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메타버스 코인재벌-34화 (34/200)

34화

* * *

시엠브레 제국 마법사의 탑.

"김수호가 자신의 성에서 멀리 벗어났다. 안드레스, 지구에 다시 다녀올 준비가 되었는가."

"네, 대마법사님. 언제든지 말씀만 하십시오."

"기사 몇 명과 함께 지구에 다녀와라."

"임무는 김수호 성의 파괴입니까?"

"그렇다. 김수호의 생체 반응이 아주 먼 곳까지 떨어졌고 한국에서 유독 강한 생체 반응을 보이던 네 명 중 나머지 두 명도 김수호의 성에서 멀어졌다. 1차 목표는 몬스터들을 데리고 가서 김수호의 성을 파괴하는 것이다. 김수호에게 큰 타격을 입힐 절호의 기회야."

사무엘은 안드레스의 어깨 위에 손을 얹었다.

안드레스는 황망한 표정으로 급히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혹시 성의 방어가 완강해 파괴가 힘들 것 같으면 적당히 몬스터들로 시선을 끈 뒤 너희들은 김수호 그자와 그자의 성에 대한 최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하여 돌아오도록 해라. 성을 파괴할 수 있다면 더욱 좋겠지만 그저 정보만 수집해 와도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네, 알겠습니다!"

"네가 일본에서의 임무를 잘 마쳤고 또한 지구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어서 너를 다시 보내는 것이다. 임무의 성공 실패 여부를 떠나 반드시 돌아와야 한다. 우리는 지구에 대한 지식이 너무 부족하다. 이제 정보를 최대한 얻는 것이 큐브에 마력을 모으는 것보다도 더 중요해졌어. 바로 내일 같은 시간 차원의 문을 다시 개방할 것이니 그때 돌아오도록 해라."

"네. 반드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같이 간 기사들을 희생해서라도 너는 반드시 돌아오도록. 바로 출발할 수 있도록 준비해라."

"네! 대마법사님."

* * *

미국 지구방위위원회 특별작전국.

지하 10층에 있는 어두컴컴한 회의실에서 브리핑이 시작되었다.

최수영과 나는 이곳에서 들은 모든 사실을 절대 외부에 발설하지 않는다는 비밀 유지 서약서를 작성하고서야 이 회의장에 들어올 수 있었다.

회의실은 제법 넓었지만, 이 회의에는 브리핑을 맡은 부사관과 엄청난 체격의 흑인 장교 한 명, 스미스 국장, 최수영과 나 다섯 명밖에 참석하지 않았다.

분명 지구방위위원회 소속의 특수작전국이라고 했는데 이 회의실엔 우리를 빼면 미군만 세 명이 참석한 상태였다.

이 시설에서 만난 다른 사람들도 모두 군인이었다.

표면적으로는 지구방위위원회의 이름을 내걸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미 국방부가 주도하고 있는 작전인 듯했다.

"생포한 시엠브레 제국의 마법사를 심문해 알아낸 사실을 바탕으로 저명한 과학자와 연구진들이 마력이 담긴 마법사의 지팡이에 관한 연구를 거듭한 결과 차원의 문이 열렸을 때 우리가 행성073으로 넘어갈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내었습니다."

우리가 그쪽으로 넘어갈 방법을 알아냈다고?

브리핑 시작부터 생각보다 충격적인 이야기들이 쏟아져나왔다.

"그들이 차원의 문을 넘을 때 타고 오는 비행 물체 이상의 강도를 가진 우주선의 개발도 이미 완료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미군에서 수집한 마법사들의 지팡이에 담긴 마력을 이용해 차원의 문이 열린 순간 소형 우주선 한 대를 행성073으로 옮기는 것이 98.7퍼센트 이상의 확률로 성공할 수 있음이 수십만 번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통해 확인되었습니다."

발표자가 화면을 넘기자 대형 스크린에 커다란 검은색 정육면체 그림이 나타났다.

"마법사를 심문해 알아낸 사실에 의하면, 시엠브레 제국에 있는 마법사의 탑에는 시스템이 지급한 '큐브'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큐브에 모인 마력으로 두 행성 간 차원의 문을 열 수 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물론 여기 계신 분들 모두 아시다시피 그 마력은 우리 지구인을 사냥해서 모으고 있는 것입니다."

또 화면을 넘기자 이번엔 스크린에 거대한 두 행성 사이에 반투명한 다리가 길게 연결되는 영상이 나왔다.

두 행성 중 하나는 지구의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 큐브를 조작하면 행성073과 지구 사이에 '차원의 브릿지'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것이 완성되면 양쪽 행성이 언제든 자유롭게 그 브릿지로 왕래할 수 있게 됩니다. 그들이 브릿지를 만들지 않고 계속해서 마력을 모으고 소모하는 것을 반복하면서 차원의 문을 여닫는 것은 일방적으로 지구를 침공해오기 위함입니다. 하지만 브릿지가 완성되면 더 이상 지구는 일방적인 공격에 휘둘리지 않아도 되게 됩니다. 마지막 경우엔 그들에게 핵 공격을 퍼부을 수도 있겠죠."

우리도 분명히 마법사와 기사를 생포했었는데 우리나라 수방사에서는 이렇게까지 자세한 내용을 알아내지 못했다.

브리핑을 듣고 있자니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심문했기에 왕궁 마법사라는 자들이 이렇게 모든 극비 사항을 순순히 실토했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나는 작은 목소리로 최수영에게 말을 걸었다.

"수영아, 이 사람들 진짜 대단하지 않아? 저런 걸 다 어떻게 알아냈지?"

"그러게. 스파이 영화 보면 진실을 말하게 하는 약 같은 게 나오던데 그런 게 진짜 있나?"

"에이, 설마……."

우리가 잠시 잡담을 나누는 사이에도 브리핑은 계속되었다.

"이러한 계획에 따라 지구방위위원회에서는 지난달에 세부 정찰을 위한 1차 특임대를 행성073으로 보냈으나 시엠브레 제국 정찰 임무에 실패하고 겨우 한 명만이 살아서 지구로 귀환했습니다."

와, 이미 보냈어?

확실히 대단하네. 이 미국이라는 나라.

"여기 계신 제이슨 대위님이 바로 그 귀환자이십니다."

엄청난 체격의 흑인 장교 제이슨이 그제야 일어나 자신을 소개했다.

"미 해병대 대위 제이슨입니다. 미군에 있는 네 명의 슈퍼 솔저 중 한 명이고 지구에서 유일하게 행성073에 다녀온 사람이기도 합니다. 유명한 김수호 대표님을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아, 네. 반갑습니다. 미지의 행성에 다녀오셨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겨우 목숨만 붙여 살아 돌아왔을 뿐입니다. 브랜든 하사, 브리핑 계속하게."

"네. 계속하겠습니다. 저희는 곧 2차 특임대를 다시 보낼 예정입니다. 이번 특임대가 정찰 임무에 성공한다면 그다음에는 큐브를 조작해 내기 위한 3차 특임대가 출정하게 됩니다."

대단한 계획이네.

그런데 미군들끼리 잘하고 있던 걸 갑자기 날 불러서 알려주는 이유가 뭐지?

설마 지금 나보고 저 특임대에 들어오라는 건가?

그때 갑자기 최수영이 귓속말을 해왔다.

"오빠."

"응?"

"안 돼. 절대 안 돼."

"갑자기 뭐가?"

"절대 안 돼. 가면 죽여버릴 거야, 진짜."

최수영에게 뭔가 답을 하려는 사이 브랜든 하사의 목소리가 내 귀를 파고들었다.

"2차 특임대의 정찰 임무가 성공하고 나면, 지구를 지키기 위한 이 3차 특임대에 한국의 김수호 대표님이 함께 해주셨으면 해서 이렇게 오늘 회의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최수영이 벌떡 일어나 브랜든을 무섭게 쏘아보며 말했다.

"이봐요. UN 지구방위위원회에서 작전 회의할 게 있다고 해서 여기 미국까지 날아왔어요. 그런데 지금 여긴 그냥 미군 시설이잖아요. 그것도 어이없는데 지금 뭐요? 우리 대표님보고 당신들과 함께 우주선 타고 행성073으로 가라고요? 그것도 무슨 마법 지팡이 같은 걸 이용해서? 이게 갑자기 무슨 말이나 되는 요청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스미스 국장이 양손을 들어 최수영을 진정시키는 손짓을 취하며 차분하게 말했다.

"진정하십시오. 이야기를 끝까지 들으신 후 참여하실지 말지 결정하시면 됩니다. 김수호 대표님이 3차 특임대에 참가해 주신다면 작전 성공률이 훨씬 올라가겠지만 어디까지나 선택은 대표님 몫입니다."

브랜든 하사가 말을 이었다.

"물론 지구를 지키기 위한 정의감 같은 명분으로 대표님을 설득할 계획은 없습니다. 저희는 브릿지 사용 권한에 관한 이야기를 비즈니스 차원에서 나누어 보고자 합니다."

나는 최수영을 진정시켜 자리에 앉게 한 뒤 일단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일단 말씀해 보시죠."

"이 작전이 성공하면 브릿지 사용 권한은 브릿지를 개척한 미국이 독자적으로 갖게 될 것입니다. 이후 브릿지를 이용해 그들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나면 그 가치를 가늠하기도 힘든 없는 물자와 자원, 그리고 그들의 특별한 기술들이 브릿지를 통해 지구로, 정확히 말하자면 이곳 미국으로 흘러들어올 것입니다."

지금도 이미 지구의 패권을 쥐고 있으면서, 이 작전이 성공하면 이제 미국은 완전히 지구를 지배하게 되겠군.

아니지, 지구와 행성073 모두를 지배하게 되겠네.

게다가 그들의 특별한 기술이라면… 그건 불로불사의 연금술을 말하는 것일 테지.

"메타 디펜스에서 이 작전에 도움을 주신다면 저희는 브릿지 사용 권한의 일부를 메타 디펜스에 넘겨드릴 계획입니다. 미군과 메타 디펜스, 더 나아가 미국과 한국만이 브릿지 사용 권한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게 될 것입니다."

"엄청난 이야기로군요. 우리를 침공해온 외계 행성을 집어삼킬 계획을 하고 계시다니."

"저들이 우리보다 월등히 우월한 과학기술을 가지고 침공해왔다면 이야기는 달라졌겠지만, 현재까지의 정황으로는 '시스템'의 도움이 없었다면 그들은 감히 지구를 넘볼 계획조차 세우지 못했을 것이라는 게 사실입니다. 아마 그들도 우리처럼 다른 행성의 존재 자체도 모르고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정찰을 목적으로 한 1차 특임대의 작전조차도 실패하지 않았습니까. 세부 작전 계획을 알 수 있습니까?"

"그건 제이슨 대위님께서 설명해 주실 겁니다."

제이슨 대위가 일어나 옆 회의실로 우리를 안내하며 말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작전 난이도가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제국 국경은 아예 넘어보지도 못했습니다. 뭐, 물론 그렇지 않았더라면 브릿지 사용 독점권을 공유하면서까지 메타 디펜스 김수호 대표님에게 도움을 요청할 이유도 없었겠지요. 자, 이쪽으로 오시면 1차 작전 내용과 이후 작전 계획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 * *

같은 시간, 한국 강화도 메타 디펜스 본사.

트레이닝 센터에서 교관과 탄환 피하기 훈련 중이던 박강훈이 말했다.

"아니, 이걸 대표님은 시속 1,600킬로미터까지 피해 냈단 말입니까? 나는 시속 600킬로미터도 벌목도 옆 날로 겨우 막아내고 있는데?"

교관이 발사기에 고무 탄환을 새로 채워 넣으며 답했다.

"저도 놀랐습니다. 처음엔 분명 대표님도 어려워하셨는데 이제는 음속보다도 한참 빠른 탄환도 가볍게 튕겨내시더라고요."

"도대체가 아무리 훈련해도 따라갈 수가 없군."

"대표님도 똑같이 계속 훈련하시니까요. 그런데 박 상사님, 오늘 꽝이가 안보이지 않나요? 이 시간엔 보통 여기서 놀았는데?"

"아까 이혁진 실장한테 들어보니 오늘 뭐 온종일 옥상에서 하늘을 노려보고 있답니다. 대표님이 비행기 타고 떠나서 그런가?"

"아, 뭐 그럴 수도 있겠네요. 워낙 대표님을 잘 따르니."

그때 비서실 직원 한 명이 트레이닝 센터 문을 열고 들어오며 멀리 떨어져 있는 박강훈에게 큰 소리로 물었다.

"박강훈 님! 혹시 꽝이 여기 없어요? 얘 오늘 아침도 안 먹었던데 종일 보이질 않아요! 간식이라도 좀 챙겨주려고요!"

박강훈이 손가락으로 위쪽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옥상에 가보십쇼! 옥상에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 네! 감사해요! 수고하세요!"

트레이닝 센터를 나온 비서실 직원은 한 손에 꽝이가 좋아하는 열빙어 간식을 들고 옥상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옥상 정원에 가자 휴식을 취하고 있는 직원 몇몇이 보였고 그들에게 수소문한 끝에 한쪽 구석에서 하늘을 노려보고 있는 꽝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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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0일 김수호 넥시트코인(NXT) 보유 현황

[보유량 10,044개]

[단가 47억 원]

[평가 금액 47조 2천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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