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메타버스 코인재벌-38화 (38/200)

38화

【 행성 테라 】

"이 검은 그렇다 치고, 최수영 씨 무기 개발은 끝났나요?"

"네. 그건 이미 최종 테스트까지 마쳤습니다. 최수영 디펜서님께서 화살촉에 테니스공을 꽂고 꽝이와 놀아주시는 모습에서 착안해 다양한 무기를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화살촉에 탄두를 달고 쏘는 그런 무기인가요?"

"비슷하지만 그보단 다양하게 개발했습니다. 메일로 자료 보내드렸습니다."

"수영 씨에게 직접 확인하죠. 뭐. 고생하셨습니다. 어쨌든 이 검은 그냥 이대로 두시고, 이제 대대적으로 디펜서를 모집할 계획이니 다양한 무기 개발에 힘써주세요. 개발 비용은 걱정하지 마시고요."

"지금 잡혀 있는 R&D 예산도 차고 넘칩니다. 새로운 디펜서들을 위한 다양한 장비들도 이미 개발 진행 중입니다. 곧 제작 비용을 포함한 세부 계획 안 보고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라울이나 최수영 씨만큼 강한 디펜서는 당장 나오기 힘들 거예요. 이 연구가 우리 전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N마켓의 저렴한 상품들과 최대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장비를 개발해 주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네, 대표님. 믿고 맡겨주시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나는 지구 절반을 날려 먹을 뻔한 실험실에서 마그네타 검을 꺼내 들고 연구실을 나섰다.

복도를 걸으며 문득 손에 들고 있는 새까만 검을 들어 유심히 바라보았다.

마그네타 검이라…….

나도 진작에 마그네타별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았었다.

초신성 폭발 뒤 초고밀도의 핵만 남은 중성자별 중에서도 자기장이 다른 중성자별보다 1천 배 이상 더 강한 별을 마그네타(Magneta)라고 한다고 했다.

지구 자기장보다는 1천만 배 더 강하다나. 그리고 N마켓의 설명에 의하면 이 검은 그 별의 금속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중성자별에 대해 알아본 직후엔 N마켓의 설명을 전혀 믿을 수가 없었다.

각설탕만 한 중성자의 무게가 3억 톤이라는데, 이런 걸 내가 어떻게 들고 다닐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연구실장님의 말대로 이 검에서는 말도 안 되는 자기장이 쏟아져 나와야 정상이다.

하지만 지금 별 무게감도 없이 내 손에 들려 있는 이 검은 지금 아무런 기운도 내뿜고 있지 않다. 그저 칠흑처럼 어두운색일 뿐.

하지만 1년간 별의별 일을 다 겪다 보니 이젠 사실일 수도 있겠다 싶다.

한 달쯤 후면 마법사의 지팡이를 연구해서 만든 포털로 외계 행성에 가게 될 처지인데 인제 와서 뭘 못 믿겠는가.

나도 모르게 작은 혼잣말이 터져 나왔다.

"하… 마법 지팡이의 힘으로 떠나는 외계 행성 출장이라니."

* * *

오늘은 토요일이지만 오전 10시쯤 숙소에서 나와 트레이닝 센터로 향했다.

숙소를 나와 복도를 걷는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갑자기 꽝이가 나타나 가볍게 점프해 내 어깨 위에 올라탔다.

"꽝이 갑자기 어디서 튀어나오는 거야? 잘 잤어?"

"애옹―"

"맨날 어딜 그렇게 돌아다니다 갑자기 나타나는 거야."

섭섭해하지 말라는 듯 꽝이가 내 볼에 자기 뒤통수를 비벼대었다.

꽝이와 함께 도착한 트레이닝 센터에는 최수영과 이혁진이 이미 나와 있었다.

"일찍 나왔네요?"

"아, 수호 씨. 실장님하고 신무기 테스트 중이었어요."

지난달 미국행 비행기에서 키스를 나눈 이후 최수영과 나는 서로 반말을 쓰기 시작했지만, 회사에 있을 때는 그래도 예전과 같은 존칭을 썼다.

물론 우리의 관계 변화에 대해서는 주변 사람들도 다 알고 있지만 아무래도 회사에서 서로 '수영아', '오빠' 하고 부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런데 화살이 꽂혀 있는 과녁들이 어째 멀쩡하네요? 신무기 테스트했으면 막 터져 나가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최수영이 화살을 하나 꺼내 들고 화살촉 옆에 보드마카 모양과 크기를 한 장비를 하나 끼우며 말했다.

"과녁들 한꺼번에 다 날려 먹을 일 있어요? 그냥 크기와 무게만 똑같이 만든 가짜 탄을 화살에 달고 쏴봤을 뿐이에요. 무게가 달라지다 보니 궤적이 달라지네요. 빨리 익숙해져야겠어요."

"저 많은 과녁을 한꺼번에 날려 먹는다고요? 그 보드마카로?"

"보드마카? 아, 이 폭탄 말하는 거구나. 뭐예요, 수호 씨? 자료 못 받았어요? 다 똑같이 생긴 것 같아도 파괴력이 다섯 단계로 나뉘어 있어요. 제일 센 건 여기서 쐈다간 트레이닝 센터 한쪽이 박살 날걸요?"

"요즘 워낙 바빠서 말이죠. 안 그래도 수영 씨에게 직접 물어보려고 했어요. 어때요? 신무기는 쓸 만한 것 같아요?"

"이 무게에 적응만 하면 쓸 만할 것 같아요. 여기 봐요. 이 앞을 이렇게 돌리면 충돌과 동시에 폭발하고, 이쪽으로 돌리면 타이머가 맞춰져요. 한번 들어볼래요? 가벼워요."

최수영이 건네준 보드마카 모양의 폭탄은 생각보다 가벼웠다.

"꽤 가볍네요? 그런데 폭발력이 그렇게 강하다고요?"

"네. 자료에는 액체 수소랑 액체 산소를 뭐 어떻게 했다고 되어 있던데……. 하하핫, 아무튼 가볍고 강하대요."

"화살 끝에 장착하기는 정말 딱이네요."

"네, 딱이죠. 그런데."

최수영이 바닥에 놓여 있던 보드마카 수십 개가 꽂혀 있는 긴 탄띠를 들어 올리며 말을 이었다.

"람보도 아니고 이런 탄띠는 좀 아니지 않아요? 이건 모양 바꿔 달라고 요청할 거예요. 차라리 가방에 넣어 다니고 말지 이게 뭐예요 이게. 이런 걸 어떻게 둘러메고 돌아다녀요."

그때 트레이닝 센터의 문이 열리며 라울이 들어왔다.

"다들 와있었네요? 뚜둥! 이번 달 랜덤박스는 과연 어떤 게 나올까요?"

주말임에도 우리가 이렇게 트레이닝 센터에 모인 이유는 오늘이 세 번째로 랜덤박스를 여는 날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어깨 위에 앉아 있는 꽝이의 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꽝이 친구만 아니었으면 좋겠네요."

"꽝이가 어때서요?"

최수영이 꽝이를 향해 양팔을 쭉 내밀자 꽝이가 가볍게 뛰어올라 최수영의 품에 안겼다.

"공간을 왜곡하고 숨어 있던 강철 인간들도 꽝이가 찾아냈다면서요. 일본에서 우리 다 죽을뻔한 것도 꽝이가 살려준 거 아니에요?"

최수영이 꽝이를 높이 들어 올리며 꽝이에게 말했다.

"그치이? 우리 꽝이 대단하지이?"

"애옹―"

꽝이가 고개를 돌려 엄청나게 뿌듯해하는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고 느껴진 건 내 착각이겠지.

"이거 지난번엔 점심때쯤 열렸던 것 같은데 우리 나가서 브런치라도 먹으면서 기다릴까요?"

* * *

"언니!"

최수영이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서며 사장님을 반갑게 불렀고 사장님도 방긋 웃으며 우리를 맞이했다.

"어서 오세요. 주말인데도 출근하셨네요?"

"출근이라기보단, 뭐 좀 같이 확인할 게 있어서요. 여기서 뭐 좀 먹으면서 기다리려고요."

"네, 그러세요. 날씨도 좋은데 밖에 앉으시겠어요? 어머? 얘 또 왔네? 야옹아, 저쪽으로 비켜줄래? 손님들 여기 앉으셔야 돼."

야옹이?

카페 사장님의 시선을 따라 야외 테라스를 바라보자 테이블 위에 꽝이가 떡하니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꽝이야? 뭐야 너. 분명 트레이닝 센터에 두고 왔는데? 여긴 또 언제 왔어."

"애옹―"

"어머? 쟤 대표님 고양이에요? 이름이 깜이? 어쩐지 길고양이치고는 너무 깔끔하다 했어요. 여기 자주 돌아다니거든요. 엄청 빨라요, 쟤. 갑자기 나타났다가 갑자기 사라진다니까요."

"깜이가 아니고 꽝이에요. 혹시 폐를 끼쳤다면 사과드립니다. 강화도 바닥을 워낙 제집처럼 싸돌아다니는 녀석이라."

"폐라뇨, 아니에요. 엄청 귀여운걸요. 뭐 먹을 걸 달라거나 하지도 않아요. 그냥 저렇게 한 번씩 나타나서 지켜보다가 사라져요. 다른 가게들도 마찬가지일걸요? 꼭 우리 잘 있나 보러 다니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하하하."

카페 사장님의 안내에 따라 우리는 꽝이가 먼저 와서 맡아놓은 듯한 야외 테이블에 앉아 각자 간단히 요기할 것과 음료를 시켰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이 근처 상가 건물들 복구작업에 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자연스레 박강훈이 떠오르며 기분이 착잡해질 때쯤 테이블 위에 녹색 상자 하나가 생겨났다.

"오, 미스터 킴. 랜덤박스가 나타났네요."

"네. 한번 열어볼까요?"

"수호 씨, 조심해요. 꽝이 동생이 나와서 또 손등을 할퀴어 버릴 수도 있어요. 하하핫."

"어휴. 그땐 정말 아찔했어요. 분명 뭔가 튀어나오는 걸 보고 피했는데도 늦었다니까요."

최수영의 장난스러운 경고에 나도 모르게 상자를 여는 손이 조금 더 조심스러워졌다.

나는 겉을 툭툭 건드려 상자가 움직이는지 확인부터 해본 후 조심스레 상자 윗면을 개봉했다.

상자 안에는 약국에서 파는 두통약 상자만 한 작은 상자가 들어 있었는데, 겉에는 녹색과 분홍색으로 이뤄진 캡슐약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상자를 본 라울이 물었다.

"이게 뭐죠? 비타민인가?"

상자를 뒤로 돌려보자 작은 글씨로 무어라 적혀 있는 것이 보였다.

"뒷면에 설명서가 있네요. 피로회복, 자양강장?"

"네? 그럼 이번 건 피로회복제예요?"

[상품명 : 엔캡슐]

[피로 회복과 자양강장에 좋은 캡슐입니다.]

[몸에 기력이 쇠했거나 극심한 피로를 느낄 때 1캡슐을 복용하세요. 금세 기운이 돋아납니다.]

[총 열두 개의 캡슐이 개별 포장되어 있습니다.]

[구매자 외 다른 사람이 복용해도 약효는 같습니다.]

[정력(精力)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과다 복용 금지.]

"…맞네요. 피로회복제."

실망한 내 표정을 보며 이혁진 실장이 얼른 말을 꺼냈다.

"대표님!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 피로회복제는 아닐 겁니다. 게임이나 소설에 나오는 물약처럼 먹기만 하면 바로 체력이 가득 차는 그런 약일지도 모릅니다."

"…'힘, 체력 강화' 상품을 8단계까지 샀더니 요즘엔 당최 피곤이란 걸 느껴본 지가 오래되어서요."

"대표님, 그래도 혹시 모르니 항상 잘 가지고 계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요. N마켓의 피로회복제이니 약국이나 편의점에서 파는 그런 것들과는 분명히 다를 거예요."

"듣고 보니 뭐, 잘 가지고 있으면 중요하게 필요한 날이 있을 수 있겠네요. 어쨌든 세 번째 랜덤박스 개봉은 이걸로 끝났습니다. 다들 주말인데도 나와서 고생하셨어요. 이제 퇴근하시죠. 하하하."

상자 뒷면을 유심히 살펴보던 최수영이 입을 열었다.

"수호 씨, 아깝다 그쵸. 정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니."

이 여자가 미쳤구나.

우리 관계를 뻔히 다들 알고 있는데 이런 소리를 내뱉어?

"아하하하, 수영 씨.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리고 난 피곤이란 걸 느껴본 지 오래되었다니까요."

"그건 본인 생각이고."

"뭐, 뭐요? 아하하. 라울, 이 실장님, 아니에요. 우리 아직 하지도 않았……."

최수영이 갑자기 내 등짝을 짝! 소리 나게 후려치며 쓸데없이 길어지고 있는 변명을 끊어냈다.

"하하핫. 농담이에요, 농담. 수호 씨 얼굴 빨개진 거 봐. 지구를 지키는 영웅님께서 이렇게 사소한 일로 얼굴이 그렇게 빨개지면 어떡해요."

라울이 최수영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수영, 수영도 지금 얼굴이 빨개요."

"네? 저, 저도 사실 던져놓고 좀 과했다 싶어서요. 하하핫. 괜히 내가 더 부끄럽네, 이거."

얼굴이 벌게진 나와 최수영을 번갈아 쳐다보던 라울이 씩 웃으며 이혁진의 팔을 잡고 일어섰다.

"이 실장님, 여기 두 분 주말인데 데이트라도 하시게 우리는 이만 회사로 돌아가지요."

"네? 네, 라울. 들어가요."

* * *

4월 8일 김수호 넥시트코인(NXT) 보유 현황

[보유량 10,044개]

[단가 47억 원]

[평가 금액 47조 2천억 원]

김수호 랜덤박스 아이템 현황 (3/6)

[1회차 : 마술사의 염동력 장갑]

[2회차 : 예민보스 고양이]

[3회차 : 피로회복제 엔캡슐]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