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메타버스 코인재벌-77화 (77/200)

77화

* * *

며칠 후.

경기도 파주 황룡산.

파직, 파지직.

커다란 바위 가운데가 출렁이는가 싶더니 탁구공만 한 하얀색 동그라미 하나가 생겨났다.

하얀색 탁구공은 점차 크기를 키우며 주변 공간을 잡아먹기 시작했다.

화이트 게이트였다.

게이트는 계속해서 주변 공간을 일그러뜨리며 그 크기를 키워 갔다.

화이트 게이트가 처음 모습을 드러낸 지 한 시간 뒤. 조그맣던 탁구공은 지름 10미터가 넘는 C급 게이트로 성장했다.

두두두두두.

화이트 게이트에 놀라 도망치던 다람쥐가 하늘에서 들려오는 커다란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황룡산 서남쪽에서 헬리콥터 한 무리가 다가오고 있었다.

잠시 하늘을 바라보던 다람쥐는 다시 화이트 게이트를 등지고 달리기 시작했다.

조금 전 다람쥐가 서 있던 곳까지 다가온 헬리콥터들은 나란히 착륙했다.

게이트에서 30여 미터 떨어진 지점이었다.

헬리콥터에서 가장 먼저 내린 체격이 건장한 사내는 뒤이어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을 일사불란하게 지휘했다.

메타디펜스의 디펜서 3팀 팀장 최형우였다.

이번 파주 현장에는 해외 출장 중인 1, 2팀을 제외하고 3, 4팀이 함께 출동했다. 그리고 최형우는 이번 작전의 총지휘를 맡았다.

"본부 천막은 이쪽에! 접근 금지 라인은 저쪽에 보이는 큰 나무를 기준으로! 서둘러! 게이트가 커지는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다!"

헬리콥터에서 내린 수십 명의 사람은 10분도 지나지 않아 접근 금지 라인과 본부, 상황실, 의무실 천막을 설치했다.

하늘에는 드론 수십 기가 떠올라 게이트 주변 상황을 강화도 메타디펜스 전략기획실로 전송하고 있었다.

최형우의 이어폰으로 전략기획실 이혁진 실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최 팀장님, 게이트 확장 속도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이대로 가면 최소 A급입니다! 지원 병력 보내겠습니다.

"네! 어느 행성이랑 연결된 건진 모르지만 여기서 보기에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저 크기의 게이트에서 강한 놈들이라도 뛰쳐나오기 시작하면 접근 금지 라인도 의미가 없겠습니다! 여차하면 MB든 대성이든 다 연합해서 막아내겠습니다!"

- 네! 채굴권 확보보다는 안전이 최우선입니다! 특히 근처에 신도시도 있습니다!

"네, 알고 있습니다!"

디펜서 3, 4팀이 화이트 게이트 대응 준비를 마쳐 갈 때쯤, 저 멀리 열대 남짓한 헬리콥터들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붉은색으로 도색된 걸 보니 대성 그룹의 헬리콥터였다.

잠시 후 게이트 근처에 도착한 대성 그룹의 디펜서들은 메타디펜스의 접근 금지 라인 바깥에 제2진을 꾸리기 시작했다.

사실 이렇게 겹겹이 대비를 마쳤는데 게이트에서 위협적인 적이 나오지 않을 때도 부지기수였다.

아예 아무런 생명체가 나오지 않을 때도 있었고, 야생동물 몇이 튀어나오고 만 적도 많았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운이 좋은 경우일 뿐이었다.

메타디펜스 팀장 최형우는 긴장되는 눈빛으로 화이트 게이트를 바라보았다. 그의 뒤에는 이십여 명의 디펜서들이 각자의 무기를 들고 게이트를 노려보고 서 있었다.

그들의 눈앞에 둥둥 떠 있는 거대한 하얀 구멍은 이미 지름 20미터가 넘는 B급 게이트로 커져 있었다.

드드드드.

게이트 안쪽에서 땅이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확장이 어느 정도 끝났는지 화이트 게이트는 건너편 행성에서 블랙 게이트가 빨아들인 것들을 뱉어내기 시작했다.

디펜서 한 명이 게이트가 가장 먼저 뱉어낸 돌덩이 하나를 집어 본부 천막으로 달려갔다.

잠시 후 본부 천막에서는 방사선 분석을 통해 게이트 건너편 행성을 확인했다.

최형우의 이어폰으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행성 087의 습지대입니다!

행성 087. 그리스 로마 신화 속 괴물들이나 인간, 신족 등이 사는 행성이었다. 지금까지 등장한 몬스터 중 가장 강하다고 평가받는 8등급 히드라가 사는 바로 그 행성.

쿠웅.

잠시 후 거대한 몸집의 물소 한 마리가 게이트 밖으로 튀어나왔다.

일반적인 물소보다 세 배는 큼직한 몸집을 가진 몬스터, 카토블레파스였다.

물소의 몸통을 가지고 있으나 두꺼운 다리는 하마의 것이었다. 그리고 거대한 몸집을 고려하더라도 너무 무거워 보이는 머리를 달고 있었는데, 그 머리는 멧돼지의 모습이었다.

머리가 너무 무거운 탓에 고개를 항상 땅을 향해 처박고 있는 카토블레파스. 입에서 맹독을 뿜어내는 매우 위험한 몬스터로, 조기에 막아내지 못하면 피해 범위가 워낙 넓어져 7등급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쿠웅, 쿠웅.

게이트에서 카토블레파스 몇 마리가 더 튀어나왔다.

최형우 팀장이 소리쳤다.

"제기랄! 모두 방독면, 방호복 착용해! 카토블레파스다!"

최형우의 외침에 따라 디펜서들이 모두 방독면과 방호복을 착용하기 시작했다.

"저건 독이 멀리 퍼지기 전에 잡아야 한다! 우리만으로는 무리야! 접근 금지 라인 치워버리고 당장 지원 요청 레이저 쏴!"

방독면을 착용한 디펜서들이 바삐 움직였다.

몸놀림이 빠른 디펜서는 접근 금지 라인을 다시 걷어냈고, 본부 천막에서는 하늘로 붉은빛 레이저를 쏘아 올렸다.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는 선명한 붉은빛 레이저가 땅과 하늘을 이었다.

상황이 시급하거나 위험하니 접근 금지 규약과 관계없이 레이저를 본 디펜서와 군인들은 모두 게이트 앞으로 진입해 달라는 신호였다.

* * *

같은 시각, 접근 금지 라인 밖 대성 그룹의 진영.

메타디펜스보다 조금 늦게 도착한 대성 그룹의 디펜서들은 아직 분주하게 채굴 준비를 진행하고 있었다.

진영 정비를 지휘하며 게이트 쪽을 바라보던 팀장 한 명이 소리쳤다.

"박태열 부장님! 저기! 붉은빛 레이저입니다!"

"나도 보여."

"디펜서 전원 바로 집결시킬까요?"

"아니. 채굴 준비 중단하고 모두 헬기에 올라타라고 해. 철수한다."

순간 팀장은 자기 귀를 의심했다. 당장 대열을 갖추고 게이트 앞으로 뛰어가도 모자랄 상황인데, 헬기에 올라타라니?

"게이트에서 뭐가 튀어나왔는지는 모르지만, 게이트 앞 상황이 긴급해서 지원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철수라니요?"

지휘 본부에 앉아 있던 박태열 부장이 한숨을 쉬며 천천히 일어났다.

품에서 담배를 하나 꺼내 물고 불을 붙인 박태열 부장은 담배 연기와 함께 다시 한번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하아……. 나도 찝찝하긴 하다만. 사장님 지시 사항이야. 자, 전원 철수한다."

지휘 본부에서 철수 명령을 전파하자 곧이어 다른 팀장 한 명이 천막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부장님, 철수라니요? 여긴 인적이 드문 산이긴 하지만, 차로 서쪽으로 10분만 가면 야당역입니다! 그 너머는 바로 운정 신도시고요! 여기서 메타디펜스와 함께 몬스터를 막아내야만 합니다!"

박태열 부장이 짜증 섞인 말투로 소리쳤다.

"난들 이러고 싶은 줄 알아? 직장인이 까라면 까는 거지 뭔 말이 그렇게 많아?"

팀장이 몇 걸음 더 다가와 박부장 앞에 있는 책상을 탕 치며 말했다.

"부장님! 저기 게이트에서 뭐가 튀어나왔는지 알고 철수합니까? 근처 시민들은요!"

담배를 바닥에 집어 던지고 발로 신경질적으로 짓이긴 박태열 부장은 몸을 뒤로 돌려 헬리콥터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남고 싶은 놈들은 남아! 돌아가는 대로 퇴직 처리해 줄 테니까."

* * *

"최 팀장님! 대성 그룹 디펜서들이 철수하고 있습니다!"

최형우는 뒤편 하늘을 돌아보았다.

부하 직원의 말대로 대성 그룹의 헬리콥터들이 떠나는 모습이 보였다.

"뭐야? 지원 요청 레이저를 못 본 건가?"

최형우는 의아한 마음을 품었지만 그런 생각을 길게 하고 있을 여유는 없었다.

이미 게이트에서 튀어나온 여덟 마리의 카토블레파스가 주변을 잔뜩 경계하며 입에서 녹색 연무를 뿜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방호복과 방독면으로 버틸 수 있지만 그것도 잠깐일 뿐이었다. 카토블레파스의 맹독은 30분 안에 방독면의 필터를 뚫고 들어올 것이다. 그전에 어떻게든 저 몬스터들을 모두 처리해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곳의 디펜서들이 모두 죽게 됨은 물론이고 얼마나 많은 일반인이 저 맹독 연무를 들이마시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우리가 최종 방어선이다! 전력을 퍼부어! 눈 마주치지 않게 조심하고!"

방독면과 방호복을 갖춘 디펜서들이 대형을 갖춰 카토블레파스를 공격했다.

카토블레파스는 그다지 공격적이지도, 움직임이 빠른 몬스터도 아니었다. 위험을 감지하면 그저 계속해서 입으로 맹독을 내뿜을 뿐.

하지만 물소의 형상을 한 몸통과 멧돼지를 닮아 있는 머리는 어지간한 무기의 공격으로는 흠집도 나지 않았다.

게다가 카토블레파스에게 너무 가까이 다가가려고 하면 버텨내야 하는 맹독의 밀도가 너무 높아졌다.

빙 둘러싸고 원거리 공격을 계속 퍼붓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대미지를 누적시켜야 한다! 전원 가장 앞에 있는 몬스터 하나만 노린다!"

최형우의 지시에 따라 모든 디펜서의 공격이 한 놈에게 집중되었고, 5분 정도가 지나고 나서야 맨 앞에 있던 카토블레파스의 거대한 몸뚱이가 쿵 소리를 내며 땅으로 처박혔다.

"바로 그 옆의 놈을 집중적으로 공격해라!"

최형우가 호기롭게 소리쳤다.

부하 직원들에게 절대로 절망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우리는 평범한 직장인이 아니다. 우리 등 뒤에는 수십 수백만의 선량한 시민들이 있다. 반드시 여기서 이 괴물 같은 놈들을 모두 처리해야만 한다.

최형우는 애써 마음을 다잡아보려고 했지만, 절망적인 생각이 계속 차오르는 것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었다.

'이미 10분이 지났다. 하지만 아직도 남은 카토블레파스는 일곱. 저 맹독이 우리 방독면을 뚫고 들어오기 전까지 저 단단한 괴물 놈들 절반은 처리할 수 있을까?'

이미 주변 시야 확보가 어려울 정도로 녹색 연기가 황룡산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하늘을 날던 새들도 연기에 닿아 땅으로 툭툭 떨어졌다. 주변의 아름드리나무들도 나무 진액을 잔뜩 내뿜으며 말라비틀어져 가고 있었다. 그리고 점차 부하 직원들의 눈빛에 공포가 서려오기 시작하는 것이 느껴졌다.

쿠웅.

두 번째 카토블레파스가 쓰러졌다.

남은 놈들은 여섯. 앞으로 방독면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은 12분 남짓.

최형우 팀장은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전원 들어라! 모두 머릿속에 무슨 생각들을 하고 있는지 안다! 우린 이놈들을 전부 쓰러뜨릴 수 없다!"

이곳에 있는 대부분의 디펜서가 이미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생각이었다. 하지만 마음에 품고 있는 공포와 지휘관의 입으로 전해지는 공포는 그 압도감이 달랐다.

디펜서들이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지금 퇴각하면 이 맹독은 계속해서 퍼져 나갈 것이다! 곧 지하철역에도 닿고 그 뒤엔 인구가 밀집한 신도시를 뒤덮을 것이다!"

최형우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우리는 평범한 직장인이 아니다! 디펜서가 되기로 했을 때 했던 선서를 기억해라! 여기서 우리가 포기하면 파주의 시민들 모두가 죽는다! 그럼 돌아가서 발 뻗고 잘 수 있을 것 같은가!"

주춤거리며 물러서던 디펜서들의 발걸음이 그대로 얼어붙었다.

"곧 군대도 오고 다른 디펜서 지원 병력도 도착할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저 괴물 같은 물소들을 하나라도 더 잡는다! 저 괴물 하나 더 잡을 때마다 수십만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최형우는 자리에 얼어붙은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팀원들에게 결국 최악의 명령을 하달했다.

"메타디펜스 디펜서 3팀! 4팀! 전원 근접 공격 실시!"

최형우가 가장 먼저 뿌연 연무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뒤이어 디펜서 전원이 카토블레파스들이 모여 있는 곳, 녹색 연무가 가장 짙은 곳, 살아 있는 모든 생물을 죽이는 맹독의 발원지를 향해 뛰어 들어갔다.

* * *

8월 20일 김수호 넥시트코인(NXT) 보유 현황

[보유량 62,577개]

[단가 64억 원]

[평가 금액 400조 5천억 원]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