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메타버스 코인재벌-65화 (65/200)

65화

* * *

시엠브레 제국 마법사의 탑.

"말씀드렸던 지구의 N마켓에서 구매한 단검입니다. 지금은 코인이 많이 없어 이것밖에 구매할 수 없었죠."

"그랬던 것이군."

기사단장 가엘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허리춤에서 길고 화려한 검을 뽑은 가엘은 검을 후지로의 목에 가져다 대었다.

"지구인 놈이 우리 테라 행성의 사람들을 죽여 채굴을 하겠다는 것이구나. 네놈의 잇속을 채우기 위해 말이야."

후지로가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지금은 감히 대적할 수 없지만, 이 앞뒤가 꽉 막힌 기사단장 놈은 반드시 저 자리에서 끌어내리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 순간이었다.

숨을 한 차례 크게 내쉰 후지로는 굳이 불편한 표정을 감추지 않은 채 가엘을 똑바로 바라보며 대답했다.

"맞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전쟁 아닙니까? 제가 가든 안 가든 시엠브레가 몬테넬을 지원하기로 한 이상 라트니아 군인들은 다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을 텐데요."

"뭐라?"

"저도 이제 제국 소속 아닙니까. 어차피 치러야 할 전쟁에 자진해서 나가겠다는데 뭐가 문제입니까. 그리고 제가 전쟁으로 더 강해지면 그건 제국 입장에서도 좋은 거 아닙니까? 지금처럼 입만 뻥긋대는 불사인을 억지로 데리고 있는 것보다는 낫지 않습니까."

가엘이 후지로의 목 앞에 있는 검을 조금 더 가까이 가져갔다.

"이놈. 아예 이제 입도 뻥긋 못하게 만들어 줄까."

"아직도 제가 소탕해야 할 지구인으로 보이십니까? 제 모습을 보십시오. 이제 저도 시엠브레의 일원 아닙니까."

"건방진 놈. 대마법사님을 봐서 네 목을 베어버리지 않는 것이다. 한시라도 허튼짓을 하는 게 보이면 영원히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상태로 만들어 주겠다."

"그럼 허락하신 걸로 알겠습니다. 대마법사님께서도 이미 허락하셨습니다.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가엘이 아직 검을 거두지도 않았음에도 후지로는 그대로 뒤로 돌아 방을 나갔다.

"대마법사님. 저는 저놈이 영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우리 제국에 해를 끼칠 것 같은 눈빛이란 말입니다."

"어쨌든 본격적으로 지구와의 전쟁을 시작할 때 선봉장으로 세워야 할 인물이야. 어느 정도 강해지게 두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가엘 자네가 좀 잘 지켜보다가 아까 말한 대로 허튼짓을 하려는 낌새가 보이거든 알아서 처리해 주게."

"알겠습니다, 대마법사님. 그땐 말리시면 안 됩니다."

"가엘, 그건 그렇고. 재밌는 소식이 있네. 자네가 흥미로워할 거야."

"무엇입니까? 혹시 김수호와 관련된 일입니까?"

"아직 확실친 않지만, 여기저기서 들어오는 정보를 종합해보니 지금 우리 행성에 살아 있는 것 같군."

"그렇습니까? 지금 어디에 있답니까?"

"확실치 않네. 라트니아와 몬테넬을 오가며 소란을 좀 피우고 있는 모양이야."

"소란이라면?"

"몬테넬에서 세바니아 왕자가 어느 남반구인에게 곤죽이 되도록 얻어맞았고, 요즘 한창 크고 있는 도적단 하나는 남반구인에게 공격받아 초토화됐다고 하네. 모두 최근 한달 사이의 일이지."

"남반구인이라……. 그놈일 확률이 높겠군요."

"거의 그놈이라고 봐야겠지."

"몬테넬의 활쏘기 대회에도 갑자기 남반구인이 하나 나타나 대회를 휩쓸었지 않습니까?"

"그건 여자였네. 김수호는 아닐 테고, 아마 지구에서 온 일행이겠지."

"놀러 온 건 아닐 테고. 목적이 있겠군요."

"목적이 있다면 우리 제국으로 들어오겠지. 제국 모든 도시에 이미 전서(傳書)했네. 남반구인 남녀가 제국에 들어오면 곧 기별이 올 것이야."

"놈들이 발견되면 제가 가보아도 되겠습니까."

"하하하. 내가 그걸 어찌 말리겠나. 물론이네. 왕궁 마법사도 한 명 붙여주지."

"드디어 놈과 검을 맞대볼 수 있겠군요."

"너무 방심하진 말게. 안드레스의 말에 의하면 확실히 보통 실력은 아니니."

"지구에 보냈던 하급 기사들과의 전투로 뭘 확인할 수 있었겠습니까."

"그렇지. 미안하네. 그저 주의를 준다는 게 내가 제1 기사단장의 자존심을 건드렸군."

"아닙니다. 하하하. 그저 오랜만에 좀 붙어 볼 만한 상대를 만났으면 하는 바람뿐입니다."

* * *

"아이고, 우리 오빠 이제 좀 볼 만하네."

"오, 벌써 피부가 좋아지는 느낌이야."

"레온, 너도 이리 와봐. 이거 발라줄게."

"그게 뭔가요?"

"음… 기초화장품이라는 건데. 피부를 매끈하고 촉촉하게 만들어 주는 거야. 비싼 거라고. 이리 와."

"앗! 차가워."

"뭐가 차가워, 엄살은. 레온은 아직 어려서 아직 피부가 뽀송뽀송하네."

"저, 안 어려요."

"알았어, 알았어. 스무 살이니 성인이지? 귀여워라."

"이제 슬슬 나가자. 배 시간 다 돼간다."

"이제 정말 시엠브레에 가는 거네?"

"응. 다른 일행들도 무사히 빌데르에서 만나야 할 텐데."

"그러게. 다들 무사해야 할 텐데."

산뜻한 얼굴로 여관을 나선 우리 셋은 미리 구매해둔 표로 빌데르행 배에 올랐다.

갑판 위에서 한참 바람을 쐬고 있는데 레온이 다가왔다.

"어때요, 렉스? 마나의 흐름이 좀 느껴져요?"

"글쎄. 지금 바람이 두 군데서 불거든? 이게 이 넓은 강 하구에서 그럴 리가 없잖아?"

"그렇죠. 어느 쪽 어느 쪽인가요?"

나는 손가락으로 내가 느끼고 있는 두 갈래의 바람 방향을 그려보았다.

"두 번째 거요."

"응?"

"그게 마나예요."

"그래?"

"잘 느껴보세요. 조금 연습하다 보면 곧 마나를 구분해서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저도 어렸을 때 그랬거든요."

"그렇구나. 이걸 느껴야 마법을 쓸 수 있단 말이지? 그런데 샤넌은 어떻게 화살에 마나를 입혔지?"

"그건 달라요. 저도 정확히는 모르지만 궁술의 궁극에 오르면 화살촉 끝에 모든 감각이 집중된대요. 그때 화살촉에 닿는 마나를 잠시 묶어두는 그런 방식인 것 같아요."

"너처럼 마법을 쓰는 거랑은 다른 거구나?"

"제가 쓰는 마법이랑은 완전히 다른 방식이지만, 어쨌든 마나 친화력도 없이 궁술만으로 마나를 화살촉에 입히는 건 대단한 일이죠."

"샤넌은 어렵지 않더라고 했는데."

"샤넌이 대단한 거죠."

"응? 내가 뭐?"

어느새 나타난 최수영이 우리 사이에 얼굴을 밀어 넣었다.

"아, 샤넌의 궁술은 정말 대단하다고요."

"하하핫. 그건 나도 알지."

"그리고 렉스가 이제 마나를 느끼기 시작한 것 같아요."

"오, 그래? 어때? 마나라는 거 느낌이?"

"글쎄, 지금은 그냥 바람 같은데. 레온의 말을 듣고 나니 조금 다른 것 같기도 해."

"대단하네, 내 남친. 이제 마법사 되는 거야?"

"응. 지구에 가면 이은걸이랑 한 번 붙어보려고."

"하하핫. 귀여워."

"렉스, 지구에선 이은걸이라는 마법사가 가장 강한가요?"

"몰라. 싸우는 건 못 봐서. 하하하."

"저기! 육지가 보인다!"

"우와, 멀리서 봐도 마리노 왕국의 항구 도시랑은 다른데요?"

"라트니아의 수도보다도 큰 것 같네."

"건물들도 엄청 예뻐 보이는데?"

"괜히 아름다운 항구 도시라고 불리는 게 아니었구나."

"렉스, 내리면 뭐부터 할 거예요?"

"뭐, 제일 큰 여관을 찾아가서 정보를 좀 수집해 봐야겠지? 우리 일행 중 한 명의 외모가 여기선 좀 특이한 편이라 이 도시에 있다면 소식을 들을 수 있을 거야."

"외모가 어떻게 특이한데요?"

"음…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 그냥 몸이 좀 많이 탔어."

* * *

빌데르 시(市) 낭만 술집 뒤편.

"뭐라는 거야? 이 시커멓게 탄 놈이."

"너희 대장을 만나러 왔다고 했다."

"여기가 어디라고 다짜고짜 와서 행패야?"

"행패가 아니라, 나는 분명히 너희 도둑 길드에 정보료를 지불했다. 그런데 보름이 넘도록 아무 소식이 없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아 글쎄 네가 뭔 정보를 달라고 했는지는 나는 모르겠고, 정보료를 냈으면 가서 얌전히 기다리라고. 아직 정보를 못 얻었으니 네 놈한테 연락이 안 간 거 아니야."

"그렇게 큰돈을 받아놓고? 오늘 낮에 식당에서 남반구인이 라트니아 왕자를 도와줬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냥 식당에 앉아 있어도 들리는 소문을 너희는 그 돈을 받고서도 못 알아냈다고?"

"그거 잘됐네. 하하하. 필요한 정보를 얻었으면 이제 꺼져."

"더 자세한 정보를 당장 내놓거나, 아니면 내가 낸 정보료를 당장 돌려주라고 대장에게 전해라."

"아, 진짜 말귀 못 알아듣는 놈이네."

낭만 술집은 겉으로는 평범한 술집이지만, 그 뒤편에는 빌데르 시에서 가장 큰 도둑 길드인 '밤기사'의 지하 기지로 들어가는 통로가 있었다.

통로를 지키던 험악하게 생긴 문지기 둘은 갑자기 나타나 정보료를 환불해 달라는 검은 피부의 사내를 바라보며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비켜라, 내가 들어가서 너희 대장하고 직접 얘기하겠다."

"이 자식이 진짜!"

사내가 비밀 통로를 향해 한 발짝 다가서자 문지기들은 허리 뒤에 차고 있던 무기를 꺼내 들었다.

검은 피부의 사내는 순간적으로 왼쪽에 있는 문지기에게 접근한 후 손목을 강하게 비틀어 칼을 빼앗았다.

그리곤 빼앗은 칼로 오른쪽에 있던 문지기의 목을 그어버린 후 다시 왼쪽 문지기의 목에 칼을 들이대었다.

"한 번만 더 시커멓게 탄 놈이라는 말을 하면 네 놈의 혀를 뽑아버릴 것이다."

문지기는 놀란 눈으로 옆에 쓰러진 동료를 바라보았다.

동료는 피가 뿜어져 나오는 목을 두 손으로 잡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있었다.

"아, 알았다. 대장에게 안내하겠다."

"이제야 말이 좀 통하는구나. 안내해."

슈퍼 솔저 제이슨 대위는 문지기의 뒷덜미를 움켜쥐고 비밀 통로 안으로 들어섰다.

술집 뒤 평범한 창고처럼 생긴 곳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길게 뻗어 있었다.

"땅굴을 파고 들어가 있는 건 테러리스트나 이놈들이나 매한가지군."

"뭐, 뭐라는 거냐?"

"시끄럽다. 길이나 안내해. 네 놈들 비밀 통로 위치를 찾느라 또 정보료가 엄청나게 깨졌다. 그것까지 다 받아낼 것이다."

한참을 내려가자 널찍한 공간이 나왔다.

여기저기 앉아서 휴식을 취하던 도둑 길드 일원들이 제이슨과 문지기의 모습을 보고 벌떡 일어났다.

"모두 그 자리에 스톱. 움직이면 바로 이놈의 목이 날아간다."

제이슨은 문지기의 목에 더욱 가까이 칼을 가져다 대며 도둑들을 협박했다.

그런데 도둑들의 반응이 제이슨의 예상과는 달랐다.

"뭐야? 이놈들."

도둑들은 하나같이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각자의 무기를 꺼내 들고 제이슨과 문지기에게 다가왔다.

"어이 문지기, 네 놈 목숨 따위는 아무 상관 없나 보군."

"크윽, 제기랄."

제이슨은 오른발로 문지기의 오금을 걷어차 넘어뜨린 뒤 바로 도둑들에게로 달려들었다.

도둑인지 강도인지 모를 정도로 다들 우람한 체격을 가지고 있었으나, 체계적으로 훈련된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성인이 된 이후 평생을 군인으로 살아온 제이슨에게는 N마켓에서 산 신체 강화 능력이 없었다고 해도 손쉬운 상대였다.

순식간에 도둑들을 모두 제압한 제이슨은 다시 문지기의 뒷덜미를 잡아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다시 안내해."

"너, 넌 정체가 뭐냐?"

"말해 주면 아냐? 미 해병대 대위다."

"아까부터 뭐라고 알아듣지 못할 말을 하는 거냐."

"알 거 없어. 길이나 안내해."

지하 광장을 지나가자 다시 좁은 통로가 나왔다.

통로는 종종 몇 갈래 길로 나뉘었는데, 그때마다 제이슨은 문지기를 협박해야 했다.

"한 번이라도 다른 길로 안내하면 넌 바로 죽는다."

* * *

6월 13일 김수호 넥시트코인(NXT) 보유 현황

[보유량 21,490개]

[단가 50억 원]

[평가 금액 107조 4천억 원]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