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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코인재벌-37화 (37/200)

37화

* * *

꽝이를 따라 얼마나 걸었을까?

꽝이의 털이 빳빳하게 곤두서는 것이 보일 때쯤 저 앞쪽 공간에 무언가 이질감이 느껴졌다.

신체 강화 상품을 구매하며 극도로 발달한 감각 덕에 무언가 다른 것이 어렴풋이 느껴질 뿐 평범한 사람이라면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의 미세한 이질감이었다.

"꽝이야, 저 앞에 그놈들이 있구나?"

"하아아악!"

꽝이가 본격적으로 하악질을 시작했다.

일단 이질감이 느껴지는 지역 전체를 마그네타 검으로 난도질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는데 공간이 점차 일그러지면서 강철 인간 다섯의 모습이 드러났다.

마법사 하나에 기사 넷.

전형적인 놈들의 구성이었다.

나는 천천히 놈들에게 걸어가며 물었다.

"때 되면 도망가려고 거기 숨어 있었던 거냐?"

가장 앞에 서 있는 검과 방패를 든 기사 한 놈이 대답했다.

"네가 저 성의 주인이냐? 네놈 죽이고 가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성? 우리 회사를 말하는 건가? 아무튼 잘 들어라. 여기 오기 전엔 너희들을 발견하는 대로 모두 죽여버리려고 했는데."

나는 마그네타 검을 들어 가장 뒤에 서 있는 마법사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지금 막 생각이 바뀌었어. 거기 너, 마법사. 넌 살려줄 테니 돌아가서 너희 대장에게 내 말을 전해라."

마법사의 지팡이에서 네 줄기의 푸른 빛이 뻗어 나와 나머지 네 강철 인간들을 감싸는 것이 보였다.

저 빛에 닿은 강철 인간들은 훨씬 빠르고 강해졌었지. 무기고 몸이고 전부 재생도 되고. 하지만 지금은 아무 상관없다.

나는 계속 그들을 향해 걸어가며 말했다.

"조만간 내가 넘어갈 테니 기다리고 있으라고."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네 명의 기사가 동시에 나에게 검을 찔러왔다.

제법 훈련받은 일사불란한 움직임.

나는 가장 왼쪽에서 찔러 들어오는 검을 염동력으로 밀어낸 뒤 그 반동으로 몸을 한 바퀴 회전시키며 나머지 두 개의 검을 동시에 마그네타 검으로 베어버렸다.

마지막 남은 검 하나가 내 몸에 닿기 직전, 염동력으로 놈의 검을 바닥에 내리 꽂아버린 뒤 그대로 점프해 놈의 목을 마그네타 검으로 그대로 베어버렸다.

"엇?"

나머지 세 기사의 눈동자가 당혹감에 흔들리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몸과 분리된 놈의 머리를 잡아 저 멀리 집어던져 버렸다.

저 푸른 빛이 이어지고 있는 한 머리통도 다시 재생되겠지.

하지만 상관없다. 재생되면 또 베어버리면 그만이다.

* * *

"마, 말도 안 돼."

안드레스는 100여 년 전 연금술로 불로불사의 강철 신체를 얻게 된 이후 처음으로 죽음의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대마법사 사무엘이 가장 경계하던 지구인, 김수호. 그가 지금 자신의 눈앞에서 왕궁 기사 네 명을 무참히 도륙하고 있었다.

저 속도와 몸놀림이라면 분명히 자신에게 달려들 수도 있었다.

그래서 버프 마법을 먼저 무력화시키면 기사들의 신체와 무기도 더 이상 재생이 되지 않게 만들 수 있으리라.

하지만 저 검귀는 자신을 철저히 배제한 채 재생되고 있는 기사들의 팔, 다리, 몸통을 계속해서 베어버리고 있었다.

1분도 지나지 않아 전장에서는 어떤 비명 소리도, 심지어 쇠붙이가 부딪히는 소리도 나지 않았다.

그저 지옥에서 올라온 듯한 검귀 한 명이 강철 기사 네 명의 몸이 몇 조각까지 분리되는지 알아보고 있는듯한 장면만이 이어지고 있을 뿐이었다.

더 이상의 재생이 무의미할 정도로 기사들을 도륙한 검귀는 순식간에 간격을 좁혀 안드레스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안드레스가 들고 있는 지팡이에서는 목적지를 잃은 푸른 빛들이 스멀스멀 사그라지고 있었지만, 안드레스는 그 어떤 다음 행동도 취할 수 없었다.

100년 넘게 연마해 온 수많은 공격 마법들이 안드레스의 머릿속에 가득 들어 있지만 정작 지금 할 수 있는 행동은 그저 가만히 그의 처분을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주, 죽여라."

"이름이 뭐냐?"

"안드레스다."

"안드레스, 가서 대장에게 전해. 기다리고 있으라고. 너도 기다리고 있고."

그 말을 끝으로 검귀는 안드레스에게 등을 돌리고 왔던 길을 따라 돌아갔다.

* * *

"육상총대 사건부터 이번 강화도 침공까지. 놈들은 이제 계획적으로 우리를 노리고 있어요. 그냥 인구 많은 곳에 무작위로 괴수들이나 보내던 작년과는 상황이 매우 다릅니다."

"하지만 대표님……."

"차곡차곡 지구에 대한 정보를 쌓아간 놈들이 마음먹고 우리나라의 주요 시설을 침공한다면요? 상수도 시설을 파괴한다거나, 원자력 발전소를 공격해 오면?"

"그렇지만……."

"이제 더 이상 가만히 앉아서 침공을 기다릴 시기는 지나버렸습니다. 나흘 전 공격이 우리 본사가 아니라 청와대를 향했더라면 지금 대한민국 정부는 큰 혼란을 겪고 있었을 겁니다. 놈들이 댐 몇 개만 동시에 무너뜨렸어도 서울은 물바다가 됐을 거고요. 그런 일이 생기기 전에 막아야 합니다."

"그래도 대표님께서 직접 가시는 건 너무 위험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작전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반드시 다시 돌아옵니다. 제 실력 아시잖아요. 기획팀장님, 말씀드린 신사업개발팀 신설 건 잘 검토해 주세요. 작전이 모두 성공하고 나면 메타 디펜스는 지금과 전혀 다른 회사가 될 겁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대표님."

"그리고 오늘 회의에서 들은 내용은 팀원들에게도, 가족들에게도 절대로 발설하시면 안 됩니다. 이걸로 회의 마칩니다. 라울과 수영 씨만 남아주시고 나머지 분들은 각 부서로 돌아가 주세요."

직원들이 하나둘 일어나 회의실을 나섰지만, 이혁진 실장은 아직 할 말이 남았는지 안절부절못하고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 실장님, 이미 결정했으니 말리시려고 해도 소용없습니다."

내 말이 끝나고도 한참을 내 눈을 빤히 바라보던 이혁진 실장이 긴 한숨을 한 번 푹 내쉰 후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가시기 전에 필요한 사항들 뭐가 있을지 최대한 고민해서 준비해 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럼 대화 나누십시오."

마지막으로 이혁진 실장까지 나가고 회의실엔 디펜서 세 명만 남았다.

"라울, 금방 다녀올게요. 그동안 부탁드릴 일이 있어요."

"미스터 킴, 솔직하게 말해 봐요. 무엇 때문인가요?"

"행성073에 가는 이유요?"

"네. 미스터 팍의 복수?"

"맞아요."

"그것 때문이라면 나도 말리고 싶은데."

"하지만 또 그것 때문만은 아니에요. 회의 시간에 말한 이야기들도 다 가기로 한 이유에 들어갑니다. 라울은 무슨 말인지 알 거라고 생각해요."

"음……. 미스터 킴과 수영이라면 무사히 돌아올 것 같긴 하지만, 절대로 감정적으로 움직이지 않겠다고 약속해요."

"저희도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외계 행성에서 객사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절대로 그럴 일 없습니다."

"나흘 전 강철 인간들 상대하는 미스터 킴 모습을 드론 영상으로 봤어요. 분명 그건 그동안 봤던 미스터 킴의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그날은 라울이었어도 똑같이 하지 않았을까요?"

"적진 한복판에서는 그러지 말라는 말이에요."

"네, 알겠어요. 라울."

"그럼 출발은 언제쯤일 것 같습니까?"

"모르겠어요. 2차 특임대가 정찰 업무를 마치면 우리는 3차에 참여할 예정입니다. 정확히 언제가 될지는 아직 몰라요."

"그럼 그때까지는 뭐 하실 계획입니까?"

"훈련해야죠. 살아 돌아오라면서요."

"저한테 부탁하실 일이라는 건?"

"홍보팀과 인사팀엔 이미 얘기해 놨는데, 대대적으로 디펜서를 모집할 거예요. 제가 돌아오기 전까지 라울이 지원자의 면접과 무기 구매를 도와주세요."

"미스터 킴, 제가 처음 면접 볼 때보다 넥시트코인 시세가 두 배가 올랐어요. 넥시트코인은 이미 재벌들의 '젊음 회복', '질병 치유'구매로 거의 다 없어져 버렸고요. 지원자가 있을까요?"

"박 상사님과 라울만큼 처음부터 강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저 작은 단검이라도 하나 사서 채굴에 참여할 수 있을 정도 되면 일단 뽑으세요. 아니, 당장 N마켓에서 무기는 못 사더라도 신체 능력 강화만 구매할 수 있어도 뽑으세요. 채굴된 코인은 지금까지처럼 배분해서 나눠주면 되니까요. 정 열정이 있고 소질이 있는 지원자라면 회사에서 보유 중인 넥시트코인을 빌려줘서라도 육성할 계획입니다."

"그렇게까지 해서 미스터 팍의 빈자리를 메우실 필요는……."

"아니요. 그런 이유는 아닙니다. 이제 전쟁을 준비해야지요."

라울의 말이 맞을 수도 있었다.

이미 수십 명의 재벌이 넥시트코인으로 자신들의 젊음과 건강을 구매했고, 이제 넥시트코인이 지구에 정확히 얼마나 남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저 몇몇 전문가의 의견에 따라 이미 칠, 팔십 퍼센트의 넥시트코인이 사라졌을 것이며 현재 넥시트코인의 시세는 '젊음 회복' 상품이 한계 가격에 도달한 상태로 정체된 것이라는 예상만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넋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 미군의 그럴듯한 작전이 어떤 식으로 끝이 나든 우리는 우리대로 혹시 모를 대규모 전투까지 준비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알겠습니다, 미스터 킴. 나한테 맡겨요."

"뭐, 당장 떠날 건 아니니까 내일부터 또 열심히 훈련하시죠! 이제 메타 디펜스는 그저 괴수를 잡아 채굴하는 회사에서 멈추지 않을 겁니다. 박 상사님의 유지(遺旨)를 이어받아 '그 잡것들이 더 이상 지구에 넘어오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우리 회사의 운영 목표입니다."

* * *

보름 후, 메타 디펜스 연구실.

"자기장 발생 실험 4회차. 초전도 자석 가동 준비! 셋! 둘! 하나! 가동!"

스크린이 순간 밝아지면서 강철판으로 둘러싸인 정육면체의 실험실 내부를 비췄다.

실험실 가운데에는 마그네타 검이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고, 그 뒤로 거대한 코일 모양의 자석이 강한 전류를 내뿜고 있었다.

실험실 네 귀퉁이에서 촬영하던 카메라가 터져 나갔는지 스크린의 화면이 이내 어둡게 변해 버렸다.

연구실 직원들은 알 수 없는 용어들을 쏟아내며 각종 측정 장비의 수치를 확인하며 다급히 움직였다.

"성공인가요?"

"아무래도 이번 실험도 실패인 것 같습니다. 대표님."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연구실장님."

"거의 잡힐 듯 잡힐 듯한데도 저 검은 생각처럼 움직여주지 않네요. 아무래도 마그네타 검의 자기장이 폭주해 버릴까 더 강한 자극을 주지 못하는 게 이유인 것 같습니다."

"저 검의 자기장이 폭주하면 어떻게 되는데요?"

"절대 벌어져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그런 일은 절대 없도록 수천 번의 계산과 시뮬레이션을 거친 후에야 실험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저 검이 버틸 수 있을 자극의 5% 미만을 줘보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니까 폭주하면 어떻게 되는데요?"

"음… 저 검으로부터 X선과 감마선 폭발이 발생하면 아마 한반도에는 살아남을 수 있는 생물이 하나도 없을 겁니다."

"네? 그런데 지금 저런 실험을 하고 계신 거예요?"

"충분히 안전한 범위 내에서 진행 중입니다. 그래서 계속 실패하고 있긴 하지만요."

"성공하면 더 멀리 있는 물체도 베어버릴 수 있게 될 거라고 하셨죠?"

"네, 대표님. 저 검이 물체를 베는 방식은 검날의 날카로움을 이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검날과 베고자 하는 물체가 닿는 순간 잘 정돈된 자기장이 방출되어 물체를 베어버리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베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군요."

"네. N마켓 설명서대로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인지 검날이 물체에 닿아야 자기장이 발동되죠. 검날이 닿지 않아도 자기장이 발생할 수 있게 한다면 전혀 다른 무기가 될 수 있을 텐데… 아무래도 아직 저희 기술로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혹시라도 검이 폭발하면 어떡해요."

"이 검이 폭발하면 아마 지구 절반 정도가 날아갈 겁니다."

"네? 아까는 한반도 생물 뭐라고 하지 않으셨어요?"

"그건 검의 자기장이 터져 나왔을 때고, 검이 폭발하는 건 다른 이야기입니다. 이게 정말 마그네타별의 금속으로 만든 게 맞는다면 이 검이 폭발하는 순간 강화도에 블랙홀이 생길 겁니다. 마그네타별은 블랙홀이 되기 직전의 가장 밀도 높은 중성자별이니까요."

"그… 이 실험은 중단하시죠."

"말씀드린 대로 안전한 범위 내에서……."

"그냥 그만하시죠. 대표로서 지시하는 겁니다. 하하, 강화도에 블랙홀이라니."

* * *

4월 4일 김수호 넥시트코인(NXT) 보유 현황

[보유량 10,044개]

[단가 47억 원]

[평가 금액 47조 2천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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