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메타버스 코인재벌-126화 (126/200)

126화

【 제갈세가와 무당파 】

제갈문을 따라 제갈세가 앞에 도착했다.

제2 부대 사령관 제임스 중령의 입이 떡 벌어졌다.

좌우로 끝이 보이지 않는 담벼락. 그 너머로 보이는 크고 작은 전각들.

대문을 열고 들어서자 중앙엔 거대한 연못이 있었다. 연못이라기보다는 작은 강이라고 표현하는 게 나을 것 같은 규모.

좌측에 돌바닥으로 이루어진 연무장에는 수백의 무인들이 훈련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푸른색 옷을 입은 자들이 제갈 세가의 혈족, 어두운 붉은색 옷을 입은 자들이 외부에서 온 문하생인 것 같았다.

거대한 다리를 통해 연못을 지나치고도 한참을 걸어 가장 높은 내원 건물에 도착했다.

오는 길에 좌우로 족히 백 개의 건물과 전각을 지나쳐왔다.

무당파에게 밀려 완전한 호북의 패자라고는 할 수 없으나, 산 위에 기거하는 무당파 도사들과는 달리 혈족을 중심으로 호북성의 중심을 차지한 제갈세가였다.

호북성의 면적은 대한민국보다도 컸다. 그런 곳의 제1 가문이니 그 규모와 위세가 어마어마할 수밖에 없었다.

안채에 들어서자 가주가 우릴 맞이했다.

“어서 오십시오. 이곳의 가주 제갈명이라고 합니다. 따뜻한 차와 식사를 준비해 두었으니 이쪽으로 오시지요.”

제갈명의 안내에 따라 계단을 한 층 올라가니 넓은 응접실이 나왔다.

나와 최수영, 스테노, 제임스 중령과 그의 수행원. 이렇게 다섯이 한쪽에 나란히 앉았다.

반대쪽에는 가주 제갈명과 우리를 데려온 제갈문, 그리고 나이 든 장로 몇이 자리했다.

제갈명이 인자한 미소와 함께 차를 권했다.

“드셔보시지요. 벽윤명월(碧潤明月)이라는 차입니다. 우리 호북성에서 나는 차 중 그 향이 으뜸입니다.”

찻잔을 들어 올리자 시원하면서도 고소한 찻잎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눈까지 감고 음미하는 걸 보니 최수영도 이 차가 꽤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지구에서 오셨다 들었습니다. 문 장로에게 잠깐 얘기를 들어보니 이곳 중원에 지구인을 위한 주둔지를 설치하신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본래 천산에 만들 계획이었는데 문 장로님이 이곳 하북성 내에 만들 것을 권하시네요.”

“문 장로가 이미 우리 사정을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들었습니다. 빙빙 돌리지 않고 시원하게 말씀드리지요. 우리는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저 이곳에 머물러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그럼 우리도 여러분의 주둔지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제임스 중령이 입을 열었다. 모든 부대의 사령관들은 동시통역기를 하나씩 가지고 있었다.

“위치는 어디든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리 스스로를 지켜낼 충분한 힘도 있고요. 도움을 주신다는 건 감사하지만 우릴 전쟁 방패막이로 삼겠다는 의도라면 사양하겠습니다.”

제갈명이 급히 손사래를 쳤다.

“방패막이라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공개되지 않는 무력과 무고한 사람을 위한 일이라는 대의명분. 이 두 가지가 필요한 것뿐이지 무당과의 전쟁에 여러분을 방패막이로 쓰겠다는 계획은 아닙니다.”

“어찌 되었든 비슷한 말로 들립니다.”

“무림맹에 소속된 정파 세력들이 중원 여러 곳에 산재해 있습니다. 여러분의 주둔지가 천마신교의 도움 아래 천산에 지어진다면 지구인들은 스스로 그 험한 곳에 찾아가야만 하지만, 무림맹의 허가 아래 이곳에 지어진다면 오시는 길에 각 지역 정파 세력의 도움을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제갈문에게 이미 다 들은 이야기였다.

저 마지막 조건. 이곳에 불시착할 지구인들이 무림 정파 세력의 도움을 받아 주둔지까지 안전하게 올 수 있다는 조건.

저것 하나가 우리를 여기 제갈세가의 내원까지 찾아오게 만들었다.

이곳에 떨어진 지구인들이 혹시 호전적인 정파인들을 만나 천산으로 가는 길을 묻는다면, 사파 세력으로 여겨져 공격당할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목적지가 하북의 제갈세가라면 얘기는 달라졌다.

모든 것을 종합해 봤을 때 이곳에 주둔지를 만드는 것이 우리에게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

게다가 마침 제갈세가가 우리가 이곳에 머물기를 간절히 원하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무림인도 아닌 우리에게 이토록 호의를 베풀 문파나 가문은 없었을 것이다.

잠시 후, 하인들이 식사를 가지고 들어왔다.

금세 식탁 위에 산해진미가 한가득 차려졌다.

제이슨 중령이 물었다.

“그럼 우리가 여기 머문다면 제갈세가에서는 어떤 것을 지원해 줄 것입니까?”

“지내실 건물 짓는 것을 도와드리고, 가문의 재정이 바닥나지 않는 한 이곳에 머무는 분들에게 삼시 세끼 따뜻한 음식도 제공하겠습니다. 물론 대부분 비용은 우리 제갈세가에서 부담하겠지만 아마 무림맹에도 어느 정도 지원은 기대할 수 있을 겁니다.”

이 정도면 더 이상 거절할 이유는 없어 보였다.

식사를 마친 후, 제이슨 중령이 말했다.

“일단 돌아가서 다른 지휘관들과 회의해 본 후 결정하겠습니다.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제갈명이 답했다.

“서로에게 모두 이득이 되는 인연임이 분명합니다. 부디 긍정적으로 잘 검토해 주십시오. 아, 결정되는 대로 무림맹에 사람을 보내야 하니 저희 쪽 사람을 함께 보내겠습니다. 그에게 논의 결과를 알려주시면 됩니다. 평아.”

식당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듯 1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청년 하나가 바로 들어왔다.

곧은 콧날과 똑 부러진 입술을 지닌 청년. 가주와 꼭 닮은 생김새였다.

“안녕하십니까. 제갈평이라고 합니다. 제가 여러분과 동행하겠습니다.”

가주 제갈명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 넷째 아들놈입니다. 이 아이에게 회의 결과를 알려주시면 그 길로 무림맹에 전서를 들고 출발할 겁니다.”

한참을 걸어서 제갈세가의 대문을 빠져나온 우리는 다시 주둔지로 향했다.

제갈평이 나에게 다가와 물었다.

“숙부님에게 들었는데, 소협께선 나이에 비해 엄청난 무위를 가지고 계신다고요. 허리춤의 그 검의 기운도 예사롭지 않아 보입니다.”

“너야말로 아직 어려 보이는데 내공이 상당하구나?”

“아직 부족하지만, 열심히 수련하고 있습니다. 우리 제갈세가가 더 이상 무공이 약한 가문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게 하기 위해서요.”

그때였다.

쿠웅.

임시 주둔지 쪽에서 묵직한 폭발음이 들려왔다. 분명 포탄이 터지는 소리였다.

* * *

엘리엇은 자기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백발의 노인은 M1A3 전차의 직사포를 피해 낸 것도 모자라 순식간에 전차 앞까지 다가왔다. 그리고는 맨손으로 포신을 철사 구부리듯 꺾어버렸다.

저게 인간의 움직임이란 말인가.

…약 십 분 전. 시작은 별거 아닌 일이었다.

하얀 도복을 입은 노인 세 명이 주둔지로 다가왔고, 경계하던 군인은 하던 대로 접근 금지 경고를 했을 뿐이었다.

당연히 그들은 말이 통하지 않았다. 군인들은 동시통역기를 가진 엘리엇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엘리엇은 대수롭지 않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노인들은 다짜고짜 ‘지금 여기서 무얼 하느냐, 너희들은 누구냐, 이 진법의 흔적은 다 무어냐’ 등 알 수 없는 말들을 묻기 시작했다.

“우린 모르는 일이니 다치기 싫으면 더 이상 접근하지도, 묻지도 말고 돌아가라.”

노인들의 알아듣지 못할 질문을 끊고 이 말 한마디 했을 뿐이었다.

갑자기 코앞까지 다가온 노인 한 명이 손바닥으로 엘리엇의 가슴팍을 툭 쳤다.

엘리엇은 갈비뼈가 다 부러지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뒤로 수십 미터를 날아가 처박혔다.

코인으로 내구도를 강화해 두지 않았더라면 뼈가 다 부러졌을 것이다.

노인이 일행들에게 하는 말이 어렴풋이 들려왔다.

“거봐, 저놈 무공을 익힌 놈이라니까. 안 죽었잖아.”

주변의 군인들이 즉시 노인들을 향해 대응 사격을 시작했다.

엘리엇은 사격을 멈추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가슴의 통증이 사라지지 않아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

물론 노인들의 안위를 걱정해 사격을 멈추라고 하려던 건 아니었다.

자신에게 이런 굴욕을 준 노인들에게 본때를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방금은 너무 방심했을 뿐, 제대로 붙어본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저렇게 벌집이 되어 죽어버린다면 실추된 자신의 명예는 되살릴 길이 없어진다.

하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노인들은 군인들의 사격에도 벌집이 되지 않았다.

이제는 엘리엇이 나설 차례였다.

이미 가슴의 통증도 다 사라졌고 몸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게 되었지만, 엘리엇은 감히 나서기가 꺼려졌다.

조금 전 M1A3 전차의 포신을 아무렇지 않게 접어버린 노인의 눈은 다음 공격 대상을 찾고 있었다.

또 다른 노인은 양팔을 크게 8자로 돌리고 있을 뿐이었는데, 그에게 날아들던 총알들이 그 안에서 빙빙 돌았다.

그리고 그 노인 바로 뒤, 마지막 세 번째 노인은 아직도 그저 뒷짐을 진 채 서 있을 뿐이었다.

나서기가 꺼려졌지만 그렇다고 나서지 않을 수도 없었다.

대국 프랑스를 대표하는 헌터.

이 위치와 자부심이 엘리엇 허리춤의 검을 빼 들게 했다.

“사격을 중지하라!”

엘리엇이 일부러 크게 소리쳤다. 다소 위축된 자신의 마음도 다독일 겸.

가장 먼저 엘리엇의 가슴팍을 쳐내고 뒤이어 전차 두 대의 포신을 꺾어버렸던 노인이 입을 열었다.

“호오, 검을 빼 들어? 한번 붙어보겠다는 것이냐?”

“더 이상의 난동은 허락하지 않겠다.”

“허락 안 하면 어쩔 것인데?”

엘리엇이 아랫입술을 질근 깨물었다.

“무림인들은 거만하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사실이었군!”

엘리엇의 신형이 쏘아져 나갔다.

운동 신경 강화는 8단계. 힘, 체력 강화는 7단계까지 구매한 엘리엇이었다.

그의 손에는 길고 두꺼운 롱소드가 들려 있었다. 5,000NXT 짜리 제법 비싼 무기였다.

‘뒤에 두 놈이 더 있다. 이놈은 무조건 이번 일격 한 방에 끝낸다.’

엘리엇이 두 손에 들기도 큰 롱소드를 한 손으로 쭉 뻗어 노인을 찔렀다.

노인의 눈이 휘둥그레지며 겨우 옆으로 몸을 틀어 엘리엇의 공격을 피했다.

“그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다!”

엘리엇이 한 손으로 찔러 들어가던 롱소드의 손잡이를 다시 두 손으로 고쳐잡고 노인 쪽으로 크게 휘둘렀다.

노인은 다급히 몸을 뒤로 날렸고, 엘리엇의 롱소드가 노인의 가슴팍을 얕게 베고 지나갔다.

노인의 가슴팍 옷이 찢어지며 붉은 피가 배어 나왔다.

놀란 눈으로 자신의 가슴팍을 바라보던 노인이 허리춤에서 가는 검을 뽑아 들며 말했다.

엘리엇의 롱소드에 비해서는 얇고 짧았지만, 햇빛에 비친 예리함은 보는 이의 간담을 서늘케 하기 충분한 훌륭한 검이었다.

“놀랍구나. 이 얼마 만에 입은 상처인지. 내 너를 무시했다. 제대로 겨루어 보자. 나는 무당파 장로 유기문이라 한다. 네놈의 이름은 무엇이냐.”

“나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헌터 엘리엇이다. 긴말 필요 없고, 나도 제대로 상대해 줄 테니 덤벼라.”

계획대로 일격에 그를 해치우진 못했지만, 방금의 공격으로 약간의 자신감이 생겨난 엘리엇이었다.

이번엔 무당파 장로 유기문이 먼저 공격을 시작했다.

분명 검은 하나인데 찔러 들어오는 방향은 여러 곳이었다. 어디를 막아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 공격이었다.

당황한 엘리엇이 공중으로 빠르게 몸을 날렸다.

유기문도 그대로 엘리엇을 뒤따라 도약했다.

“공중으로 피하다니, 어리석기 그지없군.”

* * *

4월 14일 김수호 넥시트코인(NXT) 보유 현황

[보유량 9,220개]

[단가 67억 원]

[평가 금액 61조 8천억 원]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