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화
* * *
콰과과과!
대천 흑룡이 시엠브레 기사단의 중앙을 강타했다.
예상대로 뒤쪽에 대열 해있는 마법사가 실드 마법을 시전했으나.
콰지직.
순식간에 금이 가더니 이내 대천흑룡을 이겨내지 못하고 깨져버렸다.
“피해라!”
그제야 기사들이 급히 말고삐를 틀었지만 미처 피하지 못한 기사와 마법사들이 대천흑룡에 휘말려 몸이 부서져 나갔다.
퉁. 퉁.
혼란스러운 틈을 타 최수영의 활시위가 풀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가벼운 호선을 그리며 날아간 두 개의 화살은 대천흑룡을 피해 양쪽으로 갈라진 무리에 각각 날아갔다.
너무 작고 가벼워 보이는 화살이라 방심한 건지 마법사들이 실드를 펼치지 않았다.
기사 하나가 자신의 머리 위까지 날아온 화살을 커다란 검으로 가볍게 쳐냈다.
콰앙!
강력한 폭발음과 함께 불사인의 팔이 통째로 날아갔다.
그사이 나와 연합 기사단은 시엠브레 기사단 복판으로 뛰어들어 갔다.
처음 달려오던 기세가 무색하게 시엠브레 기사단은 엉거주춤 각자의 무기를 꺼내 들었다.
여기저기서 양측 진영의 불사인들이 무기를 부딪쳤다.
연합 기사단의 기사들은 시엠브레 출신이 아님에도 그 실력을 인정받아 시엠브레에서 기사 작위를 받고 불사인이 된 자들.
애초에 시엠브레의 귀족으로 태어나 불사인 기사가 된 자들에 비해 그 실력이 뒤처질 이유는 없었다.
오히려 연합 기사단이 시엠브레 기사단을 압도하는 상황.
그 와중에 내 마그네타 검은 한 번 휘둘러질 때마다 서넛의 불사인 몸통을 반으로 갈라버렸다.
수적 우위에 있던 백여 명의 시엠브레 기사단이 모두 말 위에서 떨어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 거대한 금속 말 좋아 보이는데 하나씩 타시죠?”
“정신 마법을 시전한 후 불사체로 만든 말입니다. 자기 주인 외에는 태우지 않습니다.”
“아, 그래요? 근사해 보이는데 아깝네.”
설명대로 금속 말들은 자기 주인의 것으로 보이는 시체 옆에 가만히 서서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럼 애써 죽이고 갈 필요도 없겠군요?”
“맞습니다. 이제 영원히 이 자리에 서 있을 뿐일 겁니다.”
최수영이 옆에 서 있는 금속 말의 다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왠지 그건 또 그것대로 서글프네요.”
“어쩔 수 없습니다. 그것이 시엠브레의 마법이고 연금술입니다.”
그사이 전차 부대가 다가왔다.
“자, 다시 가시죠.”
* * *
콰앙!
부관의 보고를 받던 기사단장 가엘이 테이블을 내려쳤다.
두꺼운 돌로 만들어져있던 기사단장 테이블이 그대로 쪼개졌다.
“뭐야? 제4 기사단 주력 병력이 완전히 격파당해? 고위 마법사들도 함께 보냈는데?”
“그렇습니다. 기사단장님.”
“도대체 뭐가 넘어왔길래 그런 일이 벌어진다는 말이냐!”
“북쪽에서 금속으로 된 마차와 연합군 소속 기사단 스무 명 정도가 남하 중입니다. 수심이 얕은 곳을 골라 강을 건넌 것으로 추정됩니다. 금속으로 된 마차는 위에 대포가 달렸는데 그 위력과 정확도가 어마어마하다고 합니다. 발사 속도는 또 어찌나 빠른지…….”
가엘이 손바닥을 들어 부관의 보고를 멈추게 했다.
“가만, 그 금속으로 된 마차는 무엇이 끈다더냐?”
“신기하게도 말이나 소도 없이 움직이는 마차라고 합니다.”
가엘 기사단장의 미간에 가는 주름이 생겼다.
“어디서 들어본 적이 있는 물건이로군. 지구의 무기다. 무슨 수를 쓴 건지 모르겠지만 연합군 놈들이 지구인을 끌어들인 모양이구나.”
“지구인 말씀이십니까?”
“어떻게 감히 시엠브레에 대적할 마음을 먹었나 했더니 그런 꿍꿍이가 있었던 모양이군. 너는 당장 마법사의 탑으로 가 이 사실을 알려라. 연합군에 지구인이 합류했다.”
“네!”
“나는 당장 제1 기사단을 끌고 북쪽으로 올라가겠다.”
“제1 기사단 병력 대부분은 마법사의 탑 명령에 따라 강변에 흩어져서 주둔 중입니다.”
“그래서?”
“네, 네?”
“기사단 하나가 통째로 격파당했는데 강변을 지키는 것이 중요한가? 당장 집결시켜! 북쪽으로 간다.”
“네!”
“오랜만이군. 지구인 놈들. …그놈도 건너온 것인가?”
지구의 과학이라는 것이 꽤 발전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예전에 받았던 보고에 의하면 지구의 전차 몇 개가 넘어왔다고 불사인 기사단 하나를 격파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물론 고작 스무 명 남짓 넘어온 연합군 소속 기사들이 해낼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
가엘 기사단장의 머릿속에 한 사내의 얼굴이 떠올랐다.
“김수호. 네놈이 돌아온 것이냐.”
* * *
작전장교가 물었다.
“이대로 쭉 내려가면 우리 병력으로도 마법사의 탑인가 하는 걸 점령할 수 있겠습니다.”
“지금까지는 수월하지만, 마법사의 탑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곳이 아닙니다. 건물 전체가 보호 마법으로 둘러싸여 있어요. 아마 전차의 포격도 먹히지 않을 겁니다.”
“아, 그렇습니까?”
“그리고 우리가 해낼 수 있다 해도, 마법사의 탑을 점령하는 건 연합군의 주력 부대가 돼야 할 겁니다. 그래야 이번 전쟁 이후에 이곳 북반부를 충분히 안정시킬 수 있을 만한 권력이 그들에게 생기겠죠.”
“이 행성의 미래를 제법 걱정하시는 것처럼 보이십니다.”
“처음 왔던 행성이고, 인연이 된 사람들도 많으니까요.”
작전장교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다가 물었다.
“알겠습니다. 오늘은 언제까지 진군할까요?”
“벌써 해가 지려고 하네요. 오늘은 여기 주둔하시죠? 뭐 딱히 빨리 내려갈 필요는 없으니까요. 오히려 천천히 내려가야 이쪽으로 병력이 조금이라도 더 올라오겠죠.”
“드론을 띄워 사방을 살펴보고 주둔 준비하겠습니다.”
“내일이죠? 주력 부대가 강을 건너기로 한 게.”
“네. 내일 밤입니다.”
“하루만 더 난동을 피우면 되겠군요. 그쪽도 준비가 잘 되어 가고 있어야 할 텐데요.”
“김수호 대표님이 믿는 매튜 군단장과 우리 박현준 대대장님도 거기 있으니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그렇겠죠. 내일쯤이면 이제 좀 강한 상대가 나타날 것 같아요. 근무 조를 최소한으로 짜고 오늘은 모두 많이 먹고 푹 잘 수 있게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한쪽에서 꽝이와 놀아주던 최수영이 다가왔다. 꽝이도 최수영의 활에 매달린 채 따라왔다.
“내일 강한 상대가 나타날 것 같다는 게 무슨 말이야?”
“아, 뭐 확실한 건 아니고. 이제 나타날 때가 되지 않았나 싶어서.”
“누가?”
“기사단장 가엘.”
“이제 가엘 기사단장 한 명 나타난다고 뭐 위험할 것도 없잖아? 예전의 오빠가 아닌데.”
“제1 기사단을 우르르 끌고 오지 않을까 싶어서.”
“오, 그건 좀 번거롭겠네. 근데 잘됐지 뭐. 제일 주력 병력이 우리 쪽으로 와버리면.”
“그게 바로 이번 작전의 핵심이니까. 한 놈이라도 더 데리고 오기를 바라야지.”
“어쨌든 오랜만에 다시 만나겠네. 가엘 기사단장, 사무엘 대마법사.”
“이번에야말로 지구를 넘본 대가를 치르게 해주자.”
“뭐야, 매튜 남작도 돕고 안전한 재외공관도 설치하기 위해 연합군에 들어온 거 아니었어?”
“겸사겸사.”
“하하핫, 좋아. 여기 빨리빨리 정리해 버리고 이제 지구로 돌아가자. 아! 필라르랑 세르히오도 만나보고.”
“그러자.”
* * *
다음 날.
“어째 오늘은 주둔 부대가 보이지 않습니다.”
작전장교의 물음에 최수영이 답했다.
“이렇게 다 부수면서 내려가고 있는데 아직 남아 있는 게 미련한 거죠. 그리고 아마 병력을 합치고 있지 않을까요? 그렇지, 오빠?”
“대규모 기사단을 이쪽으로 보내고 있다면 주둔 부대들은 다 후퇴시켰겠지. 아마 기사단이랑 합쳐서 다시 올라올 거야. 이 정도 내려왔는데 아무런 병력을 못 만났다면 이제 뭐 확실하다고 봐야겠네.”
나는 작전장교를 돌아보며 말했다.
“이 속도 그대로 진군하세요. 당초 계획대로 저 멀리 보이는 마법사의 탑까지 진군합니다.”
“김 대표님께서는요?”
“저는 연합군 기사단과 함께 먼저 내려갈게요. 가엘이 제1 기사단을 끌고 올라오는 거라면 전차 부대의 공격은 통하지 않을 겁니다. 우리 쪽의 피해만 생길 수 있어요.”
“김 대표님이 함께 계신 데도요? 놈들이 그렇게 강합니까?”
“며칠 전에 금속 말을 타고 달려온 기사단을 보셨잖아요. 포탄 정도는 가볍게 막아내는 자들입니다.”
“알겠습니다. 이 속도 그대로 진격하겠습니다.”
몸을 날려 뒤에서 따라오고 있는 연합 기사단에게 다가갔다.
“무슨 일이십니까?”
“지금까지 조용한 게 아무래도 한 방에 몰려올 것 같아요. 우리도 마중을 나가주죠?”
“제1 기사단이라도 올라온답니까?”
“뭐 저도 들은 소식은 없지만, 아마 그 정도 병력은 올라오지 않을까요?”
“네? 그럼 저희 기사단 스무 명으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연합군 불사인 기사단 전체가 와도 시엠브레 제1 기사단은 상대할 수 없을 겁니다.”
“어쨌든 한 번은 부딪쳤어야 할 일이잖아요?”
“병력을 이렇게 쪼갠 채는 아니었습니다.”
“어차피 다 모여도 진다면서요.”
“하지만…….”
“전쟁은 시작됐습니다. 되돌릴 수도 없잖아요? 일단 가 보죠.”
뒤쪽에 서 있던 불사인 한 명이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앞으로 걸어 나왔다.
“이런 제기랄. 어차피 연합군의 부름에 응했을 때부터 한 번쯤은 벌어질 일이라고 생각한 일 아닙니까. 자, 다들 갑시다!”
“젠장. 지금이 아니면 언제 제1 기사단이랑 붙어보겠어. 갑시다!”
“그나마 기사단장은 여기 계신 김수호 검사님이 맡아주실 거 아니오. 오늘이야말로 제1 기사단 놈들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 볼 수 있는 날이겠지.”
“맞아! 거품일지도 모르지. 놈들이 제대로 된 전투를 해본 건 이미 수백 년 전일 것이오. 오래 살았을 뿐이지 실전 경험은 우리가 더 많을 거요.”
제1 기사단이라는 말에 잠시 주춤하던 연합 기사단의 기세가 다시 올라갔다.
“자, 갑시다!”
“가봅시다!”
제1 기사단.
나머지 기사단과 달리 전원 1세대 불사인으로 이루어진 기사단.
여기 있는 불사인들이 태어나기 수백 년 전부터 검을 들었던 자들이 대부분인 대륙 최강의 기사단이었다.
나와 최수영을 선두로 연합 기사단 스무 명은 전차 부대를 앞질러 마법사의 탑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달린 후 마나의 흐름에 집중하자 저 멀리서 수많은 기사와 마법사들이 진군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제법 먼 거리였지만 그들의 기운이 워낙 짙고 강해 여기서도 손쉽게 느껴졌다.
“제법 많이 끌고 왔네.”
최수영이 달리던 자세 그대로 고개를 돌렸다.
“이제 느껴져?”
“응. 아직 거리는 좀 있는데 아주 기세가 어마어마해.”
“이쪽으로 많이 올수록 좋은 거라며?”
“그렇지. 오랜만에 몸 좀 풀어볼까?”
잠시 후 저 멀리 금빛 은빛으로 빛나는 기사단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수는 이백 명 정도.
모두 전신을 검은색으로 칠한 금속 말을 타고 있었다.
기사들의 은빛 피부 위에는 금빛으로 칠해진 갑옷이 입혀져 있었다.
맨 앞에는 역시 익숙한 얼굴의 기사가 말을 달리고 있었다.
기사단장 가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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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6일 김수호 넥시트코인(NXT) 보유 현황
[보유량 118,370개]
[단가 67억 원]
[평가 금액 793조 1천억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