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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코인재벌-135화 (135/200)

135화

* * *

제갈문의 검에도 분명 푸른색 검기가 서려 있었다.

하지만 묵광운이 날린 흰색 검기와 부딪힌 제갈문의 검은 산산이 부서지며 공중으로 뿌려졌다.

그럼에도 묵광운의 검기는 전혀 기세가 줄어들지 않았다.

그의 검기는 제갈문의 어깨에 깊은 상처를 내고 지나갔다.

검은 산산조각이 나고 왼쪽 어깨부터 오른쪽 허리까지 긴 상처를 입은 제갈문은 맨손으로 묵광운에게 달려들었다.

제갈문의 양손에서 장력이 발산되었다.

하지만 그의 장력은 묵광운의 검에 의해 간단히 차단당했다.

묵광운의 검이 다시 제갈문의 몸에 기다란 상처를 남겼다.

두 상처 모두 뼈가 보일만 한 위중한 상처였지만 제갈문은 여전히 몸을 날려 묵광운에게 달려들기를 반복했다.

“크윽.”

결국 두 번의 검상을 더 입은 제갈문이 땅에 무릎을 꿇었다.

그의 입에서 붉은 선혈이 터져 나왔다.

“아, 아직 안 끝났다!”

부들거리는 무릎을 양손으로 부여잡으며 제갈문이 겨우 다시 일어섰다.

묵광운이 입을 열었다.

“방에 틀어박혀 기문진법 연구나 하는 줄 알았더니 제법 투지가 있었군. 이제 가라, 제갈문. 마지막 가는 모습이 무인으로서 나쁘지만은 않구나.”

묵광운의 검 끝에서 마지막 새하얀 검기가 뿜어져 나왔다.

새하얀 검기는 안 그래도 바람 앞에 힘없이 흔들리는 촛불의 심지를 끝내 베어버렸다.

악착같이 버티던 제갈문의 몸이 스르르 무너져 내렸다.

몇몇 제갈세가 무인들은 끝내 참지 못하고 눈물을 보이기까지 했다. 가주 제갈명도 마찬가지였다.

비무대가 치워지고 난 후,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상대는 5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중년인이었다.

귓불이 크고 둥글둥글한 눈코입 생김새는 무인이 아니라 학자를 보는 듯했다.

중년인이 공손하게 포권을 취해 왔다.

“도사의 길을 걷고 있는 하병룡이라고 합니다. 오늘 한 수 가르침을 청합니다.”

“저는 김수호입니다. 어쩌다 보니 저희가 마지막 무대네요?”

“부족한 저에게 문파가 거는 기대가 커서 그러니 김수호 소협의 너른 이해 부탁드립니다.”

“저희 쪽에 배고픈 일행도 있고, 빨리 끝내고 식당에 가기로 해서요. 바로 시작하시죠.”

내 말을 들은 하병룡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요사스러운 기운을 내뿜는다 들었는데 실제로 마주 서니 전혀 그래 보이지 않는군요.”

“요사스러운 기운이요?”

얼마 전 유기문 장로에게 한 번 쏘아 보냈던 마그네타 검의 검기를 보고 하는 말 같았다.

“아, 그 검기 말씀이시군요. 해검지에 검을 풀어두고 와서 아쉽게도 여기선 요사스러운 기운을 내뿜지 못하겠네요. 하하.”

“무기에서 나오는 기운이었습니까? 어쨌든 시작하시지요. 제가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하병룡의 발끝이 커다란 원을 그리며 차분하게 내 쪽을 향했다.

차기 장문인이라더니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가 제법이었다.

물처럼 흐르는 것 같으면서도 바위처럼 단단한 기운이었다.

하병룡의 검 끝이 춤추듯 나에게 다가왔다. 앞선 비무에서 무당파 천호원 장로가 제갈혁에게 보여주었던 그 태극혜검이었다.

제자리에 선 채 가볍게 하병룡의 검을 몇 차례 막아냈다.

정말 신묘한 검법이었다. 방어를 하는 내가 아니라, 공격하는 하병룡의 검이 내 검을 빗겨내고 흘려내고 있었다. 마치 내 검이 어디로 올지 다 예상하는 것 같은 움직임이었다.

지난번 무림 행성에 왔을 때도 여러 무림인과 검을 맞대보았지만, 이 검법의 완성도는 정말 남달랐다.

하병룡은 그저 초식에 따라 몸을 움직일 뿐이었고, 내 검 또한 그 초식에 딸려 들어가 검법의 의지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이렇게 평범한 대응으로는 반격한다거나 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다. 그야말로 완벽한 검법.

좀 더 지켜보면서 파훼법을 찾아볼 수도 있었지만, 이 오만한 무당파 사람들에게 지구인의 힘을 한 번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후 이곳에 남을 지구인들을 위해서도 그게 나을 것 같았다.

생각을 마치고 검을 든 손에 내력을 밀어 넣자 푸른빛 검기가 뿜어져 나왔다.

놀란 하병룡이 서둘러 자기 검에도 내공을 불어넣었다.

새하얀 빛의 검기로 검을 감싼 채 다시 검법을 펼쳐 들어왔지만, 이번에는 그의 검법에 휘말려 주지 않았다.

대신 그저 좌에서 우로. 검을 크게 휘둘렀다.

비무대를 가득 메울 듯한 기세로 나에게 접근하던 태극혜검은 내 간단한 가로 베기에 그 흐름이 끊어져 버렸다.

하병룡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검에 내공을 더 불어넣었는지 하병룡의 검이 두 배는 길어졌다.

다시 한번 그의 검이 사방을 포위하며 나에게 날아들었다. 한 사람이 아닌 검을 든 수십의 무사를 상대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의 검법은 나에겐 전혀 위협이 될 수 없었다.

이번엔 위에서 아래로.

그렇게 빠르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강맹한 기운을 품은 일격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 간단한 휘두름에 하병룡이 펼치던 검법은 또 그대로 부서지고 말았다.

뒤로 물러선 하병룡이 놀란 눈으로 물었다.

“김 소협. 검법이나 검식이 필요한 단계는 이미 아득히 넘으신 것 같습니다.”

“특별히 익혀본 적도 없습니다.”

* * *

하병룡에게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무당의 진식 검법인 태극혜검을 그 누구보다 정교하게 펼쳐낼 수 있다 자신한 하병룡이었다.

비록 쌓은 내공의 크기가 달라 지금은 장문인이나 몇몇 장로들은 이길 수 없겠지만, 순수 검법만으로는 솔직히 무당파 내에 자신의 적수가 없으리라 여겨질 정도였다.

겸손한 성정 탓에 한 번도 이런 생각을 입 밖에 낸 적은 없지만, 스스로는 분명히 느끼고 있는 바였다.

그런데 자신의 눈앞에 여유롭게 서 있는 지구인은 단 한 번의 베기 동작으로 태극혜검을 완벽히 파훼했다.

아니, 저건 파훼가 아니었다. 그저 검법을 베어낸 것뿐.

엄청난 쾌검도 아니었고, 압도적인 힘으로 밀어붙인 것도 아니었다.

하병룡은 이번엔 정형화된 검법에 의지하지 않은 채 자유로운 검을 펼쳐보았다.

콰앙.

그의 검과 맞부딪치자 엄청난 충격과 함께 하병룡의 몸이 뒤로 밀려났다.

여전히 그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을 뿐.

‘검에 있어서는 내가 결코 넘어설 수 없는 자로구나.’

그저 휘두르는 것인 줄 알았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검로를 만드는 자!’

초식을 배우고, 검법을 익히고, 검로에 익숙해지고, 자신과 맞는 최적의 검로를 찾고, 마침내 검과 몸이 하나가 되는 경지에 이르기까지.

검을 든 무인이라면 평생을 바쳐 이뤄야 할 성취의 단계였다.

하지만 지금 하병룡이 겪은 저 지구인의 검은 그 모든 것들을 부정하고 있었다.

지극히 단순한 움직임이었지만 그의 검은 최적의 검로를 따르는 것이 아닌, 스스로 검로를 만들어내는 움직임이었다.

그가 베고자 하면 베어지는 것이었고, 그가 막고자 하면 막히는 것이었다.

그의 움직임이 곧 검로였고, 그가 휘두르는 검이 곧 그의 의지였다.

“김 소협. 이곳엔 검을 들고 당신을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 같습니다. 감히 요청하건대, 검을 내려놓고 비무 대결을 해봐도 되겠습니까?”

* * *

어처구니없는 요청이었다.

검을 들고는 질 것 같으니 둘 다 검을 내려놓고 싸우자?

하지만 그의 표정과 말투에는 진지함을 넘어선 무언가가 있었다.

“좋습니다. 편하실 대로 하세요.”

하병룡이 먼저 자신의 검을 내려놓았다.

나도 그를 따라 검을 내려놨다.

이번엔 육탄전.

하병룡이 빠르게 다가와 주먹과 발을 날리기 시작했다.

몇 번 받아주다가 손바닥을 펼쳐 그의 가슴팍을 후려쳤다.

퍼엉.

내 손바닥에 맞은 하병룡은 한참을 뒤로 날아간 끝에 겨우 멈추어 섰다.

“역시. 검로를 만드는 자가 맞으셨군요. 애써 제 가슴을 쳐내기 위해 빈틈을 찾으신 것도 아니시지요?”

“계속 얻어맞을 순 없으니 반격했을 뿐입니다.”

“방금 제가 펼친 권법과 각법 역시 빈틈이 그리 쉽게 보일 수 없는 초식이었습니다. 소협의 의지가 곧 길을 만들고 소협의 움직임이 그 길 위를 수놓는군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가르침을 요청드립니다.”

하병룡이 두 팔을 크게 벌려 8자로 서서히 휘저었다.

그의 앞에 마나가 태극 모양으로 모여드는 게 보였다. 이번 차례는 내공 대결인 모양이었다.

이번엔 내가 먼저 가볼까.

오른손에 내력을 집중해 하병룡의 기운이 모여드는 곳을 향해 장력을 날렸다.

놀랍게도 용맹한 위력으로 날아가던 내력이 태극 모양으로 휘몰아치는 기운에 닿자 빙빙 돌면서 사라져 버렸다.

이번엔 그가 나에게 장력을 쏘아냈다.

부드럽게 물결치던 태극무늬가 순식간에 단단하게 뭉쳐지더니 나에게 날아들었다.

급히 실드 마법을 전개했다.

콰앙.

제법 두껍게 전개했던 실드 마법이었는데도 한 방에 깨져버렸다.

부딪친 충격이 컸는지 하병룡이 쏘아낸 장력도 함께 터져 나갔다.

그는 다시 주변의 기운과 자신의 내공을 하나로 모아 빙빙 돌리기 시작했다.

이번엔 나도 주변의 마나를 흡수했다.

대천흑룡을 쏘아낼 때처럼 내력과 마나를 동시에 운용해 하병룡에게 날렸다.

힘을 과하게 썼다간 이 연무장이 통째로 날아가 버릴 수도 있었기에 어느 정도 힘 조절은 해서 기운을 내보냈다.

콰과과.

대천흑룡만큼은 아니지만 강렬한 기운이 내 양팔에서 뻗어 나가 하병룡을 덮쳐 갔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처음엔 내 기운이 그의 태극 무늬에 빨려 들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이번엔 기운의 크기가 너무 달랐다.

퍼엉.

하병룡이 모으던 기운은 공중으로 산산이 흩어져 버렸고 그는 아직 힘이 남아 있는 내 기운을 온몸으로 받아야만 했다.

콰앙.

한참을 뒤로 날아간 하병룡은 비무대를 넘어 서쪽 절벽 돌계단에 가서 처박혔다.

돌계단 일부가 무너지며 돌 먼지가 휘날렸다.

모두가 놀란 눈으로 하병룡이 날아간 쪽을 바라보고 있었고,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물론 놀란 이유는 조금 달랐다.

그렇게 세게 하진 않았는데… 혹시 죽었나?

잠시 후, 하병룡이 무너진 돌 무리를 헤치며 밖으로 나왔다.

머리와 옷은 엉망이 됐지만 의외로 몸은 멀쩡해 보였다.

비무대 위로 뚜벅뚜벅 걸어 올라온 하병룡이 입을 열었다.

“손속을 봐주신 게 맞지요?”

“전력을 다하진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이 정도의 내공이라니……. 김 소협의 내공이 몇 갑자나 되는지 저는 도저히 감도 오지 않습니다.”

“몇 갑자니 하는 건 잘 모릅니다.”

“혹 생사현관도 이미 타통하셨는지요?”

“그것 역시 잘 모르지만, 천마신교의 장로들 말로는 그런 것 같다고 하더군요.”

“엄청난 분을 몰라뵙고 무당파가 결례를 범했습니다. 부디 넓은 아량 부탁드립니다. 제가 졌습니다, 김 소협. 목숨을 거두시든 사지를 자르시든 마음대로 하십시오.”

그때 무당파 장문인 황운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병룡! 네놈이 무언데 무당파가 결례를 범했느니 뭐라느니 지껄이는 것이냐! 그리고 졌다니! 아직 승부가 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포기하는 것이냐!”

무당파 진영 쪽으로 천천히 고개를 돌린 하병룡이 답했다.

“장문인. 여기 계신 김 소협은 이미 입신의 초입에 드신 것 같습니다. 어디 감히 저 같은 필부가 상대나 되겠습니까?”

“차기 장문인이라는 자가 제대로 싸워보지도 않고 그딴 소릴 지껄이는 것이냐! 아니지. 무당파를 대표해 용서를 구하는 걸 보니 이미 마음속엔 네놈이 장문인이로구나.”

“그건 용서해 주십시오. 장문인께서 내려오신다 한들 김 소협을 당해 낼 수 없을 것 같기에 제 선에서 수습해 보려 했음일 뿐입니다.”

하병룡이 다시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제 수급이든 사지든 원하시는 건 모두 내어드릴 테니 부디 여기서 무당과의 일은 매듭을 지어주시기를 바랍니다. 김 소협.”

그때였다.

황운걸 장문인이 몸을 띄워 비무대를 향해 날아왔다.

* * *

4월 24일 김수호 넥시트코인(NXT) 보유 현황

[보유량 9,220개]

[단가 67억 원]

[평가 금액 61조 8천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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