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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코인재벌-48화 (48/200)

48화

* * *

시엠브레 제국 마법사의 탑.

대마법사 사무엘의 전용 응접실.

"오랜만이군, 가엘."

대마법사 사무엘이 오랜만에 방문한 제1 기사단장 가엘을 반기며 응접실로 들어섰다.

"오늘 아침 우연히 궁정 마법사에게 희한한 소식을 들어서 찾아뵈었습니다."

"희한한 소식이라면?"

"얼마 전부터 큐브를 통해 지구에서 그 김수호의 생체 신호가 잡히지 않는다면서요? 죽은 겁니까? 갑자기?"

"글쎄. 나도 가서 직접 보는 것이 아니라서 확신할 순 없지만, 그리 갑자기 죽는다거나 할 자인 것 같진 않네. 하지만 큐브를 통해 관찰할 수 있는 지구의 생체 신호에 따르면 분명 그자의 신호는 사라졌어."

"그렇죠? 그렇게 강한 자가 갑자기 죽는다니. 그자의 나라엔 별다른 공격을 보내시지도 않았는데 말입니다. 한데 그럼 왜 그자의 신호가 갑자기 끊긴 걸까요?"

"최근 지구인들이 이곳으로 몇 차례 넘어온 일은 알고 있나?"

"들었습니다. 건방진 놈들. 놈들이 마지막으로 넘어왔을 땐 대마법사님께서 직접 마나 대포로 놈들을 공중분해 시키셨다면서요?"

"그랬네. 한데 그 날부터일세. 김수호의 생체 에너지가 지구에서 더 이상 잡히지 않게 된 게."

"그럼 그자가 우리 행성으로 넘어오려다가 대마법사님에게 죽임을 당한 거로군요!"

가엘은 놀란 듯하면서도 아쉬운 표정을 애써 감추지 않았다.

"왜, 아쉬운가? 놈하고 일대일로 붙어볼 기회가 사라져서?"

"뭐, 조금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공중에서 분해될 놈이면 거기까지가 그놈의 운명이겠죠."

"그놈의 운명이 거기까지라면 그렇겠지. 하지만 살아 있을 수도 있지 않나. 큐브로는 지구의 생체 신호밖에 볼 수 없으니 이곳에 넘어온 이상 아직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인할 방법은 없네."

"저 하늘 꼭대기에서 놈들이 나타나자마자 대마법사님이 놈들의 배를 날려버렸다고 들었습니다만? 그자가 아무리 강하다고 한들 불사인의 몸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어쨌든 죽었는지 확인을 한 것은 아니니 아직 알 수 없단 말일세. 우리에겐 지구인들에 대한 정보가 아직 부족해. 쿠라타니 후지로의 말에 의하면 놈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큐브의 도움 없이도 하늘을 날 수 있는 물체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었다고 하지 않나."

"그 얘기는 들었습니다. 심지어 마법을 사용하는 것도 아니라고 하더군요. 혹시 그렇다면?"

"우리가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 남반구로 향하는 길이라 가정하세. 바다 한가운데서 공격을 당해 배가 부서진다면 어찌하겠는가?"

"정 배를 살릴 길이 없다면 구명정에라도 올라야지요."

"그렇지. 그러니 아직 방심은 금물이네."

"그럼 그 김수호라는 자가 동료들과 함께 지금 우리 행성을 마음대로 헤집고 돌아다니고 있을 수도 있다는 말입니까?"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말일세."

"그자의 의견은 어떻습니까?"

"누구 말인가?"

"배신자 쿠라타니 후지로 말입니다."

"후지로는 놈들이 이곳에 넘어올 정도의 비행정을 기발했다면 분명히 탈출에 대한 대비도 했을 것이라고 하네. 그들의 과학기술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말도 덧붙였네."

"아무래도 김수호와 그 동료들은 살아 있을 가능성이 꽤 크겠군요."

"안 그래도 자네가 이곳에 방문한다고 하여 후지로를 불렀네. 곧 올걸세."

"벌써 거동이 가능해진 겁니까? 처음 데려올 땐 시체나 다름없었고 한 달 전만 해도 겨우 누워서 입만 뻥긋하고 있지 않았습니까? 생각보다 재생력이 좋은 놈이군요."

"아니, 정 반댈세. 재생은커녕 그대로 두다간 얼마 못 가 죽을 것 같았지. 마침 저기 오는군."

사무엘의 말에 가엘이 문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이국적인 외모의 강철 인간 하나가 응접실로 들어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깜짝 놀란 가엘이 사무엘을 돌아보았다.

"대마법사님, 설마 저 배신자 지구인에게 연금술을 사용하신 겁니까?"

"아직 지구에 대해 들어야 할 말이 많은데 곧 숨이 넘어가게 생겼으니 어쩌겠나. 우리의 정보원 정도로 생각하게."

쿠라타니 후지로가 가엘에게 다가와 고개를 깊이 숙이며 말했다.

"두 번째로 뵙는군요. 가엘 기사단장님. 처음 뵈었을 땐 몸이 성치 않아 제대로 인사를 못 드렸습니다. 쿠라타니 후지로입니다."

못마땅한 눈으로 후지로를 바라보던 가엘이 마지못해 그의 인사를 받아주었다.

"세 번째일세. 첫 번째 보았을 땐 겨우 숨만 붙어 있는 숯덩이나 다름없었지."

* * *

"여기 숯덩이 좀 더 넣어주세요!"

폴의 외침에 여관 직원이 커다란 삽에 숯덩이를 퍼와서 우리 앞에 부어주었다.

우리는 여관 뒤뜰에 마련된 야외 식당에 모여 앉아 있었고, 숯덩이 위에서는 꼬챙이에 꽂힌 거대한 생선과 각종 해산물이 맛있게 구워지고 있었다.

특히 성인 몸통만 한 가리비가 내 눈을 사로잡았다.

따악! 쩌억.

경쾌한 소리와 함께 숯 위에 무심하게 올려놓은 거대 가리비의 입이 벌어졌다.

안에서 인어공주라도 나올 것처럼 생긴 가리비 안에는 거대하고 촉촉한 가리비 살과 탱글탱글해 보이는 관자가 맛있게 익어 있었다.

"지난번 여관에서의 고기 요리도 훌륭했지만 여기 해산물 요리는 정말 엄청난데?"

"모두 매튜 남작님이 여비를 넉넉히 챙겨주신 덕이에요. 평범한 사람들은 감히 주문해 볼 엄두도 안 나는 요리들이라고요."

"출발 전 감사 인사는 충분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너희들 키르칸에 돌아가면 남작님께 내가 꼭 감사 인사를 한 번 더 하고 싶어 했다고 전해라. 와, 가리비 관자 진짜 미쳤네."

새우 머리통을 두 손으로 들고 쪽쪽 빨아먹고 있던 폴이 대답했다.

"너무, 너무 행복해요. 수호를 만나서 이런 모험 길에 오르지 못했더라면 저는 키르칸에서 평생 감자만 먹다가 죽었을 거예요. 아, 그랬다면 얼마나 억울했을까?"

거대 생선의 살을 바르던 알렉스가 말했다.

"저 거친 바다에 들어가 이런 걸 잡아 오기란 쉽지 않았을 텐데. 대단하군."

알렉스의 말에 레온이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

"그건 우리가 라트니아 왕국에 가까워졌기 때문이에요. 전통적으로 마법 강국이었던 라트니아에서는 진작에 마법으로 큰 배가 잘 뒤집히지 않게 하는 방법을 개발했죠. 마법사들이 배에 함께 타야 하는 통에 출항에 지원하는 마법사가 거의 없어 자주 어획을 나가진 못한다고 들었지만 그래도 다른 지역에 비하면 라트니아는 해산물이 풍부한 편이에요."

과묵하던 레온이 갑자기 조금 밝아진 것 같아 조금 더 말을 걸어주기로 했다.

"역시 마법에 대한 일은 레온이 빠삭하네. 레온, 그럼 라트니아가 가장 마법이 발달한 나라인 거야?"

"시엠브레처럼 강력한 마법사 군대를 가진 건 아니지만 순수하게 마법의 발전도로만 따지면 라트니아가 한 수 위죠. 아마 이번 몬스터 토벌도 마법으로 어느 정도 숲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기 때문에 계획한 걸 거예요."

나도 모르게 짧게 손뼉을 치며 레온에게 말했다.

"그거 잘됐네! 숲을 조금이라도 살릴 수 있다면 훨씬 먹고살기 나아질 거 아냐."

"그렇죠. 그거야말로 마법의 진정한 힘이에요. 시엠브레의 마법사 군대나 마나 대포 같은 것들 말고 진짜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마법. 그게 바로 제가 생각하는 마법의 힘이에요. 지금 수호가 맛있게 먹고 있는 그 가리비도 결국 마법이 있었기에 잡아 올 수 있는 거라고요."

그제야 왜 레온이 매번 동료들이 위험에 처할 때마다 마법을 발동하려고 머뭇머뭇하다가 결국 마법을 사용하지 못한 건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레온, 너 마법을 쓰지 못하는 게 아니었구나?"

"네?"

"제대로 쓰려고 더 공부하고 더 아껴두는 중인 거야. 그렇지?"

"아? 그건……."

레온이 깜짝 놀라 내 눈을 마주치려다 다시 고개를 푹 숙였다.

"처음이에요. 이런 말을 해준 사람은. 다들 기본 공격 마법도 발동 못 한다고 무시하기 바빴는데……."

다 큰 사내자식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려고 할 때쯤, 들고 있던 새우 머리통을 다 빨아먹은 폴이 갑자기 소리쳤다.

"뭐? 레온 마법 쓸 수 있는 거였어? 써봐! 어서 써보라고! 새우들이 더 빨리 익게 여기 불꽃을 일으켜 봐!"

그때 여관 건물 안쪽에서 쿠당탕탕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알렉스가 생선 살을 집어 던지고 벌떡 일어섰다.

"싸움 구경만큼 재밌는 건 없지!"

성큼성큼 건물로 걸어가는 알렉스의 뒤를 폴과 에릭이 뒤따랐고 레온은 큰 관심이 없다는 듯 멍하니 숯불을 바라보고 있었다.

"너는 싸움 구경 안 가?"

"그런 건 별로 관심 없어요."

"사실 나도. 우린 싸움 구경 간 사람들 돌아오기 전에 맛있는 것부터 먼저 먹자."

나는 먹던 관자를 다시 먹기 위해 나무 포크를 가리비 속으로 쑥 찔러 넣었다.

그때,

"으악!"

거대한 사내 하나가 여관 문을 부수고 날아와 우리의 음식 위로 떨어졌다.

숯불 위로 떨어져 등이 꽤 뜨거울 텐데도 몇 바퀴 데굴 구른 사내는 다시 벌떡 일어나 자신이 날아온 쪽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오냐, 이 비겁한 마법사 놈! 한번 제대로 붙어보자!"

무기가 될 만한 것을 찾는지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사내는 알렉스가 벗어놓은 커다란 검을 집어 들었다.

"어? 그거 우리 일행 무기인데?"

사내에게 손을 뻗어 제지하려고 했지만 내 말을 깨끗하게 무시한 사내는 알렉스의 커다란 검을 들고 자신이 날아온 문 쪽을 향해 쇄도했다.

문 앞에는 어느새 회색 로브를 입고 지팡이를 든 마법사 한 명이 나와 서 있었다.

"죽어라!"

제법 빠른 속도로 움직인 사내는 마법사에게 크게 검을 휘두르며 덤벼들었으나, 마법사의 지팡이에서 강한 바람이 일어나 사내의 몸을 다시 멀리 던져버렸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알렉스가 마법사를 지나 자신의 검을 들고 있는 사내에게 다가갔다.

사내는 다시 일어나며 알렉스에게 거칠게 물었다.

"넌 또 뭐야?"

퍽!

사내가 다시 허리를 펴자마자 알렉스의 발길질이 그의 복부를 정확히 강타했고, 미처 어찌 대응조차 해보지 못한 사내는 그대로 배를 잡고 바닥을 구르게 되었다.

바닥의 검을 집어 든 알렉스가 아직도 배를 잡고 웅크리고 있는 사내에게 말했다.

"이건 내 검이다. 그래도 이 무거운 걸 들고 설칠 줄 아는 걸 보면 힘깨나 쓰는 놈 같은데 자기 무기가 소중하면 다른 사람 검도 소중한 줄 알아야지."

알렉스는 검의 먼지를 툭툭 털어냈다.

"그리고 또 네놈이 잘못한 게 뭔 줄 알아? 분수도 모르고 아무한테나 덤빈 거. 저 푸른 수정이 박힌 지팡이를 보고도 그따위 실력으로 덤벼?"

뒤로 돌아 다시 마법사를 마주 본 알렉스가 말했다.

"오랜만이다. 발렌틴."

"누군가 했더니 알렉스였군? 오랜만이다."

그제야 그 둘을 알아본 주변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 저 붉은 머리! 홀로 떠도는 용병 알렉스 아니야?"

"발렌틴? 맙소사, 그 유명한 마법사 용병 발렌틴?"

"저 둘을 한자리에서 보다니. 저 둘도 혹시 산티아고 공작의 토벌대에 참가하는 건가?"

"도대체 이번 토벌대 규모는 얼마나 큰 거야……. 정말로 숲 하나의 몬스터를 전부 토벌할 생각인가 본데?"

사람들의 웅성거림은 신경도 쓰지 않는 알렉스가 발렌틴에게 다가가 말했다.

"정말 오랜만이군. 혹시 너도 토벌대에 참가하러 가는 길인가?"

"굳이 내가 있는 곳까지 찾아내 의뢰서를 보내서 말이지. 그러는 너도?"

"뭐야! 난 의뢰서 같은 건 못 받았는데?"

"역시 네 놈보단 내가 윗급이군."

"뭐야? 웃기는 소리. 아마 의뢰서를 들고 온 놈이 홀로 떠돌고 있는 날 못 찾은 거겠지."

"풉."

"비웃어?"

* * *

5월 7일 김수호 넥시트코인(NXT) 보유 현황

[보유량 17,284개]

[단가 48억 원]

[평가 금액 82조 9천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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