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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코인재벌-146화 (146/200)

146화

* * *

뒤늦게 스테노와 에우리알레가 황금 날개를 펄럭이며 땅으로 내려왔다.

“으악!”

디아스는 두 괴물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 뒤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스테노가 물었다.

“쟤 다 구해 준 것 같은데 안 가? 파르테논 신전까진 아직 한참 남았어.”

“가야지, 언니. 여기 예의 바른 소년이 자기소개를 하길래 우리도 이름 정도 알려주고 있던 참이었어.”

최수영의 대답을 들은 스테노가 디아스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밝게 웃었다.

“그래? 안녕, 예의 바른 소년. 나는 스테노야.”

머리 위엔 수백 마리의 녹색 뱀. 쭉 찢어진 입에 날름거리는 뱀의 혀. 몸에는 그 모습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꽃무늬 원피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디아스는 스테노의 말을 들은 건지 만 건지 이빨을 딱딱 소리가 나게 부딪치며 뒤로 조금씩 물러날 뿐이었다.

그때 최수영이 물었다.

“그런데 디아스, 너는 파르테논 신전에 왜 가는 거야?”

디아스는 최수영의 물음에도 여전히 두려움에 떨고 있을 뿐이었다.

그 모습을 본 스테노가 인간의 모습으로 변했다. 스테노가 변신하자 에우리알레도 따라서 인간의 모습을 했다.

스테노가 말했다.

“이게 우리 본모습이란다. 호호호. 너무 겁먹지 마, 얘야.”

에우리알레가 옆에서 스테노의 옆구리를 툭 쳤다.

“이게 우리 본 모습이었어?”

스테노가 대답했다.

“나도 몰라. 넌 뭐가 본 모습이었는지 기억나?”

“하긴, 나도 기억 안 나. 그냥 아무도 가까이 오지 않을 만한 모습을 더 오래 하고 있었을 뿐이지.”

스테노와 에우리알레가 대화하는 동안 나는 디아스에게 다가가 그를 일으켜 세워주었다.

“겁먹지 마. 다시 봐봐, 예쁜 누나들이잖아.”

“그, 그러네요. 저주에 걸린 건가요?”

“뭐, 그렇다고 해 두자.”

“그런데 여러분도 파르테논 신전에 가시는 길인가요?”

최수영이 답했다.

“응. 그리고 내가 아까 너는 왜 파르테논 신전에 가냐고 물었는데, 이제 진정됐으면 대답해 줄래?”

“아… 네! 실은 우리 마을에 역병이 돌았거든요. 너무 지독한 역병이라서 주변 큰 도시의 신관과 의사들을 데리고 가봐도 소용이 없었어요. 아! 걱정 마세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저는 역병에 걸리지 않았으니까요.”

“그래서 제일 큰 신전인 파르테논 신전에 가려던 거야?”

“네.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제가 우리 마을 사람들의 마지막 희망이에요. 반드시 역병을 고칠 방법을 찾아서 돌아가야만 해요.”

“기특하네.”

갑자기 디아스의 눈빛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저 좀 데려가 주시면 안 돼요? 아까 들어보니 여러분도 파르테논 신전에 가는 길이라면서요! 막 하늘을 날아서 가시는 것 같던데. 제발요. 무작정 길을 나서긴 했지만 조금 전 오르토스들을 만난 일도 그렇고, 저 하나 잘못되는 건 상관없지만… 그럼 우리 마을 사람들이 모두 죽어요. 제발 저도 같이 데리고 가주세요. 네?”

“사정은 딱하지만, 우리도 뭐 평범한 일로 거길 찾아가는 중은 아니라서. 오히려 우리랑 다니면 더 위험할 수도 있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도울게요! 네? 제발요.”

이번엔 내가 나서 소년을 진정시켰다.

“진짜 우리 가는 길이 위험해서 그래. 너무 바쁘기도 하고. 미안하다.”

“가다가 죽어도 원망하지 않을게요! 짐도 제가 다 들고, 또… 아! 저 요리도 잘해요!”

순간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스테노와 나의 눈이 마주쳤다. 물론 스테노의 눈동자가 보이지는 않았지만 눈이 마주쳤다는 건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다.

‘요리?’

“요리?”

속으로 생각한 건 나였고 소리 내서 말한 건 스테노였다.

“네! 우리 마을 최고의 요리사에게 직접 배웠거든요! 요리라면 정말 자신 있어요.”

최수영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나와 스테노를 번갈아 가며 쳐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어? 뭐야, 두 명. 무슨 생각하는 거야? 안 돼. 히드라가 떼로 달려든 게 바로 어제 오후야. 이제 또 뭐가 달려들지 모르는데 이런 어린 소년을 데리고 다닌다고? 안 돼. 너무 위험해.”

다급해진 디아스가 옆에 메고 있던 가방에서 다양한 모양의 풀을 꺼내 보여주었다.

“요리와 함께 약초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어요! 이거 보세요! 이건 배가 아플 때 쓰는 약초이고, 이건 멍든 데 즉효예요. 그리고 이건 졸음을 달아나게 해주는 풀이고 이건 피부를 탱탱하게…….”

최수영이 물었다.

“뭐?”

갑자기 진지해진 최수영의 목소리에 디아스가 주눅이 든 소리로 말을 이었다.

“약초 말고도 또…….”

“아니, 약초. 마지막에 뭐라고 했어? 피부가 뭐라고?”

디아스가 연분홍색 말린 꽃잎을 최수영에게 내밀며 설명했다.

“아, 이건 올로시아라는 꽃잎인데 이걸 물에 개서 바르면 피부가 갓난아기처럼 탱탱해지는 효과가…….”

“오빠, 얘가 아니면 마을 사람들 다 죽는다잖아.”

“응?”

“기특하잖아. 데리고 가자. 혼자 가다가 또 오르토스 같은 몬스터를 만나면 어떡해.”

최수영이 디아스의 어깨에 팔을 올리고 작은 소리로 물었다.

“너, 그런 꽃잎이나 풀 또 아는 거 있어?”

“있죠. 구하기 힘들지만 타르민이라는 것도 있고……. 우리 마을에 가면 말려 놓은 약초들이 꽤 있어요.”

“마을에 돌아가려면 역병부터 해결해야겠네?”

“…네.”

그때 스테노가 말했다.

“그래. 이 어린애가 마을 사람들을 위하는 마음이 얼마나 착해. 데리고 가자.”

나도 동의했다.

“그래. 정 위험한 상황이 오면, 누구 한 명이 멀찌감치 데려다 놓고 오지 뭐.”

아무것도 모르는 에우리알레가 손뼉을 짝짝 치며 웃었다.

“어머, 다들. 정말 마음씨가 착하구나? 좋아! 나도 찬성! 우리 넷이 얘 하나 못 지켜주겠어? 마침 목적지도 같잖아. 파르테논 신전.”

…그렇게 갑자기 우리의 파르테논 신전행 동행자가 생겼다.

* * *

“다 됐습니다!”

“와아!”

스테노가 가장 먼저 박수를 짝짝 치며 디아스에게 다가갔다.

숲 속 주인 없는 빈 오두막.

내가 잡아 온 멧돼지로 디아스가 저녁 식사를 준비했다.

두툼한 목살 스테이크, 얇게 썬 베이컨 구이, 각종 야채와 향신료로 맛을 낸 돼지고기 스튜.

스테이크를 한 입 베어 문 스테노가 소리쳤다.

“야! 너 뭐야!”

깜짝 놀란 디아스가 이내 풀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맛이… 없나요?”

“아니? 맛있어! 이거 지구 레스토랑에서 먹은 것보다 더 맛있는데?”

이번엔 최수영이 스테이크를 한 점 집어 들며 스테노에게 물었다.

“언니, 진짜? 그렇게 맛있어?”

“응! 먹어봐, 수영아.”

고기를 입에 넣고 두어 번 오물거리던 최수영 역시 같은 반응.

“뭐야! 이거 진짜 맛있네? 뭐 어떻게 한 거야?”

“돼지비계만 모아 따로 튀겨서 기름을 만들었어요. 그 기름에 돼지고기를 구우면 고소함과 육향이 배가 되죠. 그리고 이 근처에서 구할 수 있는 향신료랑 제가 가지고 있던 약초들을 배합해 가구로 만들어서 뿌렸어요.”

나도 스테이크를 한 점 먹어보았다.

겉은 크리스피 하고 속은 선분홍색으로 촉촉하게 익어있었다. 정확한 미디움 정도의 굽기. 돼지기름을 따로 만들어 거기에 겉을 튀기다시피 구워냈는데, 그래서인지 고소함이 정말 일품이었다.

“뭐야? 너 요리 진짜 잘하잖아?”

그제야 표정이 풀린 디아스가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하하하. 제가 잘한다고 했잖아요. 데리고 다니길 잘했죠? 다른 것도 먹어보세요.”

얇게 썰어 구워낸 베이컨은 적당한 양념으로 한국 삼겹살과 서양 베이컨의 딱 중간 정도의 오묘한 맛을 내는 요리가 되어 있었다.

내가 멧돼지를 잡아 오는 동안 이 근방에서 구했다는 야채들로 끓은 스튜 또한 굉장히 훌륭했다.

분명 토마토가 없었을 것인데 토마토를 오래 끓였을 때 나오는 깊은 단맛과 감칠맛이 국물에서 터져 나왔다.

“디아스 너 뭐야? 요리사 해야겠는데? 이게 이 산중에서 급히 구한 재료들로 만든 거라니?”

“사실 좀 신경을 많이 쓰긴 했죠. 절 데려가 주신다니까 이런 거로라도 보답해야죠. 저 혼자 걸어갔으면 왕복 반년도 넘게 걸렸을 거예요. 게다가 무사히 살아서 다녀올 수 있다는 보장도 없고. 그럼 우리 마을 사람들은 모두…….”

밝게 웃던 디아스의 표정에 갑자기 그늘이 생겨났다.

스테노가 디아스의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 이거 먹고 힘내서 내일 또 빨리 날아가자. 내일은 내 등에 탈래?”

“아… 그…….”

디아스는 아직 괴물로 변신한 스테노와 에우리알레를 무서워하고 있었다.

인간의 모습일 때는 제법 살갑게 대화도 나누고 했지만, 하늘을 날기 위해 변신을 할 때면 아직도 몸을 벌벌 떨며 두려워했다.

평범한 시골 마을의 소년이라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나마 인간의 모습일 때 대화 정도를 나눈다는 것만으로도 디아스는 꽤 담력이 좋은 소년에 속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애옹-”

디아스의 다리 밑에서 꽝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마침 잘 되었다는 듯 디아스가 화제를 돌렸다.

“수호, 그런데 이 고양이, 고기 조금 줘도 돼요?”

“응, 줘도 돼.”

“자, 고양아, 너도 고기 좀 먹어.”

“이름은 꽝이야.”

“꽝이요? 자, 꽝이야. 이거 먹어.”

“애옹-”

디아스는 밝은 금발 머리를 한 중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소년이었다.

예전 테라 행성에서 만났던 폴보다도 어려 보이는 외모.

하얀 피부를 가지고 있었지만, 밖을 돌아다니는 걸 좋아했는지 광대와 코에는 주근깨가 많이 나 있고 햇빛을 많이 받은 부위의 피부가 좀 붉게 물들어 있기도 했다.

큰 눈과 오뚝한 콧날. 주근깨와 붉은 피부가 아니었으면 지금보다 훨씬 잘생겨 보일 만한 소년이었다.

키는 최수영보다 조금 작은 걸 보니 165센티미터정도 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요리를 굉장히 잘했다.

“내일 아침은 적당히 빵으로 때우고. 점심엔 뭐 해줄 거야, 디아스?”

“수호, 뭘 잡아다 줄 건데요? 거기에 따라 다르죠.”

“뭘 잡아 오든 요리를 할 수 있다는 거지?”

“오늘은 운 좋게 빈 오두막을 찾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오늘처럼 여러 가지의 음식을 내놓긴 힘들 거예요. 하지만 모닥불에 굽는 고기는 또 그 나름의 맛과 향이 있으니까요.”

* * *

“디아스! 내 뒤로 와!”

“크와아앙.”

이번엔 날개 달린 사자였다.

어찌나 몸놀림이 빠른지 조금 전에는 최수영과 나 사이에서 얼어붙어 있는 디아스가 물려갈 뻔했다.

퉁.

최수영의 활시위가 풀어지는 소리가 날 때마다 사자의 몸통에 얇은 화살이 깊게 박혀 들어갔다.

하지만 놈들은 빠르기만 한 것이 아니라 화살이 수십 개는 꽂혀야 그제야 땅에 풀썩 쓰러졌다.

그런 놈들 수십 마리가 우리를 에워싸고 있었다.

디아스가 덜덜 떨며 내 등 뒤에 달라붙었다.

그런데 디아스를 이토록 덜덜 떨게 만드는 건 날개 달린 사자의 커다란 이빨이나 위협적인 발톱이 아니었다.

눈.

수십 마리의 날개 달린 사자의 눈이 모두 텅 비어 있었다. 마치 누군가 억지로 눈알을 모두 뺀 느낌. 상처도 아직 아물지 않은 터라 뻥 뚫린 눈 아래로는 되직한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렇게 눈먼 사자들 수십 마리가 예민한 감각과 후각을 바탕으로 우리를 공격해 왔다.

청동 주먹으로 사자의 턱을 날려버린 스테노가 말했다.

“어차피 우리한테 보내면 모두 죽거나 돌이 되긴 할 거지만, 이건 좀 너무 잔인한 거 아니야? 미리 눈을 파버리고 보내다니.”

“포세이돈이 직접 이랬을까?”

“그 정도로 가까이 있거나 한가했다면 그냥 직접 우리를 죽이러 왔을걸? 포세이돈의 부하가 한 짓이겠지.”

“아, 포세이돈이 바빠?”

“당연하지. 바다의 신인걸. 신들은 다들 생각보다 바빠. 이 신 저 신에게 일을 전부 떠밀어 둔 제우스 정도를 빼면 말이지.”

“다행인 건가? 그래서 포세이돈이 바로 우리를 잡으러 못 오는 거구나?”

“아마도. 하지만 그 성격에, 곧 시간을 내서 찾아오긴 할 거야. 우린 그 전에 수호 네 말대로 반드시 그를 상대할 방법을 찾아놔야 해.”

* * *

5월 28일 김수호 넥시트코인(NXT) 보유 현황

[보유량 211,430개]

[단가 67억 원]

[평가 금액 1,416조 6천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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