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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코인재벌-74화 (74/200)

74화

* * *

"와, 말도 안 돼요. 이런 맛이 있다니! 진짜 입에서 살살 녹아요!"

"맛있지?"

"네! 진짜 이런 건 처음 먹어봐요. 매일 이것만 먹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러지 마. 또 맛있는 거 엄청 많아. 천천히 다 사줄게."

"고마워요, 수호 형. 지구에 오길 정말 잘했어요."

한창 새우살을 즐기고 있는데 룸 밖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쿠당탕탕.

"내가 누군지 알아? 엉? 사장인가 쉐픈가 당장 나오라 그래!"

마침 평양냉면을 들고 룸으로 들어오는 담당 서버에게 물었다.

"무슨 일인가요? 밖이 좀 소란스럽네요?"

"아… 네, 손님. 죄송합니다. 조금 취하신 손님이 계셔서……."

"이 시간에요? 빨리도 취했네."

밖은 여전히 시끄러웠다.

"손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넌 또 뭐야? 네가 사장이야?"

"지배인입니다. 여기서 이러지 마시고 나가서 얘기하시죠."

"지배인? 너 내가 누군지 알아? 뭐? 이러지 마시고 나가서 얘기해?"

퍽.

"꺄악. 누가 좀 말려주세요!"

퍽, 퍽.

쾅.

우리 룸 문이 부서지면서 정장을 입은 지배인이 안으로 날아들었다.

지배인과 부딪히면서 담당 서버가 불판 위에 손을 짚을 뻔한 걸 얼른 붙잡아 막아주었다.

"가, 감사합니다."

"끄으… 손님 죄송합니다."

지배인은 허리를 다쳤는지 겨우 테이블을 짚고 일어나서는 우리에게 먼저 사과부터 했다.

"괜찮습니다. 다친 덴 없으세요?"

"아, 네. 죄송합니다."

나는 이른 저녁부터 뭐 하는 놈이 이렇게 소란인가 싶어 룸 밖을 내다보았다.

씩씩거리며 식당 직원들을 위협하고 있는 거구의 사내와 그의 주변을 호위하듯 지키고 선 사람들.

거구의 사내는 평범한 외출복 차림이었지만 그를 호위하듯 서 있는 사람들은 크고 작은 무기를 몸에 두르고 있었다.

그런데 거구의 사내 얼굴이 왠지 낯이 익었다.

강남 한복판에서 전투복을 입고 무기를 두르고 있는 자들은 아마 디펜서일 것이고, 그 앞에 서 있는 저 덩치는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

"내가 누군지 알아? 당장 여기 쉐프 나오라고 해!"

기억났다.

중학교 동창 박영식.

일진 놀이에 푹 빠져 가난하고 약한 학생들을 괴롭히던 금수저.

체육관 뒤편 공터에서 허염환을 괴롭히다가 나에게 한 대 크게 얻어맞았던 바로 그 녀석이다.

그때도 부자였지만 저 녀석 아버지의 사업은 날로 번창해 갔고, 덕분에 박영식은 자동으로 굴지의 대기업 대성그룹의 둘째 아들이 되었다.

"하, 그래서 디펜서를 무슨 호위무사처럼 데리고 다니는구만?"

나도 모르게 혼잣말이 나왔다.

"응? 무슨 소리야? 오빠 아는 사람이야?"

"응. 우리 경쟁사 대성그룹 둘째 아들. 내 중학교 동창."

"정말? 친했어?"

"아니. 사이가 아주 안 좋았지. 염환이 기억하지?"

"오빠한테 코인 준 그 친구?"

"응. 중학교 때 염환이 괴롭히다가 나랑 한 판 붙었었지."

"저 덩치랑? 에휴, 우리 오빠 많이 맞았겠네."

"무슨 소리야, 내가 한 방에 쓰러뜨렸지."

"지금이야 그렇겠지만 그때 오빠가 무슨 힘이 있다고?"

"무슨 소리야. 그땐 공부면 공부, 운동이면 운동 못 하는 게 없었다니까?"

그때 룸 밖에서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김수호?"

15년이 흘러 많이 굵고 탁해졌지만 익숙한 목소리였다.

"이야, 이거 메타디펜스 대표 김수호 씨 아니야? 얼마 만이냐?"

별로 인사하고 싶지 않았는데.

"그래. 박영식 맞지? 덩치는 여전하네."

"이야, 흙수저가 아주 성공했어? 뉴스에도 나오고 이런 데서 밥도 먹고."

"그러게. 너보단 성공한 것 같다."

박영식의 벌건 얼굴이 순식간에 찌그러졌다.

"뭐? 어디서 코인 주워다 회사 하나 차리고서 지금 누구랑 비교를 해?"

"술 취했으면 저기 경호원들 데리고 집에 가라. 사람들 식사 방해하지 말고."

박영식이 거대한 몸을 비틀거리며 다가왔다.

가까이 다가오자 술 냄새가 확 풍겨왔다.

"뭐 인마?"

"술 취했으면 집에 가라고. 어떻게 넌 변한 게 하나도 없냐."

"이 새끼가."

콰앙.

박영식이 우리 테이블을 발로 찼다.

인조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제법 무거운 테이블이었음에도 발길질 한 번에 그대로 날아가 버렸다.

주제에 또 코인으로 신체 능력을 강화한 모양이다.

"너야말로 변한 게 하나도 없구나. 예나 지금이나 위치도 모르고 깝치는 거 보면."

"한 번만 더 건드리면 안 참는다."

"안 참아? 아, 대단하신 메타디펜스의 대장님이시지? 힘 좀 쓴다 이거야?"

박영식이 뒤를 돌아보자 디펜서들이 우르르 다가왔다.

"외계 여행을 하고 오니 감이 사라졌냐? 아직도 너 혼자 강한 줄 알지?"

"응."

"그 시커먼 검도 차에 두고 왔나 보네? 안 그래도 TV에서 너 새끼 얼굴 볼 때마다 거슬렸는데 잘 됐다."

"나이가 몇인데 너 새끼가 뭐냐, 너 새끼가. 저렴한 말투 하며 정말 변한 게 하나도 없네."

"뭐? 이 새끼가!"

박영식이 뒤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최 팀장! 여기 애송이한테 대성그룹의 디펜서가 최고라는 걸 보여드려라."

박영식의 뒤에 서 있던 디펜서들은 내 얼굴을 알아보고 쭈뼛쭈뼛 다가오기를 주저했다.

대성의 디펜서는 총 여덟.

그때 한 사내가 두 팔을 걷어붙이며 앞으로 나섰다.

"사장님의 명령이다. 다들 대열을 갖춰!"

"…예!"

뒤에서 최수영의 한숨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에휴, 아직 후식 못 먹었는데. 오빠, 이제 어디로 갈 거야?"

"원래는 이거 먹고 레온이 와인 사주려고 했었지."

"어디 예약은 안 했지?"

"응."

"그럼 레온이랑 먼저 나가서 괜찮은 와인바 찾아보고 있을게. 주소 찍어줄 테니 이따가 와. 레온아, 가자."

"예? 누나, 수호 형은 괜찮아요? 이렇게 두고 가도?"

"딱 보면 몰라? 괜찮아. 오빠 살살해. 우리는 가 있을게."

"응."

최수영과 레온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최수영은 우리 룸을 반원 형태로 둘러싸고 있는 디펜서 중 한 명에게 다가갔다.

"비키세요. 좀 지나가게."

"아, 예."

디펜서는 몸을 약간 틀어 최수영과 레온이 지나갈 틈을 만들어 주었다.

그의 옆을 지나가던 최수영이 낮게 속삭였다.

"죽기 싫으면 적당히 하는 척하다가 도망쳐요."

최수영의 속삭임에 디펜서의 관자놀이 한쪽이 꿈틀했다.

"뭐? 곱게 보내주려 했더니 이 여자가!"

길을 터주었던 디펜서가 최수영의 어깨를 잡기 위해 손을 뻗었다.

으드득.

최수영이 자신에게 뻗어오는 손을 맞잡아 그대로 반대로 꺾어버렸다.

"으악!"

"감히 어디다 손을 대려고 해? 넌 도망가기도 글렀다. 가자, 레온아."

"이… 미친!"

완전히 뒤로 접혀버린 손을 부여잡고 있던 디펜서가 허리춤에서 단검을 꺼내 최수영의 뒤통수에 대고 던지려고 했다.

콰직.

"으아악!"

나는 순식간에 그 디펜서 앞으로 이동했고, 남은 한 손도 뒤로 완전히 접어버렸다.

두 손이 모두 뒤로 접힌 사내를 대충 바닥에 집어 던지고 오른손을 들어 마나를 모았다.

핑, 핑, 핑.

내 손 위에서 탁구공만 한 마법구가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모두 공격해!"

팀장으로 보이는 자가 급히 지시했지만, 그들이 움직이는 것보다 마법구 일곱 개가 완성되는 시간이 더 빨랐다.

마그네타 검과 염동력 장갑 모두 차에 놓고 왔기 때문에 번거롭게도 이 마법구들은 좌표를 계산해 발사해야 했다.

염동력 장갑으로 집어 던지는 것보다 번거롭긴 했지만, 그렇다고 딱히 좌표를 계산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도 않았다.

오히려 일곱 개의 마법구가 동시에 정확히 각 디펜서들의 허벅지에 꽂히게 하는 데는 이 방법이 더 효율적이었다.

퍽, 퍽!

"크학!"

나를 향해 달려들려던 디펜서 일곱은 모두 허벅지가 터져나간 채 그 자리에 쓰러졌다.

"으으윽."

"사, 사람 살려……."

여덟 명의 디펜서가 모두 바닥을 구르며 신음 소리를 내뱉는 데까지는 채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그제야 박영식이 당황한 듯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박영식."

"뭐, 뭐 인마!"

"기억나냐? 우리 중2 때 체육관 뒤에서 붙었던 거."

"난 몰라! 기억 안 나!"

"그날 집에 가는 길에 내내 아쉬웠거든. 고작 한 대 맞고 나가떨어져 버리다니. 더 많이 패줬어야 했는데 말이야."

"뭔 개소리야!"

"그래서 오늘은 여러 대 패주려고."

이이잉.

그때서야 식당 자동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최수영과 레온이 이제 식당 밖으로 나서는 모양이다.

나는 문을 나서려는 최수영을 불렀다.

"수영아."

"응?"

"그냥 같이 가. 1층에서 1분만 기다려."

"그래, 알았어. 오빠."

최수영이 레온과 함께 자동문 밖으로 나서는 것이 보였다.

"박영식."

계속 조금씩 뒷걸음질을 치던 박영식의 등이 결국 식당 벽과 맞닿았다.

"뭐! 뭐!"

"1분만 맞자."

* * *

다음날, 뉴스엔 온종일 나의 박영식 폭행 사건이 보도되었다.

대성그룹에서 손을 좀 쓴 모양인지 대부분의 뉴스채널에서 나를 처벌해야 한다는 보도를 강도 높게 내보냈다.

어느 프로의 패널은 나를 다시 지구 밖으로 추방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펼쳤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박영식의 행패가 고스란히 담긴 식당의 CCTV가 유튜브에 공개되었고, 그 영상을 시작으로 각종 SNS에 줄줄이 박영식의 행실에 대한 제보들이 터져 나왔다.

뉴스에서는 날 처벌하라고 하고 있었지만, 여론은 정반대였다.

사건 담당 형사에게 연락이 왔고, 번거로움을 느낀 나는 그냥 회사 변호사를 보냈다.

물론 변호사는 나를 먼저 공격하라고 외친 박영식과 최 팀장이라는 사람의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을 들고 경찰서를 찾아갔다.

오후엔 기획팀, 홍보팀과의 회의가 있었다.

"해외 진출이요?"

기획팀장이 놀란 눈으로 물었다.

"네. 수도권에 화이트 게이트가 생겨도 MB게임즈와 대성그룹 때문에 게이트 확보가 쉽지 않다면서요."

"그렇습니다. 해서 수도권에 네 개 지사를 설치해 그곳에 디펜서 및 출동 인력을 분산 배치할 계획이었습니다."

"그것보단, 우리 메타디펜스는 해외를 무대로 활동하도록 하죠."

"화이트 게이트는 처음 생기기 시작하면 30분에서 한 시간 안에 완전히 성장합니다. 그 시간에 맞춰 해외 현장에 도착할 수 있을까요? 해외 지사를 설립하신다는 말씀이십니까?"

"저쪽을 보시죠."

회의실 한쪽엔 작은 마법진이 하나 그려져 있었다.

레온이 오전에 미리 여기저기 그려둔 것이었다.

나는 휴대폰으로 레온에게 이제 들어오라는 톡을 보냈다.

멀뚱멀뚱 내가 가리킨 곳의 마법진을 바라보던 직원들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마법진에서 환한 빛이 솟아오르더니 그 자리에 레온이 나타났다.

레온은 천천히 마법진에서 걸어 나와 내 옆자리에 앉았다.

나는 레온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우리 마법 본부장이 만든 마법진입니다. 이걸 철근과 슈퍼 콘크리트를 이용해 대량 생산할 겁니다. 그리고 그 마법진은 우리와 계약한 나라 및 도시에 설치될 예정입니다."

멍한 눈으로 레온이 나타난 마법진을 바라보던 기획팀장의 눈빛이 점차 날카로워지기 시작했다.

"레온 이사님, 저런 걸 몇 개나 만들 수 있습니까?"

"많은 인원이 먼 곳으로 워프를 하기 위해선 반대편 마법진에도 마나가 필요해요. 그래서 대표님과 함께 마력석을 좀 모아왔는데 그게… 우리 몇 개 가져왔죠, 형?"

"한 삼사백 개 될걸."

"아! 그럼 마법 무기를 만드는 데 쓸 마력석은 빼고, 뭐 삼백 개 정도는 만들 수 있겠네요."

기획팀장이 노트에 메모하다가 놀라 소리쳤다.

"삼백 개요?"

"네."

"자, 이제 기획실에서는 해외 진출 관련 필요 사항들을 정리해 주시고, 홍보팀에서는 기술개발팀과 협조해서 이 마법진 구동 홍보 영상을 만드세요."

기획팀장이 물었다.

"계약 조건은 어떻게 합니까?"

"옛날에 일본에 원정 갔을 때 800만 달러를 받았었죠? 그럼 뭐 이번에는, 출동할 때마다 1,000만 달러 정도로 잡으면 될까요?"

"1,000만 달러요?"

"네. 그리고 가난한 나라는 디스카운트를 좀 많이 해주세요. 어차피 게이트에서 채굴되는 코인으로도 수입은 충분하니까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오늘 회의는 여기까지 하시고, 이후로는 진행하면서 차차 논의하시죠."

"네, 대표님."

"네, 알겠습니다."

* * *

6월 11일 김수호 넥시트코인(NXT) 보유 현황

[보유량 61,887개]

[단가 62억 원]

[평가 금액 383조 7천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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