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메타버스 코인재벌-147화 (147/200)

147화

* * *

“디아스! 수영이 옆에 바짝 붙어 있어!”

“네, 네!”

날개 달린 사자들은 몸놀림이 제법 빨랐지만, 이번에도 역시 상대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게다가 두 눈도 다 뽑혀 있는 상태.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날개 달린 사자를 모두 처리했다.

“디아스, 그럼 오늘 점심은 사자 고기야?”

“네? 여기서 쉬다가 가실 건가요? 그럼 얼른 준비할게요.”

“그래. 여기서 밥 먹고 다시 출발하자.”

스테노가 옆으로 와 물었다.

“날개 달린 사자 고기는 무슨 맛이려나?”

“육식 동물 고기는 원래 누린내가 좀 심해요. 그래서 오늘 점심으로는 야채와 향신료를 많이 넣은 스튜를 준비할 거예요.”

“나는 고기는 굽는 게 더 좋긴 하지만, 디아스가 알아서 맛있게 해주겠지 뭐. 지금까지 한 번도 디아스의 요리가 실패한 적은 없었으니까.”

최수영과 함께 불을 피울 준비를 하다가 디아스 쪽을 바라보았다. 우리를 공격해 왔던 날개 달린 사자가 보통 짐승은 아니었기 때문에, 디아스는 아직 가죽에 칼도 넣지 못하고 혼자서 낑낑대고 있었다.

“디아스, 그렇게 해서 가죽이 벗겨질 리가 없지. 도와달라고 하지 왜 혼자 그러고 있어?”

“데리고 가 주시는 것도 감사한데 요리라도 제 혼자 힘으로 해보려고…….”

“단검 이리 주고 옆으로 좀 비켜봐. 해체만 도와줄게.”

디아스가 들고 있던 단검을 받아 날개 달린 사자를 해체하기 시작했다. 가죽이 어찌나 단단한지 단검에 검기를 발현시키고서야 베어졌다.

고기를 해체하는 나를 바라보던 디아스가 물었다.

“그런데 도시나 마을은 왜 전혀 들르지 않고 이런 산 위로만 이동하는 거예요? 사람들이 사는 곳에 가면 주방을 빌려 더 훌륭한 요리를 준비할 수 있을 텐데요. 며칠 전 빈 오두막에서 했던 것처럼요.”

“포세이돈이 보내는 몬스터들이 밤낮없이 우리한테 달려들고 있으니 그렇지. 괜한 사람들까지 피해를 보게 할 순 없잖아? 너 오르토스들에게 잡아먹힐 뻔한 거 벌써 잊었어? 그게 다 우리 때문이라니까.”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불편을 감수하는 거군요. 도시를 만나면 빙 돌아가느라 심지어 이동 시간도 더 길어지는데요.”

“당연한 거 아니야? 아무 상관 없는 사람들을 이 난리 통에 끼어 들일 필요는 없잖아.”

“그런가요? 그렇지 않은 신… 아니, 인간들도 많이 있어서요. 특히나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에는요. 대부분 자신의 안위부터 생각하죠.”

“너야말로 마을 사람들을 위해서 이 위험한 여행길에 망설임 없이 올랐잖아. 자신의 안위와는 상관없이.”

“마을 사람들은 제가 아는 사람들이잖아요. 수호가 피해 주지 않으려고 피해 다니는 도시나 마을의 사람들은 수호랑 전혀 모르는 사람이고요.”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해서 그 사람의 삶이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지.”

“…그렇군요.”

“자, 해체 끝! 이제 요리는 너한테 맡긴다. 나는 다시 불 피우러 갈게.”

“수호는 이 일행의 리더인데도 아무렇지 않게 이런저런 허드렛일을 같이하는군요.”

“뭐래. 여기 리더가 어딨어.”

“그런가요?”

“오늘따라 이상한 걸 많이 묻네. 스튜 맛있게 끓일 궁리나 해. 불 피워두고 나서 채소 손질해 줄 테니까.”

* * *

육식 동물 고기는 누린내가 많이 난다더니, 디아스가 끓여준 스튜에서는 아무런 불쾌한 향이 나지 않았다.

이번에도 어찌나 달라고 보채던지, 꽝이에게도 작은 그릇에 고기 위주로 스튜를 담아주었다. 꽝이는 마치 맛을 음미하기라도 하듯 혀를 천천히 놀리며 스튜를 먹기 시작했다.

스테노가 제일 먼저 한 그릇을 다 비우고 디아스에게 빈 그릇을 내밀었다.

“정말 대단해. 모닥불에 끓인 스튜가 이렇게 맛있다니. 나 한 그릇 더 줘.”

“빈 오두막에서 큰 냄비를 사 오길 잘한 것 같아요.”

다시 스튜가 가득 찬 그릇을 받아든 스테노가 물었다.

“사 오다니? 아무도 없던 오두막에서 냄비를 어떻게 사 와? 그냥 훔쳐 온 거 아니야?”

“아니에요. 수호가 주방에 금화를 두고 나왔는걸요. 우리 숙박비까지 포함이라면서.”

“그래? 김수호답네.”

“맞아요. 저도 놀랐어요. 먼지가 쌓인 걸 보니 주인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지경이던데요.”

이번엔 최수영이 답했다.

“어디 여행을 떠난 걸 수도 있잖아. 남의 걸 마음대로 가지고 나올 수는 없지.”

“그렇긴 하지만, 그 금화 하나면 오두막을 통째로 사고도 남을 텐데요.”

“대신 우린 이렇게 맛있는 스튜를 먹을 수 있게 됐잖아? 그럼 됐지 뭐. 충분히 금화 한 잎 가치는 하는 거 같은데.”

스테노가 한쪽 손을 들며 말했다.

“찬성. 이 냄비가 없었으면 지금 누린내 나는 고기를 억지로 구워 먹고 있었을 거 아니야? 이건 금화 한 개 가치 이상이지.”

“스테노, 그건 그렇고. 우리 이 속도대로면 내일쯤은 파르테논 신전에 도착할 수 있겠지?”

“음, 전투를 또 네다섯 번 치른다고 치면 어쩌면 모레쯤? 빠르면 내일 늦게 도착할 수도 있고.”

“생각보다 일정이 길어졌어. 그래도 아직 포세이돈이 직접 나타나지는 않아서 다행이야.”

디아스가 물었다.

“수호, 스테노. 마저 식사하면서 그 이야기 좀 들려줄 수 있어요? 카리브디스를 돌로 만들어버린 이야기요.”

“아, 그거? 나는 그냥 두고 가자고 했는데, 수호가 사람들 다치지 않게 굳이 처리하고 가겠다고 해서.”

“아니, 바닷물을 다 빨아들였다가 뱉어내는 그런 무지막지한 괴물을 어떻게 거기 그냥 둬. 먹을 게 없어지면 강물 타고 바다로 나갈 거 아니야.”

스테노가 남은 스튜를 마저 비워내며 대답했다.

“어쩔 수 없는 거지 뭐. 재수 없는 선원들은 잡아먹히는 거야. 육지로 올라와서 사람들을 헤칠 것도 아니니까 그냥 잘 피해 다니다가 재수 없으면 잡아먹히는 거지.”

“그러니까 그냥 놔둘 수가 없는 거야.”

“그러다 너 죽을 뻔한 건 알고?”

“스테노 덕분에 잘 처리하긴 했지만, 안 도와줬어도 어떻게든 처리했을 거야.”

“웃기네. 그럴 것 같아 보였으면 내가 미쳤다고 포세이돈의 딸을 돌로 만들었겠냐? 그래서 지금 이렇게 포세이돈한테 쫓기는 신세가 되었는데.”

우리 대화를 듣던 디아스가 말했다.

“그러니까 수호는 자기가 질 수도 있는데도 사람들을 위해 그 괴물을 처리하려고 한 거고, 스테노는 포세이돈한테 걸리면 이렇게 될 걸 알면서도 수호를 위해 도움을 준 거네요?”

“뭐, 굳이 말하자면 그렇지.”

“난 몰랐어. 알았으면 스테노 네가 못 끼어들게 했을 거야.”

“내가 안 끼어들었음 너 그날 죽었다니까. 지금은 몰라도 그때의 너는 카리브디스 못 이겨.”

“원래 그러면서 성장하는 거야. 네가 안 도와줬어도 무슨 방법을 찾아냈을걸?”

“됐어. 다 지난 얘기. 어쨌든 우리 둘 다 아직 살아 있잖아? 하하핫.”

“그래. 그럼 됐지. 이제 포세이돈을 어떻게 할 방법만 찾아내면 되겠네. 아무래도 정면 대결을 하는 건 무리일 테고, 어떤 방법이 있으려나? 역시 협상뿐인가.”

다 먹은 스튜 그릇을 내려놓은 최수영이 물었다.

“협상? 어떻게?”

“뭐. 인질을 잡는다든가. 아니면 요구 사항을 들어준다든가. 내기 같은 걸 한다든가. 무슨 방법이 있겠지 뭐. 어서 가서 그 신관에게 물어보자. 이름이 뭐랬더라?”

“클레버요.”

“그래. 클레버. 이름부터 아주 현명하게 생겼잖아?”

“그러네. 하하핫.”

디아스가 다 먹은 그릇을 치우며 중얼거렸다.

“이 일행은, 제가 그동안 만나왔던 존재들과는 뭔가 조금 다른 것 같아요.”

“그게 무슨 말이야?”

“아, 별말 아니에요. 그냥… 가벼운데 묵직하고. 밝은데 진지하고. 친구를 아끼는데 대의를 중요시하고. 멋대로인데 의로워요.”

“별말 아니라더니 평가가 엄청나게 기네?”

“그랬나요? 하하하. 얼른 치울게요. 좀 쉬고 계세요. 다시 출발해야죠.”

“같이 해. 그럼 더 빨라.”

* * *

콰아아.

키메라가 내뿜는 꺼지지 않는 불꽃이 맹렬하게 뻗어져 나왔다.

키메라는 머리는 사자, 중간은 염소, 꼬리는 뱀의 머리 형상을 한 강력한 몬스터였다.

가죽은 너무 두꺼워 검기나 대천흑룡도 튕겨 냈고, 가운데 몸통에 불쑥 솟아 있는 염소 머리에서는 꺼지지 않는 지옥 화염이 뿜어져 나왔다.

가까이 다가가려고 하면 강력한 사자의 이빨과 앞발, 그리고 꼬리 대신 뻗어 있는 뱀의 머리가 함께 공격해 들어왔다.

크기는 히드라보다 작았지만, 방어력이나 공격력은 한 수 위였다.

“스테노! 디아스를 데리고 멀리 떨어져 있어! 내가 근접전으로 처리할게!”

“알았어! 조심해 김수호!”

스테노가 청동 손으로 디아스를 끌어안고 높이 날아올랐다.

키메라 한 놈이 스테노를 향해 시퍼런 불꽃을 토해 냈다.

나는 얼른 그쪽으로 점프해 마그네타 검으로 불꽃을 막아냈다.

닿기만 해도 주변의 모든 것을 재로 만들어버릴 것 같던 키메라의 불꽃이 마그네타 검에 닿는 순간 그대로 빨려 들어가 사라졌다. 귀자마모에게서 뺏은 검은 구름의 힘이었다.

불꽃을 모두 빨아들인 후 그대로 몸을 날려 키메라에게 빠르게 다가갔다.

기다란 뱀 형태의 꼬리가 앞으로 나오며 나를 향해 커다란 입을 벌렸다. 앞에 달린 사자의 입도 마찬가지.

조금 전 불꽃을 쏘아냈던 염소 머리는 다시 불꽃을 모으는 듯 오물오물 되새김질하고 있었다.

가장 뒤에 달려 있지만 길이가 길어 가장 앞서 있는 뱀 머리를 우선 베어냈다. 녹색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끄아아!”

한 몸이라 고통을 함께 느끼는지 사자 머리와 염소 머리가 소름 돋는 비명을 질러댔다.

바로 이어 사자 머리, 그리고 염소 머리.

머리 세 개를 다 베어버리고 나서야 거대한 키메라의 몸통이 바닥에 쿵 소리를 내며 무너져내렸다.

이제 해치운 놈 둘, 남은 놈 셋.

검기와 대천흑룡도 튕겨내는 단단한 가죽 탓에 나 혼자 상대해야 했고, 근접해서 공격해야만 베어버릴 수 있다는 점에 꽤 애를 먹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상대하지 못할 바는 아니었다.

십여 분 공방을 더 주고받은 뒤 마지막 키메라의 마지막 남은 머리통까지 몸통과 분리가 완료되었다.

그제야 일행들이 다시 내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야, 디아스.”

갑작스런 부름에 디아스가 깜짝 놀라 대답했다.

“네?”

“얘네들 고기는 못 먹겠지? 너무 단단하고 질겨 보여.”

“아… 네. 이건 무리일 것 같네요.”

“그럼 저녁 먹으려면 사냥을 갔다 와야겠네?”

“아! 수호는 조금 쉬세요. 제가 먹을 걸 구해 올게요.”

“네가? 혼자서는 위험해.”

최수영이 거들었다.

“아니야, 오빠. 조금 쉬어. 혼자 저 괴물들 다 상대하느라 고생했잖아. 내게 디아스 데리고 다녀올게. 그건 괜찮지?”

“그래 줄래? 그럼 맛있는 고기로 부탁해. 소고기 같은 거.”

“이 산중에 소가 어딨어!”

“아무튼 맛있는 고기로 부탁해.”

“그래, 갔다 올게. 좀 쉬고 있어. 언니들도 좀 쉬어요. 다들 지쳤고 어차피 저녁 먹을 시간도 됐으니까.”

그렇게 최수영과 디아스가 숲으로 들어가자 스테노가 다가와 말했다.

“쟤 말이야. 디아스. 겁이 많은 것 같으면서도 호기심이 굉장한 애야.”

“그래? 뭐 호기심이 한창 왕성할 나이지.”

“키메라가 무서워서 벌벌 떨더니 또 나한테 매달려서 하늘을 나는 와중에는 수호 네가 키메라의 불꽃을 흡수하는 걸 빤히 바라보고 있더라니까.”

* * *

5월 29일 김수호 넥시트코인(NXT) 보유 현황

[보유량 212,600개]

[단가 67억 원]

[평가 금액 1,424조 4천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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