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메타버스 코인재벌-79화 (79/200)

79화

* * *

며칠 후, 각 부서의 제법 일 잘한다는 사람들을 모아 TFT(Task Force Team)를 구성했다.

주로 해외 업무를 도맡던 부서에서 많은 직원이 차출됐다.

TFT명은 '메타트레이딩'.

TFT명이자, 설립 진행 중인 자회사 이름이었다.

차출된 직원들과 함께 첫 번째 회의를 진행했다.

"거두절미하고 말하겠습니다. 이번 TFT는 대성 그룹을 겨냥한 TFT입니다. 의도적으로 우리 직원들을 몰살시키고, TV에 나와 커뮤니케이션 오류였을 뿐이라고 해명하는 대성 그룹을 더는 용서할 수 없습니다."

몇몇 직원들이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우리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대성 그룹을 무너뜨릴 겁니다. 도의적으로 옳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은 TFT에서 빠지셔도 좋습니다. 인사고과에 아무런 불이익은 없을 겁니다."

여기저기서 직원들이 수군거렸다.

"자, 괜찮으니 빠지실 분들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서 나가시면 됩니다. 인원은 외부에서라도 충원하면 되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나는 가만히 5분 정도 기다려 주었고, 회의실을 나서는 직원은 한 명도 없었다.

수군거리던 소리도 조금 전부터는 완전히 잦아들었다.

"그럼 모두 힘을 모아주시는 걸로 알고 있겠습니다."

가볍게 손짓하자 비서실에서 작성한 프레젠테이션이 스크린에 띄워졌다.

대성 그룹에 대한 자료였다.

"대성 그룹은 20년 전, 대성 상사로 시작된 회사입니다. 동남아의 값싼 공산품을 수입해 국내에 유통하거나 선진국에 수출하는 업무를 통해 회사 규모를 키워 나갔죠."

대성은 흔히 말하는 '상사맨'들이 회사를 이끄는 종합 상사였다.

2000년대 초반부터 10여 년간 해외 상품 트레이딩을 통해 회사 규모를 확대하고 현금 보유량을 꾸준히 늘려 나갔다.

2010년 이후 제조사와 수입사 간의 직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세계적으로 '상사'의 역할이 축소되는 추세였을 때, 발 빠르게 해외 사업 개발 쪽에 전력을 쏟으며 다시 한번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대성은 트레이딩으로 벌어두었던 돈을 모두 투자해 점점 큰 규모의 해외 사업 개발을 진행하며 더욱 빠른 속도로 회사 규모를 키워 갔다.

해외 광산 개발에 이어 가스전 개발 사업 등으로 큰돈을 벌어들인 대성 상사는 국내 여러 사업에도 진출하며 대성 그룹으로 발돋움했다.

"…여기까지가 대성 그룹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입니다. 들으신 대로 대성 그룹은 트레이딩과 해외 사업으로 몸집을 불린 기업입니다. 애초에 제조사가 아니죠. 바꿔말하면 아무런 주력 제품도, 기술도 보유하지 못한 회사입니다."

회의실에 모인 직원들은 이제 이 TFT의 목적이 무엇인지, 자신들이 앞으로 할 일이 무엇인지 대충 파악을 한 눈치였다.

머리 회전이 빠른 몇몇 직원은 이미 열심히 무언가를 메모하며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정리를 하는 것 같았다.

"자! 업무는 간단합니다. 여러 부서의 유능하신 직원분들을 모셔 온 게 죄송할 정도로 간단합니다."

나는 왼편에 모여있는 팀을 바라보았다.

"트레이딩팀, 대성에서 구매 중인 모든 상품을 3퍼센트 비싼 매입가로 대성보다 먼저 매입하세요. 대성에서 매입가를 따라 올리거든 우리도 또 올리세요. 그리고 그 상품들은 대성의 거래처에 5퍼센트 싼 가격에 판매합니다."

분명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직장인들에게 이보다 짜릿한 업무가 있을까?

예산과 수익률은 고려하지 않은 채 매입처고 매출처고 경쟁사보다 무조건 좋은 조건을 들이밀면 된다.

다음은 오른편에 있는 팀에게 업무를 지시했다.

"사업개발팀은 지금 대성이 추진하고 있는 8조 원짜리 '차세대 전지' 사업 낙찰에 참여하세요. 낙찰가를 10조까지만 올린 후 우리는 빠집니다."

사업개발팀 임시 팀장이 손을 들었다.

"낙찰가 올리는 정도로 대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을까요?"

물론 그런 것으론 대성 그룹을 무너뜨릴 수 없지.

"아니요. 낙찰이 끝나자마자 차세대 전지 양극재와 전해액에 쓰일 니켈을 대량 매입하세요. 그 전에 판매처와 비밀리에 양도 계약을 미리 체결하시고요."

"니켈 값은 이미 많이 올랐습니다. 예산이 꽤 많이 들 텐데요."

"비용은 신경 쓰지 마시고 매입하세요. 어차피 다시 판매하면 됩니다. 회사 예산이 부족하면 제 사비로 충당합니다."

다음은 인사팀.

"인사팀에서는 헤드헌터를 통해 이력서를 오픈한 대성 그룹 요직 인물들을 적극적으로 채용하세요. 면접 과정에서 이 TFT에 들어올 만한 인물을 추려주시고 여기 참가시키세요.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네, 대표님. 바로 진행하겠습니다."

"그리고 대성의 디펜서들에게 개별적으로 접근해서 메타디펜스로의 이직을 권유하세요. 아마 지금은 대성에서 지급한 초도 코인 때문에 계약이 묶여 있을 거예요. 대성 그룹이 망하고 난 후에는 이직할 의사가 있는지만 확인해 주시면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나는 나머지 직원들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추며 말했다.

"다른 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능한 분들만 모셨으니 우리가 무슨 일을 하려는지 감을 잡으셨을 것으로 압니다. 다음 진행 회의 때 다시 뵙죠."

그렇게 TFT 회의를 마치고 대표실로 돌아왔다.

책상 위에는 이혁진 실장이 직접 두고 간 듯한 서류 뭉치가 놓여 있었다. 마법 친화력을 가진 디펜서들의 이력서와 학창 시절 성적표였다.

책상 위에 놓인 내선 전화기의 빨간색 버튼을 눌러 비서실을 연결했다.

- 네, 대표님. 비서실입니다.

"레온 마법 본부장 지금 대표실로 오라고 전해 주세요."

- 네, 알겠습니다.

잠시 후, 레온이 대표실로 들어왔다.

"부르셨어요, 수호 형?"

"응, 저기 회의 테이블에 앉자."

테이블에 앉아 레온에게 여섯 명의 디펜서 이력서와 학업 성적표를 보여주었다.

"자, 레온이 네가 지구에서 처음으로 마법을 가르칠 학생들이야. 마나 친화력이 있는 디펜서 중에 너무 나이가 많지 않고, 학창 시절 공부를 제법 했던 사람들로 추렸어."

다른 덴 크게 관심이 없는 듯 레온은 이력서 사진들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제가 이분들을 잘 가르칠 수 있을까요?"

"이제 와서 무슨 소리야. 평생 공부한 걸 그냥 전달해 주기만 하면 돼. 우리 회사에 정말 큰 도움이 될 거야. 그리고 전에 형이 말한 거 기억하지? 마법 학교."

"레오니 마법 아카데미요?"

"응. 거기 초대 교장이 되기 위한 연습이라고 생각해."

"형, 그 마법 아카데미는 정말 만들 거예요?"

"그렇다니까? 이미 본사 옆에 학교 지으려고 땅 파고 있잖아. 거기가 마법 아카데미 부지야."

"이미 공격 마법은 형이 훨씬 강하잖아요. 제가 교장이면 형은 뭐예요? 교장이 제일 높은 거 아니에요?"

"나? 나는 이사장. 당연히 내가 너보다 높지. 하하하."

레온의 이름을 딴 '레오니 마법 아카데미'는 정말로 만들 계획이었다.

이미 자립형 사립고로 정부에 승인 신청을 해 둔 상태였고, 건물도 착공에도 들어갔다.

입학 기준은 중학교 성적과 일정 수준 이상의 마나 친화력.

메타디펜스의 인력 풀을 더욱 풍부하게 해주고 지구에 도움이 되는 마법을 꾸준히 연구하기 위한 세계 최초 마법 고등학교였다.

"이력서 다 봤지? 그 여섯 명은 다음 주부터 마법 본부로 출근시킬 거야. 예전에 나한테 마법 알려줬던 것처럼 간단한 것부터 시작해."

"알겠어요. 형."

* * *

한 달 후.

온 세상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발생한 화이트 게이트로 떠들썩해졌다.

게이트에서 행성 049의 무림인 여럿이 튀어나온 모양인데, 인근의 군대가 총출동했으나 무림인들에게 처참하게 격파되었다고 했다.

러시아는 우리와 채굴 및 마법진 운용에 관련된 계약을 맺지 않았기 때문에 메타디펜스는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 때문인지 지구방위위원회에서도 아직 러시아에 대한 별다른 지원을 언급하지 않았다.

UN 산하 지구방위위원회는 공식적으로는 중립적 기관이었지만, 여러 결정 사항에 아무래도 미국이나 유럽 강대국들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트레이닝센터 한쪽에 마련된 휴게실에서 함께 TV를 보던 최수영이 물었다.

"오빠, 아무리 무림인들이라고 해도 러시아 군대를 때려 부수다니? 그게 가능한가? 진짜 천마신교가 지구에 쳐들어오기라도 한 거 아니야?"

"나도 의문이네. 무림인들이 강하긴 하지만 하늘을 나는 전투기까지 다 격추해 버리다니. 하지만 천마 할배는 지구에 쳐들어올 이유가 없을 텐데. 그렇다고 그 엄청난 양반이 실수로 블랙 게이트로 빨려 들어왔을 리도 없고."

"그 할배, 그냥 놀러 왔다가 군대가 먼저 공격하니까 화났나? 오빠가 나중에 지구 놀러 오라고 했잖아."

"에이, 설마."

"그럼 무림맹에서 쳐들어온 걸까? 아니면 소림?"

"무림맹 사람들은 좀 욕심이 많아 보이긴 했어. 하지만 이 정도까지 무모하진 않을 텐데?"

"모르겠다. 뭐, 설마 러시아가 함락되기라도 하겠어? 곧 막아내겠지."

"그래, 그렇겠지. 우리는 계약된 나라와 도시들을 챙기기도 바쁘니까 뭐. 대성 그룹 일도 바쁘고."

최수영이 러시아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는 TV 채널을 돌리려고 리모컨을 집어 들었다.

"오빠, 대성 그룹 건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어?"

"일단 해외 상품 트레이딩 쪽은 우리한테 완전히 막혔어. 매입한 물건을 팔지를 못하니 아마 곧 엄청난 어음이 대성 그룹 발목을 잡을 거야."

"생각보다 금방 진행되네? 그 큰 그룹이?"

"워낙 원천 기술이 없으니까. 트레이딩에서 본 손해에 휘청거리는 순간, 10조 원짜리 차세대 전지 사업 개발도 빠그라질 거야. 엄청난 손해는 물론이고 배상금도 물어내야겠지."

"우리 오빠, 싸움만 잘하는 줄 알았더니. 대성 그룹이 완전히 사람 잘못 건드렸네?"

"힘과 돈만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세상이니까."

"하하핫. 다 가졌잖아, 이 남자?"

"나는 네가 가졌잖아."

"뭐래, 푸흡."

"왜, 싫어?"

"아니 좋아서. 하하핫."

그때, 스피커로 이혁진 실장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지원 요청. 행성 094와 연결된 B급 게이트 발생. 1팀은 출동 준비 마치고 워프실로 집결 바람.

"수영아, 오랜만에 라울하고 같이 저녁 먹을까? 프랑스에서."

"응! 좋아. 같이 가자. 그런데 뭐 먹지?"

"마르세유 가면 부야베스 먹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래? 가자, 가자. 부야베스 먹으러. 게이트가 행성 094랑 연결됐다고 했지? 입맛 떨어지게 징그러운 몬스터만 안 나왔으면 좋겠다."

"그럼 그냥 마법진 근처에서 기다려. 내가 라울하고 얼른 해치울게. 휴대폰으로 부야베스 맛집이나 찾아 놓고 있어."

"아니야, 오빠. 나도 디펜서인데. 그것도 넘버 투. 하하핫. 나도 같이 가야지."

최수영과 나는 각자의 무기를 집어 들고 워프실로 향했다.

워프실에는 이미 라울을 포함한 디펜서 1팀이 집결해 있었다.

마르세유로 이동할 마법진 옆에는 레온과 마법 본부 직원들이 모여 있었다.

레온이 무언가 열심히 떠들고 있는 걸 보니 워프 마법진의 작동 방법과 운용원리를 설명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대충 설명을 마쳤는지 레온이 우리에게 마법진으로 오라고 손짓했다.

"수호 형, 수영 누나! 이번에도 직접 가요?"

"응. 특별한 일 없을 땐 웬만하면 우리도 동행하려고. 혹시 모르니까."

최수영이 마법진으로 올라서며 레온에게 물었다.

"레온이! 우리 부야베스 먹으러 갈 건데 너도 같이 갈래?"

"부야베스요? 그게 뭔가요?"

"해산물 수프 같은 거? 맞지 오빠? 아무튼 지금 가는 마르세유에 그게 유명하대."

우리가 레온과 대화하는 사이 디펜서 1팀이 모두 마법진 위에 올라섰다.

"저도 같이 가고 싶은데, 요즘 너무 바빠서요. 형, 누나 가고 나면 마법 본부 직원들에게 워프 마법 원리도 다시 설명해 줘야 하고요. 나중에 같이 가요."

"그래? 아쉽네. 어쩔 수 없지."

"그럼 마법진 가동합니다! 디펜서 1팀 잘 다녀오세요!"

레온이 뭐라 짧게 중얼거리자 주변의 시야가 환하게 밝아졌다.

* * *

9월 25일 김수호 넥시트코인(NXT) 보유 현황

[보유량 63,117개]

[단가 64억 원]

[평가 금액 403조 9천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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