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메타버스 코인재벌-129화 (129/200)

129화

* * *

제갈세가 안채.

“가주님! 무당파에서 서신이 왔습니다.”

가주 제갈명이 서신을 받아들었다.

서신을 읽는 제갈명의 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당장 회의를 소집해라.”

서신을 가져왔던 인물이 급히 내원을 빠져나가자 제갈명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정녕 이번에야말로 제갈세가의 팔다리를 완전히 잘라내겠다는 것이구나.”

잠시 후, 제갈세가 회의실.

“이건 대놓고 이번 일로 관련자들을 공개 처벌하겠다는 거 아닙니까!”

“아무리 무림맹이 무너졌고 황운걸 장문인이 잔인하고 욕심이 많다고 해도! 그래도 무당파 아닙니까, 무당파! 백도의 중심! 그런데 지금 이게 말이나 됩니까?”

제갈명이 두 팔을 들어 애써 좌중의 소란을 잠재웠다.

“서신 말미에는 이 비무 대결을 피하면 아예 대놓고 우리를 전진교처럼 만들 거라는 내용도 있소이다. 무당파에서 왈패나 다름없는 짓을 꾸미고 있긴 하나, 애초에 진법을 설치한 건 우리 제갈세가이니 안타깝게도 명분은 무당파에 있는 것 같소.”

다시 좌중이 소란스러워졌다.

진법 설치를 반대했던 자들과 찬성했던 자들이 앞다투어 서로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쾅!

그때 책상을 쾅 치는 소리와 함께 제갈문이 일어났다.

“모두 내 책임이오. 내 비무 대회에 선봉으로 나가 목숨으로 이 일을 책임지겠소. 내가 죽고 나면 놈들도 비무 대회를 계속 이어 가진 않지 않겠소?”

제갈문 옆에 앉아 있던 중년인 하나가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안 됩니다! 이게 제갈문 장로님 혼자 하신 일입니까? 이제야 무당파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겠다고 과반수 이상이 찬성해서 결정된 일이지 않습니까!”

이번엔 반대편에 앉아 있던 노인이 일어났다.

“애초에 그 육십사진을 완성했다며 바람을 넣지 않았다면 일이 이렇게까지 커지진 않았을 것이오!”

“뭐요? 육십사진이 완성되었다고 제일 기뻐 날뛰던 성 장로님께서 하실 말씀은 아니지 않습니까!”

“뭐? 기뻐 날뛰어? 이놈이 버릇없이!”

“성 장로님이야말로 문 장로님께 이러시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엄지와 검지로 양 관자놀이를 누르던 가주 제갈명이 낮지만 내공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

“서로 싸우지들 마시오. 제갈세가의 존폐가 걸린 문제란 말이오. 문 장로도 앉으시오. 혼자 목숨으로 책임지고 어쩌고 할 일이 아니오. 아무래도 비무 대회를 무마시킬 수 없는 이상, 어떻게든 피해를 줄여보는 쪽으로 논의를 해보는 게 좋을 것 같소.”

* * *

“이번 행성은 별로 재미없다.”

“왜?”

“촌스러운 옷을 입은 인간들 말고는 별로 특별한 생물도 없고. 그리고 언제까지 여기 계속 머물 건데? 난 돌아다니고 싶단 말이야. 서쪽 멀리 어디 간다길래 좋아했더니 벌써 며칠째 여기만 있는 거야.”

“스테노, 여기 주둔지를 만들기로 했으니 별수 없어. 대신 다음 블랙 게이트를 찾아 이동을 시작하면 또 이 무림 행성 여기저기를 둘러볼 수 있을 거야.”

“그게 언젠데?”

“일단 무당파와 제갈세가의 갈등이 어떻게든 해결이 된 후에?”

“수호 네가 무당파인가 그놈들 싹 죽여버리고 오면 안 돼? 그럼 바로 떠날 수 있잖아.”

“수천 명이 넘는다던데 스테노 너 여행 좀 빨리 가자고 그 많은 사람을 싹 죽여?”

“뭐 어때. 지구인도 아니잖아. 생김새가 비슷해서 망설여지는 건가? 아무튼 인간들은 알다가도 모르겠다니까. 공룡 행성의 공룡들이랑 뭐가 달라. 거기선 수영이랑 누가 빨리 죽이나 내기도 하면서 놀아 놓고선.”

이상하게 말문이 막혔다.

물론 지적 생명체와 그렇지 않은 생명체를 구분하고, 아군과 적군을 나누어 구구절절이 설명해 줄 수는 있었다.

하지만 그 또한 우리 인간의 기준.

어떤 몬스터는 서로 의사소통도 하고 심지어 우리와도 말이 통하던데 그럼 그들은 지적 생명체인가 아닌가. 그리고 마물은?

그렇다고 아군이냐 적군이냐를 나누는 기준 또한 명확하지 못했다. 어디까지가 아군이고 어디까지가 적군인가. 또 어디까진 죽여도 되고 어디까진 살려줘야 하지?

스테노가 무심코 던진 말에 내 머릿속만 복잡해졌다.

그때, 최수영이 나 대신 스테노에게 대답해 주었다.

“공룡은 못생겼잖아.”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스테노에게서 간단한 대답이 돌아왔다.

“아, 그렇구나.”

그때 정민우 상병이 다가왔다.

시작은 우리가 탈 전술차의 운전병이었는데, 지금은 완전히 우리 세 명을 관리해 주는 관리 병사가 되어 있었다. 다행히 딱히 싫은 내색은 아니었다.

“김 대표님, 무전이 왔는데 사령관님과 함께 제갈세가에 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요? 무슨 무전인데요?”

“제갈세가에서 연락병이 왔는데 무당파에서 무슨 대결 같은 걸 요청해 왔다고 합니다.”

“대결이요?”

“네. 뭐라더라, 비…….”

“비무 대결이요?”

“네.”

“둘이 그런 걸 할 좋은 사이는 아닌 것 같은데?”

“좋은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번 비무 대결로 제갈세가의 무인 여럿이 죽거나 다칠 수 있다고 합니다.”

“네? 그건 비무 대결이 아니잖아요.”

“네. 아무튼 그래서 세가에 들어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사령관님은요?”

“이쪽으로 오신답니다. 차로 같이 이동하시면 될 것 같아요.”

갑자기 비무 대결은 또 무슨 말인지.

* * *

“네? 저도 참석해야 한다고요?”

“그렇소이다. 듣기로는 김 소협이 무당파 장로 한 명에게 상처를 입히셨다고요.”

“그건 제가 한 건 아니긴 한데.”

“그렇소? 이런… 어찌 되었든 무당파에서는 김 소협을 콕 집어 비무 대결에 참여하라 하였습니다.”

“안 하면요?”

“이곳에 온 지구인 군대는 무당파와 전쟁을 치러야 할 겁니다.”

“하필이면 무당파라…….”

“어쩌시겠습니까?”

“어쩌겠어요. 해야죠. 우리 쪽에서는 저 혼자 나가면 되나요?”

“아닙니다. 지구인 중 셋. 우리 중 다섯. 그중 김 소협님과 우리 제갈문 장로는 필수 참석 인원입니다.”

“제갈세가에서는 어쩌실 계획이신가요?”

“저희 역시 참가해야지요.”

“아니, 그것 말고요. 참가자요. 제갈문 장로님 외에 네 명이나 더 나가야 하잖아요. 얘기를 들어보니 크게 다치거나 죽을 수도 있다는 건데. 그럼 질 게 뻔하지만 세가에 필요 없는 인물이 나가나요, 지지 않을 만하지만 잃으면 세가에 큰 손실이 되는 인물이 나가나요?”

“질문이 예리하시군요. 아직 깊이 고민 중입니다. 그리고 이런 비무 대결에 너무 무공 수위가 맞지 않는 자가 출전하는 것도 세간의 비웃음을 살 일입니다.”

“세가가 흔들리는 것보다야 잠시 비웃음을 사는 게 낫죠.”

“여긴 약육강식의 무림입니다. 비웃음을 사는 것이 곧 세가가 흔들리는 것입니다. 심지어 출전하는 자는 크게 다칠 수도 있는 대결입니다. 그럼 우리는 세가의 안녕을 위해 무공도 약한 후기지수를 희생양으로 삼은 비열한 가문이 되겠지요.”

“어렵네요. 어쨌든 이 비무의 목적은, 무당파에서 우리에게 벌을 내리겠다는 거네요?”

“맞습니다. 이 정도로 끝내줄 테니 희생양을 내놓으라는 겁니다.”

“어쨌든 제갈세가에서 먼저 모략을 꾸미긴 했으니. 아, 죄송합니다. 모략이 아니라…….”

“아닙니다. 부끄럽지만 모략 맞습니다. 무당파의 행패가 너무 심해 좀 벗어나 보겠다고 몸부림쳐본 게 결국 이런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다 우리가 자초한 일이지요.”

“어쨌든 저는 돌아가 비무 대회를 준비해 보겠습니다. 가주님도 잘 준비하세요. 비무 대회는 언제입니까?”

“일주일 후입니다.”

“장소는요?”

“무당산 오룡궁에 있는 연무장입니다.”

“범의 아가리로 들어가는 꼴이네요.”

“맞습니다. 하하. 하지만 지금 아가리로 들어가지 않으면 호랑이 떼가 마을을 침범해 올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 * *

지구인 주둔지, 사령부 막사.

프랑스 헌터 엘리엇이 책상을 탕 소리 나게 쳤다.

“당연히 제가 나가겠습니다! 그 노인 가슴에 상처를 낸 것도 접니다!”

속으로 엘리엇이 안 나서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이었다. 사실 일을 이렇게 만든 건 본인인데 당연히 나가야지.

제임스 중령이 모인 헌터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럼 한 분 더 나서셔야 하는데 누가 나서시겠습니까?”

최수영이 가까이 다가와 귓속말을 걸어왔다.

“오빠, 내가 나갈까?”

“아니야. 가만히 있어 봐. 누가 또 나설 사람이 있을 거야. 지면 죽거나 다친다니까.”

“그럼 오빠는?”

“나는 콕 집어 나오라잖아. 그리고 나는 안 져.”

“그렇겠지? 크게 위험하진 않겠지?”

“다치지 않도록 조심할게.”

“다치기만 해, 아주. 치료 안 해준다.”

그때, 회의 막사 한쪽에서 키가 큰 흑인 한 명이 손을 들었다.

제임스 중령처럼 거대한 체구는 아니지만, 굉장히 날렵해 보이고 탄탄한 몸을 가진 헌터였다.

“제가 나가겠습니다. 제1 부대의 호위를 맡았었으니 이제 별 역할도 없습니다. 제가 이곳 행성의 무림인들과 한 번 겨뤄보겠습니다.”

아프리카 콩고 대표 헌터 마쿤쿠. 5년 전 발견된 콩고 금광의 소유주.

지난번 헌터 만찬 모임 때 자신은 빠른 속도를 만들어 내는 데 집중적으로 투자했다며 상대가 누구든 안 맞으면 그만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던 헌터였다.

제임스 중령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양팔을 벌리고 말했다.

“마쿤쿠 헌터님. 정말 이 대결에 자원해 주시겠습니까? 감사합니다. 혹시 또 참여하고 싶으신 헌터분이 계십니까?”

최수영과 나를 포함해 이번 작전에 투입된 헌터는 총 열다섯 명. 모두 한 국가를 대표할만한 내로라하는 헌터들이었다.

몇몇 헌터가 또 손을 들었지만, 결국 처음 나선 세 명이 비무에 나가기로 결정되었다.

이렇게 무당파와의 비무 대결에는 나와 엘리엇, 그리고 마쿤쿠가 참여하게 되었다.

마쿤쿠가 물었다.

“대결 순서도 정해야 하지 않을까요?”

엘리엇이 답했다.

“전에 저와 붙었던 그 노인이 나온다면, 저는 그와 붙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김수호 헌터님은?”

“아, 저는 이미 저랑 대결할 사람이 정해져 있다는군요. 무당파의 차기 장문인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요.”

“차기 장문인? 꽤 강한 상대겠네요. 그럼 순서를 정할 것도 없이 저는 남은 사람과 붙으면 되겠군요.”

이번엔 제임스 중령이 나서서 물었다.

“김수호 헌터님. 무림인들을 상대하는 데 있어 주의할 점이라든가, 어떤 작전 같은 게 있으면 좀 말씀해 주시죠.”

“무림인 각자의 성향이 워낙 달라서 뭐라 특징짓기는 어렵습니다. 무당파라면 검술 위주의 무공을 펼칠 테니, 그에 대비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보단…….”

“그보다는요?”

“혹시라도 졌을 때의 상황을 잘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친선 대결 같은 건 아니거든요. 한쪽이 죽거나 크게 다쳐야 끝나는 비무입니다.”

마쿤쿠가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으며 대답했다.

“뭐 우리도 돈이 남아돌아서 헌터를 시작한 건 아니지요. 가슴속에 뜨거운 무언가가 있어서 시작한 일 아닙니까. 안전하게만 살 거였으면 이런 일을 시작도 안 했다, 이 말씀입니다.”

엘리엇도 큰 소리로 말했다.

“지다니요! 그럴 리가 없습니다. 그 뒤 상황 같은 건 고민할 필요도 없습니다. 각 나라를 대표하는 헌터들이 나섰는데 무엇이 걱정입니까.”

네가 걱정이다. 엘리엇.

* * *

4월 19일 김수호 넥시트코인(NXT) 보유 현황

[보유량 9,220개]

[단가 67억 원]

[평가 금액 61조 8천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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