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메타버스 코인재벌-158화 (158/200)

158화

* * *

“예상했던 대로군. 오랜만이다, 김수호.”

“이제야 기사단을 이끄는 모습을 다 보네.”

“어찌 된 연유로 연합군에 합류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네놈은 오늘 여기서 죽는다. 우리의 긴 악연도 여기서 끝이군.”

“너 지난번에도 졌잖아. 뒤에 있는 기사단 숫자를 믿고 이러는 거야 지금?”

“…그랬지. 비록 나 가엘은 네놈에게 졌지만, 제1 기사단은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

“좀 낯간지러운 멘트 아니냐?”

“마음껏 떠들어라. 그 주둥이를 나불거리는 날도 오늘이 마지막이 될 테니.”

기사단장의 황금빛 갑옷에서 은은한 푸른 빛이 뿜어져 나왔다.

동시에 기사단장 바로 뒤에 있는 기사들부터 차례로 갑옷에서 푸른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푸른 빛은 곧 기사단 전체를 감싸 안았다.

“그건 뭐야? 신기술이냐?”

기사단장 가엘이 피식 웃는 사이, 뒤에 서 있던 연합군 소속 기사가 대신 답해 주었다.

“저건 얼마 전 개발된 마법 갑주입니다. 버프 마법이 씌워진 마력석을 박아 넣어 마법사 없이도 기사 스스로 버프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했습니다. 시엠브레 기사단 중에서도 제1 기사단에게만 우선 지급이 되었죠. 그래서 우리가 제1 기사단을 상대하기 어렵다고 말한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무기를 든 기사 수에 비해 마법사 숫자가 턱없이 적어 보이긴 했다.

스스로 버프 마법을 발동시키는 검사라. 그럼 마법사의 도움 없이도 몇 배나 속도가 빨라지고 바로바로 신체가 재생된다는 말이었다. 그동안 시엠브레도 제자리에 머물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럼 중간중간 몇몇 섞여 있는 저 마법사들은 오로지 공격 마법을 시전하기 위해 포함된 모양이었다.

기사단장 가엘의 말이 천천히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그런데 말도 원래 후진을 하던가?

“뭐야? 부하들 뒤로 숨는 거냐? 내가 알던 가엘의 모습이 아닌데?”

“제1 기사단이 출동했다는 건 제국에 큰 위협이 닥쳤다는 이야기다. 그건 곧 승리를 위해서는 자존심 따위는 버려둘 상황이란 뜻이지.”

“그래. 네 맘대로 해라. 어차피 오늘 여기 온 기사들 전멸하는 건 달라지지 않아.”

기사단장이 기사들 무리 속으로 완전히 사라지며 말했다.

“예나 지금이나 건방진 건 변함이 없군.”

스릉.

기사들이 검을 꺼내 들기 시작했다.

하나같이 검에서 푸른 빛 검기를 뽑아냈다.

“제대로 상대해 줘야겠지.”

나는 마그네타 검을 양손으로 잡고 기사단 한가운데로 대천흑룡을 날렸다.

콰과과!

콰앙!

가장 앞서 있던 기사들과 대천흑룡이 부딪쳤다.

‘막았어?’

검을 한데로 모으며 뭉친 기사들의 검기가 대천흑룡과 정면으로 부딪쳤다.

기사들은 뒤로 한참을 밀려났지만 결국 대천흑룡을 막아냈다.

이번엔 검기로.

묵빛 검기를 길게 뽑아내 기사들을 향해 휘둘렀다.

놈들 역시 검기를 길게 뽑아 검신과 내 검기가 부딪치지 않게 요령껏 내 공격을 막아냈다.

아무래도 내 공격방식에 대한 대응 훈련이 이미 잘 이루어져 있는 것 같았다.

“수영아, 엄호해 줘. 기사 세 분은 수영이 곁에 남아주시고 나머지는 절 따라오세요!”

결국 놈들 무리 속으로 파고들어 가 근접전을 펼치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왼손으로 마법구를 만들어내며 놈들 속으로 몸을 날렸다. 곧 연합 기사단도 내 뒤를 따랐다.

사방에서 검기가 서린 크고 날카로운 검들이 찔러 들어왔다.

하지만 역시 못 막아낼 바는 아니었다. 그리고 말까지 타고 있는 거대한 놈들이 공격하기에 상대적으로 내 몸과 무기는 너무 작았다.

게다가 조금이라도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것 같으면 어김없이 최수영의 화살이 공기를 가르며 날아들었다.

마법구를 날려 놈들을 교란하고 때때로 대천흑룡으로 대열을 흐트러뜨렸다.

촤악!

그러면서 말의 다리나 목을 베어 넘기고, 기사들의 팔과 다리도 끊임없이 잘라냈다.

문제는 놈들의 재생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다는 것이었다.

갑주에 얼마나 좋은 마력석을 박아 넣은 건지 어지간한 고위 마법사의 버프 마법과 비슷한 효과를 냈다.

놈들의 수는 이백 남짓. 팔다리를 베어내고 돌아다니는 걸로는 이놈들을 다 쓰러뜨릴 수 없었다.

한 놈씩 차분하게 재생할 수 없을 정도까지 몸을 훼손시켜야 했다.

촤악!

쏟아지는 검을 피해 높이 점프한 후 한 놈의 목을 그대로 베어버렸다. 하지만 이걸로는 부족하다.

다시 지면으로 내려서며 놈의 몸을 세로로 반. 세로로 갈라진 몸이 채 멀어지기도 전에 다시 대각선으로. 또다시 반대 대각선.

순식간에 기사 하나의 몸이 수십 개로 갈라졌다. 더는 재생이 어려워 보였다.

그제야 이 모습을 바라보던 주변 기사들의 눈빛이 흔들리는 것이 느껴졌다.

자, 이렇게 200번만 더 하면 된다.

* * *

마법사의 탑.

“전보다 훨씬 대단해져서 돌아왔군.”

대마법사 사무엘의 눈앞에 마치 빔프로젝터로 쏜 것 같은 영상이 펼쳐져 있었다.

제1 기사단과 함께 보낸 마법사들과의 정신 교감 마법으로 전투 현장을 생생히 보는 중이었다.

사무엘의 수제자이자 마법사의 탑 이인자, 데클란이 대답했다.

“저 지구인은 정말 무시무시한 자입니다.”

시선은 화면에 고정한 채 사무엘이 말했다.

“마나 대포 준비는 끝났겠지?”

“네. 세 대의 대포가 제1 기사단의 전투 현장을 향해 조준되어 있습니다.”

“기사단 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면 바로 발포해라.”

데클란이 깜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가엘 기사단장님이 저기 계신대도 말씀이십니까?”

“어쩔 수 없다. 저 지구인 놈 움직임을 보아라. 어차피 가엘은 저자를 막아내지 못한다.”

“…기사단장이 제1 기사단을 이끌고 북쪽으로 진군한다고 할 때 말리지 않으셨던 이유가 이것이셨군요.”

“그렇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김수호가 갑자기 나타난 이상 어차피 기사단으로는 저들을 막아내지 못한다. 하지만 보다시피 잠시 발을 묶어두는 데는 성공했군.”

“그렇군요.”

“혹시 몰라 만들어두었던 자폭 갑주가 오늘 드디어 쓰이는구나.”

“제1 기사단 기사들이 저 갑주를 입고는 드디어 우리 마법사 없이도 버프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고 신나 하던 모습이 생생합니다.”

“후후후. 그것이 마나 대포와 반응하는 자폭 무기인 줄은 꿈에도 몰랐겠지. 감히 우리 마법사들을 기사의 몸에 버프나 걸어주는 상대로 생각한 결과이다.”

“대마법사님의 선구안에 정말 놀랄 따름입니다. 이런 날을 대비하시다니요.”

“연합군 따위를 두려워할 우리 시엠브레 제국이 아니지 않느냐. 하지만 차원문이 열린 이상 언제 어디서 상대하기 벅찬 적이 나타날지는 모르는 일이지. 그래서 준비해 둔 것뿐이다.”

“그런데 가엘 기사단장은 꽤 오랜 시간 곁에 두고 아끼시지 않으셨습니까? 가엘 기사단장이 이 사실을 알면 어떤 표정일지 궁금하군요.”

“당장 돌아와 마법사의 탑을 없애버리겠다고 난리를 피우겠지. 하지만 김수호가 저렇게 강해져서 돌아온 이상 제1 기사단을 희생시켜 김수호를 없앨 수 있다면 거기까지가 제1 기사단의 효용 가치인 것이다. 그리고 가엘 기사단장도 결국 제1 기사단의 일원일 뿐이다.”

“연합군 본대는 어떻게 할까요? 가엘 기사단장이 제1 기사단 병력을 모두 빼낸 와중에 연합군이 곧 강을 건널 것이라는 첩보가 있습니다.”

“강을 건너게 놔두도록 해라. 그리고 남은 기사단으로 적당히 대응하면서 놈들이 마법사의 탑까지 도착하도록 만들어라.”

“이곳까지요? 그럼 혹시…….”

“그래. 이제 우리의 비밀 병기를 세상에 드러낼 시간이다.”

“과연. 테스트도 할 겸, 비밀 병기를 세상에 꺼낼 명분까지 확실하군요. 연합군에 의해 마법사의 탑이 위태로운 상황이 벌어질 테니까요.”

“그렇지.”

* * *

콰앙!

가엘과 내 검기가 부딪치며 거대한 충격파가 발생했다.

땅이 움푹 파이고 주변의 흙과 돌이 모두 멀리 퍼져나갔다.

한참이나 뒤로 물러섰던 가엘이 다시 소리쳤다.

“지금이다! 쳐라!”

가엘의 명령에 따라 주변을 포위하고 있던 기사 여섯의 검기가 동시에 나를 향해 쏟아져 들어왔다.

검을 크게 휘둘러 절반의 검기를 막아내고 나머지 절반의 검이 찔러 들어오는 곳엔 실드를 펼쳤다.

콰직, 콰앙!

일회용으로 펼쳐낸 실드가 금세 깨어져 나갔다. 하지만 실드의 역할은 그것으로 충분했다.

속도가 충분히 느려진 기사단의 검들은 손바닥으로 발현시킨 내력, 즉 허공섭물로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었다.

그사이 기사단장이 다시 대열에 합류했다.

퍼엉!

어느새 빈틈을 파고 날아든 최수영의 화살이 나를 둘러싸고 있는 기사 한 놈의 머리통을 날려버렸다.

그사이 나는 몸을 데굴 굴려 기사들의 발밑으로 들어갔다. 키가 4미터에 육박하는 불사인 기사들은 작고 빠른 내 움직임을 좀처럼 쫓지 못했다.

촤악.

마그네타 검이 휘둘러짐과 동시에 다리 네 개가 잘려 나갔다. 동시에 쓰러진 기사는 셋. 두 놈은 다리 하나씩, 한 놈은 두 다리가 모두 잘렸다.

대열의 한쪽이 무너지며 놈들이 주춤하는 사이 반대쪽으로 마그네타 검을 크게 휘두르며 대천흑룡을 쏘아냈다.

야구 배트처럼 휘둘러진 마그네타 검에서 쏘아진 대천흑룡은 커다란 호를 그리며 기사들을 쓸고 지나갔다. 이번 전투에서 새로 개발한 기술이었다.

대천흑룡에 맞아 여기저기가 부서지며 날아간 기사들에게 마법구 폭격을 퍼부었다.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한 상태의 기사들 몸 여기저기가 다시 터져 나갔다.

연속 공격.

놈들에게로 몸을 날려 이번엔 검기로 놈들의 몸을 조각조각 베어냈다.

세 명의 기사가 추가로 재생 불능 상태가 되었다.

재킷 안주머니에서 마지막 하나 남은 N캡슐을 꺼내 입 안에 던져 넣었다.

‘이제 절반 정도는 해치운 것 같은데.’

저쪽에서 기사단장이 다시 몇몇 기사들을 지목하며 나를 포위하기 위해 다가왔다.

새삼 가엘 저놈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히 나한테 안될 거라는 걸 알고 있을 텐데 그 투지만큼은 처음에 비해 조금도 줄어들지 않은 상태였다.

어쩌면 내가 아주 조금씩 지쳐가는 모습을 보며 희망을 다지고 있었던 것인지도 몰랐다.

N캡슐이 한 개 남아 있지 않았더라면 그 희망이 조금은 빛을 보았을지도…….

“후우.”

숨을 크게 한 번 내쉰 후 다시 가엘에게 몸을 날렸다.

지친 기색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처음 전투를 시작할 때와 똑같은 몸놀림이었다.

처음으로 가엘의 눈에 절망의 빛이 서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때였다.

저 멀리 남쪽에서 엄청난 마나의 흐름이 느껴졌다.

전투에 집중하느라 먼 곳까지의 마나를 느끼려는 시도를 전혀 하지 않았음에도 생생히 느끼지는 마나 흐름이었다.

엄청난 양의 마나가 한 곳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그쪽으로 정신을 집중해 보니, 마나가 빨려 들어가고 있는 곳은 총 세 곳이었다.

위치는 마법사의 탑 꼭대기.

나는 휘두르려던 검을 잠시 멈추고 가엘을 바라보았다.

“가엘. 왜 이렇게 열심인가 했더니 역시 뭘 또 준비한 게 있었군. 이번엔 대마법사와 무슨 작당을 꾸민 거지?”

“무슨 헛소리냐.”

“마법사의 탑에서 무슨 수작을 부리려고 여기 날 붙잡아두려는 거 아니었어? 제국이 자랑하는 제1 기사단을 절반이나 희생해 가면서까지.”

“무슨 소리. 네놈을 잡기 위한 이번 출정은 내 단독…….”

가엘도 뭔가를 느꼈는지 급히 남쪽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그의 미간이 급격히 찌그러졌다.

“이게 지금 무슨!”

* * *

7월 6일 김수호 넥시트코인(NXT) 보유 현황

[보유량 118,560개]

[단가 67억 원]

[평가 금액 794조 4천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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