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메타버스 코인재벌-81화 (81/200)

81화

* * *

다음 날 아침.

출근 준비를 마치고 숙소에서 나오다가 최수영과 마주쳤다.

"오빠!"

"응, 수영아. 잘 잤어?"

"응. 오빠 근데 이거 봤어? 러시아에서 난리 치고 다니는 그 사람, 천마 할배 맞아."

"아, 그래?"

최수영이 자신의 폰을 들어 유튜브 영상을 하나 검색하더니 재생했다.

영상 속에는 붉은 옷을 입은 백발노인을 선두로 여섯 명의 무림인들이 탱크와 장갑차를 장난감 가지고 놀 듯 파괴하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멀리서 촬영된 영상이라 얼굴까지는 보이지 않았지만 충분히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역시. 천마 할배 맞았네."

"응. 오늘 새벽에 올라온 영상이야."

"근데 왜 저렇게 화가 나서 다 부수고 다니는 거지?"

"원래 화가 많은 할배 아니었어?"

"그래도 저렇게 막무가내인 양반은 아닌데."

"그냥 둘 거야? 같이 가볼까? 지금 모스크바 인근까지 이동했대."

"일단 러시아에 공문 보내보자. 대화로 해결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하면 뭐라고 답변이 있겠지."

마침 레온도 출근 준비를 마치고 숙소에서 나왔다.

"레온!"

"수호 형, 수영 누나."

"레온아, 러시아 서쪽에서 제일 가까운 워프 마법진이 어디지?"

"잠깐만요."

스마트 기기에 금세 익숙해진 레온이 태블릿을 꺼내 들고 구글 지도를 살폈다.

그전에도 알고 있긴 했지만, 지구에 데려와서 보니 레온은 정말 보통 똑똑한 게 아니었다. 민감한 마나 친화력에 높은 지능까지. 천상 마법사인 녀석이었다.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요."

"오케이. 고마워, 레온이."

"그런데 거긴 왜요?"

"러시아에 나타난 게 천마 할배가 맞대."

"아, 진짜요? 그래서 가보게요?"

"응. 지구에는 왜 왔냐고 물어나 볼까 해서."

대표실로 출근한 후 비서실장을 불렀다.

비서실장에게 러시아에 보낼 공문 내용을 불러주고, 리투아니아에서 헬리콥터를 한 대 빌려놓으라고 지시했다.

오후쯤 러시아 대사관에서 직접 연락이 왔다.

오랜 시간 통화를 했는데 그 내용은 간단했다.

'메타디펜스 대표의 전세기 무비자 입국은 허용. 하지만 행성 049의 외계인들과 러시아군 사이의 전투에 어떤 식으로든 개입하는 것은 허용할 수 없음.'

그냥 도와달라고 하거나, 싫으면 방문을 거절하면 되는 것을 어렵게 꼬아서도 얘기했다.

내가 해석한 러시아 정부의 속마음은 이랬다.

'대화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으면 좀 와서 도와줬으면 좋겠는데, 도움을 요청하는 건 자존심이 상하니 그냥 개인적인 일로 방문하는 걸로 해줘.'

러시아의 대응이 마음에 썩 들지는 않았지만 천마 할배도 오랜만에 만날 겸 최수영, 레온과 함께 러시아 모스크바로 떠나기로 했다.

마법 본부장이 된 후로 항상 바쁘다며 회사에만 처박혀있던 레온도 이번만은 동행을 원했다.

천마.

무(武)를 추구하는 사람이든, 마법을 추구하는 사람이든 한번 만나고 나면 절대로 그를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인간이 뿜어낼 수 있는 강함의 정점.

그곳에 그가 서 있었으니까.

마법진을 통해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 도착하자 비서실에서 미리 빌려둔 헬리콥터가 준비되어 있었다.

우리는 바로 헬리콥터를 타고 모스크바 북쪽을 향해 날아갔다.

한참 날아가다 보니 북쪽으로 진격하고 있는 전차 부대가 보였다.

"형, 이거 타고 가다가 천마 할아버지가 우리도 날려버리는 거 아니에요? 전투기도 부숴버렸다면서요."

"어? 그러네? 오빠, 우리 이거 계속 타고 가도 괜찮아? 곧 그 할배 눈에 띌 텐데? 이미 러시아 군대랑 싸우느라 눈 뒤집혔으니 닥치는 대로 공격하지 않을까?"

"영감탱이 이미 눈이 뒤집혔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지. 이제 내려서 찾자."

헬리콥터에서 내려 전차들이 향하는 곳을 향해 얼마나 걸었을까.

콰앙.

미사일이라도 터진 듯한 굉음이 울려 퍼짐과 동시에 동쪽 산등성이 너머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말썽쟁이 할배 저기 있나 보네. 레온아, 업혀."

쾅. 콰앙.

레온을 업고 빠른 속도로 산등성이를 넘어가자 탱크 여럿이 터져 나간 채 검은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뭐야? 장로들도 절반이나 데리고 왔네? 진짜 지구를 정복하러 온 건가?"

저 멀리 붉은 옷을 입은 천마를 선두로 다섯 명의 장로들이 삼각형 모양으로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두두두두.

그때, 헬리콥터 세 대가 빠른 속도로 날아와 천마와 다섯 장로에게 폭격을 퍼부었다.

콰지직.

일해빙장(日海氷掌) 황중로 장로가 두 손을 뻗어 머리 위로 쏟아지는 포탄들을 그대로 얼려버렸다.

뒤이어 추멸염화(煪滅炎火) 장희철 장로의 양손에서 엄청난 화염이 쏟아져 나와 선회하려던 헬리콥터 한 대를 덮쳐 갔다.

천보익비(千步翼飛) 제갈평은 공중에 얼어 있는 포탄을 한 번 밟고 하늘을 날아 또 다른 헬리콥터의 옆 문짝을 뜯어버리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제갈평이 들어간 헬리콥터는 곧 땅으로 추락하기 시작했고, 제갈평의 신형이 헬리콥터를 빠르게 빠져나오는 것이 보였다.

마지막 남은 헬리콥터 한 대는 어찌 된 일인지 열심히 로터만 돌릴 뿐 제자리에 멈춰 있었다.

천마신교 무리를 바라보니 흡영흑수(吸影黑手) 구종석이 헬리콥터를 향해 두 팔을 뻗고 있었다.

구종석의 두 손이 검게 변해 있는 걸 보니 흡영마공(吸影魔功)을 사용하는 것 같았다.

콰득.

앞으로 나아가려는 메인 로터와 뒤로 당기는 흡영마공의 힘을 이기지 못한 헬리콥터의 꼬리 중간 부위가 결국 부러지고 말았다.

테일 로터를 잃은 헬리콥터 본체는 그대로 빙글빙글 돌며 땅으로 추락했다. 그리고 가장 앞에 선 천마는 내내 우리 쪽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제법 먼 거리였음에도 천마의 전음이 흘러들어 왔다.

정말 미친 성능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는 N마켓의 동시통역기는 무림인들의 전음마저 통역해 주었다.

- 오랜만이군, 김수호. 이곳이 네가 살고 있던 지구인가?

아쉽게도 나는 천마의 전음에 대답할 수가 없었다.

"레온아, 가서 저 할배들 데려올 테니까 너는 여기 워프 마법진 좀 그리고 있어."

"알겠어요. 다 같이 올라서려면 좀 커야겠네요. 도착지는 강화도죠?"

"응. 더 말썽 못 피우게 우리 회사로 잡아가야지. 수영아, 가자."

나와 최수영은 천마 일행이 있는 곳으로 빠르게 달려갔다.

그제야 우리를 발견한 장로들이 하나둘 포권을 취했다.

"천마! 여긴 어쩐 일이에요?"

"아. 네놈은 전음을 못했었지. 다시 물어야겠군. 여기가 네놈이 살던 곳이냐?"

"맞아요. 그런데 왜 갑자기 게이트를 넘어온 거예요?"

"마티아스라는 놈과 그놈의 근위대를 잡으러 왔다."

"그게 누군데요?"

"엄청 크고 번쩍번쩍한 놈들."

최수영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크고 번쩍번쩍? 천마 할아버지, 지금 테라 행성 불사인을 말하는 거예요?"

"불사인? 그래. 그놈들은 잘 죽지도 않는다고 했던 것 같구나."

"그런데 지금은 왜 애꿎은 러시아 군대랑 싸우고 있는 건데요?"

"게이트에서 나오자마자 저놈들이 먼저 공격했으니까."

천마의 대답을 들은 최수영이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럼 인정."

이건 천마에겐 러시아 군대 전체와도 싸울 만한 충분한 이유였다. 천마는 먼저 공격해 오는 적을 살려두는 법이 없으니까.

나는 다시 천마에게 게이트를 넘은 이유에 관해 물어보았다.

"그건 그렇고. 장로님들도 다섯 분이나 데리고 오신 걸 보면 그 번쩍번쩍한 놈이 엄청나게 큰 잘못을 저질렀나 보네요?"

"그놈이 근위대를 데려와서는 무림맹을 박살 내버렸다."

"무림맹을요? 무림맹을 박살 냈으면 오히려 천마 할배를 도와준 거 아니에요? 항상 무림맹 놈들 손봐주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썩어빠진 무림맹 놈들 언제고 손을 봐줄 계획이긴 했지만, 그건 우리 무림인들끼리의 이야기고. 외계에서 온 놈이 무림인을 건드린 건 얘기가 다르다."

"천마 할배? 정말 그런 이유에요? 뭔가 좀 이상한데……. 천마 할배는 그럴 분이 아니잖아요. 천마신교를 건드린 것도 아니고. 무림맹을 건드렸다는 이유로 복수를 하러 게이트를 넘으셨다고요?"

"…그 마티아스란 놈이 무림에서 가장 강한 곳을 찾아가 쳐부순 게 무림맹이라고 하더구나."

역시 그런 이유일 줄 알았다.

"푸하하. 천마 할배. 지금 그 마티아스란 사람이 도장 깨기를 하러 왔는데 천마신교가 아닌 무림맹을 찾아가서 화가 난 거죠?"

"아니래도 이놈아. 크흠, 어쨌든 이대로 두면 그놈은 자기가 무림에서 가장 강한 집단을 쳐부순 것으로 알고 살아갈 것 아니냐. 우리 무림을 무시한 대가를 치르게 해줘야지."

"천마신교를 무시한 대가가 아니고요?"

"그게 그거지."

"어쨌든 지금까지는 지구에 그 번쩍번쩍한 근위대가 넘어왔다는 소식이 없어요. 여기서 괜한 러시아 군대랑 그만 싸우고 저랑 같이 한국으로 가요."

"한국? 네가 사는 나라냐?"

"네. 천마신교보단 못하지만 거기 가면 제 본거지가 있거든요."

"그래? 어디 가보자. 저기 언덕 위에 바쁘게 움직이는 놈이 그 색목인 마법사 놈이지? 이름이 뭐더라?"

"레온이요."

"그래. 기의 흐름이 틀어지고 있는 걸 보니 그 마법진이라는 걸 그리고 있나 보군."

"맞아요. 제 본거지로 갈 마법진이에요."

* * *

그날 저녁, 강화도 메타디펜스 본사 직원 식당.

출장 쉐프를 여러 명 불러 천마와 장로들을 거나하게 대접했다.

천마와 나의 대화를 듣던 레온이 놀라 물었다.

"마티아스요?"

"레온이 아는 사람이야?"

"황제 이름이잖아요. 테라 행성 시엠브레 제국의 황제요."

"아, 그 무(武)에 미쳤다던 황제? 그 사람 이름이 마티아스였어?"

"네. 사무엘 대마법사가 흔들리지 않는 황권을 만들기 위해 그를 황제로 만들었다고 들었어요. 황제가 된 이후에도 제국의 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오로지 검술 연마만 했다고 해요. 수백 년 넘게 말이에요."

"이제야 퍼즐이 좀 맞춰지네. 그 황제란 놈이 게이트를 타고 도장 깨기를 시작한 거구나? 자기가 있던 행성에선 더 이상 적수를 찾을 수 없었을 테니까."

중국식 생선튀김 요리를 먹던 천마가 테이블을 쾅 내려쳤다.

"멍청한 놈! 행성 도장 깨기를 하러 다닌다는 놈이 썩어빠진 무림맹이나 휘젓고 사라져버려?"

천마의 주먹에 맞은 식탁은 그대로 반으로 쪼개졌지만, 그 위에 있던 음식 접시들은 모두 원래 있던 높이에 그대로 떠 있었다.

천마의 허공섭물(虛空攝物)이었다.

"아, 도대체 테이블을 몇 개째 부수는 거예요, 지금."

나는 염동력 장갑으로 부서진 식탁을 식당 한쪽으로 밀어버리고 구석에 놓여 있던 새 식탁을 끌어왔다.

새 테이블이 들어오자 천마는 친절하게도 허공섭물로 붙들고 있던 접시들을 살짝 들어 올려주었다.

식탁 다리가 지나갈 수 있도록 무릎도 안으로 살짝 밀어 넣어주는 천마가 왠지 얄미웠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손 하나 대지 않고 세 번째 식탁 교체가 이루어졌다.

앞에 놓인 안동 소주를 한입에 털어 넣은 천마가 다시 입을 열었다.

"어쨌든 그 마티아스라는 놈을 빨리 잡아야 한다."

"천마, 여기가 몇 번째 행성이에요?"

"두 번째."

"그럼 여긴 그놈이 없는 걸 확인했으니 또 블랙 게이트로 들어가실 거예요?"

"그래야지. 그놈을 만날 때까지."

"그러지 말고 당분간 여기서 지내시는 건 어때요?"

"여기서? 내가 뭐 네놈이랑 놀러 게이트를 넘어온 줄 아느냐?"

"그게 아니라요. 게이트 너머가 어디로 연결되었는지도 모르는데, 계속 엇갈리면 영영 못 만날 수도 있어요. 그 마티아스라는 놈 도장 깨기를 하고 다닌다면서요. 그럼 곧 지구에도 오지 않겠어요?"

커다란 스테이크를 썰지도 않고 입에 욱여넣던 만근염왕(萬斤殮王) 이두복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빛났다.

"교주님, 그건 김수호의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계속 엇갈리다가는 영영 마티아스와 그 기사단을 못 만날 수도 있습니다."

만근염왕 이두복의 옆에는 이미 깨끗이 비워진 스테이크 접시가 스무 개 넘게 쌓여 있었다.

몸무게가 이백 킬로그램도 넘어 보이는 저 돼지가 여기 머물면서 계속 스테이크를 먹기 위해 수작을 부리는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수작이라면, 사실 지금 내가 부리는 중이었다.

천마와 다섯 장로. 이들이 있는 동안은 강화도엔 어떠한 적이 쳐들어와도 아무 걱정이 없게 된다.

그야말로 최강의 방어 전력을 얻는 것이나 마찬가지.

이들을 오래 머물게 하려면 부디 마티아스 황제가 지구에 천천히 쳐들어와야 할 텐데.

* * *

9월 26일 김수호 넥시트코인(NXT) 보유 현황

[보유량 63,237개]

[단가 64억 원]

[평가 금액 404조 7천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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