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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코인재벌-50화 (50/200)

50화

* * *

왕궁 뒤편에 있는 손님 숙소에 도착한 우리는 산티아고 공작의 왕자 시해 계획에 관한 대화를 나누었다.

"에릭, 왕의 말대로 네 걱정이 너무 과한 건 아닐까? 왕이 직접 산티아고가 그럴 사람은 아니라잖아."

"수호, 아니에요. 왕께서 속고 계신 거라고요. 공작은 아마 자기의 욕심을 딱 그 정도까지만 왕에게 보였을 거예요. 하지만 매튜 남작님은 항상 그자의 너무 큰 욕망을 우려하셨죠."

"좋아. 네 말이 정 그렇다면 원래 계획대로 토벌대에 참가하자. 사냥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왕자를 찾아 조금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는 거야.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그건 또 그대로 좋은 거고, 무슨 일이 있으면 우리가 나서면 되지."

"네, 수호. 감사해요. 항상 은혜를 베풀어주던 라트니아에 이렇게 도움이 될 수 있다니 다행이에요."

다음 날 아침 일찍 우리는 산티아고 공작의 몬스터 토벌대에 들어가기 위해 다시 왕국 서부로 향했다.

가는 길에 들르는 식당마다 이번 라트니아의 몬스터 토벌과 몬테넬 왕국의 활쏘기 대회 이야기로 떠들썩했다.

"에릭, 사람들이 자꾸 이야기하는 몬테넬의 활쏘기 대회가 뭐야?"

"아, 레온이 얘기했던 대로 몬테넬은 궁술을 중시하는 왕국이거든요. 최고의 궁사 부대를 가진 나라이기도 하고요. 뭔가 활쏘기에 진심인 민족이랄까? 어쨌든 몬테넬에서는 4년에 한 번씩 전 대륙 최고의 궁사를 뽑는 활쏘기 대회를 열어요. 대회 규모가 워낙 커서 몬테넬 왕국 사람들뿐만 아니라 주변국 사람들도 대회를 구경하기 위해 모여들 정도죠. 주변국들도 함께하는 일종의 축제 같은 대회예요."

레온이 덧붙였다.

"라트니아도 내년에 마법 경진 대회가 열릴 거예요. 세바니아에서도 아마 몇 년에 한 번씩 대규모 무술 대회를 개최할걸요?"

"그럼 혹시 이렇게 열심히 마법을 공부하는 이유가 그 경진 대회에 나가기 위해서야, 레온?"

"아, 그.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기회가 된다면 참여해보고 싶어요. 물론 우승하겠다 뭐 그런 건 아니고… 배움의 기회로."

"너는 사막길을 걷는 와중에도 마법 생각뿐이잖아. 내년 경진 대회에 꼭 참가해 봐. 좋은 결과가 있을 거야."

"감사해요. 역시 절 인정해 주고 응원해 주는 사람은 수호뿐이에요. 나중에 꼭 수호 앞에서 멋진 마법을 펼쳐내 보이고 싶어졌어요."

"그래, 네가 쓰는 마법 좀 보자. 나 여기 와서 본 마법이라고는, 그 누구지? 마법사 용병. 그 사람이 일으킨 바람밖에는 보지 못했어."

폴이 소리쳤다.

"발렌틴이요! 마법에 대해선 잘 모르는 나도 아는 이름이라고요. 실력으로는 당장 시엠브레의 마법사의 탑에 들어가도 이상하지 않을 마법사라는데 이상하게 용병 생활만을 고집한대요."

폴의 말에 레온이 발끈했다.

"시엠브레? 마법사의 탑? 하, 웃기지 말라 그래. 여기 라트니아의 마법사들이 아직은 한 수 위라고. 진짜 마법사라면 라트니아의 마법 연구 탑에 들어가야지."

"그래도 시엠브레의 마법사 군대가 가장 강한 거 아니야?"

"폴, 대포를 만들고 군대를 만들어 전쟁이나 일으키는 건 진짜 마법이 아니라니까!"

"그럼 뭔데! 좀 보여주고 이야기하던가. 난 그 존재만으로도 주변 모든 왕국을 꼼짝도 못 하게 하는 마법사의 탑이야말로 진짜라고 생각해."

"됐다. 말을 말자. 내가 너 같은 꼬맹이랑 무슨 마법을 논하고 있는 거야."

* * *

산티아고 공작의 대저택에 도착한 우리는 저택 외부에 마련된 토벌대 접수처에 가서 참가 신청을 하고 최대한 왕자와 가까운 쪽에서 출발하기 위해 가장 위험하다는 북쪽 숲으로의 진입을 자원했다.

하루가 지나고 본격적으로 대대적인 토벌대가 출정하는 날, 폴이 가까이 다가와 말했다.

"수호."

"응?"

"여긴 시엠브레와도 멀지 않고 보는 눈도 많아요. 심지어 이곳저곳에서 모인 용병들까지. 매튜 남작님의 말 잊지 않았죠? 절대로 실력을 다 내보이면 안 돼요. 알죠? 금방 소문이 퍼질 거예요. 왕자님을 구하거나 하는 건 에릭과 제가 알아서 해볼 테니까 수호는 절대 사람들 앞에 과하게 나서지 말아요. 시엠브레에 몰래 잠입해야 한다면서요. 동료들도 찾아야 하고. 기억하죠? 남작님이 수호가 외계인이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는 사실."

외계인, 맞는 말이지만 들을 때마다 어색한 단어다.

"그래, 알았어. 충고 고맙다. 너는 참 쓸데없이 말만 많은 것 같다가도 이렇게 중요한 멘트를 한 번씩 날린다니까."

몬스터 토벌 작전은 아주 간단했다.

꽤 큰 규모의 숲 하나를 동서남북으로 둘러싼 후 몬스터가 한쪽으로 몰리지 않도록 동시에 숲의 중앙을 향해 진격하는 것이었다.

이 토벌 작전에는 마법사와 기사로 이루어진 라트니아 왕궁 기사단, 산티아고 공작의 사병대, 그리고 앞의 두 부대보다 훨씬 많은 수의 용병이 투입되었다.

에릭 말대로 왕자를 없애려는 계획이면 이번 토벌 작전만큼 좋은 기회는 없었다.

숲 깊은 곳에서 살해한 후 몬스터에게 당한 것으로 위장하면 되는 일이었으니까.

그러고 보니 육상총대의 쿠라타니 후지로가 우리를 없애려고 했던 계획과 제법 유사한 상황이었다.

지구나 테라나 악당들의 생각은 다 거기서 거기인 모양이다.

일부러 용병부대 대열에서 이탈한 채 한참을 가던 에릭이 왕자 일행을 찾았다는 신호를 보내왔다.

에릭이 있는 곳에 다가가자 저 멀리 왕자 일행이 보였다.

왕자는 말 위에 탄 채 긴 창을 휘두르고 있었는데, 나이는 폴의 또래쯤 되는 것 같았다.

우리는 왕자 일행과 일정 거리를 둔 채 그들을 따라가며 몬스터들을 해치웠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왕자 일행 앞에 한 무리의 용병들이 나타났다.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 잘 들리진 않았으나 이내 두 무리는 서로의 무기를 들이대고 싸우기 시작했고, 나는 에릭과 폴이 바로 달려들려는 것을 붙잡았다.

"성급하게 끼어들지 말고 잘 봐. 이번 싸움은 왕자 일행의 완승일 것 같은데? 왕자 옆의 근위병들도 대단하지만, 왕자도 저 나이치곤 제법이야."

"그렇네요. 바로 전력을 파악하다니 대단해요. 하지만 어쨌든 공작이 고용한 용병들이 왕자를 공격해 왔네요. 공작이 왕자를 해치려고 한다는 것이 명확해졌어요."

"그러게. 네 말이 맞았네, 에릭."

폴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럼 이제 왕자님 일행으로 합류해서 공작의 계획을 말씀드리고 함께 싸워야죠!"

"아니야, 폴. 우리가 바로 합류하면 용병들도 우리 전력까지 계산에 넣고 접근할 거야. 공작에게 따로 매수된 용병의 수나 전력을 알 수 없으니 일단은 이렇게 따라가는 게 나을 것 같다."

에릭도 내 의견에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 후 얼마 되지 않아 왕자 일행은 또 다른 용병 무리와 맞닥뜨렸다.

그런데 이번엔 그 용병 무리에 우리가 아는 얼굴이 포함되어 있었다.

"저건 알렉스와 발렌틴이잖아?"

"맙소사! 알렉스와 발렌틴이요? 이번에야말로 왕자님이 위험하겠어요! 우리가 나서야 해요!"

"아무래도 그래야겠다. 일단 저쪽으로 내려가자."

우리는 왕자 일행과 용병들이 대치하고 있는 곳으로 다가갔고 알렉스가 먼저 우리를 알아보았다.

"어이, 수호. 그쪽도 추가 의뢰를 받은 것이오? 이거 이거, 비밀 의뢰라더니 너무 여기저기 뿌린 거 아냐? 그런데 추가 의뢰받은 용병은 서로 알아볼 수 있게 손목에 붉은 띠를 차기로 했는데? 왜 표식을 차지 않았지?"

왕자가 창끝을 알렉스에게 향하며 근엄한 말투로 소리쳤다.

"그 추가 의뢰라는 것이 나를 해치는 것이더냐? 정말 그게 산티아노 공작이 의뢰한 것이라고?"

"아, 거참. 왕자님, 똑같은 말을 몇 번 합니까. 아까 그렇다고 했잖아요. 너무 원망은 하지 마십시오. 우리는 라트니아 백성도 아니고, 이 나라의 권력 다툼에도 관심이 없고, 그저 맡은 의뢰만 수행하고 돈만 받는 용병일 뿐이니. 그리고 거기, 수호 일행! 추가 의뢰를 받은 것이면 우리 쪽으로 와서 서고 아니면 그냥 가던 길 가시오. 숲 중앙에 일찍 도착할수록 더 두둑한 보상을 준다고 하지 않았소."

에릭이 앞으로 나서며 소리쳤다.

"아무리 돈을 받고 의뢰를 수행하는 용병이지만 어찌 한 나라의 왕자를 해치는 계획에 동참한다는 말입니까!"

고개를 돌린 왕자가 에릭을 알아보았다.

"너는, 키르칸의 에릭?"

"네, 왕자님. 또 뵙습니다. 저희도 왕자님 쪽에 합류할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들의 숫자가 많으나 시간을 끌다 보면 소란스러운 소리를 듣고 왕궁 기사단이 이쪽으로 올 것입니다."

알렉스가 등에 메고 있던 커다란 검을 꺼내며 호탕하게 웃었다.

"아, 그쪽 편이었어? 하하하. 이거 오늘이야말로 수호 자네와 검을 맞대볼 수 있는 날이었구먼. 그렇게 대련을 하자고 해도 거절하다니 이런 곳에서 맞붙게 될 줄이야."

알렉스는 용병 무리에서 오른쪽으로 천천히 걸어 나오며 나에게도 같은 방향으로 빠지라는 손짓을 했다.

나도 조용히 마그네타 검을 뽑아 들며 응수했다.

"그러게. 차라리 대련을 좀 해줄 걸 그랬네. 같이 여행한 정이 있어 죽이진 않을 테니 적당히 덤벼."

알렉스가 거친 기합 소리를 내며 거대한 검을 세워 들고 나에게 달려들었고 나는 검을 가로로 들어 알렉스의 공격을 막아 내었다.

비밀 유지를 위해 여기 있는 사람을 대부분 죽여야겠다는 결심이 서기 전까진 내 존재감을 크게 드러낼 생각이 없었으므로 나는 마그네타 검에 '베고자 하는 마음'을 싣지 않았고, 알렉스의 거대한 이형검과 내 마그네타 검은 커다란 소리와 불꽃을 내며 부딪혔다.

꽈앙!

그 소리를 신호탄으로 양쪽 진영의 사람들은 서로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하하하!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군! 수호, 내 묵직한 공격을 이렇게 쉽게 막아내다니!"

"알렉스, 막 그렇게 엄청 묵직하진 않은데요?"

"하하하! 그럼 이것도 받아보시오!"

뭔가 즐거워 보이는 알렉스와 검을 맞대면서도 곁눈질로 양측 진영의 전력을 살펴보았다.

'폴은 좀 위험해 보이지만 에릭이 잘 커버해 주고 있고. 왕자도 뭐 지금은 딱히 위험해 보이지 않는군.'

"어디 곁눈질을!"

"아, 좀 지루해질 뻔해서. 뭐 더 보여줄 건 없어요?"

"아하하하. 대단해. 대단한 친구야!"

알렉스의 공격은 충분히 막아낼 만했지만 분명 지구에서 만났던 강철 인간 기사들보다는 훨씬 위력적이고 묵직했다.

일개 용병의 검술이 이 정도라니 매튜 남작의 말대로 그동안 지구에 넘어왔던 기사와 마법사들은 정말 약한 자들이었던 모양이다.

건방 떨지 말고 더 열심히 훈련해서 강해져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강한 기운이 이쪽으로 덮쳐오는 것이 느껴졌다.

본능적으로 몸을 높이 띄워 그 기운을 피해 냈고 내가 있던 자리에선 거대한 불꽃이 터져 나왔다.

놀란 눈으로 기운이 날아온 방향을 보자 마법사 용병 발렌틴이 보였다.

"뭐 하는 짓이야, 발렌틴!"

"알렉스, 여기 뭐 놀러 왔어? 그리고 딱 봐도 너보다 한 수 위잖아. 일해야지! 네 앞의 그자가 제일 강한 듯하니 협공으로 잡고 나서 바로 왕자를 처리한다!"

잠시 발렌틴을 노려보며 씩씩거리던 알렉스는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제기랄. 사실 발렌틴의 말이 맞아. 수호, 분하지만 당신은 내가 당해 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오. 제법 단련했다 생각했는데 아직 멀었었군. 좋은 대결이었소. 더 맞서다간 위험해질 수 있으니 일행들을 데리고 떠나시오. 어차피 라트니아 백성도 아니잖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으니 떠나라는 말로 들리네요?"

"그렇소."

"그런데 어쩌지.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인데."

"끝까지 방해하겠단 말이오?"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하아, 어쩔 수 없군. 우리 용병들의 진짜 싸움은 일대일 대결과는 아주 다를 것이오. 발렌틴! 본격적으로 시작하자!"

* * *

5월 15일 김수호 넥시트코인(NXT) 보유 현황

[보유량 17,440개]

[단가 49억 원]

[평가 금액 85조 4천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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