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메타버스 코인재벌-108화 (108/200)

108화

* * *

후지로가 답했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

"우익 세력을 중심으로 민심도 새 군부 정부로 기울고 있는 이때, 불로불사의 몸을 가지신 결사대장님이 대일본제국의 새로운 쇼군으로 나서신다면 국민을 하나로 묶을 수 있을 겁니다."

후지로는 각국의 헌터에 대한 정보를 요약한 보고서를 집어 들었다.

"다 이유가 있으니 조금 더 기다려라. 전면에 나서기 전에 먼저 치워야 할 걸림돌들이 있다."

"지금 보고 계신 헌터들 말입니까? 그 일개 헌터라는 자들이 정말 우리의 장대한 계획에 위협이 되겠습니까?"

"네 말대로 생각보다 걸림돌이 될 만한 놈들이 많아 보이진 않는구나. 하지만 몇몇은 무시할 수 없겠어. 그리고 역시 한국의 김수호 이놈은 먼저 처리해야 한다."

"예전에 야비한 방법으로 우리 육상총대를 물 먹인 그 한국 헌터 말입니까? 세계에서 가장 강한 헌터라고는 하던데, 그가 강하다고는 하지만 그 한 명이 대일본제국에 위협이 되겠습니까?"

"위협이 되고말고. 어쩌면 한국 전체를 상대하는 것보다 그놈 하나를 상대하는 게 더 어려울 수도 있다."

"그 정도입니까?"

"그렇다. 일단 놈의 일거수일투족을 철저히 감시해 보고하도록."

"네!"

"아, 그리고 미국의 이 리암 소령이라는 헌터. 이놈도 감시해라."

"네!"

유이토가 후지로의 집무실을 뒷걸음으로 빠져나갔다.

문이 닫히기 전, 후지로가 테이블 위에 있던 태블릿을 집어 들었다.

얼핏 보면 태블릿처럼 생겼지만, 액정이 아니라 그냥 투명한 유리로 이루어진 물건이었다.

얇은 베젤이 있어 태블릿처럼 보였지, 베젤이 없었다면 그냥 네모난 유리로 보였을 것이었다.

투명 태블릿을 유이토를 향해 들어 올리자 유리 너머로 작전 참모의 모습이 비쳤다.

삑.

스마트폰 카메라의 안면인식 기능처럼 유리에 비친 유이토 얼굴 주변에 녹색 네모 테두리가 쳐졌다.

그리고 유리 위에 작전 참모의 넥시트 코인 현황이 쭉 나타났다.

[츠네키 유이토]

[보유량 : 0.03 NXT]

[구매 내역 : 없음]

"유이토."

후지로가 유이토를 불렀다. 문을 닫고 나가려던 유이토가 다시 집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네!"

"넥시트코인을 2천만엔 어치 가지고 있군. 맞나?"

"아, 네! 그렇습니다! 그냥 투자용으로 조금 사둔 것입니다."

"나에게 문자로 코인 지갑 주소를 보내도록. 넥시트 코인을 열 개 보내주겠다. 그동안의 공로에 대한 보상이다."

"아! 감사합니다!"

넥시트코인 열 개면 약 69억 엔. 한화로는 670억 원.

잠시 당황하던 유이토 일등육좌의 눈에 감동의 눈물이 차올랐다.

돈 때문은 아니었다. 후지로 결사대장이 이만큼이나 자신을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에 감격해 나오는 눈물이었다.

이미 목숨도 내놓을 만큼 충성을 바치고 있는 유이토였지만, 속으로 다시 한번 후지로에 대한 충성을 맹세했다.

"그리고 일본의 대표 헌터라는 그 작자를 여기 하치조코섬으로 데려와라. 가능한 한 빨리."

"모토히로 우메오 말씀이십니까?"

"그렇다."

"네, 알겠습니다."

유이토 일등육좌가 나간 후 후지로가 투명한 태블릿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랜덤박스에서 꽤 쓸 만한 물건이 나왔어."

이 투명 태블릿은 후지로가 구매한 랜덤박스에서 나온 첫 번째 아이템이었다.

[코인 현황 태블릿]

[태블릿의 유리 너머에 있는 사람의 코인 현황을 열람합니다.]

[보유량과 N마켓 구매 내역을 모두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측 하단 N마켓 아이콘을 누르면 휴대폰 없이도 N마켓 이용이 가능합니다.]

[별도의 충전이 필요 없습니다.]

"김수호 그놈이 실제로 코인을 얼마나 썼는지 곧 확실히 알 수 있게 되겠군."

* * *

같은 시각, 강화도.

뉴스를 보던 최수영이 물었다.

"오빠, 일본은 또 갑자기 무슨 일이래? 쿠데타 일어났다는 뉴스 본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정리가 다 끝났네? 벌써 취임식을 했다고?"

"이거 완전히 군사 정부가 들어선 모양인데. 예전 막부 시대로 돌아가려는 건가?"

나와 최수영의 대화를 듣고 있던 레온이 물었다.

"형, 막부 시대가 뭐예요?"

"음, 칼질하던 사무라이들이 일본을 통치하던 시대야. 지금 일본처럼 무사나 군인 같은 사람들이 정권을 잡은 거지. 지금은 칼 대신 전함과 미사일을 들고 있지만."

최수영이 팔짱을 끼며 말했다.

"저러다 또 우리나라에 쳐들어온다거나 하는 건 아니겠지?"

"전쟁이라. 아무리 일본 군사력이 세계 5위라지만 우리나라도 이제 쉽게 볼 상대는 아닐 텐데?"

"그렇지? 설마 전쟁이야 일으키겠어?"

휴대폰으로 막부 시대를 검색해 보던 레온이 다시 물었다.

"일본이 한국에 쳐들어온 적이 있었어요?"

"아까 말한 막부 시대 때 우리나라를 식민지로 삼았었지."

"시엠브레처럼요?"

"그놈들보다 더 심했지."

"그래요? 그게 몇백 년 전인데요?"

"100년도 안 지났어."

"대박. 완전 원수지간이겠네요."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 애매해."

"어쨌든 지금은 수호 형이 있어서 함부로 쳐들어오진 못하겠네요?"

"레온아, 여긴 테라 행성이 아니야. 뛰어난 기사 한 명이 전쟁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그런 곳이 아니라고."

"에이, 형 저 무시하는 거예요? 저도 공부 많이 했거든요. 물론 기사 한두 명이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세상이 아닌 건 알아요. 현대 과학이라는 거, 정말 대단하더라고요. 하지만 그냥 뛰어난 기사가 아니라 수호 형이잖아요."

팔장을 낀 채 우리 대화를 듣던 최수영도 거들었다.

"그러게. 뭐 자꾸 그렇게 겸손이야 오빠. 하하핫."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밥이나 먹으러 가자. 점심시간 됐다. 구내식당으로 갈까, 아니면 나가서 먹을까?"

"나가서 먹어요! 저 짜장면 먹고 싶어요. 형."

"그래? 수영이도 중식 괜찮아?"

최수영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응. 당연히 괜찮지."

"그럼 나가서 중국집 가자."

"수호 형."

"왜?"

"탕수육도 먹어요?"

"당연하지. 요리도 1인당 한 개야."

* * *

다음 날, 하치조코섬 중심부 들판.

일본 대표 헌터 모토히로 우메오를 태운 헬리콥터가 들판 한쪽에 착륙했다.

얼굴을 잔뜩 찌푸린 우메오가 헬리콥터에서 내렸다.

마중 나와 있는 유이토 일등육좌에게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아무리 군사 정권으로 바뀌었다지만 나를 이렇게 마음대로 오라 가라 해도 되는 거요? 잠깐 같이 가자더니 무슨 헬리콥터를 태우질 않나. 여긴 도대체 어디요?"

"헌터님을 뵙고자 하시는 분이 계십니다."

"그러니까 그게 누구냐고!"

"저기 오십니다."

유이토의 손짓에 고개를 돌린 우메오가 깜짝 놀라 칼을 빼 들었다.

언제 나타난 건지 거대한 불사인 한 명이 햇빛을 온몸으로 반사하며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유이토가 차분하게 말했다.

"칼은 집어넣으시는 게 좋을 겁니다."

차분한 유이토의 반응에 우메오가 자신의 카타나를 천천히 다시 검집에 집어넣었다.

하지만 손은 아직 손잡이에 올려진 채였다.

불사인은 들판 한가운데 멈추어 섰다.

"가시지요."

유이토의 안내에 따라 둘은 불사인이 있는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가까워지자 우메오는 불사인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테라 행성의 불사인이 분명한데, 얼굴은 일본인이었다. 게다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얼굴…….

유이토가 우메오의 궁금증을 바로 해소해 주었다.

"인사하십시오. 전 육상총대 사령관이시자, 현 쇼인 결사대 대장. 쿠라타니 후지로 대장님이십니다. 그리고……."

순간, 유의토의 목소리와 말투가 권위적으로 바뀌었다.

"곧 대일본제국의 진정한 쇼군이 되실 분이십니다. 예의를 갖추십시오."

그제야 뭔가 사태를 파악한 듯 우메오가 후지로를 향해 허리를 깊이 숙였다.

"자네가 일본 최고의 헌터인가?"

"아마 그렇다고 알고 있습니다."

"고개를 들어보라."

우메오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후지로는 투명 태블릿을 들어 우메오를 비추었다.

우메오의 얼굴을 인식한 태블릿 유리에 코인 정보가 주르륵 띄워졌다.

[모토히로 우메오]

[보유량 : 2,187 NXT]

[구매 내역 : 카타나(4,000NXT)

힘, 체력 강화 5단계(620NXT)

운동 신경 강화 7단계(2,540NXT)

내구도 강화 3단계(140NXT)]

"운동 신경 강화에 집중했군. 빠른 검술을 위해서인가?"

"그렇습니다."

"힘이나 내구도를 더 강화할 수 있을 텐데 코인을 모으고 있는 건 운동 신경 강화 8단계를 사기 위함이겠군."

"맞습니다."

후지로가 천천히 자신의 카타나를 뽑아 들었다. 길이가 2미터도 넘는 카타나였다.

후지로는 자기 신체에 맞춰 특수 제작한 이 카타나와 마그네타 검을 허리에 함께 차고 있었다.

후지로가 빼든 칼에서 푸른 검기가 뿜어져 나왔다.

"검기를 쓸 수 있나?"

우메오의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

"노력해 봤지만 아직은 쓰지 못합니다."

"일본의 최고 헌터라는 자가?"

"죄송합니다."

"지금 지구에 검기를 쓸 수 있는 헌터는 몇이나 되지?"

"저도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김수호 헌터를 포함해 서넛이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김수호 그자라면 영상으로 많이 보았다. 제법 성장했더군. 검기가 아닌 요상한 기운도 뿜어내고."

후지로가 카타나를 다시 검집에 집어넣었다.

"검기도 뽑아내지 못한다고 하니 대련은 무의미하겠군. 보고서를 보니 예전에 김수호 헌터와 한번 붙은 적이 있다지?"

"아, 네. 그렇습니다."

"어땠는가?"

우메오가 아랫입술을 질근 깨물었다.

"처참히 패했습니다."

"당연히 그랬을 테지. 어쨌든 좋아. 네게 시킬 것이 있는데 따르겠나? 지금 너를 우리 쇼인 결사대의 일원으로 받아주겠다는 말이다."

우메오는 이미 여러 면에서 후지로에게 압도당한 상태였다.

크고 번쩍번쩍한 불사인의 신체. 뿜어져 나오는 기세. 그리고 곧 대일본제국의 지도자가 될 것이라는 유이토의 설명.

"네. 말씀하십시오."

"현명하군. 하하하. 내 모습까지 본 마당에 따르지 않겠다고 했으면 어떻게 되었을 것 같나."

그제야 우메오는 방금 자신이 죽을 뻔했다가 살아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후지로는 우메오를 데리고 자신의 집무실로 내려갔다.

"지구방위위원회에서 진행 중인 재외공관 설치인가 뭔가에 참여하도록 해라."

"네?"

"실제로 참여하라는 건 아니야. 참여한다고 하고 뉴욕에 머물도록. 그리고 거기서 우리가 김수호를 없앨 수 있는 기회를 잡는 일에 협조하도록 해라."

"김수호를 없애실 계획이십니까?"

"물론이지. 나의 계획을 이미 한번 물거품으로 만든 놈이다. 게다가 지금도 눈엣가시처럼 걸림돌 노릇을 하고 있고."

우메오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떠올랐다.

"제가 무엇을 협조하면 되겠습니까?"

"우리의 첩자들이 곧 김수호를 감시하기 시작할 테지만, 너도 미국에 머물면서 그자를 감시해라. 그리고 적당한 때가 오면 마법진을 그려서 우리를 불러들이면 된다."

"송구합니다. 저는 마법같은 건 쓸 줄 모릅니다."

"마력석을 줄 테니 너는 그저 그대로 보고 따라 그리기만 하면 된다."

* * *

3월 13일 김수호 넥시트코인(NXT) 보유 현황

[보유량 41,836개]

[단가 67억 원]

[평가 금액 280조 3천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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