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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코인재벌-104화 (104/200)

104화

* * *

다음날, 우리는 호텔에서 아침 식사를 간단히 해결하고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기 위해 떠났다.

언제 찾았는지 무료 관광 안내 브로셔를 살펴본 스테노가 여긴 꼭 보러 가야 한다며 생떼를 썼기 때문이다.

비행기를 타고 버펄로 공항으로 이동한 후 택시를 타고 유람선을 타는 곳에 도착했다.

유람선을 타고 잠시 강을 거슬러 올라가자 나이아가라 폭포가 눈앞에 펼쳐졌다.

장관이긴 했다.

"멋져. 우리 행성 서쪽 땅끝을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이런 느낌일까?"

스테노가 장엄하게 쏟아져 내리는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며 감탄했다.

사방에 퍼지는 물보라 탓에 유람선 위에 있는 관광객들은 모두 우비를 입고 있어야 했다.

바람이 불 때마다 거친 물보라가 갑판 위를 덮쳐왔다.

얇은 비닐 우비로는 완전히 막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입이 떡 벌어질 만한 장관에 관광객들은 옷이 젖는 줄도 모르고 폭포를 구경하기에 바빴다.

울렁.

파도 뒤편 공간이 울렁이는 것이 느껴졌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고 폭포를 구경하기에 바빴다.

공간이 일그러지는 느낌.

이건 분명히 게이트가 생길 때의 느낌이었다.

꽤 먼 거리였음에도 최근 더욱 생생하게 느껴지기 시작한 마나의 흐름이 공간의 일그러짐을 알려주었다.

"배 돌려야 해."

"응? 뭐라고 오빠? 물소리가 너무 세서 잘 안 들려!"

"배 돌려야 해! 폭포 뒤에 게이트가 생기고 있어! 기관장실에 다녀올게!"

"게이트? 갑자기?"

나는 갑판 위의 사람들을 헤치고 기관장실로 향했다.

기관장실에는 기관장과 선원 몇 명이 모여 여유롭게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이들에겐 매일 도는 같은 코스.

여유를 부리고 있는 게 당연했다.

"선장님이 누구십니까? 배를 돌려야 합니다. 폭포 뒤에 게이트가 생기고 있어요!"

정복을 입고 멋들어진 모자를 쓴 뚱뚱한 노인이 대답했다.

"내가 선장이오만. 뭐요? 게이트? 여기 나이아가라 폭포에? 어디 봅시다."

천천히 의자에서 일어난 선장이 두 방향의 폭포를 둘러보았다.

"내가 이 유람선만 20년째 몰고 있소만, 폭포 모양은 똑같은데?"

"폭포 뒤편 공간이 일그러지고 있어요. 곧 게이트가 생겨난다니까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선장의 입꼬리가 아래로 쭈욱 내려갔다.

최소한 내가 누군지 알면 저런 반응이 나오지는 않을 텐데.

아쉽게도 여기 선장과 선원들은 경제 잡지나 뉴스를 잘 보지 않는 모양이었다.

"옆구리에 칼 같은 걸 차고 다니는 걸 보니 헌터인가 하는 사람인가 보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려고 저런 눈 찢어진 중국인이 칼을 차고 세계 3대 폭포를 구경하는 유람선에 탄 건지 원."

대놓고 인종 차별.

사회적 지위가 생기다 보니 인종 차별을 받아본 지는 꽤 오래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유람선 선장한테?

제법 신선한 경험이었다.

"나는 중국인이 아니라 한국인이고, 전 세계에서 몬스터를 가장 많이 처치한 회사의 대표입니다. 폭포 뒤에 게이트가 생겨나고 있으니 당장 배를 돌리세요."

"아, 동양인 둘이 배에 탈 때부터 재수가 없을 것 같더라니. 어이, 항해사. 올라가서 망원경으로 좀 살펴보고 와."

이 유람선에 탑승한 동양인은 나와 최수영밖에 없었다.

슬슬 화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지금은 물살에 가려져 안 보이지만 그 뒤에 게이트가 생기고 있단 말입니다. 망원경으로 본다고 달라질 건 없어요. 일단 당장 배를 돌리세요. 위험합니다."

"이봐, 중국인. 이 배에 탄 사람 중에는 나이아가라의 장관을 보기 위해 저 멀리 유럽에서 온 사람들도 많아. 대부분 평생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장면이라고. 그런데 배를 돌려? 그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듣고? 어디서 허튼수작이야? 당신 이 배에 탄 목적이 뭐야?"

이 선장. 분명히 이 버펄로라는 도시에서 태어나 이곳에서만 살아 왔을 것이다.

이토록 편협한 시야라니.

직접 본 적이 없으니 게이트니 헌터니 하는 건 다 다른 세상 이야기 같겠지.

목에 칼을 들이대고 배를 틀라고 할지, 다 죽든 말든 내버려 둘지 고민을 하는 사이 최수영과 스테노가 기관실로 들어왔다.

스테노를 보는 선장의 눈이 잠깐 휘둥그레졌다.

최수영이 물었다.

"한참 지났는데 왜 안 나와? 그리고 배는 왜 아직 그대로야?"

"여기 이 선장이 직접 눈으로 보기 전까지 배를 못 돌리시겠대. 그래서 협박해서 돌릴까 그냥 죽으라고 놔둘까 고민 중이었어."

쾅!

나와 최수영의 대화를 들은 선장이 기둥을 쾅 치며 일어났다.

보자 보자 하니까 이 노인네가.

나는 선장을 똑바로 바라보며 살기를 뿜어내었다.

잠시 흠칫하던 선장이 이내 이빨이 탁탁 부딪칠 정도로 몸을 떨기 시작했다.

기관장실에 있던 다른 선원들도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나는 충분히 경고했으니까, 네 배에 타고 있는 승객들의 목숨은 네가 알아서 책임져. 더 이상 간섭하지 않을 테니 알아서 해라."

기관장실을 빠져나오자 아무것도 모르는 관광객들이 열심히 물보라를 맞고 있었다.

폭포 뒤편 공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게이트가 꽤 큰데?"

"그래? 나는 아직 안 보이는데. 블랙이야 화이트야, 오빠?"

"이만큼 커졌는데 우릴 안 빨아들이는 걸 보면 화이트 게이트 같아."

"뭐가 나오려나? 근데 이렇게 큰 폭포 뒤에서 튀어나오면 웬만한 육지 몬스터는 다 물에 빠져 죽겠는데?"

"뭐, 그럼 다행이지. 일단 두고 보자."

곧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갑판 위를 가득 메웠다.

배 왼쪽에 있는 폭포 뒤로 언뜻언뜻 화이트 게이트가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제야 배는 급하게 우현으로 방향을 틀기 시작했다.

그때, 폭포의 물이 갑자기 뒤로 쭉 빨려 들어갔다.

분명 화이트 게이트였는데? 물이 왜 빨려 들어가는 거지?

폭포수가 빨려 들어가며 폭포 뒤에 있던 몬스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름이 수십 미터도 넘어 보이는 커다랗고 동그란 입이 보였다.

얼굴에 입이 달려 있다기보다는 그냥 입 자체가 얼굴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았다.

입 안에는 삐죽한 이가 세 겹 네 겹으로 나 있었다.

그 입으로 폭포의 물이 거의 다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입 뒤로는 붉은 눈알이 빙 둘러 여덟 개가 박혀 있었다.

폭포수를 빨아들이며 놈이 점점 앞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길고 두꺼운 원통형 몸통을 가지고 있었고, 지금까지 봐왔던 어느 몬스터보다도 크기가 컸다.

저만한 몬스터가 어떻게 게이트를 통과해 나왔는지가 의문일 지경이었다.

원통형 몸통에는 기다란 촉수가 여러 개 나 있었다.

촉수 하나하나가 우리가 타고 있는 유람선보다도 더 두꺼웠다.

그렇게 잠깐 얼굴과 몸통을 보여준 몬스터는 강물 속으로 헤엄치듯 스르륵 빠져들어 갔다.

그 모습을 함께 바라보던 스테노가 입을 열었다.

"카리브디스?"

스테노에게 물었다.

"카리브디스? 그게 뭐야? 저 몬스터 이름이야?"

"응. 나도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인데, 카리브디스가 맞는 것 같아. 물론 우린 아니겠지만, 이제 곧 이 배에 있는 사람 다 죽어."

"그렇게 강한 몬스터야?"

"그냥 몬스터가 아니야. 포세이돈의 딸이야."

"포세이돈의 딸이 저렇게 생겼어?"

"곱게 자란 탓인지 식탐이 너무 강해서, 잔칫상에 차려진 신들의 음식을 다 먹어버렸다가 제우스에게 벌을 받아 저렇게 됐대."

말을 마친 스테노의 녹색 머리카락이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찰랑거리던 머리카락이 곧 수백 마리의 뱀이 되더니 얼굴과 몸도 처음 만났던 그 흉측한 모습으로 변했다.

등에서는 황금빛 날개가 다시 돋아났다.

용의 비늘로 뒤덮인 몸 위에 걸쳐져 있는 하늘하늘한 원피스와 얇은 비닐 우의가 스테노의 모습을 더욱 괴기스럽게 만들었다.

"꺅!"

"몬스터다!"

배 위의 사람들이 스테노를 보고 혼비백산하여 달아나기 시작했다.

이 모습을 처음 보는 최수영도 잠깐 주춤거리며 놀라다가 이내 가슴을 한번 쓸어내리고 스테노에게 말을 걸었다.

"왜 모습을 바꾼 거예요, 언니?"

아무리 스테노가 두 가지 모습을 가지고 있다는 걸 이미 알고 있다고 하지만, 이 모습을 처음 보고도 언니 소리가 나오다니.

최수영도 참 여러모로 대단한 여자였다.

"여기 있는 인간들은 카리브디스에게 잡아먹히고 죽으면 그만이지만, 난 저 괴물에게 잡아먹혔다간 영원의 세월 동안 저 지저분한 뱃속에서 살아야 할지도 몰라."

스테노가 나를 보며 말했다.

"수호, 얼른 수영이를 안고 하늘을 날아. 너도 하늘을 날 줄 알잖아. 하늘을 못 나는 이 강 위의 모든 생물은 오늘 다 죽어."

"도대체 저놈이 어떤 공격을 하는데?"

"곧 이 강물을 모두 빨아 마셨다가 물만 다시 뱉어낼 거야. 식탐이 아주 강하다니까."

"엄청나게 크긴 하지만 이 강물을 다 빨아먹을 만큼 커 보이진 않던데?"

"물을 빨아들이는 만큼 계속해서 커질 거야. 너 혹시 쟤랑 싸울 생각을 하는 건 아니지?"

"그렇게 엄청난 놈이면 죽여야지."

"수호 네가 강한 건 알지만, 포세이돈과 가이아의 장녀를 죽인다고? 말도 안 돼. 카리브디스는 제우스의 벼락을 맞고도 죽지 않았다고. 그냥 앞으로 인간들은 이 근처엔 얼씬도 안 하면 돼. 그럼 별 탈 없어."

"아니, 그렇게 강한데 고작 게이트에 빨려 들어가서 지구까지 흘러들어 와?"

"뭐, 내가 넘어온 거랑 비슷한 거 아닐까?"

"게이트가 별로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아서 그냥 스스로 들어왔다?"

"그렇지."

그때, 배가 갑자기 크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오빠, 스테노 언니 말이 맞는 것 같은데?"

강물 한가운데 거대한 소용돌이가 생기기 시작했다.

곧 우리가 탄 배도 그 소용돌이에 휩쓸렸다.

소용돌이 이곳저곳에 아까 보았던 카리브디스의 이빨이 솟아 있는 것이 보였다.

정말로 입을 크게 벌리고 강물을 통째로 빨아들이려는 모양이었다.

일단 소용돌이에 휩쓸린 유람선은 순식간에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배의 추진력으로 이 소용돌이를 빠져나가는 건 애초에 불가능해 보였다.

그저 이대로 강물과 함께 저 거대한 입으로 빨려 들어가는 수밖엔 없을 것 같았다.

스테노는 황금빛 날개를 펼쳐 하늘로 날아올랐다.

"수영아, 꽉 잡아!"

최수영이 뒤에서 내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

마나를 운용해 공중으로 몸을 띄웠다.

그렇게 스테노와 나, 최수영만이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우리 외의 주변 모든 것들이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이제 와서 대천흑룡을 날려본다 한들 저 배에 탄 사람들을 살리기는 어려워 보였다.

저렇게 큰 몬스터를 잡을 만한 강한 기운을 쏘아 보내면 어차피 충격에 휩쓸려 물속으로 가라앉을 것이 뻔했다.

배가 너무 일찍 소용돌이에 휩쓸려버린 탓이었다.

저 반대편 멀리 캐나다에서 출발한 유람선 한 대가 급히 뱃머리를 돌리려고 하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소용돌이의 여파가 그곳까지 퍼져 나가고 있어 그것도 쉬워 보이지 않았다.

굳이 선택하자면, 저 배에 탄 관광객들을 살리는 게 최선이었다.

캐나다 유람선 위로 날아간 나는 허공섭물을 이용해 배의 앞머리를 조심스럽게 잡아당겼다.

너무 세게 당겼다간 배의 앞머리가 뜯겨버릴 수도 있었다.

그렇게 천천히, 배를 당겨 소용돌이의 여파로부터 멀리 빠져나왔다.

갑판 위에서 겁에 질려 있던 관광객들이 공중에 떠 있는 나를 향해 환호성을 보냈다.

우연하게도 이 캐나다에서 출발한 유람선엔 동양인도 많이 타고 있었다.

뒤를 돌아보자 우리가 탔던 유람선은 이미 카리브디스에게 잡아먹힌 후였다.

빨리 배를 돌렸으면 모두 살 수 있었을 텐데.

무식한 미국인 선장의 인종 차별이 낳은 결과였다.

안전해진 배 위에 스테노와 최수영을 내려주고 나는 다시 몸을 띄웠다.

카리브디스인가 뭔가 하는 놈이 지구에서 세 번째로 큰 폭포를 이대로 차지하게 놔둘 수는 없었다.

* * *

2월 19일 김수호 넥시트코인(NXT) 보유 현황

[보유량 39,969개]

[단가 67억 원]

[평가 금액 267조 8천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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