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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코인재벌-82화 (82/200)

82화

* * *

천마는 결국 내 말대로 당분간 지구에 머물면서 마티아스를 기다리기로 했다.

본사 근처 게스트하우스를 하나 통째로 매입해 천마 일행의 숙소를 만들어주었다.

방에는 최고급 침구와 가구를 들여놓아 주었고, 숙소 뒤뜰에는 무공 수련을 위한 연무장도 만들어주었다.

삼시 세끼 식사 역시 모두 최고급으로 대접했다.

천마는 이렇게 해줘도 언제 갑자기 다시 게이트를 찾아 떠나겠다고 변덕을 부릴지 모르는 인물이었다.

일단 강화도에 조금이라도 더 머물게 하려면 있는 동안 불편함은 없게 해줘야 했다.

오늘은 이제 막 완성된 뒤뜰 연무장에서 바비큐 파티를 열었다.

추멸염화 장희철이 고기를 굽고, 일해빙장 황중로는 살얼음 소맥을 제조했다.

살얼음 소맥을 한잔 들이킨 천마가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그 번쩍번쩍한 놈들은 늙지도 않고, 몸통을 반으로 쪼개버려도 바로 안 죽는단 말이지?"

"네. 그 연금술을 완성했다는 대마법사는 1,000년 넘게 살았대요."

"깨달음을 얻어 등선한 것도 아닌데 늙지도 죽지도 않는다라……. 그러니 마티아스 같은 그런 미친놈이 나올 수밖에."

천보익비 제갈평이 무림에서 가장 빠르다고 정평이 난 두 다리로 잘 구워진 고기를 서빙했다.

천마는 젓가락으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삼겹살을 들어 참기름 소금장에 찍은 후 고기를 입으로 가져갔다.

눈을 감고 겉은 바싹, 속은 촉촉이 잘 구워진 삼겹살을 음미하던 천마가 추멸염화 장희철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이, 장희철. 네놈 고기 굽는 솜씨가 아주 제법이구나. 천마신교 내에서 불을 가장 잘 다루는 놈인데, 그동안 왜 고기를 굽게 안 시켜보았을까."

"교주님. 부하들이 없어 지금 제가 고기를 굽고 있긴 합니다만, 제 직속 부하만 1천이 넘습니다. 본산에 돌아가거든 오늘 일은 비밀로 해주십시오."

"알았으니 거기 옆에 해산물도 좀 구워보아라. 특히 저 팔뚝만 한 새우가 아주 맛있더구나."

추멸염화 장희철이 천마에겐 대들지 못하고 대신 만근염왕 이두복에게 고개를 돌렸다.

"야, 이두복 이놈아. 너도 와서 좀 구워라. 누가 돼지 아니랄까 봐 꿈쩍도 안 하고 먹고만 있느냐! 그렇게 계속 처먹다간 만근추(萬斤錘)를 안 쓰고도 만근이 나가겠구나."

이미 자신의 옆에 빈 접시를 산처럼 쌓은 이두복이 능글맞은 웃음을 지었다.

"화공으로는 무림 전체에 상대할 자가 없다는 추멸염화 장희철이 여기 있는데 내가 감히 숯불에 손이나 대겠냐? 다 각자 잘하는 것을 하면 되는 것이다. 네놈은 굽고, 나는 먹고."

화륵.

장희철이 쏘아낸 화염이 이두복 앞에 있는 고기를 까맣게 태워버렸다.

그러는 와중에 나무로 된 식탁에는 조금의 그을림도 생기지 않았다.

대단히 정교한 화공이긴 했다.

이두복은 까맣게 탄 접시를 옆으로 치워버리고 장로 중 막내 서열인 천보익비 제갈평을 불렀다.

"평아, 여기 고기 없다. 고기 좀 가져와라."

오로지 경공술 하나만 파 오십 조금 넘은 나이에 천마신교의 열 번째 장로가 된 천보익비 제갈평.

그는 잘 구워진 고기를 접시에 담아 순식간에 이두복 앞에 다시 놔주었다.

이번엔 상추에 삼겹살, 파채, 마늘, 쌈장을 넣고 입에 넣은 천마가 기분 좋은 미소를 띠며 오물거렸다.

그는 한참을 음미하던 상추쌈을 꿀꺽 삼킨 후 물었다.

"그래, 김수호. 이렇게까지 해서 우리를 여기 머물게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천마, 이 귀신같은 영감탱이.

"하하하. 이유라뇨. 천산에서 저에게 잘해 주셨으니 저도 보답하는 거라고 생각하세요. 여기서 기다리시다가 마티아스 그놈도 혼내주셔야죠."

"요 며칠 머물며 보아하니 여기저기 바쁘게 돌아다니는 것 같던데. 그동안 네놈의 본거지를 지켜달라고 우릴 묶어 놓는 것이냐?"

하여간 싸움만 잘하는 게 아니라 눈치도 빠르다니까.

"하하. 그래요, 뭐. 겸사겸사요. 어차피 천마 할배도 그 마티아스라는 놈 만나려면 여기서 기다리는 게 제일 낫다니까요? 그놈이 나타났다는 소문이 들리면 바로 가까운 마법진으로 이동시켜 드릴게요. 지구가 얼마나 큰데요."

"의뭉스러운 놈. 어쨌든 우리가 여기 머무는 동안은 어느 누구도 네놈의 본거지에 위협이 되지 못할 것이다."

천마는 은원(恩怨)에 확실한 인물.

이 정도 대접해 주었으면 그 정도는 당연히 해줄 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런데 항상 어깨 위에 올라가 있던 그 고양이가 오늘은 안 보이는구나?"

"꽝이요? 저기 있잖아요."

내가 가리킨 곳은 열심히 서빙 중인 천보익비 제갈평의 발밑이었다.

꽝이가 신이 나서 제갈평의 발재간을 쫓으며 놀고 있었다.

일반인은 눈으로 따라가지도 못할 속도로 발을 놀리고 있음에도 꽝이는 그 사이사이를 8자 모양으로 스치며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제갈평도 처음엔 좀 놀란 듯했지만, 지금은 꽝이의 재롱을 즐기는 눈치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천마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무리 작은 미물이라지만, 아무런 기척도 없이 저런 움직임을 보이다니? 저 고양이가 언제부터 저러고 있었던 것이냐?"

"한참 전부터요. 천마 할배도 꽝이 기척을 못 느꼈어요? 와, 우리 꽝이 진짜 대단하긴 하네."

"그냥 좀 비범한 고양이인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완전히 영물이었구나."

* * *

같은 시각, 서울 종로 대성 그룹 본사 회장실.

쾅!

책상 위에 있던 전화기가 벽으로 날아가 부딪쳤다.

방금 전화기를 집어 던진 대성 그룹 회장 박강두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소리쳤다.

"도대체 왜! 김수호 그놈이 뭐 때문에 이렇게까지 우리 회사를 방해하는 거야!"

박강두 앞에는 대성 그룹 차남이자 대성 홀딩스 사장인 박영식과 기획실장 최진호가 머리를 푹 숙이고 서 있었다.

박강두 회장이 기획실장을 쏘아보며 말했다.

"최 실장! 네가 말해 봐. 박영식이 저놈하고 메타디펜스 사장하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기획실장이 옆에 나란히 서 있는 박영식을 흘끔 바라본 후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게……."

"눈치 보지 말고 똑바로 말해! 아니다. 박영식 네놈이 직접 말해 봐!"

박영식이 잔뜩 움츠러든 목소리로 말했다.

"그놈이 우리 회사에 앙심을 품어서……."

박강두가 주먹으로 책상을 쾅 내리찍었다.

"그러니까 왜! 두들겨 맞은 건 넌데 왜 그놈이 앙심을 품었냐고! 네놈 때문에 여론이 하도 시끄럽길래 폭행 사건도 조용히 넘어가 줬는데! 둘이 뭐 중학교 동창이라며?"

"아무래도 제가 파주에서 디펜서를 철수시킨 일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뭐? 얼마 전에 갑자기 열었던 그 기자 회견이랑 관련된 거냐?"

"네, 아버지."

"갑자기 뜬금없는 기자 회견을 한다 했더니. 그것도 김수호 그놈이 시킨 거였구나."

박영식이 고개를 푹 숙였다.

"…네."

"잘하고 다닌다. 아주 그놈한테 놀아나고 있었구나! 지금 여기저기 인도일(引渡日) 못 지켜서 어음도 못 막고 있는데 차세대 전지 사업까지 이대로 빠그라지면 우리 회사는 끝이야! 끝!"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든 네놈이 뭘 어떻게? 가서 무릎이라도 꿇게? 차 실장! 너는 어떻게 해서든 차세대 전지에 쓰일 니켈 구해 와. 그리고 박영식이 너는 당분간 일선에서 빠져!"

"아버지!"

"빠지라면 빠져! 또 허튼짓하지 말고."

회장실을 나와 엘리베이터 앞에 선 박영식이 엘리베이터 문을 발로 쾅 찼다.

"김수호, 이 개자식. 가만 안 둬."

씩씩거리는 박영식에게 기획실장이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사장님. 회장님이 이번엔 화가 많이 나신 것 같은데……."

"그래서 뭐?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빠지라고? 그럴 순 없지."

"이번엔 그냥 회장님 말씀을 들으시는 게 어떨까요?"

"뭐? 최 실장. 너도 나 무시해 지금? 우선은 그 빠떼리에 들어갈 재료부터 구해 봐야겠어. 최 실장, 뭐 계획 있어?"

'빠떼리가 아니라 차세대 전지. 이 무식한 놈아. 네가 말아먹은 10조 원짜리 사업. 그리고 네가 구한다면서 왜 나한테 계획을 물어?'

기획실장은 머릿속에 들어 있던 생각을 얼른 지우고 차분하게 대답했다.

"인도네시아에 다녀오려고 합니다."

"인도?"

'인도 말고 인도네시아. 이 무식한 놈아.'

이번에도 기획실장의 입에서는 머릿속 생각과는 전혀 다른 대답이 자동으로 흘러나왔다.

"네. 아시다시피 러시아와 캐나다 쪽은 이미 메타디펜스에 의해 완전히 막혔고, 세 번째로 큰 니켈 광산인 인도네시아 소로아코에 직접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언제 가려고?"

"긴급한 건이니 오늘 바로 출발하려고 합니다."

"안 돼."

"네?"

"오늘 저녁에 동창들하고 술 약속 있어. 내일 가자."

"…네."

* * *

다음 날 오후, 박영식과 최진호 기획실장은 인도네시아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가는 곳이 어디라고?"

"인도네시아 소로아코입니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니켈 광산이 있는 곳입니다. 이곳도 이미 메타디펜스가 손을 써 놓은 것 같지만 그래도 찾아가서 매입로를 뚫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 아버지한테 혼나지 않으려면 꼭 구해 와야겠지."

'아빠한테 혼날까 봐 구해야 하는 게 아니고, 어음 전부 막혀서 자금 회전도 안 되는 와중에 이거 빠그라지면 그날이 대성 그룹 문 닫는 날이야, 이 멍청아.'

기획실장은 머릿속에 있던 생각을 한 문장으로 요약했다.

"네. 꼭 구해 와야지요."

소로아코 공항에 도착한 박영식과 최진호는 관계자를 만나기 위해 광산으로 향했다.

"몇 시 미팅이야?"

"미팅은 미리 잡지 못했습니다. 일단 가봐야 합니다."

"뭐? 미팅 약속도 없이 왔어? 최 실장답지 않게 왜 이래? 나보고 뭐 광부나 만나기 위해 마냥 기다리기라도 하라는 얘기야, 지금?"

'광부? 니켈 광산이니까 광부를 만나러 온 줄 아는 거야? 설마… 그 정도는 아니겠지.'

"계획도 없이 왔다기보다는… 전화와 공문으로 여러 차례 요청해 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똑같아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메타디펜스와 거래 계약 체결이 끝났다고요."

"제기랄! 그놈의 메타디펜스."

박영식과 최진호가 타고 있는 차가 니켈 광산에 가깝게 다가갈수록 수많은 차들이 광산을 급히 빠져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반대 방향으로 쏜살같이 달리는 차들을 보며 박영식이 혀를 끌끌 찼다.

"에휴, 후진국 놈들. 이렇게 퇴근을 빨리하니까 가난하게 사는 거지."

끼이익.

커다란 광물 처리 시설이 조금씩 보일 때쯤, 운전기사가 갑자기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앞 시트에 머리를 부딪친 박영식이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뭐야! 운전 똑바로 안 해?"

운전기사가 앞쪽을 가리키며 인도네시아어로 외쳤다.

"Sebuah gerbang telah munchl! Itu monster!"

"최 실장! 저놈 지금 뭐라는 거야?"

"저도 인도네시아어는 잘 몰라서요. 헤이! 인 잉글리쉬!"

운전기사가 급히 핸들을 꺾으며 영어로 말했다.

"Gate! Monster!"

"사장님, 게이트가 나타났다는 거 같은데요?"

"뭐? 게이트?"

콰앙.

급히 유턴하려던 차는 맞은편에서 달려오던 커다란 트럭과 부딪히고 말았다.

트럭과 부딪힌 충격에 박영식이 타고 있던 차는 도로 밖으로 완전히 튕겨 나가버렸다.

옆 유리에 머리를 부딪친 운전기사는 피를 흘리며 의식을 잃었고, 조수석에 타고 있던 최진호 실장도 겨우 거친 숨을 내뱉을 뿐 움직이지 못했다.

잠시 후 '힘, 체력 강화'와 '내구도 강화'를 제법 구매한 박영식만이 다시 정신을 차렸다.

박영식이 차 문을 발로 거세게 걷어차자 뒷문이 그대로 뜯어져 나갔다.

구겨진 차체 사이로 거대한 몸을 겨우 끄집어낸 박영식이 거친 욕을 내뱉었다.

"아, 시X. 운전 더럽게 못 하네."

박영식은 두두둑 소리를 내며 허리를 쭉 펴보았다.

다행히 부러지거나 심하게 다친 곳은 없는 것 같았다.

"그나저나, 조금 전에 게이트 뭐라고 하지 않았나?"

그제야 고개를 돌려 사방을 둘러보던 박영식의 눈에 믿지 못할 장면이 들어왔다.

* * *

10월 13일 김수호 넥시트코인(NXT) 보유 현황

[보유량 63,491개]

[단가 64억 원]

[평가 금액 406조 3천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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