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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코인재벌-45화 (45/200)

45화

* * *

"수호, 검기는 얼마나 뽑아낼 수 있는 건가?"

점심을 먹은 후 매튜와 나는 저택 뒤뜰 연무장으로 향했다.

"검기요? 그런 건 쓸 줄 모릅니다."

"그게 무슨 소린가. 몬스터들이 베어진 단면이 분명 검기로 베어낸 모습이던데."

"단면이 깔끔하단 말씀이지요? 그건 이 검이 좀 특별하기 때문입니다. 뭐든지 그렇게 깔끔하게 썰어내는 검입니다."

"그 검에 갈무리된 기운이 범상치 않다고는 생각했네. 한데 자네 몸에서 느껴지는 그 엄청난 내력과 저 수많은 몬스터를 상처 하나 없이 상대한 뛰어난 감각이라면 금방 검기를 뽑아낼 수 있을 텐데?"

"검기를 뽑아내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보여주지."

매튜가 허리춤의 긴 검을 뽑아냈다.

매튜의 덩치에 맞게 검신도 길지만 그에 비해도 유독 손잡이가 긴 바스타드 검이었다.

"검기를 발현하기 전엔 검신이 더 긴 롱소드를 사용했었네. 전장에서 검이 닿는 길이는 곧 내 목숨 길이를 의미했으니까. 하지만 롱소드는 너무 무거워서 빠르게 휘두를 수가 없다는 단점이 있지."

순간 매튜의 검이 잘게 진동하는가 싶더니 푸른색의 투명하고 밝은 검기가 매튜의 검에서 뻗어져 나왔다.

푸른 검기는 검날의 두께와 길이를 금세 두 배로 만들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굳이 무거운 롱소드를 들지 않아도 더 긴 거리를 확보할 수 있게 되지. 내력이라고 하는 몸 안의 에너지를 검을 통해 발산하는 것이네. 내력이 강할수록 큰 검기를 뽑아낼 수 있고 뽑아낸 검기를 정교하게 통제할 수 있을수록 더 예리해지지. 더 집중하고 내력을 더 쏟아부으면……."

매튜의 몸에서 강한 기운이 퍼져나오는 것이 느껴지면서 검기의 길이가 더욱 길어지고 그 색도 진해졌다.

"오, 지구에 쳐들어왔던 기사들에게선 이런 건 보지 못했는데요."

"그렇다면 아직 본격적인 전쟁은 시작도 되지 않은 것이겠지. 아무래도 자네가 상대했다는 기사들은 단장급은 아닌 것 같군."

매튜가 가볍게 검을 휘둘러 10미터도 넘게 떨어져 있는 석상 하나를 깔끔하게 베어버렸다.

검은 닿지도 않았음에도 석상은 두부 잘리듯 깨끗이 잘려 나갔다.

"어떤가, 배워보겠는가? 처음부터 시작하자면 한평생을 바쳐도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지만, 자네에게서 흘러나오는 기운을 보면 금방 해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 솔직히 말하자면 아직 그 정도 기운을 내뿜는 자는 본 적이 없거든."

"남작님의 성취는 이 대륙에서 어느 정도 수준인 겁니까? 이런 검기를 내 뿜을 수 있는 검사들이 많나요?"

"타고난 자질이 워낙 중요하기 때문에 연금술이 생겨나기 전에는 대륙 통틀어 한둘이 나올까 말까였으나 자네도 알다시피 지금 불사인 기사들은 죽지 않고 수백 년간 검술을 연마할 수 있지 않나. 해서 지금 몇 명이나 검기를 다룰 수 있는지는 나도 정확히 모르겠네. 아마 못해도 열 명은 넘겠지."

"남작님은 불사인이 되기 전에 검기를 사용하신 거죠?"

"그러니 400년 전에 어찌어찌 놈들의 공격을 버텨내 볼 수 있었지. 결국은 패배하고 말았지만."

"그런데 저는 내력이 뭔지도 모르고 그런 걸 키워본 적도 없는데요."

"이 조그만 인간의 몸에 있는 근육으로 낼 수 있는 힘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나? 또 속도는? 어떤 방식으로 자네가 그런 기운을 키운 건지는 모르겠지만 자네 몸 안에 있는 그 거대한 기운이 자네가 인간 이상의 움직임을 보일 수 있게 만들어주고 있는 것일세."

매튜의 말에 잠시 내 팔을 들여다보았다.

커다란 자동차도 한 손으로 집어 던질 수 있는 팔.

근육의 밀도가 높아졌다고 한들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어렵긴 한 일이다.

"그럼 그 검기를 사용하려면 어떻게 하면 됩니까?"

"우선 강한 내력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자신만의 검로를 만들 수 있을 만큼 검과 친해져야 하지. 거기까지가 힘든 것이지 그 후엔 정신력과 집중력 싸움이네. 자네는 이미 그 단계엔 오른 상태인 것 같으니 우선 몸 안의 내력을 검을 든 팔에 집중시켜보게. 처음엔 천천히, 조금씩 내력을 다루는 법을 익혀야 해."

나는 마그네타 검을 빼 들고 내 몸 안에 있다는 그 어떤 기운을 검을 든 팔에 집중해 보려고 노력했다.

너무도 당연한 일이지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괜히 기대했나.

"아직 잘되지 않는가 보군. 그럼 우선 몸 안의 기운을 느끼는 데 집중해 보게. 워낙 큰 기운을 품고 있어 집중하다 보면 어느 순간 느껴질걸세."

매튜는 나에게 처음엔 선 채로, 그다음엔 바닥에 앉은 채로 내력을 느끼는 방법들을 차분히 설명해 주었다.

그래도 안 되자 마지막엔 바닥에 누워 온몸에 힘을 뺀 상태로 눈을 감고 온전히 모든 감각을 내 몸 안에 집중해보는 훈련을 했다.

그렇게 매튜가 시키는 대로 집중해서 무언가를 느껴보려고 했지만, 오후가 다 가도록 도무지 어떻게 하는 건지 감조차 오질 않았다.

어쩌면 매튜의 말과 다르게 나에겐 그 내력이라는 게 없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쯤 나는 차라리 다른 방법으로 시엠브레의 기사들을 상대해 보는 것이 낫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알려주신 대로 집중해 봤으나 쉽지 않네요. 어쩌면 저는 내력이라는 게 없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검기를 발현하는 시엠브레의 기사와 맞붙을 일이 생길 수 있으니 괜찮으시다면 남작님께서 저와 대련을 한번 해주시겠습니까? 그 검기를 사용해서요."

"하하하. 물론이네. 나야말로 자네의 실력을 한번 보고 싶었던 참이네."

매튜가 검을 뽑아 들고 나를 겨누자 길이 10미터가 넘는 검기가 그의 검에서 뿜어져 나왔다.

우선 저 검기와 마그네타 검이 부딪히면 어떻게 되는지부터 확인해 볼 필요가 있었다.

"갑니다!"

검기의 사정권 안으로 파고들며 우선 검기와 마그네타 검을 맞부딪쳐 보았다.

쾅!

대련이었기에 둘은 검을 흘리거나 피해 내지 않고 정면으로 부딪쳤고, 힘과 힘에 의한 충돌로 엄청난 충격과 소리가 울려 퍼졌다.

매튜는 꽤 놀란 눈으로 자신의 검기를 버텨내고 있는 마그네타 검을 바라보았고, 나 역시 손목이 저릿저릿할 정도의 충격을 전해 주는 저 무형의 검기에 적잖이 놀랐다.

"예사롭지 않은 검이라고 생각했는데 대단하군. 내 검기를 정면으로 받아내고도 멀쩡한 검이라니."

이번엔 마그네타 검으로 저 검기를 베어낼 수 있는지 확인할 차례였다.

"다시 한번 갑니다!"

나는 검을 위로 들어 올려 매튜의 검기를 한차례 튕겨냈다가 다시 검을 맞부딪혀 보았다.

바로 앞 공격과는 달리 이번엔 저 검기를 베어버리겠다는 마음을 먹은 채였다.

쾅!

'안 베어진다!'

분명 저 검기를 베어버리겠다는 마음으로 검을 휘둘렀으나 결과는 같았다.

'마그네타 검으로 베어지지 않는 건 저 검기가 물질이 아니기 때문인가? 이거 복잡하게 됐군.'

"남작님, 지금 가지고 계신 검이 소중한 것이라거나 아주 비싼 겁니까?"

"그건 왜 묻는 거지? 아닐세. 그저 평범한 검일 뿐일세."

마지막 실험.

"그럼 한 번만 더 갑니다!"

앞선 두 번의 정면 대결과는 달리 나는 빠르게 질주해 남작의 검이 닿는 곳까지 다가갔다.

매튜 남작이 나의 속도에 놀라는 사이 나는 몸을 크게 한 바퀴 돌리며 그의 검날과 내 검을 그대로 맞부딪쳤고, 이번엔 마그네타 검을 휘두르는 손목에 어떤 충격도 전해져 오지 않았다.

"아, 아니? 검기가 서려 있는 검을 두 동강 내다니?"

매튜의 검은 마그네타 검에 의해 매끈하게 썰려 나갔고 검에서 뻗어져 나오던 검기는 그 빛을 잃으며 공중으로 사라졌다.

"검기가 베어지지 않아 놀랐지만, 다행히 파훼법이 있긴 하군요."

"내가 더 놀랐네. 그 검은 도대체 무언가? 두 번째 충돌 땐 검기의 예리함을 더 키웠는데도 아무렇지 않게 버텨내더니 그다음엔 오히려 검기가 서려 있는 내 검을 베어내?"

"좀 비싼 검입니다. 하하."

"그리고 자네의 그 속도와 힘……. 대단하군. 제대로 붙어보고 싶지만 그랬다간 둘 중 하나는 크게 다칠 수 있겠어.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번 제대로 검을 맞대주게. 나도 자네의 그 검은 검의 파훼법을 알게 된 것 같으니. 하하하."

매튜 남작의 눈이 그 어느 때보다 이글거리고 있었다.

400년 넘게 검을 잡아 온 사람으로서 지금 엄청난 호승심이 들끓고 있겠지.

나도 매튜와 진심으로 맞붙는다면 어떻게 될까 궁금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강자를 만났다고 꼭 꺾어보고 싶거나 그런 마음이 들지는 않았다.

나는 기사도, 무인도 아니거든.

"가르침 감사합니다.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한데 세 번째 공격 때 말이야."

"네?"

"앞의 두 번과는 달리 자네의 내력이 분명히 검을 든 손에 집중되었네. 워낙 기세가 강해 굳이 애써 느끼려고 하지 않아도 느껴질 정도였지."

"아, 그렇습니까?"

"내가 알려준 대로 내력을 느껴보기 위한 훈련을 계속해보게. 분명 그것을 다룰 수 있게 되는 날이 올 것이야."

"네. 틈틈이 훈련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이만하고 들어가서 서주(薯酒) 한잔하겠나?"

"서주요?"

"아, 지구는 풍족하다고 했으니 과일이나 곡물로 술을 빚겠군. 우리도 과거엔 그랬었지……. 서주는 감자로 담근 술일세."

"그럼 혹시 안주도 감자인가요."

"오늘은 특별히 감자를 화덕에 구워놓으라 명했네. 자네 덕분에 몬스터 가죽도 잔뜩 얻게 되었고, 이제는 좀 사치를 부려봐도 되겠지."

* * *

"크아. 남작님, 서주 이거 맛있네요. 감자구이도 맛있고."

"맛있다니 다행이군."

"남작님, 마을 남쪽 숲에 이제 몬스터가 별로 없지 않을까요? 짐승이 꽤 있던데 이제 짐승들을 사냥해서 식량으로 사용할 수 있겠네요."

"그건 천천히, 아주 천천히 생각해 볼걸세. 몬스터가 없어졌다고 또 닥치는 대로 숲의 자원을 가져다 쓰다가 같은 꼴을 두 번 겪을 순 없지 않은가. 이미 다 말라버렸지만 그래도 아예 없어진 건 아니니 이제 우리라도 저 숲을 잘 지켜야지."

"그렇군요. 다행이네요. 이렇게 좋은 분이 이 마을과 남쪽 숲을 지키고 계셔서."

"좋은 분은 무슨. 왕국을 지켜내지 못해 내게 내려진 형벌이라 생각하네."

"남작님을 보고 있으니 언젠가는 키르칸이 예전의 영광을 다시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고맙네. 수호 자네야말로 대화를 섞을수록 괜찮은 젊은이라는 생각이 드는군. 우리 마을에도 나 같은 400년 묵은 늙은이 말고 자네같이 젊고 진취적인 사람들이 필요한데 말이야."

그때 식당으로 시중이 들어왔다.

"남작님,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시간이 늦었으니 돌아가라고 했지만 통 말을 듣지 않아서……."

"이 시간에? 누구지?"

"폴입니다."

매튜가 한숨을 한 차례 푹 쉬고 대답했다.

"들어오라 이르게."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남작에게 말했다.

"남작님이 찾으시는 젊고 진취적인 사람이 왔네요."

매튜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답했다.

"폴 말인가? 그 녀석은 아니야……."

* * *

4월 27일 김수호 넥시트코인(NXT) 보유 현황

[보유량 17,204개]

[단가 48억 원]

[평가 금액 82조 6천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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