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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코인재벌-42화 (42/200)

42화

* * *

서둘러 집 밖으로 나오자 사람들이 다급히 북쪽으로 달아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남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셀 수없이 많은 몬스터가 마을 외곽을 무차별 공격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닥치는 대로 몸을 부딪치고 방망이를 휘둘러 사람들은 물론 건물들까지 부수며 북쪽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파커를 포함한 마을 장정들은 각자 집에서 무기 삼을 만한 것들을 꺼내 들고나와 달려들지도 달아나지도 못하고 우물쭈물 서 있었다.

"숲을 지키고 있어야 할 몬스터들이 어떻게 마을까지 쳐들어온 거야! 폴! 너 숲에 가서 무슨 짓을 한 거냐!"

"아, 아마 나와 수호의 흔적을 쫓다가 마을에 들이닥친 것 같아요."

"뭐? 빙 돌아서 도망쳐왔을 것 아니냐! 뒤쫓다가도 이만큼 멀어졌으면 포기할 법도 한데 무슨 짓을 했길래 저렇게까지 몰려온 거야!"

아무래도 저렇게까지 몰려온 건 나 때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폴을 구해 주다가 놈들을 좀 많이 죽였거든요. 그래서 저러는 것 같네요."

"몇 마리나 죽였길래 저놈들이 저런단 말이오?"

"한… 오륙십 마리?"

"혼자서?"

잠시 놀란 눈으로 내 몸을 훑어보던 파커는 커다란 도끼를 집어 들었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좀 도와줄 수 있겠소?"

"물론입니다. 아무래도 제가 끌고 온 것 같으니."

"고맙소."

커다란 도끼를 높이 들어 올린 파커가 주변을 둘러보며 크게 소리쳤다.

"다들 뭐 하는 건가! 저놈들이 마을 다 부술 때까지 지켜보고 있을 거야? 어서 갑시다!"

파커의 말에 마을의 덩치 큰 장정들이 몬스터들이 밀려오고 있는 남쪽으로 뛰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폴, 너는 어서 어머니 모시고 북쪽으로 도망쳐."

"나도 싸울 거예요! 나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요!"

"실랑이하고 있을 시간 없으니 너 알아서 해라. 몸조심하고. 아무튼 형 먼저 간다!"

나는 빠른 속도로 몸을 날려 몬스터들에게 달려들었다.

거대한 덩치의 사내 하나가 커다란 메이스를 휘둘러 몬스터 한 놈의 머리통을 날려버렸다.

하지만 그사이 네댓 마리의 몬스터가 그 사내에게 달려들며 몽둥이를 휘두르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서둘러 염동력을 사용해 그 몬스터들을 내 쪽으로 잡아당겼다가 반대쪽으로 멀리 던져버렸다.

메이스를 든 사내는 잠시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으나 이내 자신에게 달려드는 또 다른 몬스터와 대치 상태에 들어갔다.

나는 사람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이곳저곳을 뛰고 날아다니며 그들과 전투 중인 몬스터들을 베고 집어던졌다.

하지만 중구난방 흩어져서 싸우는 사람들을 도우려다 보니 놈들의 숫자를 줄이는 데 집중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왔다 갔다 하다간 내가 먼저 지치겠군.'

"파커! 폴! 내 목소리 들려요? 사람들을 데리고 조금 뒤로 물러서서 대형을 갖춰요! 내가 시간을 끌 테니까!"

다행히 내 목소리를 들은 파커가 사람들에게 모이라고 소리치는 것이 들렸다.

삼사십 명의 마을 장정들이 모여 반원 형태로 대형을 만들자 나는 그 대형의 맨 앞에 섰다.

"이 대형을 유지하면서 방어에 집중하세요!"

파커가 소리쳤다.

"수호! 이리 들어오시오! 함께 싸워야 하오!"

"아니요, 방어만 해선 이놈들을 다 베어버릴 수 없어요. 저는 신경 쓰지 마시고 절대로 대형을 유지하세요!"

나는 다시 몬스터들 쪽으로 고개를 돌린 후 이제 본격적으로 놈들을 베어 넘기기 시작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나와 마을 사람들 사이에는 몬스터들의 시체가 산처럼 쌓였다.

이젠 고개를 돌려도 시체 산에 가려 뒤쪽 마을이 보이지도 않았다.

다리는 점점 느려졌고 숨이 턱까지 차서 호흡도 잘되지 않았다.

내가 지쳐가고 있는 걸 눈치챘는지 몬스터들의 공세는 더욱 거세져 가고 있었다.

징그러운 놈들.

이제 한 삼 분의 일 정도 남은 것 같긴 한데 과연 다 베어 넘길 때까지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문득 3주 전 오픈했던 랜덤박스가 떠올랐다.

피로회복제!

마그네타 검을 쉬지 않고 휘두르는 와중에 왼손으로 자켓 위를 톡톡 쳐보자 납작하고 작은 약상자가 느껴졌다.

나는 이 엔캡슐을 먹어볼 요량으로 근처의 몬스터들을 한차례 크게 베어낸 후 높이 점프해 시체 산꼭대기로 올라갔다.

화가 난 몬스터들이 서로를 밀치며 시체 산을 오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재빨리 자켓 안주머니에서 약상자를 꺼내 엔캡슐 하나를 입에 넣어보았다.

제발 효과가 있어라.

엔캡슐을 꿀꺽 삼킴과 동시에 흰 구름 같은 것이 온몸을 감싸는 것이 느껴졌다.

어? 이거 미친 약이네.

평소보다 몸이 더 가벼워진 느낌인데?

온몸으로 황당함을 느끼다가 나는 고개를 천천히 내려 시체산을 기어오르고 있는 몬스터들을 바라보았다.

"괴물들아, 안됐지만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다."

* * *

"수호, 정말 대단한 검사님이셨군. 혼자서 이 많은 몬스터를 다 잡다니. 마을에 재앙이 닥칠 뻔했는데 덕분에 무사히 마을을 지켜낼 수 있었소. 매튜 남작님이 계셨어도 이렇게는 못 하셨을 거요."

"아닙니다. 다 같이 싸우셨잖아요. 그리고 어찌 보면 제가 숲에서 몬스터를 좀 과하게 건드려서 벌어진 일이기도 하고요."

"그것도 폴을 구하려다 그리된 거 아니오. 정말 고맙소. 은인을 만났어."

파커와 대화를 나누는 사이 마을 주민들이 모두 우리가 있는 쪽으로 다가와 웅성거렸다.

"이 정도면 숲의 몬스터가 다 죽은 걸 수도 있겠는데?"

"그러게. 다 안 죽었다고 해도 전처럼 발도 못 붙일 만큼 바글바글하진 않겠어."

"그럼 이제 우리 숲에 들어갈 수 있나? 나무도 패고 짐승도 사냥하고?"

"그 전에 저 몬스터들 가죽만 다 벗겨서 내다 팔아도 우리 마을은 부자가 되겠어."

"어쩌면 정령들이 사라지기 전 우리 조상들처럼 다시 농사 같은 걸 지어볼 수 있을지도 몰라."

"농사? 땅에서 캐는 거 말고 뭐 밭을 만들어 식량을 키웠다던 그거 말인가? 이 땅에서 다시 그런 게 가능할까?"

"그런데 이 많은 몬스터를 저 남반구에서 온 검사가 거의 다 해치운 거라며?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놀람과 희망의 대화를 나누는 마을 사람들의 눈앞에는 수백 구를 넘어 거의 천구는 되어 보이는 몬스터의 시체가 쌓여 있었다.

어디 갔었는지 코빼기도 안 보이던 꽝이도 어느새 나타나 내 발밑을 서성거렸다.

나는 문득 낮에 숲에서부터 궁금했던 것을 파커에게 물어보았다.

"파커, 그런데 저 몬스터들은 다른 짐승은 공격하지 않던데 왜 인간에게만 저렇게 달려드는 겁니까?"

"응? 그게 무슨 소리요. 인간들에게 멸종당했으니 당연한 일이지."

"멸종당해요? 지금 저기 저렇게 쌓여있는데 언제 멸종을 당했다는 건가요?"

질문은 내가 하고 있음에도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얼굴을 하고 있는 쪽은 파커였다.

그때 마을 바깥쪽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저기 남작님과 사절단들이 돌아온다! 수레에 식량도 실려 있어!"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열 개의 수레에 감자를 가득 싣고 마을로 걸어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중 가장 앞에서 걸어오고 있는 남들보다 키가 두 배 이상 큰 강철 인간이 매튜 남작인 것 같았다.

폴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들에겐 좋은 사람인 것 같으나 어쨌든 시엠브레 제국에서 작위를 받고 불사인이 된 자.

나에겐 적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저자는 내가 어디서 온 줄 모를 테니 여기서 괜히 문제를 일으킬 필요는 없겠지.

"아니, 이게 다 무슨 일인가? 이 몬스터들은 도대체?"

마을 입구까지 도착한 강철 인간이 모여 있는 사람들을 향해 물었다.

강철 인간 매튜의 물음에 폴이 앞으로 뛰어나가며 잔뜩 흥분한 말투로 대답했다.

"몬스터들이 우리 마을을 공격했는데 저 뒤에 있는 남반구에서 온 검사님이 이놈들을 전부 베어버렸어요! 너무 빨라 잘 보이지도 않았지만 검이 한 번 지나갈 때마다 몬스터들이 몇 마리씩 잘려 나갔다고요. 정말 엄청난 광경이었어요! 남작님도 보셔야 했는데!"

폴의 말에 매튜 남작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했다.

그는 긴 다리로 성큼성큼 나에게 다가오더니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했다.

"정말 고맙네. 우리 마을 사람들을 지켜주었군. 나는 키르칸의 영주 매튜 남작이네."

강철 인간이 허리를 숙여 나에게 감사를 표하는 상황이 좀 어색하긴 했지만 일단 나도 예의를 차렸다.

"아닙니다. 아마도 제가 몬스터들을 끌어들인 것 같더라고요. 당연한 일을 했습니다."

"겸손한 친구군. 그런데 남반구에서 왔다고? 생김새는 남반구인이 맞긴 하는데 그곳에 그대와 같은 강자가 있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데?"

아차, 강철 인간이면 못해도 수백 년은 살아왔을 텐데.

남반구인에 대해서도 꽤 알고 있겠지.

뭐라 둘러댄다…….

"기연을 얻고 열심히 수련했을 뿐입니다."

뭐, 사실이니까.

"기연? 어떤 기연이길래 마법도 쓰지 않고 혼자서 이 몬스터들을 다 해치울 수 있단 말인가. 그러고 보니 몸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이 예사롭지 않군. 대단해."

"쉽게 말씀드리기는 좀 곤란한 일이라……."

"뭐, 알겠네. 우리 마을의 은인이자 귀한 손님을 이렇게 길바닥에 세워둘 수는 없지. 자, 내 저택으로 함께 가 얘기를 더 나눠보지 않겠나? 우리 마을을 구해 준 보답도 해야 하고 말이야."

어느새 폴이 우리 옆으로 와 또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남작님! 저도 함께 가면 안 돼요? 제가 수호를 처음 만나 우리 마을로 데려온 거라고요."

"어디서?"

"아… 그… 숲에서요."

"네놈의 그 호기심이 결국 몬스터들을 여기까지 끌고 온 모양이구나."

"아… 죄송해요, 남작님."

"하지만 너 혼자였더라면 몬스터들을 여기까지 끌고 올 게 아니라 숲에서 맞아 죽을 일이었겠지. 이것도 인연인 듯하니 너도 같이 가자꾸나."

"하하! 네! 아버지, 저 수호와 함께 남작님 저택에 다녀올게요!"

나의 무용담을 끊임없이 남작에게 조잘대는 폴의 목소리를 들으며 우리는 마을 가운데 있는 남작의 저택으로 향했다.

그런데 듣다 보니 신기한 건, 저렇게 신나서 떠들어대는데도 그 말속에 딱히 과장이나 꾸밈이 들어가 있지는 않다는 것이었다.

저 정도 텐션이면 뭐 사소한 것 하나라도 과장하거나 지어낼 법도 한데 폴은 남작에게 정확히 자기가 눈으로 본 일들만을 떠들어대고 있었다.

'시끄럽긴 하지만 제법 괜찮은 녀석일지도 모르겠네.'

마을 중앙에 있는 남작의 저택은 꽤 컸다.

하지만 남작이자 영주의 저택으로서 크고 화려하다는 느낌보다는 강철 인간인 남작의 몸이 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크게 지었다는 느낌이 들게 하는 수수한 건물이었다.

응접실에 들어서자 일반인의 몸에 맞는 테이블과 의자들이 있었는데, 남작의 자리만 땅을 파서 의자를 만들어 마주 앉으면 비슷한 눈높이로 대화를 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었다.

시종들이 차를 내오는 사이 남작이 라트니아 왕국에 다녀온 이야기를 폴에게 짤막하게 들려주었다.

그리고 차가 나오자 남작이 나를 똑바로 보며 말했다.

"남반구에는 한 숲의 몬스터를 혼자 다 베어버릴 만한 인간이 살지 않네. 아니, 북반구를 합쳐도 그럴 수 있는 인간이 몇이나 있을지 모르겠군. 마법사 말고는 기사단장들 정도면 가능하려나."

이런, 꼬치꼬치 캐물으면 귀찮아지는데.

대충 얼버무리다 이 마을을 떠야겠다.

"그리고 어깨 위에 그 동물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네."

여기까지 말한 남작은 한참 동안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 행성에서 온 건가? 지구?"

* * *

4월 26일 김수호 넥시트코인(NXT) 보유 현황

[보유량 17,204개]

[단가 48억 원]

[평가 금액 82조 6천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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