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메타버스 코인재벌-49화 (49/200)

49화

* * *

발렌틴이 여관주인에게 선뜻 다시 지불한 음식값으로 우리의 해산물 식사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됐다.

알렉스와 우리 일행은 발렌틴에게 합석을 권했지만 그는 한사코 거절한 뒤 다시 여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알렉스, 마법사 용병도 있네요?"

"마법사가 워낙 귀하다 보니 흔하진 않지만 있긴 있소. 그중에서도 저놈은 꽤 잘나가는 놈이고. 쳇. 왠지 재수 없는 놈."

"둘이 친한 거 아니었어요?"

"뭐 딱히 친할 이유가 있겠소? 몇 번 큰 의뢰에서 만났던 것뿐이오. 오랜만에 보니 반갑긴 하지만 사실 우리는 서로를 견제하고 있는 사이이지."

"견제요?"

"저놈만 없으면 내가 북서부 최고의 용병인데 말이오. …아! 내가 저놈보다 못하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고. 그저 북서부 최고의 용병 자리를 논할 때 빼놓지 않고 저놈의 이름이 함께 나와서 하는 말이오."

우리의 대화를 듣던 폴이 나서서 물었다.

"알렉스, 그럼 알렉스와 저 마법사 용병이 싸우면 누가 이겨요? 두 분 대결해 본 적 있어요?"

"아니, 없어. 다만 같은 편이 되어 싸워본 적은 있는데 그땐 정말 대단했지. 완벽한 조합이랄까? 코뿔소처럼 저돌적인 내 공격과 독수리처럼 예리한 저놈의 공격이 합쳐지니 내가 봐도 위력이 대단하더군."

"그런데 왜 함께 다니지 않고요?"

"말했잖냐, 꼬맹아. 나는 홀로 떠도는 용병 알렉스다. 어지간한 의뢰는 나 혼자로도 충분해."

"네. 대단하십니다요."

"너 이 자식! 말투가 영 비꼬는 말툰데?"

"아니요. 아닙니다요."

알렉스가 폴의 딱밤을 날리기 위해 허리를 펴자 폴이 잽싸게 내 뒤로 숨었다.

"그런데 알렉스, 이번 토벌대 규모가 정말 큰가 보네요. 뭐 이 근방 유명한 용병들은 다 모이는 모양이에요?"

"나도 저 녀석까지 참가할 줄은 몰랐소. 어쨌든 숲 하나의 몬스터를 다 토벌한다고 하니 보통 인원이 필요한 일은 아니겠지."

폴이 내 등 뒤에 숨어 나에게만 겨우 들릴 만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풉. 웃겨. 우리 수호 님은 혼자서 우리 마을 남쪽 숲 몬스터를 통째로 쓸어버렸는데."

나는 등 뒤로 팔을 돌려 폴의 옆구리를 꼬집어 비틀어버렸다.

"아악!"

* * *

사막에서의 노숙은 쉬운 일이 아니었기에 우리는 여관에서 다음 날 오전까지 피로를 충분히 푼 후 늦은 아침 식사를 하고 다시 길을 떠났다.

마을을 빠져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내 앞에 네 번째 랜덤박스가 나타났다.

이게 나타난 걸 보니 벌써 5월 8일이 되었나 보다.

"앗! 갑자기 이게 뭐죠? 마법인가? 수호, 조심해요!"

폴이 갑자기 나타난 랜덤박스를 보고 호들갑을 떠는 사이 일행들이 모두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이건, 그 마법 같은 건 아니고. 뭐라 설명해야 하나……. 그냥 나한테 온 소포 같은 거야."

"소포? 그건 또 뭔데요?"

"음, 그냥 돈 주고 산 선물 같은 거야. 어쨌든 별거 아니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말고 가던 길 가자."

"선물? 당장 선물이면 열어 봐야죠!"

"에휴, 그래. 열어 보자."

나는 랜덤박스를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다.

어깨 위에 앉아 있는 꽝이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랜덤박스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런데 이번엔 랜덤박스 바깥에 무슨 글귀가 적혀 있었다.

'박스 밖에 뭐가 쓰여있었던 적은 없었는데?'

나는 박스를 가까이 들어 겉에 써진 글을 읽어보았다.

[상자 수령 위치가 변경되어 해당 위치에 맞는 랜덤 상품으로 교체됩니다.]

지구 밖에서 받았으니 이 테라 행성에 맞는 상품이 나온다는 건가?

천천히 박스를 열자 안에는 투박한 가죽 주머니 하나가 들어 있었다.

안에 뭐가 들어 있나?

가죽 주머니 안에 상품이 들어 있나 싶어 주머니 속을 들여다보았지만, 그 안에는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았다.

"선물이 뭐예요? 그 주머니 안에 뭐 금화라도 들어 있어요?"

내 옆에 찰싹 달라붙어 나와 함께 주머니 속을 들여다보던 폴이 실망한 듯한 발짝 떨어졌다.

"에이, 뭐야. 갑자기 나타난 녹색 상자에서 나온 게 고작 그 가죽 주머니에요? 뭐 엄청 비싸거나 신비로운 선물이 들어 있을 줄 알았는데."

하지만 가죽 주머니를 바라보는 레온의 눈빛은 폴과는 정반대였다.

"수호, 그 주머니……. 안에 뭔가 이질적인 마나의 흐름이 느껴져요. 뭐랄까, 주머니 안이 텅 비어 있달까?"

어, 그래.

주머니 안이 텅 비어 있는 건 나와 폴도 이미 알고 있다.

나는 주머니를 내려놓고 박스 안에서 두껍고 투박한 종이 뭉치를 꺼내 들었다.

설명서도 지구의 종이가 아닌 이곳의 투박한 종이 재질로 만들어져 있었다.

[상품명 : 정령의 마법 주머니]

[정령의 공간 왜곡 마법으로 만들어진 주머니입니다.]

[담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담아보세요!]

[주머니가 작다고 걱정하지 마세요. 생각보다 큰 물건도 충분히 주머니 속에 보관할 수 있습니다.]

"수호, 뭐라고 쓰여 있는 거예요?"

"응. 뭐 담고 싶은 거 있으면 담아서 가지고 다니래."

그럴 리가 없다는 듯 레온이 가까이 다가와 주머니를 들여다보며 말했다.

"그게 다예요? 분명 주머니 안쪽이 좀 특별한데."

"뭐, 좀 큰 것도 넣을 수 있다고 하네."

레온과 나의 대화를 듣고 있던 폴이 주머니를 가리키며 빈정댔다.

"저기 큰 게 들어가 봤자 뭐가 들어가겠어요? 말린 감자나 몇 개 넣을 수 있겠네."

"나도 모르겠네. 뭐 일단 아무거나 한번 넣어볼까?"

나는 장거리 사막 여행을 위해 등에 짊어진 큰 가방을 풀어서 오른손에 들고 왼손엔 주머니를 든 채 가방을 주머니에 넣는 흉내를 내보았다.

"푸하하.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지금 우리랑 장난… 어?"

폴의 웃음과 말이 갑자기 뚝 끊겼다.

지켜보던 다른 일행들도 모두 아무 말 없이 나의 왼손과 오른손을 번갈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커다란 가방이 가죽 주머니 안으로 사라진 것이다.

"뭐, 뭐야? 어떻게 한 거예요, 수호?"

"뭐야! 당신 마법사였소?"

"지, 지금 그 가방이 그 주머니로 들어간 거 맞죠? 그렇죠? 거봐요! 제가 그 주머니 특별하다고 했잖아요!"

그 와중에 에릭이 가장 현실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 가방… 다시 꺼낼 수 있는 거예요?"

"글쎄. 해봐야지."

나는 가죽 주머니에 오른손을 넣어보았다.

맙소사.

주머니에 넣은 손에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주머니는 분명 내 손이 들어가면 거의 꽉 찰 정도의 크기.

그런데 주머니에 넣은 손을 이리저리 휘휘 저어봐도 당연히 느껴져야 할 주머니의 안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팔을 더 안으로 밀어 넣자 팔꿈치까지 순식간에 쑥 들어갔다.

나를 바라보고 있는 폴의 눈이 더 커지는 것이 보였다.

"아! 찾았다."

팔꿈치까지 넣은 채 이리저리 손을 휘젓자 아까 넣은 가방이 만져지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가방 한쪽을 잡고 다시 주머니 밖으로 팔을 꺼내 보았다.

"아……. 맙소사."

폴이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음과 동시에 내 오른손엔 다시 커다란 가방이 들려 있었다.

* * *

'정령의 마법 주머니' 덕분에 몸이 한껏 가벼워진 우리는 더욱 속도를 높여 라트니아 왕국에 도착했다.

라트니아에 들어서자 알렉스는 곧바로 왕국 서부에 있는 산티아노 공작의 저택으로 향했고 우리는 왕궁에 먼저 들르기 위해 중부로 향했다.

"에릭, 왕궁에 들어가서 왕자에 대해 이야기를 할 거야?"

"당연하죠! 왕께 이 모든 사실을 고하고 산티아노의 반란을 막아야죠."

"그런데 너도 단번에 알아챌 수 있는 그 사실을 왕궁에선 모르고 있을까?"

"설마 설마 하고 있을 수도 있고, 어쩌면 알고 있으면서도 어쩌지 못하는 걸지도 몰라요."

"알고 있으면서 왜?"

"산티아노 공작의 세력이 너무 강하기 때문이죠. 자칫 큰 내전으로 번질 수도 있는 일이잖아요."

"어쨌든 알고 있다면 왕궁에서도 나름의 대비를 하지 않겠어?"

"그럼 산티아노 역시 그 정도의 대비는 대비했겠죠."

왕국 중심부를 향해 한참을 가다 보니 저 멀리 꽤 높은 탑이 보였다.

"저 탑은 뭐야? 엄청 높네?"

"아, 저 탑은 라트니아 왕국의 마법 연구 탑이에요. 시엠브레에서 마법사의 탑을 만들기 전엔 북반구에서 가장 높은 탑이었죠."

"마법사들은 높은 탑을 좋아하나 보군."

"그러게요. 그러고 보니 그러네요."

"라트니아는 마법이 가장 발달한 왕국이라며? 그럼 다른 왕국들도 각자 특별히 발달한 게 있나?"

"여기서 멀지 않은 몬테넬은 예로부터 궁술을 중요시해온 왕국이고, 시엠브레 동쪽에 있는 세바니아는 무술 연구에 진심인 왕국이죠. 다들 조금씩 특징이 있어요. 에르갈은 학문을 중요시해서 유명한 학자가 가장 많이 나온 왕국이에요."

"우리가 다음에 갈 마리노 왕국은?"

"음… 거긴 섬나라라서 해상 전투에 특화되어 있다는 정도? 사실 다른 왕국들에 비해선 딱히 특징이 없네요. 섬에 있다는 것 빼곤."

왕국 중심부가 가까워지자 제법 위엄있는 건물들이 도로 주변을 장식했고, 종종 말을 타고 다니는 기사나 귀족도 눈에 띄었다.

행성이 황폐해진 이후 말은 정말 귀한 가축이 되었다고 들었는데 길에 말을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보이니 이제 제법 큰 왕국에 들어왔다는 실감이 났다.

"저기 앞에 왕궁이 보여요!"

폴이 신나서 떠들어대지 않아도 누가 봐도 왕궁으로 보이는 거대한 성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바닷물을 끌어와 만들었는지 왕궁 주변에는 작은 강이라고 해도 믿을 만한 폭의 수로가 빙 두르고 있었다.

성의 남문에 도착해 에릭이 매튜 남작의 서신을 경비병에게 건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귀빈 대접을 받으며 왕궁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남작님이 여기 왕족들과 친분이 있다고 하더니 진짠가 보네?"

에릭이 놀란 눈으로 나에게 물었다.

"에? 친분이요? 남작님이 그 정도밖에 설명을 안 해주셨나요? 남작님은 라트니아 27대 왕의 생명의 은인이었고 28대 왕의 가장 친한 친우였으며 29대 왕의 스승이기도 했죠."

"지금은 몇 대인데?"

"지금 왕위에 계신 분은 라트니아 34대 왕이세요."

기사의 안내를 받아 왕의 알현실 앞에 섰다.

"괜히 긴장되네. 청와대에 처음 간 날보다 더 떨려."

폴이 물었다.

"네? 청와대는 어딘가요?"

"내가 있던 곳의 왕궁 같은 곳이야."

곧 거대한 문이 열리고 우리는 알현실 안으로 들어가 왕에게 예의를 표했다.

"어서 오시오. 키르칸에서 온 손님들. 다녀가신 지 얼마 되진 않았지만 남작님은 잘 계시는가?"

에릭이 최대한 예를 갖춘 자세로 대답했다.

"네. 무사히 키르칸에 돌아가셔서 영지를 돌보고 계십니다. 지원해 주신 식량에 대해 왕께 다시 한번 감사를 표하라 전하셨습니다."

"남작님께서 우리 선조들에게 베푼 친절과 우정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지원이지. 언제나 더 도와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전하게."

"네, 전하."

왕은 시선을 나에게 돌리며 물었다.

"서신에 적혀 있는 남반구에서 온 키르칸의 은인이 바로 자네인가 보군."

"네. 그렇습니다."

"키르칸의 은인이면 우리 라트니아의 은인이나 마찬가지지. 머무는 동안 편히 쉬도록 하고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요청하시게. 시엠브레로 가는 길이라고?"

"네. 다행히 키르칸에서 이 친구들을 만나 외롭지 않은 여행길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알현실의 분위기에 압도되어 나도 모르게 격식을 차린 말투가 새어 나왔다.

사소한 대화를 조금 나눈 후에 에릭이 왕에게 몬스터 사냥과 왕자에 대한 우려를 표현했다.

왕자를 사냥에 참여시키지 않거나 꼭 참가해야 한다면 강력한 호위를 붙여야 할 것 같다는 에릭의 간언에 라트니아의 왕은 껄껄 웃으며 답했다.

"산티아고 공작을 조심하라는 말은 매튜 남작님도 자주 하시던 말씀이었지. 충고 고맙네, 에릭. 매튜 남작님을 따라 이곳에 처음 왔을 땐 어린 소년이었는데 이제 제법 어른이 되었군그래."

"감사합니다."

"한데 산티아고 경이 욕심이 많은 사람임은 분명하지만, 우리 왕족을 해칠 만큼 욕심에 눈이 먼 사람은 아니라네. 걱정해 주는 마음은 고마우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걸세. 그러니 혹여 이 이야기는 다른 곳에선 하지 않는 것이 좋겠네. 그리고 이번 몬스터 토벌은 우리 왕국에 있어서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는 일이야. 원래라면 내가 직접 나서야 마땅한 일이나 보다시피 내가 몸이 이래서 왕자가 대신 나설 수밖에 없다네."

"저, 전하……."

"자네들을 위해서 하는 말이야. 내 비록 산티아고 경이 왕족을 해치진 못할 거라고 했으나 자신을 모함한 자네들에게도 해를 가하지 말란 법은 없지 않겠나. 그러니 그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말고 더 이상 입 밖에 내지 말도록 하게."

* * *

5월 12일 김수호 넥시트코인(NXT) 보유 현황

[보유량 17,344개]

[단가 48억 원]

[평가 금액 83조 2천억 원]

김수호 랜덤박스 아이템 현황 (4/6)

[1회차 : 마술사의 염동력 장갑]

[2회차 : 예민보스 고양이]

[3회차 : 피로회복제 엔캡슐]

[4회차 : 정령의 마법 주머니]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