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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코인재벌-130화 (130/200)

130화

* * *

다음 날, 우리 주둔지로 콩고 헌터 마쿤쿠가 찾아왔다.

“김 헌터님.”

“마쿤쿠 헌터님, 어쩐 일이십니까.”

“무림인들은 대부분 검기라는 걸 사용한다고 들었습니다.”

“대부분 쓰는 건 아니긴 한데, 어쨌든 이번 비무 대결에 나올 정도의 무림인이라면 검기는 사용할 수 있겠죠.”

“괜찮으시다면 김수호 헌터님과 대련을 조금 해볼 수 있을까요?”

“무림인과의 대결을 대비해서요?”

“네.”

“당연히 가능하죠. 바로 하시죠, 저쪽에 공터가 있어요.”

“감사합니다.”

공터에 가 마주 보고 선 후 미리 준비한 나무막대기를 꺼내 들었다.

마쿤쿠는 어디서 구해 왔는지 목검을 빼 들었다.

“목검을 구해 오셨네요?”

“네. 제갈세가에 가니 이런 건 얼마든지 가져가라더군요.”

“좋아요. 시작하죠. 아시다시피 검기는 검으로 절대 막으셔선 안 됩니다. 바로 잘려요.”

“알고 있습니다.”

“갑니다.”

내력을 주입하자 나무막대기에서 푸른빛 검기가 발현되었다.

막대기 끝을 넘겨 1미터 정도 검기를 더 뽑아낸 후, 그나마 무림인과 비슷한 공격을 보이기 위해 예전에 한국에서 배운 검도 기술을 그대로 펼쳤다.

마쿤쿠는 허리와 무릎을 적당히 구부린 채 어느 방향으로든 움직이기 좋은 자세를 취했다.

그의 몸속 내력이 허리와 다리 쪽에 집중되는 것이 보였다.

막을 수 없는 검기에 반응하기 좋은, 제법 나쁘지 않은 대응 자세였다.

나는 검기의 범위가 닿는 곳까지 천천히 다가간 후 적당한 속도로 정면 베기 기술을 사용했다.

마쿤쿠는 뒤로 한걸음 물러서며 공격을 가볍게 피해 냈다.

그다음 좌우 베기, 삼단 베기, 횡단 베기를 차례로 펼쳤다.

무당파 무인들이 사용할 검식에 비해서는 단순하기 짝이 없었지만, 어쨌든 일정한 초식에 따른 움직임이라는 데는 공통점이 있었다.

게다가 검술은 어떤 초식을 사용하는지보다 누가 검을 휘두르는지가 더 중요한 법이었다.

마쿤쿠는 제법 능숙하게 검기를 피해냈다.

이번엔 조금 더 속도를 올려보았다. 마쿤쿠가 뒤로 물러날 것을 대비해 거리를 더욱 좁힌 후,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빗겨 베기를 크게 휘둘렀다.

이전 같은 움직임으로는 피해내기 어려운 공격이었다.

샤샥.

순간 마쿤쿠의 움직임을 놓칠 뻔했다.

검로를 살짝 벗어나며 허리를 숙인 마쿤쿠는 오히려 내 쪽으로 대각선으로 한 보 접근했다.

제법이었다.

마쿤쿠가 목검을 내 복부로 찔러 들어왔다.

나는 나무 막대기를 휘두르던 힘을 그대로 살려 몸을 한 바퀴 회전시키며 마쿤쿠의 목검을 피해냈다.

다시 내 쪽을 향한 마쿤쿠가 물었다.

“무림인의 수준은 이 정도입니까?”

“아마 마쿤쿠 헌터님과 싸울 상대는 이보다 훨씬 어렵고 복잡한 검식을 펼칠 겁니다. 어쩌면 속도도 더 빠를지도 모르고요. 그런데 헌터님의 움직임이 제 예상보다 훨씬 빠르고 부드럽군요.”

“예전에 한번 말씀드렸던 것 같습니다. 저는 속도와 움직임에 거의 집중했습니다. 나머지 신체 능력은 겨우 구색만 맞출 정도로 올려놨죠.”

“잠깐 움직임을 놓칠 뻔했습니다. 대단하신데요?”

“그럼 이번엔 조금 더 제대로 부탁드립니다.”

“좋습니다. 제가 무림인들처럼 복잡한 무술은 못 쓰지만, 속도를 올려 최대한 비슷하게 한번 흉내 내보죠.”

“감사합니다.”

나는 점점 속도를 높여 마쿤쿠를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그는 의외로 내 공격을 잘 피하고 흘려보내며 때때로 반격까지 시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본 헌터 우메오도 검술의 공격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속도와 움직임에 집중한 방식이었는데, 그와 마쿤쿠의 움직임은 또 다른 느낌이었다.

타고난 운동신경의 차이인지, 마쿤쿠는 거의 동물과 같은 움직임으로 내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해 내고 있었다.

신체 강화 상품은 구매 당시 신체 능력을 기준으로 두 배의 향상 효과를 보여준다.

내가 강화 상품 구매를 가능한 뒤로 미루며 트레이닝에 매진해서 최대의 효과를 보았다면, 마쿤쿠는 타고난 기본 신체 능력의 차이가 강화 상품 구매를 반복하며 더 크게 벌어진 케이스 같았다.

이 정도 움직임이라면 물론 훈련도 꾸준히 해왔을 것이다.

지금까지 만나본 헌터 중엔 최고의 움직임이었다.

문득 리암 소령의 제대로 된 움직임을 한 번도 보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미국 최고의 헌터 리암 소령은 어떤 움직임을 보여줬을까.

“타앗!”

잠시 다른 생각을 하는 사이 마쿤쿠가 반격을 시도해 왔다.

이제 보니 움직임이 너무 빨라 시야에서 사라질 뻔한 것이 아니었다.

반격을 시도할 땐 의도적으로 눈으로 좇기 힘든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슈각.

나도 모르게 마쿤쿠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그의 목검이 있는 곳으로 나무 막대기를 휘둘렀다.

물론 피해도 그만이고 그냥 서서 맞는다고 하더라도 나에게 아무런 충격을 주지 못할 공격이었다.

하지만 한참을 무림인에 빙의해 상대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그의 목검을 나무막대기로 막아냈다.

검기가 둘러진 나무 막대기와 부딪힌 마쿤쿠의 목검은 ‘슈각’ 소리를 내며 그대로 잘려 나갔다.

뒤로 물러선 마쿤쿠가 손바닥으로 자기 이마를 ‘탁’ 쳤다.

“아! 이런 식으로 공격하다간 실제 비무에서도 제 검이 잘려 나가겠군요.”

“그렇겠죠. N마켓의 무기를 들고 싸우지도 못할 테니 일반 검으로는 검기를 당해 낼 수 없을 겁니다.”

“그곳에 오르려면 모든 무기를 반납해야 한다고 했죠?”

“그렇다고 하네요.”

“반납해 봤자 일정 거리가 벌어지면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날 텐데요.”

“어쨌든 규정이 그렇다고 하니 비무 대결에선 우리 무기는 사용할 수 없겠죠.”

뒤쪽에 던져두었던 기다란 가방에서 새로운 목검을 하나 더 꺼내 들고 돌아온 마쿤쿠가 밝게 웃으며 물었다.

“조금 더 가르쳐주실 수 있겠습니까? 조금 더 빨라도 괜찮습니다.”

“물론입니다. 다시 시작하죠.”

* * *

다음 날.

마쿤쿠가 의아한 눈으로 물었다.

“이게 무엇입니까?”

“출수했던 검을 빠르게 회수할 수 있게 도와줄 훈련입니다. 그래야 무림인의 검기에 검이 잘리지 않는다는 건 이미 잘 아셨겠죠?”

“그건 확실히 알았습니다만, 왜 목검 끝에 말린 생선을 돌돌 감고 계신 겁니까? 목검 끝을 갈고리 모양으로 깎아 가면서까지요.”

“아무리 빠르게 움직여도 쥐포가 빠지지 않게 하려고요. 자, 다됐습니다.”

“이제 뭘 하면 됩니까?”

“찌르기 자세를 취해 보세요.”

마쿤쿠가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날카로운 찌르기 자세를 취했다.

“이제 저기 저 고양이에게 이 쥐포를 뺏기지 않으시면 됩니다.”

“고양이요?”

“수영아, 이제 꽝이 놔줘.”

최수영의 양팔에 붙잡혀 있는 꽝이는 이미 쥐포 냄새를 맡고 공중에 네 발을 휘저으며 앞으로 달려 나가려고 하고 있었다.

최수영이 손에 힘을 풀자 꽝이는 전광석화 같은 속도로 마쿤쿠의 목검 끝에 달려들어 쥐포를 물었다.

워낙 꽁꽁 묶어놔서 한 번에 떼어 내지는 못하고 쥐포를 입에 문 채 검 끝에 대롱대롱 매달렸다.

매달린 와중에도 꽝이는 조그만 입을 조금씩 오물거리며 쥐포를 먹어 들어 갔다.

나는 꽝이의 허리를 잡아 검에서 떨어뜨렸다.

꽝이는 발톱을 세워 내 손등을 할퀴려다가, 마치 한번 봐준다는 듯 발톱을 집어넣고 툭 펀치를 날리고는 순순히 나에게 잡혀주었다.

“무슨 훈련인지 아시겠어요?”

“아니… 무슨 저런 움직임이.”

“5분 동안 꽝이한테 쥐포를 뺏기지 않으실 수 있다면, 결코 무림인의 검기에 검이 잘릴 일은 없을 겁니다.”

“황당한 훈련이군요. 어쨌든 한번 해보겠습니다.”

마쿤쿠는 다시 찌르기 자세를 취했다. 꽝이도 나에게 붙들린 채 허공에서 발을 구르기 시작했다.

그날 오후.

꽝이는 쥐포 세 봉지를 다 먹고는 만족스러운 듯 햇빛이 드는 바위 위에 앉아 식빵을 굽고 있었다.

온몸에 비 오듯 땀을 흘리고 있는 마쿤쿠는 온종일 꽝이와의 대결에서 5분을 딱 한 번 넘길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꽝이가 앉아 있는 바위에 기대어 몸을 축 늘어뜨리고 있었다.

사실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할 줄 알았는데 그래도 대단한 성과였다.

“어때요, 할 만하십니까?”

“아니요. 절대로. 절대로 할 만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하다 보니 좀 요령을 알 것 같기도 하고. 혹시 내일도 이 훈련 더 해볼 수 있습니까?”

“애옹―”

꽝이가 나보다 먼저 대답했다.

“해볼 수 있다고 하네요.”

“하하. 저 고양이가 그 랜덤박스에서 나온 고양이 맞지요? 정말 대단합니다. 그 엄청난 속도와 지치지도 않는 체력이라니.”

“저도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습니다.”

* * *

며칠 후, 제갈세가 내원 회의실.

“그럼 이제 비무 대결 준비는 거의 끝났군요. 그 결과는 참혹할 수 있으나, 그래도 하는 데까지는 해봐야겠지요. 더 하실 말씀이 없으시면 회의는 이걸로 마치도록 하지요.”

“제가 잠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회의를 마치려던 가주 제갈명이 나를 바라보았다.

“김 소협. 말씀하시지요.”

“비무 대결과 관련된 중요한 필승 전략이 있습니다.”

“그게 무엇입니까?”

“싸움에 패할 것 같으면. 아니, 더 직설적으로 말씀드릴게요. 혹시라도 대결에서 죽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 팔이든 다리든 한쪽 내어주세요. 될 수 있으면 대결이 바로 끝날 수 있게 무기를 든 쪽의 팔이나 다리라면 더 좋고요.”

좌중의 제갈세가 장로 한 명이 혀를 끌 찼다.

“김 소협. 그걸 누가 모르오? 비무가 사흘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 그걸 지금 무슨 필승 전략이라고 내놓는 것이오?”

“마지못해서 내어주는 것이 아니라, 이기지 못할 것 같으면 망설이지 말고 내어주란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목숨에는 지장이 없되, 대결 지속이 의미가 없을 만한 부위로요.”

제갈세가 사람답지 않게 커다란 덩치를 가진 사내 한 명이 나를 향해 삿대질하며 소리쳤다.

그나마 힘깨나 쓸 것 같이 생긴 이 사내의 이름은 제갈혁. 듣기로는 제갈세가 내에서 3번째로 강한 무공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뭐? 무기를 든 쪽의 팔다리를 내줘? 아니 지금! 끝까지 싸워보지도 않고 무인으로서의 길을 버리고 목숨을 구걸하라는 말을 하는 것이오!”

“죽는 것보다 나으니까요. 그리고 이건 여기 계신 분들만 알고 계십시오. 비무 전까지 절대로 무당파의 귀에 이 얘기가 들어가서는 안 됩니다.”

가주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외부인은 한 명도 참석하지 않은 회의입니다. 여기 모인 모두가 제갈 성씨를 가진 혈족이지요. 말씀해 보십시오.”

“수영아, 보여드려.”

최수영이 테이블 위로 두 손을 올렸다. 최수영의 손에는 하얀색 치료 장갑이 끼워져 있었다.

치료 장갑에서 은은한 붉은 빛이 흘러나왔다.

“어떤 상처든 치료할 수 있는 아이템… 아니, 신물(神物)입니다. 비무 대결이 끝나면 다 치료해 드릴 수 있으니, 적당히 실력을 겨루어 보다가 이길 수 없을 것 같으면 무기를 든 쪽 팔이나 다리를 내어주세요. 그리고 이런 신물이 우리 쪽에 있다는 사실은 비무 대결이 끝날 때까지 절대로 비밀로 해주시고요.”

치료 장갑에서 흘러나오는 은은한 빛을 유심히 바라보던 가주가 물었다.

“아니, 이게 정말 그런 능력을 가진 신물이란 말입니까? 정녕 잘린 팔다리도 다시 붙일 수 있단 말입니까?”

“네. 믿으셔도 됩니다. 이게 제가 말씀드리는 이번 비무 대결의 필승 전략입니다.”

몇몇 제갈세가 사람들이 못 믿겠다는 눈빛을 보냈다.

특히 아까 나에게 삿대질했던 덩치 큰 사내, 제갈혁은 노골적으로 불신을 표했다.

“아니, 화타가 되살아나도 잘린 팔다리는 못 붙이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우리를 현혹하려는 건지 원.”

나는 순간적으로 검을 빼 들고 책상을 넘어 그 사내에게 다가갔다.

아무도 말리지 못할 빠른 움직임이었다.

* * *

4월 21일 김수호 넥시트코인(NXT) 보유 현황

[보유량 9,220개]

[단가 67억 원]

[평가 금액 61조 8천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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