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화
* * *
나는 가까운 몬스터에게 빠르게 다가가 염동력으로 놈의 상체를 내 쪽으로 강하게 잡아당겼다.
이대로 상체가 내 쪽으로 쏠리며 넘어지면 그대로 마그네타 검으로 놈의 목을 베어버리고 다음 몬스터에게 달려들 계획이었다.
어?
깜짝 놀란 몬스터는 오만상을 찌푸리면서도 내 염동력에 넘어지지 않고 겨우겨우 버텨내며 나를 노려보았다.
내 힘을 버텨낸다고?
나는 상체를 당기던 힘을 풀고 바로 다시 놈의 다리를 강하게 잡아당겼다.
뒤쪽으로 힘을 주고 있던 몬스터는 갑자기 바뀐 힘의 방향에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었고 나는 빠르게 놈에게 쇄도하며 몸통을 반으로 갈라버렸다.
이렇게까지 힘이 좋으면 저쪽이 위험하겠는데?
쾅!
"윽!"
라울과 박강훈 쪽을 바라보자 몬스터의 방망이질을 방패로 막아낸 라울이 뒤로 한참을 날아가는 것이 보였다.
놀란 박강훈도 뒤이어진 방망이질을 가까스로 피해 내며 뒤로 물러섰다.
"수영 씨! 라울 다친 데 없는지 확인해 주세요! 박 상사님! 제가 그쪽으로 갑니다!"
빠르게 몸을 날려 박강훈의 앞에 선 나는 급히 외쳤다.
"너무 공격적으로 접근하지 말고 약점이나 빈틈이 보일 때만 움직이세요!"
탕!
퍼엉!
뒤쪽에서 총성이 울리더니 몬스터 한 놈의 머리통이 터져 나갔다.
"저격수들이 자리를 잡은 모양입니다. 우리도 움직입니다!"
나는 빠르게 적들의 중간으로 뛰어 들어가 몬스터들을 베어 넘기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라울이나 박강훈이 당하지 않게 하려면 내가 한 놈이라도 더 빨리 처리해야만 했다.
일부 4등급 괴수들보다 움직임은 느렸지만, 힘은 강철 기사들보다도 더 센 듯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지능이 있는 듯 서로를 도우며 합격을 펼치는 통에 확실히 괴수들보다는 상대하기가 까다로웠다.
높이 점프해 몬스터 한 놈의 머리를 베어버리는데 옆에서 다른 몬스터의 몽둥이 하나가 내 몸통을 노리고 휘둘러지는 것이 보였다.
급히 염동력으로 몽둥이를 밀어내자 어찌나 힘이 센지 내 몸이 반대 방향으로 한참을 날아가 버렸다.
정면충돌은 최대한 피하고 오로지 속도와 마그네타 검으로 상대해야겠군.
탕!
퍼엉!
다시 놈들에게로 달려가는데 갑자기 삐이이 하는 소리가 양쪽 귀를 강타했다.
머리가 깨질 듯이 불편한 고주파에 얼른 이어폰을 빼버리자 더 이상 그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뭐지? 다들 괜찮아요?"
아, 이어폰 빼버렸지.
이어폰을 빼버렸으니 크게 소리치지 않으면 내 목소리는 디펜서들에게 전달될 리 없었다.
디펜서들이 있는 쪽을 바라보자 모두 나와 같은 소리를 들었는지 황급히 이어폰을 빼며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기! 드론들이 떨어지고 있어요!"
최수영의 외침에 하늘을 보니 드론들이 일제히 구동을 멈추고 바닥으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뭐지?
코트 안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보자 이것도 먹통이 되어 있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은 눈앞의 몬스터들부터 처리하는 게 우선이었다.
탕!
퍼엉!
잠시 멈췄던 저격수들의 총소리도 다시 들려왔다.
"우선 몬스터들부터 다 처리합니다! 빠르게 놈들을 무력화시킬 테니 뒤따라오면서 마무리만 해주세요!"
통신이 다 끊긴 탓에 큰 소리로 외친 후 나는 다시 몬스터들에게로 몸을 날렸다.
마그네타 검 덕분에 힘으로 맞서려 하지만 않으면 거대한 몬스터들을 상대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나는 오직 속도에만 집중해 몬스터들의 팔과 다리를 닥치는 대로 베어버렸다.
라울과 박강훈은 그 뒤를 따르며 전투 불능이 된 몬스터들의 숨통을 마저 끊었다.
최수영의 화살과 저격수들의 유탄도 서로 경쟁하듯이 멀쩡히 서 있는 몬스터들의 머리를 노리며 날아들었다.
* * *
한 시간 후 육상총대 사령관실.
쿠라타니 후지로 사령관이 보좌관 한 명과 단둘이 은밀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초소형 이엠피 탄은 정상 작동되었나?"
"네 사령관님. 드론이 모두 추락하고 디펜서들의 통신도 완전히 끊긴 것이 확인되었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저격수들은?"
"실력이 뛰어나면서도 완전히 비밀을 지킬 수 있는 자들로만 선발되었습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새로운 대물 저격 소총의 첫 실전 사격도 성공적으로 잘 끝났습니다. 성능과 파괴력이 예상했던 것 이상입니다."
"기회는 한 번밖에 없네. 반드시 성공해야만 해. 계획에 어떠한 차질도 없도록 다음 침공 전까지 완벽하게 준비하도록."
"네, 사령관님. 그런데 오늘 테스트로 놈들이 의심하지 않을까요?"
"의심하겠지.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기회는 단 한 번뿐이야. 절대로 빈틈없이 모든 게 완벽해야 해."
"네, 알겠습니다."
"또 새로운 괴수가 나타났다던데, 디펜서 놈들은 잘 싸우던가?"
"짐승의 형태가 아닌 새로운 괴수가 나타났다고 합니다. 거대한 키에 이족보행을 하고 손에는 거대한 몽둥이를 들고 있었습니다. 몽둥이질 한 번에 건물 외벽도 부숴버리는 파괴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김수호 대표에 의해 대부분 전투 불능 상태에 빠져버렸다고 합니다. 김수호라는 자의 전투 능력이 상상 이상인 것 같습니다."
"풋. 지구에서 가장 강한 남자라고 하지 않는가. 하지만 그래봤자 인간일 뿐. 유탄을 머리통에 맞고도 살아남을 순 없을 것이다. 제깟 게 가장 강해 봐야 인간이다."
"물론입니다. 머리가 금속으로 된 몬스터들도 한 방에 터져 나갔습니다. 제대로 맞추기만 하면 김수호 대표는 그 자리에서 즉사할 것입니다."
"그다음도 중요해. 놈들은 반드시 괴수나 몬스터들과의 전투 중에 당한 것이어야 한다. 우리가 한 일임이 퍼져나가면 이후 계획에 큰 차질이 생긴다. 놈들이 한국에 있을 때 처리할 수 있었다면 이렇게 복잡한 계획은 세우지 않아도 됐을 텐데 말이야. 아, 그 한국에 보냈던 킬러들은 어떻게 됐나?"
"한국 국정원에서 아직도 조사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바닥에선 그래도 꽤 이름값을 하던 놈들입니다. 조사한다 한들 어떤 정보도 알아낼 수 없을 것입니다."
* * *
육상총대 디펜서 숙소 휴게실.
박강훈이 물었다.
"몬스터들이 왜 우리 전자 기기를 다 망가뜨리는 마법을 부린 걸까요?"
괴수들과는 달리 손도 사용하고 지능도 있는 것 같긴 했지만 무슨 마법을 부릴 것 같은 놈들은 아니었는데.
게다가 그놈들이 우리 전자 기기를 망가뜨려서 뭐 하려고?
라울이 박강훈의 질문에 답했다.
"그놈들이 한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렇다고 그냥 사고라고 하기엔 너무 이상하긴 해요."
"그렇죠. 라울 말이 맞아요. 분명 사고는 아니고, 제 생각에도 몬스터들이 그런 것 같진 않아요. 한국에서의 킬러 습격처럼 이번 일도 뭔가 배후가 있는 것 같은데."
최수영이 놀란 눈으로 나에게 물었다.
"배후요? 우리를 해치려는 그 세력?"
"아마도요. 어쨌든 뭔가 굉장히 찝찝한 상황이네요. 일단 다들 들어가서 좀 쉬세요. 저는 본사 전략실하고 통화를 좀 할게요."
디펜서들이 각자의 방으로 돌아간 뒤 나는 이시마 켄지 담당관에게 빌린 전화로 이혁진 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 네, 대표님. 이혁진입니다. 괜찮으십니까? 아깐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전자 기기가 모두 고장이 나버렸어요. 드론도 다 추락했습니다."
- 이엠피 공격이라도 당한 걸까요?
"아직은 확인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여기 일본 자위대에서도 적극적으로 수사해 주겠다고 했습니다."
- 우리 회사의 전문가들도 그곳으로 보내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바로 출장 준비시키겠습니다. 드론 장비들도 다시 다 보내드려야 하고요.
"네. 그렇게 해주세요. 기왕 올 거면 빠르면 빠를수록 좋죠. 저도 일본 쪽에 미리 얘기해 두겠습니다. 아, 그리고 우리가 사용할 휴대전화도 한 대씩 한국에서 개통해서 보내주세요."
- 네, 알겠습니다. 바로 준비해서 출장 인원에게 맡기겠습니다.
"초반까지는 드론 영상 확인했죠? 그 몽둥이를 든 몬스터놈들은 몇 코인짜린가요?"
- 8NXT 씩 채굴되었습니다.
"그래도 오늘 채굴이 꽤 됐겠군요. 알겠습니다. 우선 다음 침공 전까지 장비들을 다 새로 갖추어야 하니 서둘러주세요."
- 네, 알겠습니다. 내일 바로 본사 인원들이 도쿄로 들어갈 겁니다.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이 실장님은 전략실 지켜주셔야죠. 한국에 계시는 게 나을 것 같네요."
- 아, 네.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혁진 실장과 통화를 하는 동안 침대 위에 앉아 식빵을 굽고 있던 꽝이가 갑자기 창문 쪽으로 뛰어올랐다.
"하아아악!"
창틀에 올라선 꽝이가 창밖을 보며 털을 곤두세운 채 하악질을 시작했다.
"꽝이야, 왜 그래? 밖에 뭐 있어?"
꽝이를 따라 창밖을 바라보자 몇 명의 자위대가 우리 건물 옆을 지나고 있었다.
그중 한 사람의 얼굴이 낮이 있었는데, 우리가 일본에 처음 도착했을 때 공항에서부터 쿠라타니 후지로 사령관 옆에 항상 있던 그 보좌관이었다.
그런데 건물 옆을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 건 이게 처음이 아닌데 꽝이가 갑자기 왜 이러지?
"꽝이야, 왜? 저기 마음에 안 드는 사람 있어?"
나를 한번 올려다본 꽝이가 다시 창밖을 보며 하악질을 해댔다.
평범한 한국 고양이처럼 생겼지만 꽝이는 평범한 고양이가 아니다.
무려 N마켓의 랜덤박스에서 튀어나온 고양이. 그리고 꽝이 설명서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자신과 집사에게 적대적인 상대를 본능적으로 경계합니다.]
순간 표정이 굳어진 나는 꽝이에게 물었다.
"저기에 우리 적이 있구나. 그렇지, 꽝이야?"
"하악!"
"이거, 적진 한복판에 들어와 있었네."
똑똑똑.
"김수호 대표님, 이시마 켄지입니다. 잠시 들어가도 될까요?"
"네, 들어오세요."
이시마 켄지가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혹시 몰라 꽝이를 보았는데 꽝이는 이시마 켄지에게는 하악질을 하지 않았다.
여전히 창문 밖을 경계하고 있을 뿐이었다.
"조금 전 회의실에 다녀왔는데 작전 중에 손해 입으신 전자 기기들과 드론에 대해서는 육상총대에서 전액 배상하기로 하였습니다. 여기 종이에 파손된 품목들을 적어주시면 빠르게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아, 네. 감사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왜 그런 일이 벌어진 건가요? 그것도 우리가 있던 지역에만?"
"저희도 아직 원인을 찾지 못했습니다. 최대한 빨리 조사해서 알려드리겠습니다."
"네. 오늘 일로 우리 회사 전문가들도 일본에 들어올 예정입니다. 상부에 말씀해 주세요."
"아,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 번거롭게 해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켄지 씨가 죄송할 게 뭐 있어요. 그런데 켄지, 우리 주둔지 안을 한번 둘러보고 싶은데 혹시 차로 한 바퀴 구경시켜 주실 수 있나요? 물론 보안상 가면 안 되는 지역은 빼고요. 앞으로 여기 이치가야 주둔지에 얼마나 묵을지 모르는데 한 번쯤은 시설을 둘러보고 싶네요."
"아! 물론입니다! 제가 미처 그 생각을 못 했습니다. 제가 직접 운전하겠습니다. 언제 돌아보시겠습니까? 최수영 씨도 아, 아니 다른 디펜서님들도 함께 가십니까?"
"지금 할 일도 없는데 바로 돌아봤으면 해요. 다른 일행들은 제가 한 번 물어볼게요. 특히 최수영 씨요."
이시마 켄지가 자기 귀가 빨개진 걸 눈치챘는지 서둘러 방문을 열며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같이 가실 분들은 함께 나오세요. 저는 숙소 앞에 차를 대놓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감사해요."
이시마 켄지가 다급히 건물을 빠져나갔고 나도 방 밖을 나와 복도에서 크게 외쳤다.
"수영 씨, 부대 구경 안 할래요? 라울, 박 상사님도 혹시 가고 싶은 분 있으면 나오세요."
"저는 가겠습니다."
자위대 육상총대 주둔지의 모습이 궁금했는지 박강훈이 가장 먼저 문을 열고 나와서 합류를 요청했다.
뒤이어 최수영이 문을 빼꼼히 열고 머리만 내놓은 채 말했다.
"아, 나는 그냥 쉬고 싶은데. 이거 꼭 가야 하는 거예요?"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꼭 가야 하는 건 아닌데, 최수영 씨 팬이 지금 밖에서 들뜬 마음으로 드라이브를 준비하고 있어서요. 수영 씨는 웬만하면 같이 가는 게 어떨지?"
"아, 켄지 씨요? 지금은 만사 귀찮긴 한데……. 뭐 그래요. 저도 갈게요. 잠시만요. 옷 갈아입고 나올게요."
라울의 방에서 라울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스터 킴, 저는 일본에 팬이 없어서 그냥 숙소에서 쉽니다."
"네, 그러세요. 저희 셋이 다녀올게요."
나도 간단히 외투를 걸치러 방에 들어왔다.
가벼운 재킷 하나를 걸친 후 나는 꽝이를 안아 들었다.
"꽝이야 우리 나쁜 놈 찾으러 갈까?"
"애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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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8일 김수호 넥시트코인(NXT) 보유 현황
[보유량 9,948개]
[단가 45억 원]
[평가 금액 44조 7천억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