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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코인재벌-131화 (131/200)

131화

【 비무 대결 】

순식간에 가운데 있던 책상을 뛰어넘은 나는 제갈혁의 손목을 낚아챘다.

“뭐, 뭐 하는 것이오!”

“치료가 되는 걸 확실히 봐 두어야 실전에서 덜 망설일 것 같아서.”

나는 마그네타 검을 제갈혁의 손등에 툭 내리쳤다.

“으아악!”

제갈혁의 손이 반으로 갈라졌다.

“수영아, 치료해 줘.”

최수영이 치료 장갑을 사내의 손에 가져다 대었다.

치료 장갑에서 나온 은은한 붉은 빛이 사내의 손을 감싸자, 놀랍게도 반으로 잘린 사내의 손이 다시 붙기 시작했다.

사내의 손이 치료되는 동안 나는 사내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꼭 친절히 대해 주면 사람을 호구로 보는 놈들이 있어. 사람 봐가면서 삿대질하고 소리치고 하란 말이야. 죽기 싫으면.”

제갈혁의 눈썹이 크게 꿈틀했다.

“뭐? 이 미친 자가…….”

나는 제갈혁의 귀를 잡아당기며 다시 속삭였다.

“한마디만 더 소리치면 손등이 아니라 목을 잘라버린다.”

제갈혁의 눈썹은 여전히 파르르 떨리고 있었지만, 더 이상 큰 소리를 내진 않았다.

다혈질이긴 했지만 사리 분별 못 하는 망나니는 아닌 모양이었다.

그사이 제갈혁의 손 치료가 완료되었다.

제갈혁이 놀란 눈으로 흉터도 없이 말끔하게 다시 붙은 자기 손을 바라보며 주먹을 쥐었다 폈다 했다.

나는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제갈혁이 일어나 내 쪽으로 고개를 깊이 숙였다.

“사실이었군. 사과드리오.”

무인으로서의 자긍심이 있고 세가가 무시당하는 것을 못 참는 자. 제갈혁은 그런 인물이었다.

내 말이 사실임을 확인하자 그의 태도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제갈혁은 깊이 숙인 고개를 들어 올리지도 않은 채 말을 이었다.

“너무 터무니없는 얘기라 우리 제갈세가를 놀리는 줄 알았소. 김 소협 같은 귀인과 연을 맺게 되어 영광이오.”

“무례했다면 용서하세요. 눈으로 확실히 봐둬야 실제 비무에서 이 계획을 실행하는 데 망설임이 줄어들 것 같아서 그랬습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팔다리를 안 내어주려다 죽는 것보단 이 작전이 낫겠죠?”

가주 제갈명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정중히 포권을 취했다.

“감사합니다, 김 소협. 정말 우리가 귀인을 만났습니다.”

“제가 안 나타났으면 육십사진 작전이 성공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죠. 어쨌든 이번 비무 대결은 힘을 합쳐 잘해보도록 해요.”

* * *

“애옹!”

“어림없다!”

마쿤쿠가 꽝이의 공격을 피해 검을 빠르게 휘둘렀다.

아직 마의 7분 벽을 깨진 못했지만, 그래도 첫날에 비해 많이 나아진 모습이었다.

오후 내내 훈련하다 보면 5분 이상 버티는 데 서너 번은 성공했다.

타앗.

결국 이번에도 꽝이의 앞발이 마쿤쿠의 목검 끝을 정확히 할퀴고 지나갔다.

꽝이 앞발엔 쥐포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애옹―”

꽝이는 따뜻하게 데워진 바위 위에 올라 만족스럽게 쥐포를 뜯기 시작했다.

“김수호 헌터님, 덕분에 이제 검을 부딪치지 않고 싸우는 법을 조금 알 것 같습니다.”

“다행입니다. 실전에서도 명심하세요. 검기를 두른 상대와 싸울 땐, 무기는 공격용으로만 사용하셔야 합니다.”

마쿤쿠가 목검 끝에 다시 쥐포를 단단히 동여맨 후 검을 휘휘 휘둘러 보았다.

“알겠습니다. 김수호 헌터님께서 알려주신 대로 검기도 조금이나마 써볼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건 요 며칠 연습한다고 되는 게 아니더군요.”

“마쿤쿠 헌터님이라면 곧 검기도 뽑아내실 수 있을 겁니다.”

“엘리엇 헌터님도 함께 이 훈련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요. 제가 말해 봤는데, 혼자 수련하는 게 편하다고 하시더군요.”

나는 마쿤쿠의 어깨를 가볍게 툭 치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아무래도 자존심이 좀 센 분 같죠? 하하.”

“네. 저만 느낀 게 아니었군요. 하하하.”

“쥐포 훈련은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하고, 이제 다시 저랑 대련해 보시죠.”

“네! 감사합니다, 김수호 헌터님.”

* * *

비무 대결 당일.

무당산 태화궁.

“병룡, 또 여기 있을 줄 알았네.”

“진 장로님 오셨습니까.”

“지금 아래는 비무 대결 준비가 한창인데 언제까지 여기 있을 겐가. 차기 장문인으로서 대결이 시작되기 전에 얼굴을 비쳐야지.”

“내려가야겠죠. 영 마음이 내키지 않습니다. 이건 제대로 된 비무 대회가 아니고 시정잡배들이나 할 만한 대결이지 않습니까.”

“어쩌겠는가. 지금은 장문인과 그를 따르는 장로들의 뜻에 따를 수밖에.”

“알고 있습니다. 그저 마음이 착잡할 뿐입니다. 자꾸 신경 쓰이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내려가시죠, 진 장로님.”

하병룡과 진휘강이 오늘 비무 대결을 펼칠 장소인 오룡궁에 도착했다.

대전 앞 드넓은 마당에는 잘 깎은 돌로 만든 비무대가 있었다.

가로세로 각 오십 보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비무대였다.

비무대를 중심으로 북쪽 대전 쪽에는 무당파의 인물들이 자리할 의자와 탁자가 준비되었다.

그 위를 비단으로 만든 고급 천막이 따가운 햇빛을 막아주고 있었고, 탁자에는 간단한 다과도 마련되어 있었다.

반대편 남쪽에는 제갈세가를 위한 자리가 준비되었다. 그곳엔 천막은커녕 탁자도 없었고, 앉을 수 있는 의자만 줄지어 세워 놓았을 뿐이었다.

비무대 서쪽에는 돌계단으로 이루어진 가파른 오르막이 있었고 동쪽은 낭떠러지였다.

대전 뒤편에서는 무슨 축제라도 준비하는 듯 각종 음식 냄새가 퍼져 나오고 있었다.

서쪽 돌계단으로 장문인과 그를 따르는 장로들이 천천히 내려왔다.

하병룡은 계단 위를 향해 포권을 취해 보였다.

“오셨습니까. 장문인.”

“오, 차기 장문인 아닌가. 오늘은 그래도 일찍 나와 있었군. 설마 긴장이 되거나 하는 건 아니겠지?”

“그럴 리가요. 지금까지 비무에서 긴장을 해본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구나. 자, 저쪽에 자리하자. 손님 맞을 준비를 해야지.”

하병룡이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거대 문파와 명문 세가의 비무 대결인데 참관인은 없습니까? 무림맹 사람이나 소림의 장로 몇은 와있을 줄 알았습니다.”

“안 그래도 종남과 화산의 장로들을 몇 명 초대하였다.”

“섬서의 전진교를 멸문시키며 장문인과 사이가 돈독해진 인물들이겠군요.”

“해서, 불만이냐?”

“아닙니다. 장문인.”

* * *

“다 와 가나 봐. 수영아, 재밌겠다. 그치?”

“뭐가요, 언니?”

“비무 대결인가 하는 거 말이야. 싸워서 잘잘못을 가리다니. 정말 특이한 방식이야. 인간들은 정말 재밌어.”

“여기 무림에나 있는 방식이에요. 누가 치고받고 싸워서 이기고 지는 것으로 잘잘못을 가려요.”

웬일로 제임스 중령이 최수영과 스테노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최수영 헌터님. 그렇지 않습니다. 누가 더 노골적이냐의 차이일 뿐, 지구도 싸워서 잘잘못을 가리는 경우는 많습니다. 지난 역사를 보면, 보통 전쟁에서 진 나라가 잘못을 한 나라가 되었죠. 권력의 축이 완전히 이동하기 전까지는요.”

최수영이 흥미롭다는 눈으로 제임스 중령을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이 말도 안 돼 보이는 비무 대결이 결국 지구의 전쟁과 다를 바 없다는 얘기네요?”

“그렇습니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짙게 엮이면 결국 논리보다는 힘의 원리가 작용하게 되는 건 여기나 지구나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듣고 보니 그렇네요. 어쩌면 대놓고 대표자들이 나와서 힘을 겨루는 이곳의 방식이 지구의 전쟁보다 훨씬 발전된 모습일 수 있겠네요.”

“군인으로서 부끄럽지만,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부하들을 사지로 내몰기 전에 권력자들이 앞서 싸우는 건 이제 지구에선 볼 수 없는 모습이니까요. 하하.”

무당파 영역에 들어오고도 한참을 더 오르자 해검지(解劍池)라는 현판이 크게 걸린 관문이 나타났다.

관문을 지나가자 정면에 커다란 연못이 보였다.

동그란 연못 왼쪽으로는 겨우 두세 명이 동시에 지나갈 만한 좁은 길이 나 있었고, 오른쪽에는 오래된 나무가 길을 막고 우뚝 솟아 있었다.

흰 도복을 입고 허리에는 가느다란 검을 찬 무인 여럿이 우리 앞을 가로막고 서 있었다.

가장 앞에 서 있던 중년인이 가볍게 포권을 취한 후 큰 소리로 말했다.

“이곳은 무당산의 해검지입니다. 이 연못 이후로는 외부의 어떤 무기도 가지고 들어갈 수 없습니다.”

해검지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들어서 알고 있었다.

이 이상 무당산에 오르기 위해서는 무당파에 대한 존경의 의미로 모든 병장기를 이곳에 풀어둬야 한다.

“오른쪽에 보이는 괘검수(掛劍樹)에 무기를 걸어두시고 왼쪽 오솔길을 따라 올라가시기 바랍니다.”

엘리엇이 앞으로 나섰다.

참 앞으로 나서기를 좋아하는 인물이었다.

“우리 지구인 헌터들의 무기는 이곳에 걸어놓고 간들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지면 자동으로 우리가 있는 곳으로 이동된다. 그러니 굳이 이곳에 걸어두고 갈 필요가 없다.”

스릉.

순식간이었다.

우리 정면에 있던 무당파 무인들이 동시에 검을 빼 들었다.

빠르면서도 어찌나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는지, 검집에서 검이 빠져나오는 소리가 마치 한 사람이 내는 소리 같았다.

“다시 말씀드립니다. 이유를 불문하고 소지하고 계신 모든 무기는 우측에 보이는 괘검수에 걸어두고 들어가시면 됩니다.”

마쿤쿠가 엘리엇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다시 우리 곁으로 소환 되든 말든 일단 여기 두고 가시죠. 김수호 헌터님에게 전해 들었는데 수백 년을 이어온 전통이라고 합니다.”

엘리엇이 나지막이 읊조렸다.

“멍청한 무림 놈들.”

우리는 모두 무기를 풀어 괘검수에 걸거나 기대 세워 두고서야 연못을 지나갈 수 있었다.

금속 탐지기도 없는데 어찌 알았는지 군 간부들의 품속에 있던 권총까지 꺼내게 했다.

최수영이 옆에 다가와 속삭였다.

“오빠, 그래도 치료 장갑은 안 걸렸다. 하하핫.”

“다행이네. 그건 무기가 아니니까. 하하.”

해검지를 통과한 이후로는 가파른 계단을 따라 한참을 올라갔다.

중간중간 갈래길이 많았는데, 안내자가 없었다면 길을 잃기 딱 좋아 보였다.

“이제 우측에 보이는 계단을 따라 올라가시면 됩니다.”

안내해 주던 무당파 무사가 가리킨 방향을 바라보자 지금까지와는 다른 제법 완만하고 넓은 계단이 보였다.

돌을 대충 깎고 쌓아 만든 지금까지의 계단과는 다르게 평평하게 잘 다듬어진 계단이었다.

계단 위로 올라가니 오룡궁의 드넓은 마당이 보였다. 마당 뒤편으로는 크고 작은 전각이 자리 잡고 있었다.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한참을 올라왔지만, 직선거리는 얼마 되지 않는지 나를 비롯한 헌터들의 N마켓 무기들은 아직 소환되어 오지 않았다.

마당 중심에는 잘 다듬어진 돌을 쌓아 만든 비무대가 있었고, 그 건너편엔 이미 무당파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무당파 장문인으로 보이는 노인이 자리에 앉은 그대로 입을 열었다.

소리친 것도 아니었지만 큰 울림이 느껴지는 음성이었다.

“어서 오시오. 먼 길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소. 그쪽에 준비된 의자에 자유롭게 앉으시면 되오. 뭐 즐거운 잔칫날은 아닌 듯하여 따로 음식은 준비하지 않았으니 양해 부탁드리오.”

따로 음식은 준비하지 않았다는 오룡궁에는 이미 온갖 음식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비무 대결 후에 승리를 축하할 음식이 준비되고 있는 모양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스테노가 가늘고 오뚝한 콧날을 움찔거리며 물었다.

“먹을 것도 주려나 봐? 그래도 완전히 나쁜 사람들은 아니네. 음식 냄새가 엄청 다양해!”

“안 준대요, 언니.”

“안 줘? 그런데 이 냄새는 뭐야?”

“자기들 먹을 건가 봐요.”

“뭐? 여기까지 올라오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 자기들만 먹는다고? 이렇게 냄새를 풍겨 놓고선?”

“그러게 말이에요.”

“치사한 놈들이네? 그럼 비무 대결 빨리빨리 끝내라고 해. 다 돌로 만들어버리기 전에.”

“들었지, 오빠? 언니가 대결 빨리 끝내래.”

“알았어. 내려가면 호북에서 제일 큰 식당에 맛있는 거 사 먹으러 가자.”

스테노가 내 팔짱을 팍 끼며 소리쳤다.

“진짜야? 알았어, 그럼 얌전히 기다릴게.”

최수영이 스테노의 팔을 잡아 빼며 눈을 흘겼다.

“언니, 스킨십 금지라니까.”

“알았어, 알았어. 기분 좋아서 그랬어.”

* * *

4월 24일 김수호 넥시트코인(NXT) 보유 현황

[보유량 9,220개]

[단가 67억 원]

[평가 금액 61조 8천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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