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메타버스 코인재벌-109화 (109/200)

109화

* * *

"하악―"

재외공관 설치에 참여하겠다고 뉴욕 특수작전국에 찾아온 우메오를 보고 꽝이가 하악질을 했다.

꽝이의 머리를 쓰다듬은 최수영이 말했다.

"저 사람은 그때 오빠한테 얻어맞고 아직도 적개심을 품고 있나 보네. 에휴, 밴댕이."

"하하. 그러게. 대련이었을 뿐인데 속 좁기는."

"그런데 적개심을 품고 있어도 뭘 어떻게 해볼 수나 있을까? 둘의 실력 차이가 커도 너무 큰데."

우메오를 마지막으로, 재외공관 설치사업에 지원하는 헌터들의 명단이 대략 정해졌다.

세계 각지의 헌터들 열여섯 명이 참여하기로 하였다.

재외공관에 상주할 각 분야의 전문가와 기술자들 선정도 거의 끝나간다고 했다.

뒤늦게 다른 나라들도 파병에 참여하겠다고 나섰지만, 지구방위위원회는 이동 편의성을 위해 소수의 병력만 참여해야 한다는 이유로 모두 거절하였다.

처음 계획대로 미군 4개 대대, 한국군 1개 대대만이 재외공관에 파병되는 것으로 정해졌다.

혼란한 세상 속, 지구인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대대적인 작전이 점점 구체화 되어 갔다.

지구방위위원회의 회의를 마치고 최수영과 나는 저녁을 먹기 위해 맨해튼 시내로 나왔다.

"그런데 오늘은 웬일로 스테노 언니가 안 따라나섰어?"

"아, 내가 오늘은 그냥 강화도에 좀 있으라고 했어."

"왜? 언니 뉴욕 오는 거 좋아하잖아."

"그냥, 뭐. 오랜만에 우리 둘이 시간을 좀 가질까 하고. 하하하."

"어머? 진짜? 하하핫. 오랜만에 기특하네, 내 남친. 그래서 지금 우리 어디 가?"

"레스토랑 예약을 좀 해놨어."

우리는 타임스퀘어 근처 호텔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호텔 가장 위층에 자리한 레스토랑에서 간단히 와인을 마시며 식사했다.

최수영은 오랜만에 단둘이 근사한 식사를 한다며 굉장히 좋아했다.

그러고 보니 단둘이 이런 시간을 가진 적이 그리 많지는 않았던 것 같았다.

식사를 마쳐 갈 때쯤, 근사한 악기를 든 세 명의 음악가가 다가왔다.

그들은 우리 테이블 바로 옆에서 현악 3중주 연주를 시작했다.

곧이어 서버가 꽃다발과 케이크를 가져오고, 남자 매니저가 미리 맡겨두었던 물건을 가져와 내 앞에 내밀었다.

좀 진부했지만, 이것저것 고민하다가 그냥 유치하지 않은 평범한 방식을 택하기로 했다.

놀란 최수영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앞에 놓인 반지 케이스를 열어 최수영 앞에 내밀었다.

"항상 신경 많이 못 써줘서 미안해. 재외공관 설치를 끝마치고 돌아오면, 그때 나랑 결혼해 줄래?"

"치. 언제 돌아올 줄 알고."

"거기만 다녀오고 나면, 근사한 집 짓고 이제 우리 둘을 위해서 살자."

"정말이야?"

"응. 우리 둘 없어도 세상은 잘 돌아갈 텐데 뭐."

최수영이 왼손을 펼쳐서 내밀었다.

"들고만 있을 거야? 끼워줘야지."

최수영의 약지에 심플하고 얇은 반지를 끼워주었다.

"남친 재력에 비해 반지가 좀 조촐한데?"

"아, 역시 금수저 여친이라 쉽지 않네."

"뭐래, 하하핫."

갑자기 최수영의 큰 눈에 눈물이 고였다. 다행히 입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고마워, 오빠."

"내가 항상 고맙지."

"오빠, 우리 여기서 자고 한국엔 내일 갈까?"

"그럴까? 이 호텔 스위트룸 잡아놨어."

"벌써 잡아놨어? 응큼해."

* * *

얼마 후, 동해항.

재외공관 파병을 위한 출항식이 열리는 역사적인 날이 찾아왔다.

동해항에는 미군 항공모함 1척과 한국군의 대형수송함인 독도함, 마라도함이 정박해 있었다.

승선 준비를 지켜보던 한민국 대통령이 말했다.

"국방부 장관님. 이렇게 우리가 파병을 보낼 수 있게 된 것도 모두 메타디펜스 같은 채굴 회사들 덕분 아니겠습니까?"

국방부 장관이 답했다.

"맞습니다. 다 여기 계신 김 대표님이 재외공관 사업 참여를 따오신 덕분이지요."

"그거 말고도, 우리가 이렇게 중요한 병력을 파병 보낼 수 있게 된 건 게이트 때문에 북한군의 전력이 현저하게 줄었기 때문 아닙니까?"

국방부 장관이 난색을 보이며 답했다.

"그건 그렇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런 주요 병력을 쉽게 파병 보낼 순 없었겠죠."

한민국 대통령이 말을 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군 전력이 아직 크게 줄지 않은 것은 메타디펜스와 MB게임즈 같은 대형 채굴 회사가 있어 줬기 때문 아닙니까. 지방의 채굴 회사들도 마찬가지고요."

"그, 그건. 물론 도움이 된 건 사실이나 채굴 회사의 도움이 없었어도 대한민국 국방력이 게이트 몇 개에 줄어들 만큼 약하지는 않습니다, 대통령님."

"거 좀 인정할 건 인정합시다. 하하."

국방부 장관을 불편하게 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내뱉은 한민국 대통령이 잠시 나와 눈을 마주쳤다.

눈썹을 살짝 올리며 그렇지 않냐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다소 민망한 상황에 행정안전부 장관이 화제를 돌렸다.

"김 장관님, 우리 병력들이 도착할 최종 목적지가 어디라고 하셨죠?"

"뉴욕주 방위대 56여단에서 머무르며 공동 훈련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두두두두.

땅을 울리는 소리와 함께 국산 전차 K-2 흑표가 줄지어 항구로 들어왔다. 중간중간 자주포 K-9도 섞여 있었다.

본래는 별도의 부대로 운영되지만, 이번 파병 효율을 위해 한 대대로 묶여 편성되었다.

뒤이어 자동화 공병 부대가 항구로 진입했다.

하늘 위에는 전투 헬리콥터들도 떠 있었다.

한국군의 가장 큰 수송함 두 척으로도 다 싣지 못할 병력. 때문에 미군에서 중형급 항공모함 한 척을 지원해 주었다.

한민국 대통령이 나에게 물었다.

"김 대표님. 외계 행성 출정은 언제가 될 것 같습니까?"

"그건 확실하지 않습니다. 일단 5개 대대와 재외공관 상주 예정 인원들은 함께 생활하게 될 겁니다. 그러다가 이동 가능 지역에 B급 이상 블랙 게이트가 나타나면 바로 출정할 계획입니다."

"김 대표님도 그곳에서 함께 생활하십니까?"

"아니요. 저는 그곳에 마법진을 하나 또 설치해 두었으니 한국에 있다가 출정 소식이 들리면 바로 넘어갈 예정입니다."

군악대의 행진곡이 항구를 가득 메우며 파병 병력이 수송선에 오르기 시작했다.

항구에 모여든 사람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군인들을 환송했다.

옆에 앉아 있던 최수영이 작게 말했다.

"저 전차랑 장갑차들이 우리랑 함께 외계 행성으로 떠날 한국군이란 말이지? 신기하다."

"큰 피해 없이 돌아오도록 우리가 많이 도와주자, 수영아. 어떻게 보면 우리 때문에 가게 된 거나 마찬가지잖아."

"그래야지."

출항 행사가 모두 끝난 후 전용기를 타고 다시 강화도로 돌아왔다.

잔뜩 토라진 스테노가 우리를 보고 씩씩거렸다.

"잘 갔다 왔어? 나도 보고 싶었는데 군대 출항 행사."

"아, 말했잖아. 초청받은 자리가 대통령 옆 귀빈석이라 같이 못 갔다고."

스테노가 최수영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옆에 수영이는! 수영이는 왜 되고! 나는 안 돼!"

"수영이는 메타디펜스 임원이잖아. 이사님이라고."

"그럼 나도 그거 시켜줘. 임원. 레온이도 다른 행성에서 넘어왔다며? 걔도 임원이잖아. 나도 임원 시켜줘."

"아니, 그래도 여기가 400명이 넘게 다니는 회사인데 아무것도 안 하는 널 어떻게 임원을 시켜줘? 그럼 나머지 직원들이 뭐가 돼?"

"그럼 나도 뭐 하면 될 거 아니야!"

"뭐 할 건데?"

"뭐든 하면 되지. 좋아! 다음 게이트에서 나오는 놈들은 내가 다 돌로 만들어버릴게. 그럼 되지? 나 혼자 가서 이 선글라스 벗고 게이트 앞에 앉아 있으면 그만이야."

솔깃한 제안인데? 하지만 그러라고 스테노를 한국까지 데려온 건 아니었다.

사연이 너무 안타까워서 세상이나 좀 둘러보라고 데려온 거지, 뭐 어떻게 써먹기 위함은 아니었으니까.

"아니야.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어. 임원 해서 뭐 하게. 오늘만 좀 사정이 있었어. 봐줘."

이번엔 좀 단단히 삐졌는지 달래는 데 한참이 걸렸다. 조만간 하와이를 함께 가는 조건으로 겨우 진정시킬 수 있었다.

모니터로 하와이의 활기찬 도시와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한참 들여다본 스테노의 얼굴이 조금씩 풀렸다.

와이키키 해변이 있는 오하우섬은 우리 회사와 제휴를 맺은 지역이기 때문에 워프 마법진이 설치되어 있었다.

비서실에 관광 목적의 방문 요청을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퇴근까지는 시간이 남아 마법 본부에 들렀다.

마법 디펜서 여섯 명의 트레이닝이 한창이었다.

이제 제법 마나를 다루게 된 그들은 두 개 파트로 나뉘어 공격과 방어를 연습하고 있었다.

아직 메타디펜스의 핵심 전력이 되기엔 조금 부족해 보였지만, 하루가 다르게 마법 사용이 능숙해지고 있는 여섯 명이었다.

내친김에 오랜만에 천마 게스트하우스에도 들러보았다.

천마는 죽고 장로들도 모두 떠났지만, 지구에서의 천마신교 1대 제자가 되었던 두 디펜서는 아직 여기 머물며 내공 수련을 하고 있었다.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 이 시간까지 이근수와 정성민은 연무장 중앙에 가만히 앉아 내공을 운용하고 있었다.

두 사람의 내공이 이제 제법 정제되고 단단해져 단전에 머물고 있는 게 생생하게 느껴졌다.

이 둘 역시 아직 핵심 전력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조만간 많은 성취를 이뤄내 줄 것 같았다.

이근수가 먼저 내 기운을 알아채고 급히 일어났다. 정성민도 따라 일어나 나에게 인사했다.

"두 분, 어때요? 제가 보기엔 그래도 진전이 꽤 있네요?"

이근수가 답했다.

"내공을 완전히 단전에 모으는 데는 거의 성공한 것 같습니다. 지금은 매일 호흡을 통해 내공의 크기를 키워나가고 있습니다."

"천마 할배가 살아계셨으면 좋았을 텐데요. 계속 두 분이 이렇게 내공 수련을 하실 건가요? 그 이후에는요?"

이번엔 정성민이 답했다.

"사실, 게스트하우스 지하에 천마 어르신께서 만들어주신 무공 비급이 여러 권 있습니다."

이건 처음 듣는 얘기였다.

"무공 비급이요? 그런 걸 천마 어르신이 직접 적으셨다고요?"

"아니요. 직접 하신 건 아니고, 장로님들을 시켜서 초식을 일일이 그리게 하셨습니다."

그럼 그렇지. 이곳에 올 때마다 천마와 두 제자만 보일 뿐 장로들은 코빼기도 안 보였던 이유가 거기 있었다.

이미 무림 문파 하나를 만들 만한 무위를 가진 장로들이 지하 골방에 모여 앉아 천마가 시키는 대로 초식을 그리고 있었을 모습을 상상하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좀 내려가서 봐도 되겠죠?"

"네. 천마 어르신께서 대표님 외에는 누구에게도 얘기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이근수 정성민과 함께 게스트하우스 안으로 들어가 지하로 내려갔다.

"아니, 이게 도대체……."

지하실엔 두꺼운 스프링 연습장 수백 권이 아무렇게나 쌓여 있었다.

바닥에는 다 쓴 붓펜 수백 자루가 널브러져 있었다.

"이 연습장들은 어디서 난 건가요?"

정성민이 대답했다.

"제가 인터넷으로 주문했습니다."

대단하다.

"그러니까 천마신교 무공의 정수가 담긴 무공 비급이 지금 이 스프링 연습장 안에 들어 있다는 거죠?"

천마신교 무공이 담긴 비급. 무림에 나타난다면 한차례 피바람을 몰고 올지도 모르는 귀서(貴書).

그런 책이 지금 초등학생들이나 쓸법한 형형색색 파스텔 톤의 스프링 연습장에 집필되어 있었다.

연습장을 한 권 한 권 들어서 살펴보니 아무렇게나 쌓여 있는 건 아니었다.

* * *

3월 18일 김수호 넥시트코인(NXT) 보유 현황

[보유량 42,208개]

[단가 67억 원]

[평가 금액 282조 8천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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