 우리 차를 향해 날아왔다.

라울은 자세를 최대한 낮추고 방패를 수평에 가깝게 들어 올려 날아온 로켓포를 비스듬히 튕겨내었다.

라울의 방패에 궤도가 바뀐 로켓포는 한참 떨어진 들판에 꽂히더니 굉음을 내며 폭발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최수영이 창밖으로 몸을 반쯤 내보낸 뒤 라울에게 외쳤다.

"라울! 제 활 좀 주세요!"

어디 영화에서 본 건지, 저 상태로 활을 쏠 모양인가 본데, 당연히 라울은 최수영의 활을 집어줄 수 없다.

"수영, 자기 무기는 자기밖에 들 수 없어요. 하하하, 잘 알면서. 이리 나와요."

"앗, 헤헤. 그러네요."

라울이 웃으며 몸을 반쯤 빼놓고 있는 최수영에게 팔을 내밀자 최수영이 그 팔을 잡고 그대로 창문 밖으로 빠져나갔다.

그나마 날씬해서 라울의 손을 잡고 자연스럽게 창문 밖으로 빠져나갔지, 나나 박강훈이었다면 호기롭게 창밖으로 내보냈던 상체를 다시 차 안으로 구겨 넣었다가 차 문을 열고 나가는 민망한 상황이 연출될 뻔했다.

라울 옆에 내려선 최수영은 그대로 활을 집어 올린 후 화살통에서 화살 하나를 빼 시위를 당겼다.

탕! 타당! 탕!

뒤따르던 검은색 차에서도 양쪽 창문이 열리더니 우리 차를 향해 총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도로 한복판에서 진짜 저것들이 미쳤나!"

짧게 한마디를 내뱉은 최수영이 연이어 화살 두 발을 발사했다.

두 개의 화살은 각각 뒤따르던 차의 양쪽으로 날아가 총을 쏘아대느라 창밖으로 나와 있는 괴한들의 팔목 한가운데를 차례대로 꿰뚫었다.

"오우, 수영. 저 팔목을 맞힐 줄은 몰랐어요."

최수영이 다시 시위를 당기며 라울에게 물었다.

"그럼 이번엔 어디 차례일까요?"

"바퀴?"

"정답!"

최수영이 낮게 깔아 쏜 세 번째 화살이 물수제비처럼 아스팔트 위를 한 번 스치더니 운전석 쪽 앞바퀴에 그대로 꽂혔다.

검은 차는 순간적으로 크게 틀어지면서 그대로 도로를 이탈해 비탈에 처박혔다.

나는 차에서 내려 마그네타 검을 꺼내 들었다.

박강훈도 자신의 벌목도를 집어 들었고, 네 명의 디펜서는 천천히 검은색 차를 향해 걸어갔다.

"우리를 좀 우습게 본 느낌이 있긴 한데, 어쨌든 길 한복판에서 바주카포를 쏜 놈들이에요. 혹시 모르니 다들 조심하세요."

박강훈이 내 경고에 답하며 물었다.

"네, 대표님. 그런데 도대체 뭐 하는 놈들이길래 다짜고짜 우리를 공격한 걸까요?"

"글쎄요. 뭐 우리 회사가 어디 원한 살 일을 한 것 같진 않은데. 잡아서 물어보죠, 뭐."

짧은 대화를 나누며 괴한들을 향해 반쯤 다가가자 검은색 차의 조수석 문이 덜컥 소리를 내며 열렸다.

누가 나오려나 쳐다보고 있는데 차체와 열린 문틈 사이로 기다란 총구가 걸쳐지는 것이 보였다.

"다들 흩어져요!"

타다다당!

시끄러운 총소리와 함께 방금까지 우리가 있던 자리로 기관총이 난사되었다.

옆으로 몸을 날려 총알들을 피해 낸 나는 근처에 세워져 있던 자전거 한 대를 염동력으로 끌어당긴 후 검은 차를 향해 힘껏 날렸다.

쾅!

"억!"

자전거는 열려 있는 문을 강하게 가격했고 문 뒤에 자리 잡고 있던 괴한의 비명이 들려왔다.

사라진 총구와 비명을 확인한 나는 빠르게 차로 달려가 문짝을 베어버리고 안에 타고 있던 괴한을 끄집어내 한 손으로 높이 들어 올렸다.

차 안에 있던 다른 일당이 급히 나에게 총을 겨누려고 했으나 가볍게 휘둘러진 마그네타 검에 의해 그자의 총과 손가락이 함께 잘려 나갔다.

"Don't move."

나는 차 안에 있는 나머지 일당들에게도 검 끝을 겨누며 움직이지 말라는 경고를 하였다.

흩어졌던 나머지 디펜서들이 곧 차 주변으로 다시 모여들었다.

내 손에 붙들려 공중에 떠 있는 괴한을 보며 박강훈이 물었다.

"서양인이네? 미국 놈들인가?"

라울이 놈들의 얼굴을 유심히 살피며 대답했다.

"제가 보기엔 유럽 사람 같아요."

"라울? 그런 게 구분이 됩니까? 다 똑같이 생긴 코쟁이인데?"

"잘 보면 조금씩 생긴 게 달라요."

잠깐 박강훈과 라울의 대화를 듣느라 고개를 뒤로 돌리고 있던 나는 다시 괴한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물어보면 알겠죠."

나는 주머니에 있던 동시 통역기를 켜고 괴한에게 물었다.

"왜 우리를 공격한 거냐?"

"망할. 네놈들 싸우는 모습은 영상으로 확인하긴 했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고 강하군."

"왜 우리를 공격했냐고 물었다."

"의뢰를 받았을 뿐이다. 실패했으니 죽여라."

"의뢰? 뭐 킬러나 용병 그런 거냐?"

"더는 말하지 않겠다. 죽여라."

나는 디펜서들을 뒤돌아보며 말했다.

"죽이라는데 어쩔까요?"

박강훈이 답했다.

"데려가서 고문이라도 하면 입을 열지 않겠습니까?"

라울이 한발 나서며 박강훈의 의견에 반대했다.

"미스터 팍, 도로 한복판에서 바주카포를 쏜 놈들이에요. 프로인 것 같은데 고문한다고 입을 열까요? 그냥 죽여요, 미스터 킴. 이럴 땐 경고를 세게 해줘야 이런 놈들이 또 안 나오죠."

맨 뒤에서 우리의 대화를 듣던 최수영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휴대전화를 꺼내 들며 말했다.

"다들 무슨 소리예요, 지금. 경찰에 신고해야죠."

아, 그런가?

비현실적인 세상에 살다 보니 자꾸만 현실 감각이 떨어진다.

"마지막으로 묻겠다. 누가 보냈는지 말하면 이대로 풀어줄 수도 있다. 안 그러면 경찰에 넘긴다."

"말 못 한다."

최수영이 경찰에 신고한 후 경찰이 도착하기 전까지 우리는 놈들의 몸과 차 이곳저곳을 모두 수색해 보았지만 이렇다 할 정보는 얻지 못했다.

놈들은 흔한 휴대전화 하나 가지고 있지 않았다.

프로는 프로인 모양이었다.

* * *

처음엔 참고인으로 경찰서에 갔으나 우리도 상해 혐의로 조사받아야 한다는 말에 박강훈은 소리를 지르며 당신들 지금 누구 편이냐며 화를 냈고 최수영은 우리의 공격이 정당방위였음을 경찰들에게 열심히 설명했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고 앉아 있다가 국무총리실과 국방부에 직통 전화를 넣었다.

그제야 우리는 혐의 없음으로 풀려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의 디펜서 활동만 이미 1년이 넘었다.

법도 법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도로 한복판에서 내 차에 대전차포를 날린 놈들 손모가지 몇 개 날렸다고 교도소에 갈 수는 없지.

이래저래 오후 시간을 다 날려버린 우리는 계획되었던 간석동 회식을 취소하고 다시 강화도로 돌아와 회사 근처에 있는 단골 고깃집으로 향했다.

"수호 씨, 도대체 누가 우릴 노리고 그런 킬러들을 보낸 걸까요?"

"글쎄요. 아직은 알 길이 없네요. 뭐, 차차 알아봐야죠."

나이가 지긋한 고깃집 사장님이 반찬이 담긴 쟁반을 들고 오며 물었다.

"뉴스에서 보니 오늘 외국인들이 총을 들고 습격했다며? 다들 괜찮은 거야?"

"네, 뭐. 하하. 그러니까 고기 먹으러 왔죠."

"그렇네. 호호호. 하긴 감히 누가 우리의 영웅, 디펜서님들을 해치겠어. 고기는 뭐로 드릴까?"

라울이 답했다.

"돼지 모둠 두 개랑 소주 한 병, 맥주 두 병 주세요."

"우리 인도 총각은 점점 더 한국 사람 같아지네. 호호호."

"저 총각 아니에요. 하하하."

"내 눈엔 다 예쁘고 잘생긴 처녀, 총각들이야. 좀만 기다려요. 우리 영웅님들."

사장님이 다시 주방으로 들어가자 방금 고기 주문할 때까지는 사람 좋은 웃음을 짓고 있던 라울이 금세 표정을 굳히며 물었다.

"배후는 행성073일까요?"

"사실 지금까지는 그것 말고는 설명이 되지 않죠."

박강훈이 깜짝 놀라 소리치듯 물었다.

"강철 인간들 말입니까? 그놈들이 벌써 지구인들을 포섭한 겁니까?"

"아마 그놈들의 회유에 넘어간 세력이 어딘가 있지 않나 싶네요."

"어떤 미친 인간들이 그딴 말도 안 되는 회유에 넘어간 겁니까!"

"세상엔 미친 인간들도 많죠."

최수영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그럼 혹시 놈들의 밑으로 들어가는 조건이 우리를 처리하는?"

"그런 것 같아요."

"그럼 이젠 지구인들도 전부 우리 편은 아니란 거네요."

"제일 우려했던 상황이죠. 우리끼리 싸우는 거."

"그 킬러들은 어떻게 될까요?"

"아까 총리실과 통화했는데 경찰이 아닌 국가정보원에서 조사할 예정이래요. 응급 치료가 끝나는 대로 국정원에서 데려갈 모양이에요."

"국정원이라면 놈들의 정체를 밝힐 수도 있겠군요."

"어쨌든 우리도 따로 조사해 봐야죠."

* * *

주말까지도 우리나라엔 별다른 침공이 일어나지 않았고 추가적인 킬러들의 움직임도 없었다.

월요일 아침, 메타 디펜스는 미리 준비해 두었던 공문을 UN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지구방위위원회'에 발송했다.

메타 디펜스는 지금처럼 대한민국에 별도의 위협이 없을 때는 행성073으로부터 인류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활동의 목적으로 다른 국가에 지원을 나가겠다는 내용이었다.

얼마 전까지 행성073의 침공에 관련된 일은 UN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테러위원회에서 담당했었다.

그런데 우리가 강철 인간의 회유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전 세계에 퍼뜨린 이후 UN에서는 급히 '지구방위위원회'를 새로 출범하였다.

범세계적인 위기 상황인 만큼 지구방위위원회는 기존 UN 산하의 여러 위원회와는 달리 세계 각국에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된 강력한 기관이었다.

괜히 도와주러 다른 나라에 갔다가 채굴권 등과 관련된 골치 아픈 국제 분쟁에 휘말릴 필요는 없었기에 메타 디펜스는 우선 UN에 공문을 발송해 지구방위위원회의 중재 하에 그들이 정해 주는 나라로 지원을 떠날 계획이었다.

며칠 후 UN 지구방위위원회에서 논의 결과를 보내왔다.

메타 디펜스는 최근 침공의 강도가 급격히 강해진 일본으로 디펜서를 파견할 것.

일본 자위대와 긴밀한 협조를 통해 민간인의 안전 확보를 최우선으로 할 것.

일본 활동 과정에서 디펜서들이 얻는 모든 재화는 메타 디펜스의 소유로 할 것.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와 메타 디펜스에 각 800만 달러의 파병 보상금을 지급할 것.

* * *

3월 2일 김수호 넥시트코인(NXT) 보유 현황

[보유량 9,692개]

[단가 43억 원]

[평가 금액 41조 7천억 원]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