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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코인재벌-73화 (73/200)

73화

* * *

"그래서 지금은요?"

"처음부터 대놓고 투항해 오면 관리국에서 데리고 가 교육을 시행한 뒤 외계인 전용 거주 구역에 보내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즉시 사살입니다."

"이해는 되네요. 다 받아주다간 끝도 없을 테니. 불사인들도 많이 넘어왔나요?"

"불사인이요?"

"아, 그 행성 073의 강철인간들이요."

"아, 네. 물론입니다. 강철인간들 뿐 아니라 행성 049에 사는 희한한 무기를 들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인간들까지. 흔치는 않지만 이들도 종종 넘어옵니다."

"행성 049의 날아다니는 인간들은 무림인들을 말하는가 보네요."

"아, 네. 그들은 자신들을 무림인이라고 소개했었습니다."

"무림인 중엔 그래도 괜찮은 사람들이 꽤 있는데……, 천마 그 할배도 시원시원하고. 하지만 그들 성격상 화이트 게이트를 나오자마자 투항을 하진 않았을 것 같군요."

"그래서 무림인 여럿이 한꺼번에 등장하는 곳엔 꼭 큰 피해가 일어났습니다."

"블랙 게이트와 화이트 게이트가 발생하는 위치나 지속 시간에 대한 분석은 없습니까?"

"네. 전 세계의 유명 과학자들이 모두 매달렸지만 아직 누구도 그럴듯한 규칙을 발견하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크기에 따라 D급부터 S급까지 구분해 겨우 대응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대화를 듣던 라울이 입을 열었다.

"미스터 킴, 발생 빈도에 대한 연구는 있어요."

"점점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거요?"

"오, 알고 있었어요?"

"그렇죠. 그나마 블랙 게이트의 발생 빈도가 점점 높아져서 2년 만에 돌아올 수 있었죠. 처음 1년 동안은 블랙 게이트를 다섯 개밖에 못 찾았었어요."

"미스터 킴이 얼마나 고생했을지 알 것 같아요. 이제 지구에 돌아왔으니 계획이 어떻게 되나요? 다시 전처럼 활발하게 디펜서 활동을 하실 건가요?"

"그건… 일단 점심 먹으면서 얘기하시죠. 제가 죽이는 레스토랑을 예약해 놨어요."

"어디입니까?"

"거기요. 요 앞 우리 단골 돼지갈빗집. 진짜 얼마나 가고 싶었다고요."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네요? 그럼 가시죠, 대표님."

"네. 아, 두 분 오늘 뭐 특별히 할 일 있어요?"

"왜요, 미스터 킴?"

"왜긴요. 마셔야죠, 소맥. 오늘 근무는 여기까지만 하시죠. 두 분은 이제 저랑 놀아주세요."

"크으! 좋아요, 미스터 킴! 오랜만에 한번 달려요!"

"알겠습니다, 대표님! 다시 말씀드리지만 돌아오셔서 정말 좋습니다!"

* * *

분명 12시간 넘게 코가 비뚤어지게 마셨었는데, 아침이 되니 이상하리만큼 몸이 멀쩡했다.

이것도 '신체 내구도 강화' 상품의 효과인가?

따뜻한 물로 샤워를 마친 후 옷을 갈아입고 숙소 밖으로 나왔다.

이제 매일 이렇게 쾌적한 숙소에서 샤워를 할 수 있다니, 새삼 지구에 돌아온 게 실감이 났다.

문밖에는 레온이 벌써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머리도 짧게 자르고 청바지에 얇은 후드티를 입은 레온의 모습을 보니 꼭 잘생긴 유럽 팝 가수를 보는 것 같았다.

"레온이, 그 옷은 어디서 났어? 잘 어울리네."

"어제 샤넌이 로켓으로 보내줬어요."

"로켓?"

"네. 어제 샤넌이 옷을 좀 사서 로켓으로 보냈다는데, 하루 만에 이렇게 왔네요. 옷 재질이 엄청 좋아요. 이렇게 부드러운 옷은 처음 입어봐요."

"아, 로켓 배송으로 보냈구나?"

"그게 뭔가요?"

"그런 게 있어. 휴대폰으로 필요한 물건을 사면 하루 만에 갖다줘. 원래 강화도엔 로켓 배송 안 왔었는데 이제는 오나 보네. 아, 그리고 비서실에 레온이 네가 쓸 휴대폰도 준비해 달라고 했으니까 아마 곧 올 거야."

"감사해요, 렉스."

"이제 수호 형이라고 불러. 그냥 형이라고 해도 되고."

"수호 형. 헤헤. 샤넌은 수영이 누나라고 부르면 된다고 했죠?"

"응. 자, 가자. 우리 회사의 기사단을 만날 시간이다."

"기대돼요!"

레온과 함께 트레이닝센터에 도착하자 이미 백여 명의 디펜서들이 대열을 맞춰 서 있었다.

메타디펜스의 디펜서는 1팀부터 5팀까지 총 다섯 개 팀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각 팀은 방어, 근접 공격, 원거리 공격, 서포트를 할 수 있는 장비를 갖춘 디펜서들로 고루 구성되어 있었다.

"어때? 레온. 마나 친화력이 있어 보이는 사람들이 좀 있어?"

"형은요?"

"나는 네다섯 명 정도 괜찮아 보이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네."

"저도요. 기준을 좀 낮게 잡으면 열 명 정도?"

"이 실장님."

"네, 대표님."

"레온이 지명하는 직원들의 이력서랑 학창 시절 성적표를 제 방으로 보내세요."

"성적표요?"

"네. 진급에 꼭 필요한 사항이니 오늘 안으로 제출하라고 하세요. 마법사가 되려면 머리가 좋아야 하거든요."

"마법사요? 일단 알겠습니다."

다음 일정은 기술개발실이었다.

개발실 문을 열기도 전에 황동민 개발실장이 뛰어나와 나를 반겼다.

"대표님 오셨습니까!"

"디펜서들 장비를 대충 봤어요. 대단하시던데요?"

"감사합니다! 연구실장님과 함께 정말 심혈을 기울여 제작했습니다."

"정말 고생하셨어요. 그런데 어제 들어보니 요즘 MB랑 대성한테 조금 밀리는 것 같더라고요?"

"아, 대표님 그건……."

"하하하. 농담입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하하하. 감사합니다. 그런데 오늘은 해외 진출에 대해 회의하겠다고 하셨다면서요?"

"네. 다른 채굴 회사들도 많이 생겨났고, 한국은 좁잖아요? 메타디펜스의 해외 진출을 위해 꼭 필요한 회의입니다."

"아, 해외 진출이요. 그런데 그걸 왜 기술개발팀장인 저와 논의하시는 건가요?"

"일단 회의실로 들어가시죠."

회의실로 들어가자 황동민 개발실장이 물었다.

"뭘 만들어드리면 되겠습니까? 연구실장님은 회의에 참석하지 않아도 되나요?"

"네. 연구실까지 갈 것도 없어요. 아주 간단한 작업입니다. 레온아, 그 연습장 좀 꺼내 봐."

레온이 가방에서 연습장을 하나 꺼냈다.

연습장을 펼치자 그 안에는 복잡한 모양의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다.

"이건 일단 초안이고요, 본격적으로 제작이 들어갈 땐 여기 레온 마법사님이 다시 제대로 도안을 그려주실 겁니다."

"이게 뭔가요?"

"워프 마법진입니다."

"워프요?"

"네. 해외 진출을 하려면 이동 수단이 필요하지 않겠어요?"

"그, 그렇죠."

"제가 아침에 좀 찾아보니 슈퍼콘크리트라는 게 있더라고요?"

"UHPC, 초고성능 콘크리트 말씀이십니까?"

"네. 그걸로 이 마법진을 대량 생산해서 우리 회사와 계약하는 나라와 도시에 보낼 계획입니다. 컨테이너에 들어갈 만한 넓이로 쪼갠 블록을 만들어서 현지에서 조립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시면 됩니다."

"블록을 나눠야 한다면 크기는 제법 커야 한다는 말이겠네요?"

"그렇죠. 못해도 수십 명이 장비와 함께 한꺼번에 올라설 수 있어야 하니까."

"철근 골조에 UHPC를 입히고 그 위에 마법진을 새겨넣는다는 말씀이시군요. 블록 단위로요."

"맞습니다. 기왕이면 우리 회사 로고도 크게 보이게 해주시고요. 아, 그리고 이거."

나는 정령의 마법 주머니에서 주먹만 한 마력석 하나를 꺼내 책상 위에 올렸다.

"이건 무엇입니까?"

"마력석이요. 레온의 지시에 따라 마법진이 시작되는 블록에 이 마력석을 박으면 됩니다. 이 주머니 안에 수백 개도 넘게 있으니 수급은 걱정하지 마시고요."

"그 안에요?"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그렇습니다. 이따 다 꺼내두고 갈게요. 마법진 말고도 이걸로 만들 것들이 많아요."

"아, 네. 알겠습니다."

"그럼 마법진 제작 관련해서는 앞으로 여기 레온 마법사님, 아니 레온 이사님과 논의하세요."

"이사님이요?"

"네. 여기 이 친구가 신설될 마법본부의 본부장이자 신임 이사입니다."

* * *

"자동차라고 했죠? 우와 이거 정말 마법도 없이 이렇게 혼자 움직이는 거예요? 이렇게 빨리?"

"응. 말했잖아. 여긴 마법이 없는 대신 과학이 있다고."

레온이 조수석에 앉아 유리창에 얼굴을 갖다 댄 채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정말 대단해요. 그런데 우리 어디 가는 거예요?"

"응, 소고기 먹으러."

"소고기요?"

"응. 오늘은 정말 실컷 먹어. 들에서 몬스터 잡아서 구워 먹던 거랑은 차원이 다를 거야."

김포한강신도시를 지날 때쯤, 레온의 눈은 더 동그랗게 커져만 갔다.

"우와 저 높은 건물들은 다 뭐예요? 지구엔 마법사의 탑보다 높은 건물들이 셀 수도 없이 있다더니 정말이네요?"

"하하하. 아직 시작도 안 했어. 우리 지금 서초동 갈 건데, 가는 길에 진짜 고층 건물들이 뭔지 보여줄게. 아! 거기서 마법사의 탑 비슷하게 생긴 빌딩도 보여. 비슷하게 생겼지만 훨씬 크지."

달리면 달릴수록 점점 눈이 커지는 레온을 태우고 한 시간여를 더 달린 후 올림픽대로를 빠져나와 강남대로로 들어섰다.

"와, 이 건물들, 사람들, 자동차들! 진짜 신기해요! 지구가 이런 곳이었다니!"

"익숙해져야지. 테라 행성으로 안 돌아가고 형, 누나랑 여기서 같이 살기로 했잖아?"

"네. 빨리 익숙해져 볼게요! 테라 행성에서 20년을 살았지만, 형, 누나랑 같이 다닌 2년이 사실 제 인생의 전부나 다름없어요. 전 여기서 형이랑 같이 살래요. 게다가 여긴 음식 걱정도 없잖아요!"

"그래. 하하하. 평생 아무 걱정 없이 마음껏 먹어. 대신 공짜는 없어. 알지? 마법 본부를 잘 이끌어야 해."

"네! 대표님!"

강남역 사거리를 지나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서니 예약한 식당의 간판이 보였다.

섬 이름을 본뜬 이 식당은 쉐프가 직접 운영하는 한우 다이닝이었다.

예약해둔 룸에 들어가자 담당 서버가 자신을 소개했다.

잠시 후 테이블 위에는 입맛을 돋울 식전주 한잔과 아뮤즈 부쉬가 먼저 준비되었다.

담당 서버가 메밀 스낵에 뿌려진 김치시즈닝에 대해 설명해 주는 사이 최수영이 들어왔다.

"어! 수영이 누나 왔어요?"

"어? 하하핫. 연습한 대로 잘 부르네? 오구구 우리 레온이 와쪄요."

나는 옆자리의 의자를 뒤로 살짝 빼주었다.

"앉아, 수영아."

"응, 오빠. 고마워. 오는 데 차 안 막혔어?"

"반포 지나면서 조금? 그렇게 많이는 안 막혔어."

"다행이다. 우리 레온이는 그렇게 입으니까 완전 딴사람 같네!"

"형이랑 누나가 더 딴사람 같아요."

"그런가? 하하핫."

애피타이저로는 차가운 샐러드와 간단한 찜 요리가 나왔다.

샐러드엔 관자와 문어가 올라가 있었고, 찜은 부드러운 생선살로 조리되어 있었다.

"누나는 그래도 좀 신경을 쓰고 다녔지만, 형은 진짜 무슨 거적때기 같은 걸 입고 다녔었는데."

"뭐? 그거 너희 마을에서 준 거잖아!"

"그걸 2년을 입는 사람이 어딨어요? 우리 마을 사람들도 그 정도는 안 입어요. 저도 마을 떠나면서 네 벌이나 챙겨서 나왔다고요."

"그래도 게이트 들어갈 때마다 수트로 갈아입었잖아."

입안 가득 샐러드를 밀어 넣은 레온이 두 볼을 우물거리며 물었다.

"그러게요? 왜 형은 게이트 들어갈 때만 그 회색 수트를 입은 거예요?"

"게이트 너머가 지구일까 봐 그랬지. 내가 지구에선 거적때기나 걸치고 다닐 소셜 포지션이 아니야, 인마."

"하긴. 방에서 TV라는 걸 보니 형 이야기가 꽤 많이 나오더라고요."

실없는 이야기를 주고받는 사이 몇 차례의 간단한 코스 요리가 지나가고 담당 서버가 메인 고기를 들고 들어왔다.

"와! 이게 소고기예요?"

"응. 이게 바로 명품한우지. 오늘 한번 배 터지게 먹어 봐, 레온아."

"빨갛고 하얗고… 보기만 해도 맛있게 생겼어요."

"먹으면 더 맛있어."

치이익.

담당 서버가 두툼한 안심부터 참숯 그릴 위에 올려놓기 시작했다.

* * *

6월 10일 김수호 넥시트코인(NXT) 보유 현황

[보유량 61,887개]

[단가 62억 원]

[평가 금액 383조 7천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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