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메타버스 코인재벌-31화 (31/200)

31화

* * *

"그 고양이도 데리고 가십니까?"

"아, 네. 뭐, 차에서 내려서 돌아다닐 건 아니니까요. 그리고 꽝이는 활동 범위가 넓은 고양이에요. 이 녀석도 이 근방이 궁금할 거예요."

"아, 그렇습니까.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군사 시설이라 자세히는 못 보여드리지만, 중심 도로를 따라 한 바퀴 돌며 대략적인 설명을 해드리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켄지 씨."

이시마 켄지에게 물어볼 것이 많은지 박강훈이 조수석에 앉았고 나와 최수영이 뒷좌석에 나란히 앉았다.

이시마 켄지는 내심 서운해하는 것 같았지만 박강훈은 조수석을 최수영에게 양보할 생각은 전혀 없는 듯했다.

차가 출발함과 동시에 주둔지 시설에 대한 박강훈의 질문 세례가 쏟아졌고 나는 손짓으로 최수영을 가까이 오게 한 다음 귓속말로 속삭였다.

"꽝이가 하악질을 해도 그냥 왜 그런지 모르는 척해요."

금세 무슨 말인지 알아차렸는지 최수영이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내 무릎 위에 앉아 있는 꽝이 등을 한 차례 쓰다듬었다.

꽝이는 싫지 않은지 귀를 쫑긋 세우고 동그란 눈으로 최수영을 빤히 바라보다가 다시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주둔지의 규모는 생각보다 컸다.

이 시설 저 시설을 설명해 주며 차로 도는데도 꽤 시간이 걸렸다.

팬 관리 차원인지, 아니면 이시마 켄지의 경계심을 조금이라도 더 흐트러트리기 위함인지 최수영은 중간중간 이시마 켄지에게 소소한 것들을 물어보며 계속 말을 걸었다.

부대 중심부 어딘가를 지나고 있는데 꽝이의 털이 갑자기 곤두서는 것이 느껴졌다.

꽝이가 귀를 양옆으로 낮게 깔며 창밖을 보고 하악질을 시작했다.

"켄지 씨, 오른쪽에 저 건물은 무슨 건물이죠?"

"아, 저 건물은 사령관님 집무실입니다."

"저 큰 건물을 사령관님 혼자 쓰는 건가요?"

"하하. 아닙니다. 회의실과 상황실도 함께 있고 또 다른 장군님들 집무실도 함께 있습니다."

"아, 건물이 좋아 보인다 했더니 어쨌든 높으신 분들 계신 곳이네요? 지금 저기 사령관님이 계실까요?"

"그것까진 잘 모르겠습니다. 보통 저기에 계시긴 합니다."

그렇단 말이지?

그 후에도 꽝이는 몇 차례 하악질을 했고 그때마다 하악질의 대상이 된 인물이나 건물에 대해 이시마 켄지에게 물어보았다.

조금 더 부대를 돌다 보니 정면에 우리가 묵고 있는 숙소가 보였다.

"이제 거의 다 돌았습니다. 다시 숙소로 돌아가겠습니다."

"네. 저기 숙소가 보이네요."

그때, 꽝이가 왼편에 지나가는 한 무리의 사람들을 보며 강하게 하악질을 시작했다.

물론 처음 보는 사람들이지만 이시마 켄지에게 자연스러워 보이기 위해 거짓말을 살짝 보태보았다.

"어? 저기 지나가는 분들 어디서 뵌 것 같은데요? 켄지 씨, 저분들을 저희가 어디서 만났었죠?"

"아, 오늘 현장에서 만나셨나 봅니다? 디펜서님들의 지원사격을 전담하고 있는 저격분대입니다. 식당 쪽으로 가는 걸 보니 벌써 저녁 시간인가 보군요. 저희도 빨리 돌아가서 식사하시죠."

어쭈? 이놈들 봐라?

아무것도 모르는 이시마 켄지가 물었다.

"아, 그런데 들리는 말로는 신형 저격총의 성능이 생각 이상이라고 하는 것 같던데, 어떻습니까? 디펜서님들께 좀 도움이 되고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엄청난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 새로운 저격용 총이라는 거 파괴력이 엄청나던데요?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시체도 남지 않고 터져버리겠더군요."

"엄청나죠? 하하하. 그 총을 들여오기 위해 꽤 고생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특별히 선발된 일등 저격수들입니다. 디펜서님들께 피해가 갈 일은 결코 없을 겁니다!"

"그럼 다행이고요. 켄지 씨, 오늘 침공이 있었으니 오늘 또 놈들이 쳐들어오진 않겠죠? 오늘은 저희끼리 밖에서 저녁 식사하고 들어오겠습니다. 미리 말씀드려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모처럼의 출장이니 저희도 맛집은 좀 돌아봐야죠."

"아, 그렇습니까? 어디 예약해 두신 식당이라도 있습니까?"

"아닙니다. 머릿속에 후보가 몇 군데 있으니까 일단 나가서 돌아다녀 보려고 합니다. 시내까지만 좀 태워주세요."

"숙소에서 잠시만 기다리시면 외출 허가받고 돌아오겠습니다. 제가 시내까지 모셔다드리죠."

"감사합니다. 켄지 씨, 저 본사에 전화 좀 해야 해서 휴대전화 좀 빌려주시고 가실 수 있나요?"

"물론입니다."

* * *

"여기가 맛집은 맞나보네요. 미스터 킴. 사람이 엄청 많아요."

"맛집은 모르겠고 그냥 좀 소란스러운 술집으로 골랐어요. 긴히 할 얘기가 있어서요."

"긴히 하실 말씀이 있는데 왜 이렇게 복잡한 술집으로 오신 겁니까, 대표님?"

"감시가 있을 수 있어서요. 혹시 모르니 안주와 술을 곁들이면서 제 얘기를 들으세요. 너무 진지한 표정을 짓지도 말고요."

주문한 꼬치 요리들과 맥주가 나오자 자연스럽게 건배를 한 후 본론을 꺼냈다.

"육상총대에서 우리를 해치려는 것 같아요."

"네? 정말입니까?"

박강훈이 놀라 큰 소리로 묻자 최수영이 눈치껏 더 큰 소리로 말했다.

"뭘 그렇게 놀라고 그래요. 대표님 동생이랑 이혁진 실장 사귀는 걸 이제 알았어요? 한참 전에 소문 다 났는데."

이번엔 내가 놀란 눈이 되어 최수영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낮은 목소리로 최수영에게 물었다.

"정말이에요? 나는 그냥 썸 타는 정도인 줄 알았는데?"

"둘이 연락하고 지낸 게 언젠데 아직도 썸만 타요. 다 수호 씨 같은 줄 알아요?"

응? 뭔가 말에 뼈가 있는데?

어쨌든,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자, 다시 본론입니다. 꽝이가 보좌관을 보고 하악질을 하길래 일부러 꽝이 데리고 부대를 한 바퀴 돌아봤는데, 도는 동안 일곱 번 정도 하악질을 하더군요. 기억하죠? 꽝이 설명서에 쓰여 있던 문구."

박강훈이 그제야 뭔가를 눈치챘다는 듯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 대표님, 꽝이는 피아 식별이 가능한 고양이였군요. 이거 대단한 고양이었네."

"그렇죠. 꽝이가 하악질한 대상 중 하나는 사령관실이었고 또 하나는 우리 백업 저격수들이었어요. 그 외에도 몇 건물이 있었는데 아마 이 일과 관련된 자들이 있는 곳이겠죠."

"그러니까 육상총대에서 암암리에 우리를 해치울 계획을 하고 있다는 거네요?"

"그렇죠. 그런데 그 중심에 쿠라타니 후지로 사령관이 있는 거고요."

"그럼 오늘 있었던 전자 기기 고장도 역시 놈들이……."

"아마 오늘은 테스트였겠죠. 실수 없이 한 번에 완벽히 우리를 처리하기 위한."

"이런 개 같은 놈들. 도와주러 온 사람들한테 엎드려 절을 하진 못할망정, 암살? 대표님, 당장 가서 다 없애버립시다!"

"조금 진정하세요. 박 상사님. 명분이 없습니다. 고양이가 하악질해서 다 죽여버렸다고 할 수는 없잖아요. 우리는 한국을 대표해서 왔고 상대는 일본 육상총대입니다."

최수영이 물었다.

"그럼 이제 어쩌죠? 일단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까요?"

"아니요. 돌아가지 않습니다. 자기들을 도와주러 온 건데 왜 우리를 해치려고 할까요? 이놈들 시암브레 제국에 협력하고 있는 게 분명해요. 나중에 더 큰 일을 벌일 수 있으니 우리가 여기서 해결하고 가야죠. 안 그러면 나중에 시암브레 놈들과 힘을 합쳐 우리나라를 침공해 올지도 몰라요."

박강훈이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주먹을 꽉 쥔 채 낮게 중얼거렸다.

"으, 아무튼 이 쪽발이 새끼들."

"아마 다음 침공 때쯤 우리를 저격하고 괴수와의 전투 도중 죽은 것으로 처리할 모양입니다. 자, 이제 우리도 작전을 좀 세워보죠."

"대표님, 이미 세워둔 작전이 있으십니까?"

"아직이요. 하지만 아까 본사에 전화해서 몇 가지 부탁한 물건들이 있어요. 내일 아침 일찍 본사 인력들이 도쿄에 도착할 테니 우리는 내일 우리 직원들을 만나고 그 물건들을 받아 주둔지로 복귀합니다."

나는 맥주잔을 들어 올리며 큰 소리로 말했다.

"오늘 침공은 성공적으로 막아냈으니 일단 오늘은 마십시다!"

"짠!"

"건배!"

다행히 최수영과 라울이 장단을 잘 맞춰주었다.

나는 맥주를 한 모금 크게 들이킨 후 낮은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일단 적당히 마시고 취한 척 호텔로 가시죠."

* * *

사흘 후, 3월 11일 토요일 오후.

애애애앵.

이치가야 주둔지에 침공 경고음이 울려 퍼졌다.

우리는 각자의 무기와 한국으로부터 새로 보급받은 드론 가방을 들고 헬리콥터에 올랐다.

"오늘은 어딘가요?"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이시마 켄지가 우리가 탄 헬리콥터의 문을 직접 닫아주며 말했다.

"시부야입니다! 무사히 잘 다녀오십시오! 어? 그 고양이도 데려가십니까?"

"네. 자꾸 따라오려고 해서 오늘은 데리고 나가보려고 합니다."

그때 최수영이 이시마 켄지에게 말했다.

"켄지 씨도 같이 가요."

"제가요?"

"네. 우리가 싸우는 전투 현장을 봐야 우리에게 뭐가 필요한지 더 잘 알 수 있지 않을까요? 같이 가서 그냥 헬리콥터에 타고 있어요. 꽝이도 좀 봐주시고요. 꽝이가 켄지 씨도 좋아하잖아요."

"아, 그래도 되겠습니까?"

최수영의 의도를 알아챈 나는 문을 잡고 있는 이시마 켄지의 손목을 잡고 끌어당기며 말했다.

"위에 보고가 필요한 거라면 일단 다녀와서 하세요. 오늘은 같이 가죠."

"갑작스럽긴 하지만, 방해되지 않는다면 동행하겠습니다."

꽝이와 이시마 켄지까지 태운 헬리콥터는 바로 시부야 시내로 향했다.

시부야에 도착하자 비행 물체 조각들이 막 땅에 떨어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출동합시다!"

헬리콥터가 적정 고도까지 내려가자 네 명의 디펜서는 바닥으로 뛰어내려 몬스터들과의 전투를 준비했다.

땅에는 사흘 전과 같은 몬스터들이 시부야 거리를 닥치는 대로 파괴하고 있었다.

그 수가 사흘 전보다 두 배는 많아 보였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제 뒤로 붙으세요! 제가 무력화시키면 라울과 박 상사님이 빠르게 마무리해 주시면서 따라오시면 됩니다."

"네! 대표님!"

"그리고 오늘은, 너무 깊이 진격하지 않습니다."

나는 가까운 몬스터에게 뛰어들어 빠른 속도를 이용해 맞대결을 최대한 피하며 놈들의 팔다리를 베어버렸다.

팔다리가 베어져 허우적거리는 몬스터들은 뒤따르던 라울과 박강훈이 마무리했다.

그때였다.

탕!

퍼엉!

저격수의 총성과 함께 근처에 있던 몬스터 머리통 하나가 터져 나갔다.

'하나.'

몬스터들이 격하게 움직이는 탓인지 사흘 전과 마찬가지로 저격수들의 총성은 빠르게 이어지진 않았다.

하지만 사격 속도는 느린 대신 몬스터의 머리에 명중하지 못하는 탄은 거의 없는 것 같았다.

무척 신중히 한 발 한 발을 쏘는 저격수들이었다.

몇 마리의 몬스터를 더 베는 사이 두 번째 총성이 울렸다.

탕!

퍼엉!

'둘.'

나는 진격 속도를 늦추며 가까이 접근한 몬스터들만 처리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한 발 남았습니다. 다들 준비하세요."

잠시 후.

탕!

퍼엉!

'셋. 끝.'

"수영 씨, 저격수 두 명 정도 바로 활로 쏴버려요. 이 실장님, 저격수들 쪽으로 드론 보내세요."

최수영이 뒤를 돌아 저격수들이 있는 건물 옥상으로 화살을 발사하기 시작했고 나는 저격수들이 있는 곳을 향해 빠르게 몸을 날렸다.

라울과 박강훈은 저격에 대비해 근처 건물로 들어가 일단 몸을 숨겼다.

* * *

3월 11일 김수호 넥시트코인(NXT) 보유 현황

[보유량 9,948개]

[단가 45억 원]

[평가 금액 44조 7천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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