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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코인재벌-69화 (69/200)

69화

* * *

"도서관?"

빛이 사라지고 나자 우리는 거대한 서고 복판에 서 있었다.

거대한 쇼핑센터만큼 높은 층고를 가진 이 공간의 모든 벽면에는 수많은 서적이 꽂혀 있었다.

책의 크기도 정말 다양했는데, 어느 것은 우리가 보는 책만 했고 또 어떤 것들은 불사인에게 맞춘 듯 커다란 크기를 자랑했다.

바닥에는 꼭 대리석처럼 반질반질하게 세공해 놓은 돌 타일이 깔려 있었고, 널찍한 가운데 공간에는 각양각색의 금빛 찬란한 테이블과 의자들이 놓여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던 레온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전부 마법 서적이에요! 세상에……."

"여긴 몇 층일까, 레온?"

"저도 모르겠어요. 또 다른 마법진이나 계단을 찾아봐야겠죠?"

군인답게 워프가 끝나자마자 두 팔을 앞으로 뻗고 사방을 경계하던 제이슨이 입을 열었다.

"곧 밖의 놈들이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할 테니 빨리 이동하시죠!"

"그럼 우선 저쪽 문으로!"

사방을 가득 메운 책의 벽 사이사이에 몇 개의 문이 보였다.

책과 마찬가지로 문의 크기도 각양각색이었다.

불사인들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우선 일반인들이나 드나들 수 있을 법한 높이 2미터 정도 되는 문을 향해 뛰었다.

이 공간에서 가장 구석에 있는 문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세명의 일반인이 바닥에 앉아 끼니를 때우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곳의 시종인 듯했다.

"누, 누구세요?"

"아, 걱정 마세요. 무턱대고 해치지 않습니다. 다만 탑 위로 올라가는 길을 찾고 있는데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시종들은 너무 놀라 그 자리에 얼음처럼 굳어버렸고, 그중 한 시종은 우리가 들고 있는 무기들을 보고 겁에 질렸는지 나무 숟가락을 바닥에 떨구고 말았다.

그때 문밖이 소란스러워지며 묵직한 발소리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렉스! 놈들이 탑 안으로 들어온 것 같습니다. 여기서 전면전을 펼칠 게 아니라면 일단 자리를 떠야 합니다! 저쪽 통로로!"

"제이슨, 잠깐만요."

"네?"

"호텔이나 백화점에 가면, 손님들에겐 보이지 않는 곳에 직원 전용 통로가 있는 것 아시죠?"

"그렇습니까? 저는 잘 모릅니다."

"제가 알바를 좀 많이 해봐서 잘 압니다."

나는 품 안에서 금화 한 줌을 꺼내 시종들에게 보여주었다.

"위로 올라가는 통로를 알려주면 이걸 다 드릴게요."

숟가락을 떨어뜨린 채 두려움에 떨고 있던 시종이 아직도 벌벌 떨고 있는 손으로 좌측 통로를 가리켰다.

"저쪽으로 간 다음 좌, 우, 우, 좌로 꺾으면 계단이에요."

겁은 가장 많지만 상황 판단은 가장 빠른 시종이었다.

통로를 알려주지 않거나 조금이라도 허튼짓을 했으면 그대로 모두 목이 날아갔을 것이다.

"좌, 우, 우, 좌. 고마워요."

나는 시종의 손에 금화 한 줌을 모두 쥐여 주고 일행들에게 손짓했다.

"렉스, 이자가 거짓말을 한 것이면 어떡합니까?"

"그럼 어쩔 수 없죠. 하지만 환기도 안 되는지 나무 썩은 내가 진동하는 이 침침한 골방 바닥에 앉아 죽을 먹고 있었잖아요. 이 문 바깥은 저렇게 화려한데. 이 사람들이 이 탑에 무슨 애정이 있겠어요."

시종이 알려준 길을 따라 조금 달리자 정말 계단이 나타났다.

"오빠! 진짜 계단이 있네?"

"철저하게 마법사 놈들을 위해서 지어진 건물이야.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시종들은 이런 통로로 탑 여기저기로 이동하겠지. 올라가자!"

한참을 올라가자 더 이상 이어진 계단이 없는 공간이 나왔다.

"계단은 여기가 끝인가 본데?"

"일단 문을 열고 나가볼까?"

계단 반대편에 있는 문을 조심히 열자 바로 화려한 공간이 나왔다.

서재보다 한층 더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로 꾸며진 이 층에는 다양한 소파와 티테이블이 여유롭게 놓여 있었다.

응접실인가?

조금 전까지 몇몇 사람이 머물렀던 듯 티테이블 위에는 은으로 된 커다란 찻잔들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응접실 가운데 있는 가장 화려한 티테이블에는 불사인 두 명이 앉아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둘 중 하나는 이미 만났던 얼굴이었다.

기사단장 가엘.

그리고 가엘의 맞은편에 앉아 있던 불사인이 말을 건네왔다.

"반갑군."

흔들림 없는 눈빛.

흐트러짐 없는 자세.

담담하지만 당당한 목소리.

"네가 대마법사인가 하는 그놈이냐?"

"하하하. 그렇다. 내 이름은 사무엘이다. 기세가 당당한 걸 보니 네가 김수호구나."

"우리가 여기로 올 줄 알고 기다린 건가?"

"마법사들과 기사들이 탑을 샅샅이 뒤지고 있는데도 네놈들 흔적을 찾지 못하더군. 시중들 통로로 올라올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

"그런데도 여기 병력을 모으지 않고 둘이 앉아 있어?"

"이쪽으로 올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네놈들을 기다리고 있던 건 아니다. 그저 기사단장과 차 한잔하고 있었을 뿐."

"오만하네."

"그럴 만하니까."

"하긴. 네가 연금술인가 하는 걸 처음 만든 놈이라지?"

"알아주어서 고맙군."

"큐브는 어디 있냐?"

"두 층 더 올라가면 있다. 이 위층은 내 집무실이고, 그 위가 탑의 최상층. 큐브가 위치한 곳이다."

"알려줘서 고마워."

이 정도면 충분히 시간을 끌었다.

"레온, 마법진 찾았어?"

"네. 저 안쪽에 있는 마법진이 위로 워프할 수 있는 마법진 같아요."

대마법사가 흥미로운 눈으로 레온을 바라보았다.

"어려 보이는데 마법에 대한 지식이 해박하군? 그 거리에서 모양만으로 마법진을 파악할 수 있다니. 마법은 어디서 배웠나?"

"혼자 공부했습니다. 아, 아니. 대답해 줄 이유는 어, 없다."

"하하하. 제법 배포도 있고. 넌 살려줄 테니 나중에 한 번 찾아와라. 보기 드문 소질을 가졌어."

가만, 나만 시간을 끌던 게 아니었나?

나는 바로 검에 내력을 주입했다.

그 모습을 본 사무엘이 말했다.

"혹시 내가 시간을 끈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저 반가워서 대화를 좀 나누고자 했던 것인데."

"응, 난 다 나눴어."

스윽.

콰앙!

놈들을 향해 빠르게 검기를 날려보았으나 대마법사의 손짓 한 번에 강력한 폭발음과 함께 검기가 튕겨 나갔다.

제법 놀란 눈으로 사무엘이 가엘에게 물었다.

"검기가 휘어?"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검기와 좀 다릅니다."

"호오."

저렇게 쉽게 막아내고 바로 옆 사람과 잡담을 나누다니.

쉽지 않은 상대일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생각 이상이었다.

"제이슨, 귀 좀."

"네?"

제이슨이 얼굴을 가까이 가져왔다.

"몇 번 더 붙어보다가, 레온을 데리고 위층으로 올라가요. 제이슨이 알아서 판단해 주세요."

"그럼 렉스와 샤넌은?"

"샤넌 한 명 정도는 지켜줄 수 있습니다. 여차하면 탑을 무너뜨려 버리고 달아나버리죠. 뭐."

"일단 알겠습니다."

"좋아요. 제이슨만 믿습니다."

나는 다시 큰 소리로 외쳤다.

"모두 공격을 쏟아부어요!"

쾅, 콰앙.

펑.

금방이라도 탑이 무너져버릴 듯한 충격음들이 공간을 가득 메웠다.

나는 기사단장과 다시 검을 맞대었다.

대마법사의 버프 마법을 받은 기사단장은 지난번과는 다른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게다가 나머지 세 명의 공격도 대마법사에게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는 것 같았다.

"제이슨!"

제이슨은 대답 대신 레온과 함께 조금씩 오른쪽으로 위치를 옮겼다.

나는 있는 내력을 모두 끌어모아 가엘의 검을 쳐냈다.

콰앙.

가엘이 몇 발짝 뒤로 물러서는 사이, 바로 빠르게 대마법사 사무엘에게 뛰어들었다.

그사이 제이슨이 레온을 안고 등 뒤에서 불을 뿜으며 마법진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어딜!"

사무엘이 붉은 광선을 제이슨에게 쏘아냈고, 모든 신경을 그의 손끝에 집중하고 있던 나는 급히 검을 휘둘러 마법 공격에 검기를 부딪치게 했다.

콰앙.

엄청난 폭발 소리와 함께 사무엘의 마법 공격과 나의 검기는 서로 반대 방향으로 튕겨 나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가엘이 다급히 제이슨 쪽으로 몸을 틀어보았지만, 이번엔 최수영의 화살이 가엘의 뒤통수를 가격했다.

퍼엉.

강한 폭발에 가엘은 중심을 잃고 휘청였다.

뒤통수가 크게 패였지만 상처는 놀라울 정도로 빠른 속도로 다시 메워져 나갔다.

그때 제이슨과 레온이 날아간 쪽에서 밝은 빛이 퍼져 나왔다.

다행히 둘은 무사히 꼭대기 층으로 올라간 것 같았다.

"자, 이제 2대2다. 천천히 붙어보자."

나는 검을 한 바퀴 빙 돌린 뒤 마법진이 있는 곳을 등지고 섰고, 바로 뒤로 최수영이 다가왔다.

사무엘이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도대체 큐브에 무슨 짓을 하려고 하는 거지?"

"알 거 없어."

"지구인들이 자꾸 넘어온다 했더니 뭔가 노리는 수작이 있는 것이구나. 혹시 브릿지를 만들려고 하는 것인가?"

"그건 네가 알 거 없고. 이제 다시 붙어보자. 아, 이제부턴 이 탑인지 뭔지 부서지는 거 신경 안 쓴다."

"훗. 이백 년 전에 너랑 같은 말을 한 사람이 한 명 있었지. 그땐 정말 탑이 무너져버렸지만, 오늘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래? 몰랐어. 오늘 또 무너지겠네?"

"네 말을 듣다 보니 그럴 수도 있겠군. 네 놈이 너무 건방져서 나도 더 이상 봐줄 생각이 없어졌으니까 말이다."

사무엘의 앞쪽 공간이 잠시 물방울이 떨어진 호수 표면처럼 일렁이는가 싶더니 이내 지름이 3미터도 넘어 보이는 커다란 마법구가 하나 생겨났다.

위험하다.

혼자라면 미리 피하지 않고 기다렸다가 좌표가 지정된 마법구가 날아오기 시작할 때 급히 피하면 그만이다.

어지간한 움직임으로는 어림없는 방법이지만 지금의 나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지금은 뒤에 최수영이 있다.

최수영은 저걸 피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나는 사무엘의 공격을 막기 위해 급히 레온에게 배운 대로 실드 마법을 전개해 보았다.

왼손에 느끼지는 마나에 집중하자 몇 발짝 앞에 반투명한 실드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훗, 어림없지."

냉소 섞인 사무엘의 목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거대한 마법구가 내 쪽으로 날아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마법에 익숙하지 못한 탓에 저 마법구를 막아낼 만한 실드를 완성하지 못했다.

다급한 마음에 사무엘의 마법구를 검으로라도 베어내기 위해 급히 검을 양손으로 잡고 내력을 주입했다.

순간.

콰과과과!

마치 마그네타 검이 깨어지는 듯한 소리가 나며 검에서 엄청난 기운이 쏟아져 나왔다.

지금껏 발현했던 날카로운 검기와는 전혀 다른 모양.

마치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붉은빛의 마법구를 의식하고 있는 듯 검에서 쏟아져 나온 검은색 기운은 입을 크게 벌린 용처럼 앞으로 뻗어 나갔다.

콰아앙.

마법구와 검은 기운이 맞부딪혔다.

엄청난 충격에 탑 전체가 흔들리는 것이 느껴지기를 잠시, 검은 기운은 천천히 마법구를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콰드득. 콰직.

검은 기운에 둘러싸여 제 모양을 잃어가던 마법구는 마침내.

퍼엉!

굉음과 함께 공중에서 사라져버렸다.

마법구를 완전히 집어삼킨 검은 기운은 그 위협적인 형태를 유지한 채 주인의 명령을 기다리는 사냥개처럼 사무엘을 위협하고 있었다.

"이, 이게 무슨."

놀란 마음을 조금 진정시키자 검은 기운이 주변의 마나를 빨아들이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실드 마법을 펼치던 손으로 급히 검을 붙잡는다는 게 검에 내력과 마법을 함께 주입한 모양이다.

지금도 검은 기운은 주변의 마나를 빨아들이며 점점 더 위세를 키워 가고 있었다.

* * *

6월 26일 김수호 넥시트코인(NXT) 보유 현황

[보유량 21,710개]

[단가 50억 원]

[평가 금액 108조 5천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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