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메타버스 코인재벌-40화 (40/200)

40화

* * *

4월 26일 수요일, 지구방위위원회 특별작전국.

- 큐브 작동 확인! 게이트웨이 가동 준비 완료!

- 마력 에너지 증폭기 가동! 에너지 레벨 확보까지 30초. 카운트 들어갑니다. 30, 29, 28…….

우주선 내부 스피커를 통해 관제실의 급박한 상황이 그대로 전달되었다.

이제 30초 후면 증폭된 마력 에너지가 게이트웨이를 작동시켜 우리를 테라 행성의 성층권 어딘가로 이동시킬 것이다.

"수영아, 우리 진짜 멀리 출장 가네."

"그러게. 좀 긴장된다. 우리 중에 꽝이가 제일 긴장을 안 한 것 같은데?"

최수영의 말에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특수작전국에서 급히 만들어 우주선에 설치해 준 고양이용 강철 케이지 안에서 편안하게 식빵을 굽고 있는 꽝이가 보였다.

어쭈? 아주 하품을 하고 있네?

"그러네. 하하. 아무튼 작전도 작전이지만 무사히 잘 돌아오자. 위험할 것 같으면 항상 내 옆에 꼭 붙어 있어. 내가 지켜줄 테니까."

"오빠나 누구랑 싸우다 다치면 냉큼 내 옆으로 와. 내가 치료해 줘야 하니까. 그런데 우리 혹시 거기서 멀리 떨어지게 되면 어떡하지? 당연히 휴대폰도 안 될 테고."

"안 떨어져야지. 혹시라도 멀리 떨어지게 되면, 수영이 넌 평소 하던 대로 관종짓을 하고 있어. 그럼 내가 금방 찾으러 갈 수 있을 거야."

"뭐? 관종짓?"

"농담이야, 농담. 하하하."

- 5, 4, 3, 2, 1. 게이트웨이 작동!

순간 몸이 붕 뜨는 느낌이 드는가 싶더니 가느다란 실 수백만 가닥이 온몸을 꿰뚫는 듯한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태어나 처음 느껴보는 소름 돋는 기분에 잠시 몸서리치고 있는데 기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테라 행성에 도착한 것 같습니다!"

* * *

같은 시각, 시엠브레 제국 마법사의 탑.

지구 침공을 지휘하고 있는 사무엘 바로 옆 공간에 조그만 마법진 하나가 생겨나더니 큐브를 지키고 있던 마법사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대마법사님! 또 제멋대로 큐브가 작동되고 있습니다!

"나도 큐브의 마력이 역방향으로 요동치는 것을 느끼고 있다. 또 지구인들이 넘어오는 모양이군. 이제는 아주 제집처럼 드나들려고 하는구나. 건방진 것들."

- 지시하신 대로 이번엔 마력의 움직임에 따라 게이트가 열린 곳의 좌표를 확인하였습니다!

"당장 마나 대포를 총동원해 공격을 퍼부어라. 놈들이 다시는 우리 행성 땅을 밟지 못하도록 해."

- 네!

"아니다. 내가 직접 마나 대포에 마나를 주입하겠다. 아예 가루를 만들어주마."

사무엘이 짤막한 발동어를 외며 발을 한 번 크게 구르자 그의 발밑에 빛나는 마법진 하나가 생겨났다.

옆에 세워두었던 지팡이를 집어 든 사무엘이 지팡이 끝에 마나를 집중시키자 눈을 뜨고 있기도 힘들 법한 강한 빛이 지팡이에서 터져 나와 공간 전체를 휘감았다가 이내 사무엘 발밑에 있는 마법진으로 빨려 들어가듯 흡수되었다.

* * *

도착했다는 기장의 말에 나와 최수영은 서둘러 작은 창을 통해 밖을 내다보았다.

커다란 구 형태의 황토색 행성이 우리의 시야를 사로잡았다.

지구의 북극에 해당하는 지점에 거대한 호수가 하나 있고 행성 중앙 부근쯤 가로로 길게 바다가 이어져 있을 뿐 나머지는 온통 황토색이었다.

"대부분이 사막과 돌이라더니 지구랑은 색이 완전 다르긴 하네."

"그러게. 좀 삭막해 보인다."

그때였다. 다급한 레이더병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아래에서 화염 같은 것이 우주선을 향해 날아오고 있습니다!"

"화염? 불이라고? 어디?"

"저 아래에… 정확히 우리를 향해 날아오고 있습니다!"

"으악! 저게 도대체 뭐야! 미사일인가?"

"다들! 충돌에 대비하세요! 곧 충돌합니다!"

"지금 설마 공격당하는 건가? 이런 정보는 없었잖아!"

순식간에 어수선해진 분위기에 다시 창밖을 내다보자 이제 내 눈에도 커다란 불꽃이 우주선을 향해 날아오는 것이 보였다.

정확히는 그게 화염인지 미사일인지 뭔지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맹렬한 기세로 긴 꼬리를 달고 우리를 향해 날아오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잠시 후.

콰앙!

엄청난 충격과 함께 우주선이 빙글빙글 회전하며 튕겨 나갔다.

"엔진 가동 불가! 조향 장치 가동 불가!"

"선체 외부가 심각하게 파손되었습니다! 이대로는 곧 기체가 완전히 파괴됩니다!"

"이런 제기랄! 우주선은 포기한다! 모두 탈출 캡슐로 이동! 서둘러!"

충격의 여파로 몇몇 대원들은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였고, 제이슨이 필사적으로 안전 벨트를 풀고 기둥을 꽉 잡고 서서 외쳤다.

"탈출 캡슐로 이동해! 어서!"

우주선 측면엔 열 개의 탈출 캡슐이 설치되어 있었다.

사람 한 명이 겨우 들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우주선이 파손될 위기에 처하면 한 명씩 캡슐에 들어가 탈출을 꾀할 수 있게 설계된 것이었다.

동력을 완전히 잃은 우주선이 자유 낙하를 시작했는지 우주선 내부가 완전한 무중력 상태가 되었다.

"가자! 수영아! 내 손 잡아!"

나는 우선 최수영의 손을 잡고 일어나 탈출 캡슐 하나의 문을 열고 그녀를 밀어 넣었다.

"어서 가! 어디에 떨어지든 우리 빌데르에서 만나! 몸조심해!"

"응! 오빠도 조심해. 빌데르에서 보자! 꼭!"

최수영이 탑승한 캡슐의 문을 닫아준 뒤 바로 옆 캡슐에 나도 몸을 밀어 넣었다.

순간 케이지에 들어 있는 꽝이가 떠올랐다.

"꽝이!"

쾅! 콰앙!

우주선 여기저기에서 폭발음이 들려오는 가운데 나는 꽝이를 데리러 가기 위해 캡슐에서 다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캡슐에서 몸을 꺼낸 뒤 꽝이가 들어 있는 케이지를 바라보자 꽝이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내 쪽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발로 벽을 세게 밀어내며 케이지 쪽으로 날아가 겨우 꽝이를 꺼내 들었다.

"우리도 얼른 가자, 꽝이야."

다시 캡슐이 있는 반대편을 바라보자 제이슨이 커다란 슈퍼 솔저 수트를 캡슐 안으로 밀어 넣고 있는 것이 보였다.

"제이슨! 어서 캡슐에 안 타고 뭐 해요!"

"임무를 완수하려면 수트도 따로 탈출시켜야 합니다!"

캡슐엔 사람 한 명만 겨우 들어갈 공간밖에 없기 때문에 제이슨은 빈 캡슐에 착용 전 상태의 전투용 수트를 밀어 넣고 있는 중이었다.

"네? 캡슐은 딱 열 개잖아요?"

이 우주선의 탑승 인원은 열 명, 캡슐도 열 개.

문득 주변을 둘러보자 이미 죽은 것인지 잠시 정신을 잃은 것인지 알 수 없는 대원들이 의자에 묶여 있거나 축 처진 채 공중을 떠다니고 있었다.

제이슨의 외침이 다시 들려왔다.

"임무가 우선입니다!"

"…알겠어요. 제이슨! 빌데르에서 만나요!"

제이슨이 쪼그리고 앉아 있던 자세 그대로 말없이 경례를 한 후 전투 수트를 넣은 캡슐의 뚜껑을 닫았다.

나도 꽝이를 안고 남은 캡슐에 탑승해 문을 닫고 탈출 버튼을 눌렀다.

펑!

캡슐은 강한 충격과 함께 우주선에서 멀리 튕겨 나갔다.

우주선의 폭발 등으로부터 탑승자를 지키기 위해 캡슐은 탈출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추진력을 얻어 우주선으로부터 멀리 튕겨 나가도록 설계되어 있었고, 수십 킬로미터 상공에서 그렇게 각자 캡슐을 타고 탈출한 우리는 아마 뿔뿔이 흩어지게 될 것이다.

제발, 제발 최수영이 무사해야 할 텐데.

* * *

한참을 떨어지던 캡슐은 땅에 닿기 전 바닥으로 연료를 분사하며 과격하게 착륙했다.

캡슐의 문을 열자마자 건조하고 뜨거운 바람이 캡슐 안으로 들이닥쳤다.

캡슐에서 나와 주변을 둘러본 나는 꽝이에게 말했다.

"꽝이야, 그래도 사막 한가운데 떨어지진 않았나 보다. 여긴 숲인가? 근데 숲이라고 하기엔 식물들이 너무 다 말라 있긴 하네."

"애옹―"

일단 사막은 아닌 것 같지만 또 숲이라고 하기엔 너무 척박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비쩍 말라 보이는 나무들이 듬성듬성 겨우 뿌리를 박고 있는 그런 숲이었다.

'어쨌든 이게 숲이라면 이 숲 바깥쪽 어딘가 마을이 있을 순 있겠군. 여기가 어딘지 정보를 얻으려면 일단 마을로 가봐야겠어.'

숲에는 몬스터들이 바글바글해서 이 행성의 사람들은 큰 도시를 이루지 않는 이상 숲에 살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몬스터들이 무섭다고 사막 한가운데 살 수는 없는 일.

따라서 대부분 소수 민족의 마을은 숲 외곽과 맞닿은 사막지대에 자리 잡고 있다.

이 숲이 얼마나 큰지는 모르겠지만 숲의 경계까지 빠져나가 돌아다니다 보면 마을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이곳의 사람들을 만나 여기가 어디인지, 빌데르까지의 거리는 얼마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빌데르는 시엠브레 제국 최남단에 있는 항구도시로, 원래 계획대로라면 우리 특임대가 첫 번째로 침투하기로 했던 장소였다.

다들 어디에 떨어졌는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전혀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가 다시 만날 방법은 빌데르에 모이는 것뿐이었다.

'여긴 해가 뜨는 쪽이 서쪽이라고 했지. 해는 저쪽에 낮게 떠 있는데 지금이 오전이려나 저녁이려나. 그것조차 알 수가 없네.'

계속 고민해 봐야 시간만 허비한다는 생각에 나는 일단 북쪽으로 가기 위해 지금을 오전이라고 가정하고 해를 왼편에 두고 달려보기로 했다.

달리다가 해가 머리 위로 올라오지 않고 더 멀어지면 저녁인 걸 테니 다시 반대로 달리면 되겠지.

"꽝이야, 가자!"

"애옹―"

한참을 달렸는데 다행히 해가 점점 높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럼 지금은 오전이고 지금 가고 있는 쪽이 북쪽이 맞는군.'

숲을 달리며 수많은 몬스터를 보았지만 나는 굳이 놈들과 싸우지 않고 계속 피해서 달렸다.

제이슨 말로는 한 두 놈을 해치우면 어디선가 떼로 나타나 덤벼든다고 했다.

어차피 놈들은 내가 달리는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으니 귀찮은 일을 만들 바에 그냥 피해 다니기로 마음먹었다.

여기서 몬스터들을 마그네타 검으로 베어 넘겨도 넥시트코인이 채굴되겠지만, 지금은 빌데르로 찾아가 최수영을 만나는 게 최우선이었다.

'그런데 몬스터들이 산짐승을 공격하진 않네? 설마 저렇게 생긴 놈들이 초식은 아닐 테고.'

이미 몇 차례나 본 광경인데, 나무에 걸터앉아 쉬고 있는 몬스터의 바로 옆에서 산짐승이 풀을 뜯고 있어도 몬스터는 놈들을 공격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나를 발견하면 그제야 벌떡 일어나 나를 공격하려고 달려들었다.

얼마나 더 달렸을까?

저 멀리 사막이 보이고 숲이 끝나가는 것이 느껴질 때쯤.

"퀴에엑!"

"쿠오옥!"

조금 떨어진 곳에서 몬스터들의 흥분한 외침이 들려왔다.

'드디어 짐승 사냥이라도 하는 건가?

"이야압!"

응?

몬스터들의 울부짖음 속에 들려온 이 기합 소리는 분명 사람의 것이었다.

나는 높이 도약해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날아들었다.

도착한 곳엔 10대 중반쯤 되었을까 싶은 소년 하나가 이가 다 빠진 낡은 검을 들고 몬스터들과 대치하고 있었다.

검은 낡았으나 소년의 자세는 제법 그럴듯했다.

소년의 주변에 세 구의 몬스터 사체가 있는 걸 보니 몬스터들이 이제 막 이곳으로 떼로 몰려드는 중일 듯싶었다.

'이곳에 와서 처음 만난 인간이니 한번 도와주고 길이나 좀 물어볼까?'

소년의 옆에 가뿐히 내려선 나는 동시 통역기를 통해 그에게 말을 걸었다.

"도와줄까?"

"갑자기 어디서 날아온 거예요? 마법사? 아니네, 검을 차고 있네? 어쨌든 피할 수 있으면 어서 몸을 피해요! 여기 있다간 저놈들에게 맞아 죽어요."

"도와줄 테니까 이따 길이나 좀 알려줘."

"퀴에엑!"

내가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탓인지 잠시 당황하는 듯하던 몬스터들이 금세 정신을 차리고 일제히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기 시작했고, 마그네타 검은 오랜만에 검은빛의 춤을 추기 시작했다.

비록 그 수는 많으나 지구에 침공해왔던 금속 몬스터들에 비해서는 체구도 작고 힘도 더 약했다.

그 때문에 계속해서 달려드는 몬스터들은 나에게 아무런 위협이 되지 못했고, 나는 끊임없이 놈들을 베어나갔다.

끊임없이 베고 또 베었다.

그런데 한가지 문제는 놈들이 정말 끊임없이 나타난다는 것이었다.

이 커다란 숲의 모든 몬스터가 이리로 모이는 것 같았다.

몬스터의 시체 수십 구가 주변에 쌓여갔지만, 그보다 많은 수의 몬스터가 계속해서 나타나 덤벼왔다.

처음 그 자리에 서서 멍한 눈으로 검은빛의 춤을 바라보고 있는 소년에게 다가가 물었다.

"야, 여기서 숲을 빠져나가도 저놈들이 계속 쫓아와?"

"아마도요. 아까 빠져나갔으면 몰라도 지금은 저놈들 화가 많이 난 것 같은데요?"

"그럼 네가 사는 마을로 가면? 거긴 이놈들을 막아줄 방벽이나 병력이 있지?"

"아니요! 그건 절대 안 돼요. 우리 마을은 지금 이렇게 많은 몬스터를 막아낼 수 없어요. 그런데 검사님은 누구세요?"

나는 염동력 장갑으로 몬스터 한 놈의 다리를 낚아채 가까이 다가오는 놈들에게 그 몬스터를 마구잡이로 휘두르며 소년에게 물었다.

"계속 싸우다간 끝도 없겠다. 놈들이 못 쫓아올 때까지 뛰자. 마을이 어느 쪽이야?"

"마을은 안 돼요!"

"마을 없는 쪽으로 뛰려고 묻는 거야."

"그, 그럼 서쪽으로 뛰면 돼요."

소년이 가리킨 쪽을 바라본 나는 청년에게 등을 들이밀었다.

"업혀. 꽉 잡고."

* * *

4월 26일 김수호 넥시트코인(NXT) 보유 현황

[보유량 10,524개]

[단가 48억 원]

[평가 금액 50조 5천억 원]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