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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코인재벌-117화 (117/200)

117화

* * *

행성 087에 있을 때 나온 랜덤박스 마지막 아이템.

[제우스의 번개 반지]

[올림포스 신들의 왕, 제우스의 권능을 담은 반지입니다.]

[제우스의 강력한 번개를 한 번 빌려올 수 있습니다.]

[번개를 꽂을 대상을 정한 후, 제우스에 대한 신앙과 존경을 담아 반지를 쓰다듬으면 됩니다.]

[가공할 위력을 가진 번개이지만, 대상 외 주변엔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습니다.]

[주의 : 이 반지를 사용한 사람에게 제우스의 관심이 생겨날 수 있습니다. 그 결과는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주의 문구 때문에 아직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아이템이었다.

사실 귀마왕을 두 번째 만났을 때 정도를 빼고는 딱히 사용할 만한 대상이 없기도 했다.

나는 반지를 사용하기 위해 잠시 공격을 멈추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후지로도 공격을 멈췄다.

너덜너덜한 자기 몸과 이미 죽은 거나 다름없는 부하들이 속속 재생되고 있는 지금, 시간을 끌어 유리해지는 건 후지로 쪽이었다.

어느새 다가온 스테노가 물었다.

“그거 쓰게?”

“응.”

“그래. 그거 한 방이면 아무리 엄청난 놈도 그 자리에서 재가 돼버릴 거야. 제법 치열해 보였는데, 시시하게 끝나겠네.”

“저놈한테 쓸 건 아니야.”

“그럼?”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제우스지만, 나름의 존경을 담아 반지를 쓰다듬었다. 번개를 꽂을 대상은 이미 마음속으로 정해 둔 상태였다.

몸이 거의 다 재생된 후지로가 입을 열었다.

“시간을 끌수록 불리하다는 걸 알고 있을 텐데. 그런데도 공격을 멈출 정도로 지친 건가? 하하하. 제법 매서운 싸움이었다만, 이제 정말 네놈에게 승산은 없겠구나.”

그사이 마법사 몇 명도 재생을 마치고 몸을 일으켜 세웠다.

놈들은 일어나자마자 지팡이에서 푸른 빛을 내뿜어 주변에 널브러져 있는 기사들을 재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문제는 재생되는 기사 나부랭이들이 아니었다.

후지로에게 연결된 버프 마법.

저 마법이 연결되어 있는 한 전투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 뻔했다.

움직임도 훨씬 더 빨라질 테고, 몸에 난 상처도 금세 회복될 것이다.

그나저나 이 반지는 어떻게 된 거야? 설마 다른 행성이라 작동 안 하는 건 아니겠지.

잠시 걱정을 했던 내가 무색해지게 갑자기 하늘에 먹구름이 뒤덮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불어난 먹구름은 우리 머리 위를 까맣게 뒤덮었다.

갑자기 나타난 기상 변화에 후지로와 불사인들도 놀라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때.

번쩍!

콰과과광!

엄청난 두께의 번개 한 줄기가 하늘을 찢는 굉음을 내며 하치조코 섬으로 꽂혀 내려왔다.

콰앙!

번개는 땅을 강력하게 타격했다.

주변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더니, 엄청난 충격파가 섬 전체를 휩쓸었다.

아마 영향을 줄여서 이 정도라는 말이었나 보다.

잠시 후, 흙먼지가 조금씩 가라앉기 시작했다.

후지로는 그대로.

후지로에게 버프 마법을 건 마법사도 그대로.

“뭐야? 어디다 쏜 거야?”

수다쟁이 스테노가 두리번거리며 누가 잿더미가 되었는지 찾고 있었다.

“수호, 조준을 잘못한 거야? 다 멀쩡한데? …어!”

스테노가 그제야 번개가 꽂힌 대상을 찾아냈다.

나는 천천히 내 마그네타 검이 들어 있는 아다만트 상자로 다가갔다.

번개를 맞은 아다만트 금속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허공섭물을 이용해 상자의 뚜껑을 그대로 뜯어냈다.

녹아 흐르기 직전의 아다만트 상자의 뚜껑이 쉽게 분리되었다.

최강의 금속이라는 아다만트를 녹여낸 제우스의 번개가 대단한 건지, 제우스의 번개를 맞고도 아직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아다만트가 대단한 건지 모호한 상황이었다.

어쨌든 계획은 성공했다.

뚜껑이 분리된 아다만트 상자는 힘을 잃고 천천히 무너져내렸다.

마그네타 검의 손잡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른손으로 천천히 마그네타 검을 손에 쥐었다.

스테노가 물었다.

“그냥 번개를 쟤한테 꽂으면 더 쉬운 거 아니야?”

나는 천천히 검을 치켜든 후 왼손도 마저 검 손잡이에 올렸다.

“잘 알지도 못하는 신의 힘을 빌려서 시시하게 끝낼 순 없지!”

콰과과과!

대천흑룡이 엄청난 기세로 후지로를 덮쳐 갔다.

깜짝 놀란 후지로가 높이 뛰어올라 대천흑룡을 피해 냈다.

뭐, 이 정도는 피할 거라고 예상했다.

왼손에 모여 있던 마나를 흐트러뜨린 후 검을 오른손으로 들고 내력을 주입했다. 묵빛 검기가 기다랗게 뿜어져 나왔다.

촤악!

마그네타 검이 큰 원을 그리며 돌았다. 그리고 마그네타 검에서 뿜어져 나온 검기는 더 큰 원을 그렸다.

높이 뛰어올랐던 후지로가 다시 땅에 닿기도 전에, 겨우 일어섰던 불사인들의 허리가 모두 두 동강 났다.

후지로가 다시 땅에 내려섰다.

“어서 검기 뽑아, 후지로. 서로 검신(劍身)은 안 부딪치게 조심해 보자고.”

후지로의 얼굴이 강하게 일그러졌다.

“건방진 놈!”

후지로의 마그네타 검에서도 검기가 뿜어져 나왔다.

좋아, 다시 한번 제대로 붙어볼까?

둘 다 마그네타 검을 들자 후지로와 나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나의 마그네타 검은 4년 넘게 생사고락을 함께한 검이었고, 후지로의 마그네타 검은 이제 막 손에 넣은 무기에 불과했다.

심지어 좀 전에는 부러진 검을 가지고도 후지로를 몰아붙였으니, 이제 더 볼 것도 없었다.

신체 강화를 어디까지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저 강한 힘과 빠른 몸놀림으로 겨우겨우 내 검기를 막아내거나 치명상을 피하는 게 후지로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나는 움직임에 한결 더 여유가 생겼다.

중간중간 마법사가 자기 신체를 재생하려고 마나를 움직이는 것이 느껴지면 그쪽을 향해 주먹만 한 마법구를 날려 보냈다.

겨우 정신 차리고 다시 제 몸을 재생하려던 마법사들은 그 시도가 간파될 때마다 마법구에 맞아 터져 나갔다.

그리고 쿠라타니 후지로.

그에게는 아까처럼 마법과 내력을 총동원해서 공격을 이어 갈 필요가 없어졌다.

단순한 검격만으로도 충분히 후지로를 압도하고 있었다.

후지로가 중얼거렸다.

“어, 어떻게. 지금도 분명히 내가 빠른데.”

중얼거리는 놈을 향해 피식 웃어주었다.

“그게 실력 차이라는 거다. 그저 죽어라 채굴이나 해서 돌아온 무식한 놈아.”

말은 이렇게 했지만 사실 나도 쉽게 치명상을 입히지는 못하고 있었다.

후지로의 몸놀림이 빨라도 너무 빨랐다. 게다가 힘은 얼마나 센지 내가 두 손으로 검기를 휘둘러도 놈은 한 손으로 가뿐히 막아냈다.

하지만 싸움이 거듭될수록 후지로의 몸 여기저기에는 크고 작은 상처가 다시 생기기 시작했다.

푸욱!

내 검기가 후지로의 왼쪽 어깨를 찔렀다. 그런데 이번엔 일부러 맞아준 모양이었다.

왼쪽 어깨를 꽤 깊게 내주며 그대로 내 쪽으로 쇄도했다.

무리해서 가까이 다가오는 걸 보니 일부러 검끼리 맞대려고 하는 것 같았다. 그 충격을 이용해서 어디 도망치려는 속셈이겠지.

어림없었다.

그리고 이제는 절망을 심어줄 시간이 되었다.

일부러 거리를 허용한 후 후지로의 검을 기다렸다. 예상대로 후지로는 검이 닿을 만한 거리에 와서야 내 왼쪽 허리를 베어 들어오기 시작했다.

오른손에 들고 있던 검은 그대로 둔 채, 왼손을 후지로의 검을 향해 뻗었다.

왼손에서 강하게 농축된 내력이 뿜어져 나왔다.

콰앙!

후지로의 검과 내 왼손이 부딪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 왼손 앞 10센티미터가량 떨어진 곳에서 내력과 부딪쳤다.

후지로가 검을 양손으로 쥐고 있는 힘을 다 짜내기 시작했다.

단 10센티미터.

후지로가 검을 10센티미터만 더 전진한다면 검 끝이 내 손에 닿으며 내 왼팔을 그대로 갈라버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 손을 타고 뿜어져 나온 내력은 그 거리를 더 이상 좁히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

후지로의 막강한 힘에 내 몸이 주르륵 밀려나긴 했지만 결국 그의 검 끝은 내 몸에 닿지 못했다.

도대체가 실전 감각이라고는 없는 인물이었다. 지금 저렇게 검을 든 양손에 힘이나 주고 있을 때가 아닐 텐데. 내 오른손은 놀고 있느냔 말이다.

여전히 후지로가 검을 내 손바닥에 대어보고자 안간힘을 쓰는 사이, 나는 천천히 오른손을 움직여 마그네타 검을 놈의 왼쪽 허벅지에 꽂아넣었다.

푸욱.

“으아악!”

그제야 후지로가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촤악.

이번엔 내 검기가 후지로의 오른쪽 무릎을 잘라버렸다.

털썩.

후지로가 그대로 땅바닥에 무릎을 처박았다.

정신이 반쯤 나간 듯 시선을 이리저리 굴리며 중얼거렸다.

“어떻게, 어떻게 이런 일이. 분명히 내가 훨씬 강하고 빠른데. 어떻게 이런 일이.”

천천히 후지로에게 다가갔다.

“실력의 차이라고 했잖아. 그거 강화 상품 몇 개 더 강화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니까.”

“제길, 또 네놈에게 발목을 잡히는구나. 대일본제국의 영광이 코앞이었는데.”

“대일본제국 좋아하시네.”

촤악.

내 검이 놈의 팔 한쪽을 잘랐다.

“그렇게 큰 잘못을 저질러 놓고 도대체가 반성이 없는 놈들이란 말이야.”

촤악.

나머지 팔 한쪽도 마저 잘라버렸다.

“따라해 봐. 저 후지로는 시엠브레의 불사인에게 지구를 팔아먹으려고 했고, 다시 돌아와서는 일본의 과거 만행을 다시 저지르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깊이 반성하고, 사과드립니다.”

“무슨 개소리냐!”

“반성하고 사과해 보라고.”

“네놈의 뼈를 씹어먹지 못한 것이 내가 유일하게 반성할 일이다.”

“역시 반성과 사과를 모르는 놈들이야. 너희들은.”

촤악.

마그네타 검이 후지로의 목과 몸통을 분리했다.

“저기도 날려버려야지.”

나는 마나를 운용해 공중으로 높이 떠오른 후, 검을 양손으로 쥐었다.

콰과과.

마그네타 검에서 대천흑룡이 쏟아져 나와 시멘트 건물을 강타했다.

쾅! 쿠르르.

대천흑룡은 겉에 보이는 작은 건물뿐 아니라, 지하에 있던 쇼인 결사대의 모든 비밀 시설을 뚫고 땅속 깊이 들어갔다.

쾅, 콰앙.

대천흑룡을 두어 개 더 쏟아내자 놈들의 거대한 지하 비밀 기지는 완전히 초토화되었다.

그때 바다 멀리서 헬리콥터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자위대 헬리콥터인가 싶어 눈을 찌푸리고 바라보고 있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네, 위원장님.”

- 김 대표님, 어떻게 되었습니까?

“미리 의논을 드렸어야 하는데. 제가 독단적으로 행동을 해버렸네요.”

- 아닙니다. 목소리를 들어보니 무사하신 것 같군요.

“네. 우여곡절이 좀 있었는데 별 무리 없이 놈들을 소탕했습니다.”

- 대단하십니다. 혼자서 놈들을 상대하시다니요.

“가족을 건드리는 건 못 참죠.”

- 지금 MI6의 헬리콥터들이 그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아마 거의 도착했을 겁니다.

“아, 저게 위원장님이 보낸 헬리콥터였군요.”

- 네. 뒷정리는 MI6에서 알아서 잘할 겁니다. 김 대표님은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셔도 됩니다.

“지금은 다 쓰러져있긴 한데, 저 불사인 놈들이 자꾸 다시 일어나는 버릇이 있어서요. 조금 더 마무리하고 떠나겠습니다. 뒤처리 잘 부탁드립니다.”

- 네, 김 대표님. 고생하셨습니다. 뉴욕에서 뵙지요.

“네. 끊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큰 소리로 스테노를 불렀다.

“스테노!”

스테노가 위를 올려다보며 큰 소리로 대답했다.

“왜애!”

“저기 숲속으로 가 있어!”

“뭐 하려고오!”

나는 말없이 마그네타 검에 내력과 마나를 동시에 주입했다. 검은 용이 튀어나왔다.

“거기 다 날려버릴 거야!”

“안돼! 조금만 기다려어! 그건 맞으면 좀 아플 거 같더라!”

스테노가 원피스 치맛자락을 양손으로 붙잡고 황급히 숲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콰과과!

대천흑룡이 쓰러져있는 불사인들 위를 덮치기 시작했다.

* * *

3월 29일 김수호 넥시트코인(NXT) 보유 현황

[보유량 1,498개]

[단가 67억 원]

[평가 금액 10조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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