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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코인재벌-85화 (85/200)

85화

* * *

"마귀도 아니고 영물도 아닌 것이. 넌 정체가 무엇이냐?"

천마의 질문을 들은 귀마왕이 입을 열었다.

"네가 김수호인가? 가장 강하다는 그 인간?"

천마의 눈썹이 꿈틀했다. 동시에 천마와 가장 가까운 곳에 서 있던 일해빙장 황중로가 몸을 움찔했다. 천마의 몸에서 강력한 살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별 같잖은 놈이 무림에 나타나 고작 무림맹이나 깨부수고 그냥 가버리더니, 이번엔 웬 귀신같은 게 나타나 가장 강한 인간을 찾는답시고 김수호의 이름을 부르는구나."

이제는 반대쪽에 떨어져 있던 디펜서들도 천마의 살기를 뼛속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천마가 이를 아득 갈았다. 벌써 두 번째였다. 마티아스 황제에 이어 귀마왕까지.

근 백 년 넘게 감히 천마를 무시하는 자가 한 명도 없었는데, 요 한 달 사이에 벌써 두 놈이 자신을 무시했다.

천마가 로비에 나타난 이후 처음 뒷짐을 풀었다.

앞으로 내민 천마의 오른손에서 궐천마탄(掘天魔彈)이 쏘아져 나갔다.

하늘도 뚫어버릴 수 있다는 천마의 탄지공(彈指功). 천마의 내력이 응축된 붉은 빛의 구슬이 빠른 속도로 귀마왕의 미간을 향해 날아갔다.

스륵.

귀마왕이 허공 속으로 사라졌고, 궐천마탄은 날아가던 속도 그대로 건물의 외벽을 뚫어버렸다.

사라졌던 귀마왕이 천마의 바로 뒤에서 나타났다.

귀마왕의 검게 물든 손끝이 천마의 등 복판을 파고들었다.

"귀신답게 잔재주를 좀 부리는구나."

천마 역시 귀마왕의 공격을 가볍게 피해 냈다.

그렇게 천마와 귀마왕이 싸움을 시작하는 동안에도 구멍에서는 계속해서 마물들이 쏟아져 나왔다.

귀마왕이 나타난 뒤 마물들의 공격은 더욱 거세고 날카로워졌다.

퍽.

전투 중에 양팔이 잘려나간 마물이 긴 다리를 뻗어 디펜서 한 명의 배를 걷어찼다.

디펜서는 뒤로 한참을 데굴데굴 밀려났다가 이내 다시 일어났다.

"크헉!"

하지만 그는 곧 피를 토해 내며 그 자리에 쓰러졌다. 배를 걷어차이면서 내장까지 괴사가 진행된 탓이었다.

라울이 얼른 달려들어 긴 창으로 놈의 다리를 베어버렸다.

그사이 최수영은 쓰러진 디펜서에게 다가가 그의 배 위에 치료 장갑을 가져다 대었다.

"끄으으."

아무리 깊은 상처도 순식간에 아물게 하는 치료 장갑이었지만, 마물의 공격에 의한 괴사를 치료하는 데는 시간이 제법 걸렸다.

전투가 치열해질수록 최수영은 활보다 치료 장갑을 사용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디펜서측의 가장 강한 공격력을 잃게 되는 꼴이었지만, 그렇다고 죽어가는 디펜서들을 모른 체할 수도 없었다.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디펜서들은 다시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크악!"

배를 맞은 디펜서 치료가 채 끝나기도 전에 또 다른 부상자가 나왔다.

괴사가 어느 정도 나아진 것을 확인한 최수영은 다시 다음 부상자에게 몸을 날렸다.

콰과과!

공중을 날고 있던 마물이 부상자를 치료하고 있는 최수영의 등을 향해 마기를 쏘아냈다.

기세가 맹렬하다 한들 최수영이 못 피해 낼 마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저걸 피하면 치료 중인 디펜서는 그대로 죽게 된다.

디펜서의 괴사된 어깨에 치료 장갑을 올린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최수영의 머리 위로 반투명한 실드가 생겨났다.

콰광!

뒤늦게 합류한 레온이 실드 마법을 전개한 것이다.

"수영이 누나!"

"레온아!"

강렬한 소리를 내며 마기와 실드가 부딪혔고, 레온의 실드는 마기를 막아냈다.

"워프실은 어쩌고?"

"수호 형 귀환 정도는 마법 본부 디펜서들이 처리할 수 있게 해놓고 왔어요! 발이 빠른 두 명은 아예 호주로 보냈어요! 수호 형 찾아서 돌아오라고요. 그런데 웬 마물이 저렇게 많이 튀어나왔어요?"

레온의 마법 지팡이에서 붉은빛이 쏘아져 나가 최수영에게 마기를 내뿜던 마물의 몸통에 명중했다.

레온의 마법 공격을 정통으로 맞은 마물은 비틀거리며 겨우 다시 뒤로 날아갔다.

최수영이 소리쳤다.

"레온아! 할 수 있는 만큼 디펜서들을 보호해 줘! 나는 다시 활 좀 잡을게. 이러다간 완전히 밀리겠어!"

"네! 누나!"

뒤로 빠진 최수영이 다시 활을 집어 들었다.

"가만 안 둬 이 마물 새끼들."

최수영이 시위에 화살 네 개를 한 번에 메겼다.

* * *

천마와 귀마왕은 서로의 공격 한 수 한 수가 치명적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때문에 아슬아슬하게 상대의 공격을 피해 내며 공방을 펼친 끝에 둘은 어느덧 건물 밖으로 멀리 나와 있었다.

"이 귀신 놈. 잔재주 그만 부리고 승부를 보자."

천마가 내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계속되는 공방에 지친 듯 귀마왕도 마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어리석은 인간. 그런 식으로 하면 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네놈이야말로 아까처럼 계속 피해 다니지 않은 걸 후회하게 될 것이다."

천마가 먼저 출수했다.

파천마공(破天魔功).

하늘도 깨부술 수 있다는 궁극의 장력이 쏘아져 나갔다.

거의 동시에 귀마왕의 양팔에서도 강력한 마기가 뿜어져 나왔다.

콰앙!

두 기운은 맹렬하게 부딪쳤다.

강력한 충격파가 두 사람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충격파는 멀리 떨어져 있는 본사 건물 로비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전면 강화유리뿐만 아니라 로비 내부의 커다란 기둥들까지 부러지며 천장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로비 안팎에 있던 마물들과 디펜서들은 모두 멀리 밀려나거나 벽에 날아가 부딪쳤다.

밀려난 건 마찬가지지만, 그나마 두 다리로 지탱하고 서 있는 건 천마신교의 장로들뿐이었다.

오직 만근염왕 이두복만이 충격파에 밀려나지 않고 버티고 서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유일하게 제자리를 지키고 서 있던 이두복의 위로 로비 천장이 무너져 내렸다.

한참을 밀려난 채 이 모습을 바라보던 추멸염화 장희철이 혀를 끌 찼다.

"무식하고 멍청한 놈. 저걸 버티고 서있으니 당연히 건물에 깔리지."

조금 더 멀리 밀려났던 일해빙장 황중로가 힘겹게 발걸음을 옮기며 장희철에게 물었다.

"장 장로는 그럼 버티려고 마음먹었으면 이 충격파를 버틸 수 있었습니까?"

"당연하지. 크흠."

"근데 이 건물의 크기나 단단한 정도가 천산의 건물들하고는 다르던데. 이 장로는 괜찮을까요?"

"만근염왕 저놈? 좀 있으면 느릿느릿 걸어 나오겠지."

그래도 농담을 주고받고 있는 천마신교의 장로들과 달리 디펜서 쪽은 상황이 더 안 좋았다.

벽에 부딪쳐 건물 밖으로 밀려나지 못한 디펜서들은 레온의 실드가 아니었다면 모두 건물 잔해에 깔려 죽을 뻔했다.

그 외에도 갑작스러운 충격파에 이리저리 날아간 디펜서들이 고통을 호소하며 여기저기 구르고 있었다.

최수영의 움직임이 다시 바빠졌다.

디펜서 중에도 치료 아이템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지만, 최수영의 5,000NXT짜리 치료 장갑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라울과 팀장들이 디펜서를 한데 모으고, 최수영이 바삐 치료하는 동안 건물 잔해에 깔렸던 마물들도 서서히 밖으로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귀마왕과 대치하던 천마가 내력을 더욱 끌어올렸다.

"귀신 놈. 제법 하는구나. 이름이 귀마왕이라고 했나?"

콰드득.

천마의 파천마공이 귀마왕의 마기를 점점 밀어내며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귀마왕도 마기에 더욱 힘을 실어보았지만, 파천마공의 힘이 더 강력했다.

이제는 마기뿐 아니라 귀마왕까지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천마의 얼굴에는 아직 여유가 넘쳤다.

계속 뒤로 밀려나던 귀마왕이 오른손을 마물들이 모여 있는 곳을 향해 힘겹게 뻗었다. 커다란 마물 하나가 그대로 귀마왕의 손아귀로 빨려 들어왔다.

손에 닿은 마물은 그대로 귀마왕에게 흡수되었다. 파천마공에 대응하는 마기의 농도가 조금 짙어졌다. 그리고는 또 한 마리의 마물이 귀마왕에게 빨려와 흡수되었다.

그렇게 열댓 마리의 마물을 흡수하고 나자, 파천마공과 마기가 다시 힘의 균형을 되찾았다.

"인간. 여기까지인가? 저기 아직 흡수할 수 있는 부하들이 수백은 더 남았는데."

"하, 나도 아직 내력의 절반도 다 사용하지 않았다."

허풍이었다. 조금 전 내력을 한껏 끌어올려 마기를 밀어냈을 때, 천마는 이미 칠 할 이상의 내력을 소진한 상태였다.

'제기랄. 장로 놈들에게 도와달라고 손을 벌릴 수도 없고.'

상대가 인간이 아니긴 하지만 어쨌든 일대일 대결. 여기서 죽으면 죽었지, 장로들에게 도움을 청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자신은 이렇게 쌔가 빠지는데 저기서 놀면서 구경만 하는 꼴은 볼 수 없었다.

"야, 이놈들아! 네놈들은 거기서 처놀고 있냐? 저 마물 찌끄레기들 빨리 처리하지 못해!"

천마의 일갈에 깜짝 놀란 장로들이 다급히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빨리. 이 귀마왕인지 귀신왕인지 하는 놈이 마물을 더 흡수하기 전에 다 해치워버리란 말이다.'

때마침 만근염왕 이두복도 건물 잔해를 밀쳐내고 나와 근처에 있던 마물에게 장력을 날렸다.

디펜서들도 다시 마물들과의 전투를 시작했다.

잠시 후.

마물 세 마리를 한꺼번에 불태워버린 추멸염화 장희철이 만근염왕 이두복을 불렀다.

"야, 이두복이."

마물 하나를 몸으로 깔아뭉개던 이두복이 뒤를 돌아보았다.

"바쁜데 왜 불러?"

"교주님 지금 땀 흘리시는 것 같은데?"

이두복이 깜짝 놀라 천마와 귀마왕이 대치 중인 곳을 바라보았다.

"정말이네?"

"그렇다니까. 설마 저 마귀한테 밀리시는 건 아니겠지? 도와드려야 하나?"

"일대일 대결인데 우리가 끼어들어도 될까? 그럼 교주님의 만인지상(萬人之上)도 끝나는 거 아니야?"

"저건 인간이 아니잖아."

"언제는 교주님이 그런 걸 신경 쓰셨나?"

"그건 또 그런데……."

대화를 들은 천보익비 제갈평이 둘 사이에 사뿐히 내려섰다.

"장로님들, 그런데 저 귀마왕이란 놈도 부하들을 계속 흡수하고 있으니 이미 온전한 일대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장희철이 답했다.

"그런가? 그럼 도와드려도 되나?"

흡영흑수 이두복도 커다란 마물 하나를 막 짓이겨버리고 대화에 끼어들었다.

"도와드렸다가 나중에 교주님이 왜 끼어들었냐며 우릴 죽이려 드시면 어쩝니까? 게다가 지금 우리가 빠지면 저쪽 김수호의 부하들은 금방 전멸하고 말 텐데요. 그 불똥도 우리한테 전부 튈 겁니다."

"하, 고민이네. 저대로 두면 지실 수도 있을 것 같기는 한데."

"교주님을 지켜드려야 하는 걸까요, 교주님의 자존심을 지켜드려야 하는 걸까요?"

"글쎄. 이런 날이 오리라고는 상상해 본 적이 없어서."

천마신교.

오로지 개인의 강함만을 추구하는 패도의 상징.

차라리 혼전이었다면 고민 없이 뒤를 도와줄 순 있었지만, 저렇게 대놓고 일대일 대결을 하는 경우라면 얘기는 달라졌다.

저 대결에서 천마가 밀린다면 귀마왕에게 여기 있는 사람 모두가 죽임을 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에겐 그것보다 패도와 무인의 자존심이 더 중요했다.

천마를 걱정하며 고민을 하고 있지만 어차피 결론은 정해져 있었다.

여기 있는 사람 모두가 죽더라도, 이건 도와줄 수 없는 일이다.

그때.

콰과과과!

주변을 모두 삼킬 것 같은 강력한 기운이 일대를 뒤덮었다.

엄청난 기운에 놀란 천마신교의 장로들이 기운의 진원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건물 외벽을 부수며 거대한 검은 용 한 마리가 튀어나와 귀마왕을 향해 곧장 뻗어 나갔다.

물론 살아 있는 용은 아니었다.

그저 검고 검은 기운 그 자체.

물결치며 뻗어 나가는 모습이 마치 한 마리의 용처럼 느껴질 뿐이었다.

천마신교의 장로들은 두 번째로 보는 이 검은 용을 누가 쏘아냈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반년 전 천마와 김수호의 대결에서 보았던 바로 그 용이었다.

* * *

10월 14일 김수호 넥시트코인(NXT) 보유 현황

[보유량 63,811개]

[단가 64억 원]

[평가 금액 408조 4천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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