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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코인재벌-51화 (51/200)

51화

【 몬테넬 왕국 】

용병들의 진짜 싸움.

이 황폐하고 험악한 행성에서 용병으로 살아온 이들의 생사를 넘나들었던 수많은 경험.

알렉스의 거대한 검은 묵직했으나 막아내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고 발렌틴의 마법 공격도 충분히 예측해서 피할 수 있는 딱 그 정도였다.

하지만 나는 지금 이 둘의 공격에 밀리고 있다.

물론 마그네타 검을 단단한 막대기 정도로 사용하고 있고, 감각을 극대화해 에릭과 폴 쪽의 상황을 계속 살피고 있는 것이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어쨌든 기술적인 면에서 나는 이 둘에게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었다.

발렌틴의 마법이 내 발목을 잡으면 여지없이 알렉스의 검이 허리춤을 노리고 들어왔다.

반격을 위해 알렉스의 검을 튕겨내면 바로 뒤이어 응축된 마나의 물리 공격이 들어오거나 내가 있던 자리에 쾅! 하고 불꽃이 튀었다.

처음엔 이 둘의 합격을 일부러 받아주고 있었다.

시엠브레 고위 마법사와 단장급 기사들과의 대결을 위한 예행 연습 정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둘의 합격은 견고해지고 정교해져 갔다.

부디 이들의 실력이 시엠브레의 고위 마법사나 단장급 기사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 않기를 바라며 결국 나는 짧고 굵게 내 전력을 쏟아내기로 했다.

마침 알렉스의 검이 내 목을 노리고 사선으로 베어져 들어왔다.

나는 그대로 검을 들어 올려 알렉스의 거대한 검을 반으로 베어버렸다.

그때까지 악착같이 내 등에 붙어 있던 꽝이가 뭔가 달라진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등에서 폴짝 뛰어내렸다.

깨끗하게 잘려 나간 자신의 검을 보며 눈이 동그랗게 커진 알렉스를 염동력으로 멀리 밀어버린 후 그대로 발렌틴에게 달려갔다.

발렌틴이 급히 붉은 빛의 마법을 발사했지만 이미 모든 신경을 그의 지팡이 끝에 집중하고 있던 나는 날아오는 마법을 간단히 피해 내고 그의 목에 검 끝을 가져다 대었다.

순식간에 끝난 승부.

하지만 내 가진 모든 밑천을 드러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때였다.

쐐액.

어디선가 화살이 날아드는 소리가 들리더니 그대로 왕자에게로 날아가 꽂혔다.

"으윽!"

두꺼운 갑주를 입은 덕에 화살이 왕자의 몸을 관통하진 못한 것 같지만 그 충격에 왕자는 말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급히 왕자를 부축한 근위병들이 순식간에 왕자 주변을 둘러쌌다.

"마나가 담긴 화살이다! 조심해!"

쐐액.

"으악!"

이번엔 용병 한 명에게 화살이 날아가 꽂혔다.

화살은 왕자와 달리 두꺼운 갑주를 입고 있지 않은 용병의 몸을 그대로 꿰뚫었다.

"뭐야! 왜 우리한테 화살이 날아와!"

뒤이어 수십 발의 화살이 사방에서 날아들어 오기 시작했다.

화살은 양쪽 진영을 가리지 않고 날아들었으며, 미처 막거나 피하지 못한 사람들의 몸을 연신 꿰뚫어버렸다.

나는 발렌틴에게 날아온 화살 하나를 그대로 손으로 낚아챈 후 이 상황에 대해 생각했다.

제법 먼 거리에서 날아오는 마나가 담긴 화살.

사방에서 날아오는 것을 보면 우리를 완벽히 포위하고 있는 모양새였다.

그런데 화살이 날아오기 시작한 타이밍은 정확하게 내가 알렉스와 발렌틴을 제압한 직후.

이곳 상황을 지켜보는 누군가가 용병 쪽이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하고 무차별 공격을 개시한 것 같았다.

"다들 흩어져요! 흩어져서 숲속으로 들어가요!"

나는 급히 소리치며 발렌틴에게 향해 있던 검을 거두고 에릭과 폴에게 다가갔다.

"괜찮아?"

그런 자세로는 화살을 결코 막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쪼그리고 앉아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있던 폴이 소리쳤다.

"네! 수호, 이게 갑자기 무슨 일인가요?"

"일단 피하자!"

폴의 허리춤을 잡고 일어나려는 내 옷깃을 에릭이 잡았다.

"안 돼요! 그럼 왕자님이 위험해요!"

고개를 돌리자 왕자의 화살을 막아주고 있던 근위병들이 이미 절반 정도 쓰러져 있었다.

근위병들 역시 두꺼운 갑옷을 입고 있었으나 연속된 화살 공격을 막아내기는 무리였던 모양이다.

두꺼운 갑옷을 입고 있지 않은 용병들 쪽의 상황은 물론 더 안 좋았다.

쓰러지지 않은 용병들 대부분은 뿔뿔이 흩어졌고, 알렉스와 발렌틴을 비롯한 몇몇 용병만이 한곳에 모여 사방을 경계하고 있었다.

화살이 그들에게 닿지 않는 것으로 보아 중심에 있는 발렌틴이 무슨 마법을 부린 것 같았다.

그때였다.

눈을 감고 뭔가를 중얼거리고 있던 레온의 양손이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곧이어 레온이 두 팔을 하늘 높이 들자 왕자와 우리 주변에 지름 10미터가량 되는 반구형의 실드가 생겨났다.

건너편 발렌틴의 실드보다 훨씬 크고 짙은 색의 실드였다.

그렇게 우리 일행은 레온의 실드 안에, 용병들은 발렌틴의 실드 안에서 화살 공격을 피할 수 있게 되었다.

두 실드 밖에서는 꽝이만 신나서 날아오는 화살들을 쳐내며 놀고 있었다.

놀란 폴이 레온에게 물었다.

"뭐, 뭐야 레온! 지금 마법을 쓴 거야?"

"응. 사방에서 마나가 실린 화살이 날아드는데 너처럼 쪼그리고 앉아서 머리를 감싸고 있을 순 없잖아."

"이런 말도 안 되는 마법을 쓸 줄 알면서 그동안 우리가 위험했을 땐 왜 가만히 있었던 거야!"

"뭐, 다들 무식하게 뒤엉켜 있어서 딱히 쓸 만한 마법이 없었어. 사람을 해치는 마법은 별로 쓰고 싶지도 않고."

"쓰고 싶지 않았다고? 그럼 쓸 수는 있다는 말이잖아!"

"당연하지. 평생 뭐 취미로 독서하는 줄 알았어?"

"응. 그런 줄 알았지. 말도 안 돼! 레온! 진짜 마법사였네?"

레온의 실드가 화살을 완벽히 막아내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온몸으로 왕자를 감싸고 있던 근위병들이 다시 일어났다.

왕자가 우리를 보며 차분히 말했다.

"고맙다. 자네들이 없었다면 오늘 정말 큰일 날 뻔했군."

에릭이 앞으로 나서며 대답했다.

"이는 모두 산티아고 공작의 계략입니다! 어서 숲을 벗어나시고 왕궁에 이 사실을 알려 그를 잡아들여야 합니다!"

"공작이 이런 일까지 꾸밀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정황을 보니 그대의 말이 맞는 것 같구나."

"말씀 중에 죄송하지만, 화살이 날아오는 소리가 점점 짧아지고 있어요. 적들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빨리 이곳을 벗어나시죠."

"얼핏 보니 검술이 무척이나 뛰어나더군. 저 유명한 용병 둘을 순식간에 제압하다니 말이야. 남반구에서 온 검사인가? 오늘의 도움은 잊지 않겠네."

"도움은 잊으셔도 되니 어서 이동하시죠. 우리 마법사 레온이 점점 땀을 흘리고 있어서요."

내 무례한 태도에 근위병들의 인상이 잠시 험악해졌지만 일단 우리는 그곳을 빨리 벗어나기로 했다.

* * *

북쪽을 향해 한참을 달리자 더 이상 화살은 날아오지 않았다.

다시 모인 용병들이 어느 정도 거리를 둔 채 우리를 쫓고 있었으나, 전처럼 섣불리 달려들진 않았다.

잠시 전열을 가다듬기 위해 멈추어 섰을 때, 동쪽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이제야 기사단이 오는 모양이네."

내 혼잣말에 왕자가 직접 대답했다.

"기사단은 서쪽에서 진격을 시작했다. 온다면 반대쪽에서 오겠지."

"그럼 동쪽은요?"

"공작의 사병대."

"이런."

말발굽 소리는 빠르게 가까워졌고, 이내 공작의 깃발을 든 사병대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이미 돕기로 한 일이니 마무리를 지어야겠지. 에릭, 공작의 사병대가 오면 내가 저들 가운데로 가서 공작부터 차례대로 지휘관들을 베어버릴 거야. 너는 왕자님 곁을 지켜라."

"정말 혼자 괜찮겠어요?"

"응, 충분해. 너는 왕자님을 잘 지키고 있어. 여유 되면 폴이랑 레온도 좀 지켜주고."

"네, 알겠어요. 정말 고마워요, 수호."

"사실 누구 편도 아니면서 저 사람들을 해치는 게 썩 내키진 않는데, 어쨌든 시작한 일이니 끝은 봐야지."

에릭과 대화를 하는 사이 산티아고 공작을 선두로 한 사병대가 가까이 다가왔다.

우리 일행 모두는 검 손잡이에 손을 얹고 언제든지 달려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공작이 말에서 내리더니 허겁지겁 뛰어와 왕자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왕자 저하, 괜찮으십니까? 공격받으셨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나는 괜찮다. 그런데 공격은 공작이 지시한 게 아닌가. 이 와중에 또 무슨 연기를 하는 것이냐."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는 왕자 저하께서 용병들과 몬테넬의 궁사들에게 공격받았다는 보고를 받고 급히 달려오는 길입니다."

"몬테넬?"

"예, 저하. 숲속에 몬테넬의 궁사들이 숨어 있는 것을 몇 붙잡았습니다."

"허튼소리! 나를 공격했던 용병들은 네가 고용한 것이 아니냐!"

"물론 제가 고용한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몬스터 토벌 이외에는 어떤 것도 지시한 적이 없습니다."

참 이상한 상황이었다.

물론 왕자 쪽엔 우리 일행이라는 변수가 있긴 하지만 지금 들이닥친 공작의 사병의 수는 거의 백여 명.

왕궁 기사단도 이 일에 대한 보고를 받았을 수 있으니 왕자를 해치려면 기사단이 오기 전인 지금이 유일한 기회일 텐데.

공작이라는 작자는 갑자기 발뺌하며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고 고하고 있다.

잠시 생각을 정리하던 공작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몬테넬에서 왕자 저하를 해하고 저와 왕가의 결속까지 완전히 끊어내 라트니아의 국력을 약화시킬 계획을 세운 것 같습니다."

"…그대의 말에도 일리가 있군. 하지만 아직 완전히 공작을 믿을 수는 없다. 일단 기사단이 이곳에 당도하는 대로 궁으로 돌아가 이 모든 일의 경위를 확인할 것이다."

"그러면 저희는 기사단이 이곳에 올 때까지만 왕자 저하의 곁을 지키겠습니다. 그 후엔 몬스터 사냥을 마저 진행하며 이 숲을 샅샅이 뒤져 몬테넬의 잔당 놈들을 모조리 찾아내겠습니다."

그때, 알렉스 일당이 우리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멈춰 선 알렉스가 큰 소리로 공작에게 외쳤다.

"공작! 어찌 된 일인지 우리에게도 제대로 해명해야 할 거요!"

공작이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붉은 머리? 그대는 용병 알렉스가 아닌가. 대관절 갑자기 나타나서 무엇을 해명하라는 것이지?"

"우리에게 왕자를 해치라는 추가 의뢰를 주지 않았소! 그런데 왜 갑자기 우리를 공격한 것이오?"

"나는 너희들에게 추가 의뢰를 준 적도 없고 공격한 적도 없다. 왕자 저하를 공격하고도 감히 제 발로 여길 걸어왔군. 여봐라! 저놈들을 당장 포박하라!"

"포박? 웃기지 마시오. 여기 있는 병사들을 전부 상대하진 못할지언정 여기서 내 몸 하나 못 빼낼 것 같소? 어서 우리를 공격한 이유를 말하란 말이오! 그렇지 않으면 북서부의 모든 용병을 적으로 돌리게 될 테니. 내 장담하건대 오늘 이후 하루도 편히 잠들 수 있는 날이 없을 거요."

"나는 네놈들에게 따로 의뢰를 준 적이 없다지 않느냐!"

알렉스가 품 안에서 종이봉투를 하나 꺼내 공작의 앞에 집어 던졌다.

"여기, 공작의 인장이 찍힌 의뢰서요. 이래도 발뺌하는 거요?"

"허튼소리. 어디서 이따위 조잡한 조작질에 속아 넘어가선 큰 소리인 것이냐. 나는 한 번도 이런 종이 쪼가리로 용병에게 의뢰를 맡긴 적이 없다."

공작은 알렉스가 던진 종이봉투를 집어 들어 그대로 왕자에게 가져갔다.

"저하, 받으십시오. 여기 찍힌 이 조잡한 인장과 제 인장을 비교해 보시면 제가 이 문서를 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시게 될 것입니다."

그때 알렉스의 뒤에 서 있던 발렌틴이 앞으로 한 발 나서며 품 안에서 또 다른 종이를 꺼냈다.

"이건 이곳에 오기 전 받은 이번 토벌에 참여해 달라는 의뢰서요. 이것도 공작이 보낸 것이 아니오?"

"두둑한 포상금에 온 대륙의 용병들이 모두 스스로 모여들었는데 내가 뭐 하러 따로 의뢰서를 보낸단 말이냐. 뭐 하느냐! 저놈들을 포박하지 않고!"

공작의 사병들이 알렉스 일행을 포위하기 시작하자 발렌틴이 알렉스에게 말했다.

"알렉스. 아무래도 우리가 계략에 당한 것 같다. 일단 여길 뜨자."

"왕자를 죽이려고 했으니 여기서 잡혔다간 뼈도 못 추리겠지?"

"당연하지. 일단 후퇴하고 나중에 이 계략을 꾸민 놈을 찾는다. 반드시 오늘 일을 후회하게 해주지."

"당분간 라트니아 근처엔 얼씬도 못 하겠군. 젠장."

발렌틴이 짧게 뭐라 중얼거리자 그의 지팡이에서 눈을 뜨기조차 힘든 밝은 빛이 뻗어져 나오더니 잠시 그 상태를 유지했다.

잠시 후 그 빛은 사라졌고, 알렉스 일당이 서 있던 자리엔 발렌틴의 지팡이만 땅에 꽂혀 있었다.

* * *

5월 15일 김수호 넥시트코인(NXT) 보유 현황

[보유량 17,440개]

[단가 49억 원]

[평가 금액 85조 4천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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