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메타버스 코인재벌-122화 (122/200)

122화

【 무림 】

언제나처럼 오전 시간은 내공을 가다듬으며 보냈다.

내공 심법 훈련을 반복하면 할수록 내력이 정제되어 가는 것이 느껴졌다. 특히 나보단 최수영의 성취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이미 단전에 내력을 모아두는 단계를 넘어선 나와는 달리, 최수영은 단전의 크기를 계속해서 키워 가고 있었다.

단전의 크기가 커지면서 그녀의 내력도 함께 커졌다. 그리고 최근 들어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었다.

수련이 끝나고 눈을 뜨자,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정민우 상병이 말을 전했다.

“김 대표님, 여기서 2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대형 블랙게이트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요? 그럼 이제 곧 출발하겠군요.”

“이미 출발 준비가 진행 중입니다. 계획대로 제1 부대를 제외하고 모두 떠날 예정입니다.”

“첫 번째 재외공관 설치는 참 순조롭게 끝났네요. 그럼 저희도 출발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별 준비랄 것도 없었다. 각자 텐트에 늘어놓았던 짐을 다시 캐리어와 배낭에 집어넣고, 그것들은 정령의 마법 주머니에 넣거나 우리가 탈 전술 차량 짐칸에 실었다.

스테노는 다음 행성은 어디냐며 또 신이 나서 부산을 떨었다.

대충 이동 준비를 마친 후, 하늘 높이 올라가 지구의 첫 번째 재외공관을 바라보았다.

주둔지는 가로세로 약 10제곱킬로미터 크기의 정사각형 모양이었다.

강을 등지고 앞쪽 세 면은 높이 15미터의 튼튼한 벽으로 둘려 있었다.

혹시 모를 강에서의 위협도 방지하기 위해 강가에도 높지 않은 방어벽이 겹겹이 처져 있었다.

서쪽엔 전체 주둔지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면적의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어 있었다.

외벽과 함께 가장 먼저 진행되었던 공사였다.

그 옆으로는 지구에서 함께 온 대형 유조차 여러 대가 주차되어 있었다.

반대편엔 간단한 작물을 키울 수 있는 텃밭이 마련되었고, 아직 기초 공사 수준이지만 크고 작은 다양한 건물들이 지어지고 있었다.

방어 시설답게 여기저기에 곡사포 전차를 위한 호가 만들어져 있었고, 중앙의 높은 탑과 외벽 위 여기저기에는 방어용 레이더와 무기들이 주둔지 외부를 향해 있었다.

언제 다른 행성에서 뭐가 이 근처로 넘어올지는 모르지만, 일단 이 행성을 상대로는 차고 넘칠 만큼 강력한 주둔지였다.

남은 것은 불시에 이 행성에 떨어질 지구인들의 몫이었다.

누군가는 이 주둔지를 찾아내 안전하게 몸을 맡길 것이고, 또 누군가는 너무 먼 곳에 떨어지거나 오기 전에 공룡에게 당해 이곳에 도착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 모두에게, 이제 생존을 위한 한 줄기 희망이 생겨난 것은 틀림없었다.

지금도 무인 로봇들이 낮엔 태양광으로 충전하고 밤엔 이동하며 행성 곳곳에 주둔지로 향하는 푯말을 세우는 중이었다.

이 로봇들은 완전히 고장 날 때까지 몇 년이고 멀리 퍼져 나가며 이 작업을 반복할 것이다.

제2 부대부터 서서히 주둔지 밖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하는 걸 확인하고, 다시 땅으로 내려섰다.

전술 차량 지붕에 이미 최수영과 스테노가 올라가 있었다.

가볍게 점프에 지붕에 올라간 후 스테노에게 물었다.

“다음은 어디였으면 좋겠어, 스테노?”

“글쎄? 아무 데나 다 상관없어. 내 고향 행성만 아니면.”

최수영이 물었다.

“언니, 고향 행성에 가도 우리랑 안 떨어지고 계속 같이 여행할 거라면서요. 그럼 오히려 고향에 먼저 도착하는 게 좋지 않아요? 동생도 만나고, VR선글라스도 전해 주고.”

“그건 그런데… 거긴 좀 무서운 존재들이 많거든. 지구에서 한 일이라 안 들켰을지도 모르지만, 혹시 모르니까.”

“무슨 말이에요, 언니? 뭘 들켜요?”

스테노는 바람에 찰랑이는 녹색 머리칼을 귀 뒤로 넘기며 대답했다.

“아니야, 아무것도.”

이번에도 우리 부대는 제일 마지막으로 주둔지를 빠져나갔다.

제1 부대를 떼 놓은 재외공관 설치 행렬은 처음보다 조금 짧아져 있었다.

* * *

같은 시간, 행성 049. 무림.

호북성, 무당산 동쪽 숲.

제갈세가의 넷째 공자 제갈평이 속삭였다.

“숙부, 정말 무당파 장문인까지 나섰단 말이죠?”

제갈세가의 가장 뛰어난 책사이자 제갈평의 숙부인 제갈문이 답했다.

“그렇대도. 전진교에서 무당파를 제대로 도발한 모양이다. 이번에야말로 무당파가 섬서 땅에서 전진교를 완전히 없애버릴 작정인 것 같구나. 장문인과 장로들까지 모두 나섰으니 수일 내 전진교는 완전히 사라질 것이야.”

“전진교 같은 곳에서 무당파를 도발하다니. 겨우 다시 만든 무림맹이 제구실을 못 하고 있긴 하지만 이건 좀 심각하네요.”

“덕분에 우리는 무당파 앞마당에 육십사진(六十四陣)을 펼쳐낼 시간을 벌지 않았느냐.”

“대단하십니다, 숙부. 전설 속에나 있는 줄 알았던 제갈세가의 비전 기문진법(奇門陣法)을 결국 완성하시다니요.”

“내 평생을 바쳐 완성해 낸 진법이다. 팔진을 여덟 번 겹치고 꼬아 만들었으니 천마가 다시 나타난들, 서역의 코끼리 부대가 나타난들 일단 발을 들이고 나면 결코 이 육십사진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제갈평과 대화하면서도 제갈문은 이리저리 움직이며 진법을 가동하기 위한 기물을 점검하기에 바빴다.

겉으로 보기엔 그냥 나무였고, 바위였다. 심지어 제갈문이 점검하는 기물 중에는 평범한 시냇물 줄기도 포함되었다.

완벽한 진법을 위해 제갈세가의 전문가들을 총동원해 설치한 육십사진이지만, 제갈문은 일일이 하나하나의 기물을 모두 자기 손으로 점검하고 있었다.

평소 진법에 관심이 많던 조카 제갈평이 그런 제갈문을 끈질기게 쫓아다니고 있었다.

“공간을 뒤틀고 시간마저 붙잡는다. 공명 선조님이 남기신 육십사진 비급서의 첫 문장 맞죠?”

“역시 가주님을 닮아 영민하구나. 스치듯 한 번 읽어준 게 다였던 것 같은데.”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제갈문의 뒤를 따르며 제갈평이 물었다.

“주요 인물들만 여기로 유인할 계획이라고 하지 않으셨어요? 무당파 전체를 여기 가두실 건가요?”

“그럴 필요는 없지. 장문인과 장로들만 여기 가둬도 무당파는 우리 제갈세가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진법을 넓게 펼치시는 이유가 뭔가요, 숙부님?”

“팔진을 여덟 번 겹치고 꼬아 만들었다고 하지 않았느냐. 게다가 기물은 모두 기존의 지형지물을 이용한 것이고. 그러다 보니 크기가 이렇게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지.

“이 육십사진으로 정말 무당파를 끝장낼 수 있을까요?”

“그동안 호북 내에서 우리 제갈세가가 무당파에게 괄시받아 온 세월만 수백 년이다. 이제는 갚아줄 때가 되었지. 그리고 곧 온 무림이 알게 될 것이다. 우리 제갈세가가 이 호북 땅의 진정한 주인임을.”

그렇게 한참을 더 기물을 점검하고 돌아다니던 제갈문이 허리를 쭉 펴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어느덧 해가 무당산 너머로 넘어가고 있었다. 하늘에 붉은 노을이 넓게 퍼져 있었다.

“다 되었다. 이제 장문인을 포함한 무당파의 주요 인물들을 이곳으로 유인하기만 하면 된다. 이 육십사진이 발동되고 나면 놈들은 백골이 되어서도 이곳을 빠져나가지 못할 것이다.”

“어서 보고 싶어요! 숙부님!”

“일단 놈들이 다시 무당산으로 돌아오길 기다려야겠지. 이만 세가로 돌아가자.”

제갈문과 제갈평이 세가로 발길을 돌린 후, 조금 전 그들이 있던 자리의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일그러진 공간에는 하얀색 구멍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화이트 게이트였다.

1시간 후, 완전히 커진 화이트 게이트에서 무림에서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물체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온몸은 쇠로 뒤덮여 있고, 나무 바퀴 대신 단단한 강철 궤도가 풀숲을 짓이기며 힘차게 돌았다.

지구에서 온 기갑부대였다.

* * *

화이트 게이트를 빠져나오자, 앞서 게이트를 통과한 세 개 부대가 넓게 산개해 있었다.

우리가 속한 제5 부대도 모두 화이트 게이트를 빠져나오고 나자, 전술 차량에 설치된 공용 무전기에서 제2 부대 대대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이곳은 행성 049로 확인되었습니다. 마침 도착한 곳이 넓은 들판이니, 오늘은 이곳에서 야영한 뒤 내일 아침 일찍 목적지를 향해 이동하겠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마침 전 부대가 야영하기 적당한 넓은 들판이 펼쳐져 있었다.

스테노가 물었다.

“행성 049면 거기지? 그 자꾸 까불던 빨간 놈이 살던 곳.”

자꾸 까불던 빨간 놈은 붉은 옷을 즐겨 입던 천마를 뜻했다.

“맞아. 여기가 천마 할배의 고향이야.”

그때였다.

쿠구구구.

갑자기 땅이 잘게 흔들리고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최수영이 놀라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지진인가?”

“그런가 봐. 그런데 바람은 또 어디서 이렇게 부는 거야?”

잠시 후 땅의 울림과 바람이 잦아들었다.

“뭔가 이상해.”

“응? 뭐가, 오빠?”

“모르겠어. 이 일대의 마나 흐름이 멈춰버렸어. 이런 건 처음인데?”

“마나가 멈춰? 항상 잔잔한 바람처럼 천천히 흐른다며.”

“그러니까. 그런데 방금 지진 이후에 마나의 흐름이 완전히 멈춰버렸어.”

손바닥을 들어 올려 평소처럼 마나를 모아보았다.

어찌 된 일인지 마나가 느껴지긴 하는데 내 의지대로 손바닥 위로 모여들지는 않았다. 계속 제자리에 멈춰 있을 뿐이었다.

“수영아, 화살에 마나 담아서 한번 쏴봐. 되는지.”

“응.”

최수영이 화살 하나를 시위에 메겼다.

퉁.

가볍게 발사한 화살은 포물선을 그리며 멀리 날아갔다.

“안 되네. 화살촉에 마나가 모이지 않아.”

높이 날아오르기 위해 발밑에 마나를 모아봐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완전히 멈춰버렸네. 마나가.”

“방금 그 지진이랑 연관이 있는 것 같지?”

“그런 것 같아.”

그때, 스테노가 우리 대화에 끼어들었다.

“기분 나빠.”

“뭐가?”

“잘 모르겠는데, 갇힌 기분이야. 기분이 영 별로야.”

그때, 저 멀리 제2 부대 방향에서 지휘관 차 한 대가 먼지를 날리며 우리가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차에서는 제2 부대 장교 한 명과 프랑스 대표 헌터 엘리엇이 내렸다.

프랑스 헌터 엘리엇은 금발머리와 푸른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키도 크고 이목구비도 뚜렷해 매력적으로 보이는 외모지만, 어딘가 모르게 사람 깔보는 듯한 분위기를 풍기는 사내였다.

어깨에 대위 계급장을 단 장교가 가볍게 경례한 후 물었다.

“김수호 대표님, 천산으로 가려면 내일 아침부터 서북쪽으로 이동하면 되는 게 맞습니까?”

“네. 여기가 어딘지부터 확인을 해봐야겠지만 일단은 서쪽으로 이동을 시작하면 될 것 같습니다. 자세한 방향은 가면서 파악하도록 하죠.”

이번엔 프랑스 헌터 엘리엇이 물었다.

“그곳에 있는 그… 천신교라는 곳에서 우리에게 협조할 것이 확실합니까?”

“천마신교요. 천산 어딘가에 안전하게 재외공관을 설치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줄 겁니다.”

“이 행성엔 몬스터가 거의 없다고 하셨죠?”

“네. 뭐 영물이라는 게 있다는 데 자주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저도 한 번도 못 봤습니다.”

“그러면 여기도 앞선 행성처럼 큰 위협은 없겠군요.”

“하지만 가는 길에 절대 무림인들과 시비가 붙거나 해서는 안 됩니다. 모두 그런 건 아니지만 무림인 중에는 전차 공격도 가볍게 막아내고 장갑차는 종이 구기듯 구겨낼 수 있는 자들도 꽤 있어요.”

* * *

4월 14일 김수호 넥시트코인(NXT) 보유 현황

[보유량 9,220개]

[단가 67억 원]

[평가 금액 61조 8천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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