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화
* * *
이제 마나의 흐름을 느끼지 않는 사람도 이쪽으로 무언가 날아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 멀리 마법사의 탑에서부터 거대하고 시퍼런 불꽃 세 개가 정확히 우리가 있는 곳을 향해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고 있었다.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기에는 느껴지는 기운이 너무 강대했다.
“결국 버림받은 모양이군, 가엘. 나는 우리 쪽 사람을 지키러 갈 테니 너는 너 알아서 해라.”
가엘은 대답 대신 이쪽을 향해 날아드는 시퍼런 마나 불꽃을 가만히 노려보고 서 있었다.
“다들 모이세요!”
연합군 소속 기사들을 향해 소리치며 최수영이 있는 곳으로 몸을 날렸다.
“무슨 일이야, 오빠?”
“마법사의 탑에서 여기를 폭격할 모양이야. 저거 보이지?”
“저거… 그거 맞지? 우리 테라 행성에 처음 왔던 날. 우주선을 날려버렸던.”
“응. 그런 것 같다.”
“피해야겠네?”
“우리 둘만이라면 몸을 뺄 수 있겠지만, 연합군 기사단도 생각해야지. 그리고 저 정도 마나 공격은 충분히 막을 수 있어.”
“하긴. 그렇겠네. 괜히 자기편만 죽이는 꼴이겠는데?”
“자, 모두 제 뒤로 바싹 붙어 서세요. 곧 마나 불꽃과 충돌합니다.”
나는 실드를 크게 펼쳐내 우리 일행 앞에 세웠다. 그리고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귀자마모의 검은 구름도 사용할 준비를 했다.
“응?”
“오빠, 왜 그래?”
“마나 흐름이 좀 이상한데?”
거대한 마나 불꽃이 가까워지자 마나 불꽃과 제1 기사단 불사인들 사이의 마나가 복잡하게 얽히는 것이 보였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집중해서 느껴보니 기사단 갑주에 박혀 있는 마력석과 마나 불꽃이 서로 반응하는 것으로 보였다.
“미친… 자살 폭탄인가?”
마나 흐름에 민감한 기사들 몇몇이 자신의 갑주와 마나 불꽃이 반응하는 것을 느끼며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 보였다.
“생각보다 폭발이 클 수 있겠어! 모두 엎드려요!”
불사인들에게 엎드리라고 소리친 뒤 내 등 뒤에 있는 최수영을 왼팔로 끌어 내 옆에 꼭 안았다.
“최대한 나한테 붙어 있어!”
“응!”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최수영도 두 팔을 내 허리에 꼭 감았다.
이미 재생 불능 상태로 쓰러진 자들의 마력석도 마나 불꽃과 반응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약 이백 개에 달하는 마력석이 이제는 대놓고 붉은 빛을 내뿜으며 터져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모두! 모두 갑주를 벗어던지고 이 자리를 벗어나라!”
가엘 기사단장이 자신의 갑주를 벗어던지며 소리쳤다.
하지만 이미 현장을 벗어나기엔 너무 늦은 상황이었다.
세 개의 시퍼런 마나 불꽃은 이미 우리 머리 바로 위까지 떨어져 내린 상태.
콰아앙!
마나 불꽃에 닿은 마력석 하나가 엄청난 폭음을 내며 터져 나갔다.
하나가 저 정도인데 이백 개가 다 터진다면. 나도 모르게 등 뒤로 식은땀 한 줄이 흘러내렸다.
터져 나간 마력석의 마나가 또 주변 마력석과 반응을 하기 시작했다.
연쇄 폭발.
콰과광, 콰광!
귀가 찢어질 듯한 폭음이 일대를 가득 메웠다.
강력한 마나의 폭발은 하늘을 뚫어버릴 듯 치솟았다.
그만큼의 충격을 고스란히 받은 주변의 들판과 산은 모두 뒤집힐 것처럼 요동쳤다. 아니, 실제로 뒤집혔다.
콰광! 콰콰광!
마력석들은 끊임없이 서로 반응하며 연쇄 폭발을 일으켰다. 일반적인 폭약이 아닌 마나의 폭발. 마나가 계속해서 얽히고설키며 연쇄 폭발이 일어나면 일어날수록 그 충격은 곱절로 커졌다.
그리고 그 폭발의 충격은 곧 우리가 있는 곳도 뒤덮어오기 시작했다.
나는 최수영을 꽉 끌어안은 채 마그네타 검을 앞으로 쭉 뻗었다.
이제 믿을 건 귀자마모의 검은 구름뿐이었다.
어쨌든 이 폭발도 마나로 발생한 것이니 검은 구름이 빨아들여 주길 바랄 수밖에.
이것도 안 먹힌다면 이대로 최수영을 안은 채 등을 돌려 맨몸으로 폭발을 받아내야 할 상황이었다. 물론 급한 대로 등 뒤에 실드를 펼쳐 보겠지만 딱 봐도 실드 마법이 막아낼 만한 그런 폭발은 아니었다.
주변의 요동치는 마나를 감지한 건지 마그네타 검에서 검은 구름이 강하게 뿜어져 나왔다.
검은 구름은 곧 넓게 퍼지며 마나 폭발의 충격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폭발하는 마나는 검은 구름이 모조리 흡수해주었지만, 간접적으로 발생한 폭발 여력은 고스란히 우리에게 쏟아졌다.
“크윽!”
최수영을 안고 몸을 잔뜩 웅크린 채 최대한 폭발의 충격과 부딪치는 면적을 줄였다. 몸을 옆으로 틀어 나보다 내구도가 낮은 최수영을 최대한 보호했다.
마그네타 검을 들고 앞으로 내뻗은 오른손등이 폭발의 열기와 충격파에 의해 녹아내리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절대로 검을 놓칠 수는 없었다. 여기서 검까지 놓치면 마나 폭발이 우리를 완전히 집어삼키게 될 것이었다.
콰광! 콰과광!
아직도 연쇄 폭발은 끝나지 않았는지 폭발음이 계속해서 들려왔다.
메타디펜스 개발실에서 특수 제작한 강화 수트를 입었음에도 특수 섬유가 열기를 버티지 못하고 찢어져 나가기 시작했다.
* * *
마법사의 탑 옥상.
“성공입니다, 대마법사님. 폭발이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강렬해 보입니다.”
감탄한 표정의 데클란이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는 곳엔 거대한 버섯구름이 피어올라 있었다.
마나 대포에서 발사한 마나 불꽃이 떨어진 지점이었다.
제대로 제1 기사단의 자폭 마력석과 반응한 건지 생각했던 규모를 훨씬 웃도는 마나 폭발이 이루어졌다.
지금은 폭풍이 좀 잦아들었지만, 최초 폭발이 진행됐을 때는 저 먼 거리에서 밀려오는 충격파에 데클란은 뒤로 멀찍이 날아가 반대편 벽에 부딪쳤었다.
“저런 폭발이라면 저기에 김수호가 아닌 어떤 최강의 생명체가 있었다고 한들 버텨내지 못했을 겁니다.”
폭발을 유심히 바라보던 사무엘이 대답했다.
“폭발이 잦아지는 대로 마법사들을 보내 주변을 샅샅이 훑어라. 김수호와 가엘의 시신을 찾아야 한다.”
“저런 폭발에 시신 흔적이라도 남아 있겠습니까?”
“그래도 최대한 샅샅이 조사하라고 해라. 도망친 흔적이 있는지도 철저히 알아보고.”
데클란은 내심 사무엘 대마법사의 철두철미함에 혀를 내둘렀다.
마나 폭발이 막 시작되기 직전, 제1 기사단과 함께 보냈던 마법사들의 눈을 통해 현장에 김수호와 가엘이 모두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는 지금 두 눈으로 저렇게 엄청난 버섯구름을 보고 있는데도 대마법사는 저곳에서 그들의 흔적을 찾으라 지시하고 있었다.
데클란은 대마법사의 철두철미함을 존경하면서도, 동시에 내심 저곳을 아무리 뒤진들 어떤 흔적도 찾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려가자.”
“네, 대마법사님.”
* * *
“저긴 김수호가 남하하고 있을 만한 지역 아닌가.”
매튜 남작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강 건너 저 멀리 버섯구름이 피어오르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아마 저쯤일 겁니다. 마법사의 탑에 마나 대포가 있는 것은 알았지만 저 정도의 폭발을 일으킬 수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저렇게 파괴력이 있는 무기를 아마 두 번 세 번 연달아 사용하지는 못할 겁니다. 저런 것이 이곳에 떨어졌다면 우린 그대로 전멸이었을 겁니다.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군단장님.”
“하지만 저곳엔 우리를 돕고자 한 지구인들과 연합 기사단이 있지 않은가.”
“애초에 저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것이 목적이었지 않습니까. 이미 벌어진 일은 어쩔 수 없습니다.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바로 강을 건너 진군해야 합니다. 그것이 저들의 죽음을 가치 있게 하는 일입니다.”
매튜 군단장과 장군들의 대화를 듣던 박현준 대대장이 입을 열었다.
“너무 장담하시는군요.”
“뭘 말씀이십니까?”
“우리가 당했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박현준 대장님은 그럼 저 버섯구름을 보고서도 저기서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전차 부대와 연합 기사단은 어쩔 수 없이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르지만, 김수호 대표님은 아닐 겁니다.”
마리노 장군이 끄덕였다.
“과연. 그럴 수도 있긴 합니다. 빠르게 몸을 피했으면 화를 면했을 수도 있겠죠.”
박현준 대대장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일행들을 두고 몸을 피할 분은 더더욱 아닙니다.”
마리노 장군이 놀란 눈으로 박현준 대대장을 바라보았다.
“그럼 저 폭발 속에서도 김수호가 버텨냈을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시선은 버섯구름에 고정한 채 매튜 남작이 입을 열었다.
“나도 그랬으면 좋겠군. 자, 모두 출정 준비를 서두르시오. 준비가 완료되는 대로 강을 바로 건넙시다.”
“네! 군단장님!”
“네!”
“아, 그리고 폴과 에릭을 내 막사로 바로 오라고 하시오.”
“네!”
* * *
“이런, 제기랄. 움직일 수가 없네.”
최수영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그녀의 코 아래 손가락을 가져다 대는 데도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다.
내구도를 11단계까지 강화했음에도 피부가 다 녹아 여기저기 근육과 뼈가 드러나 보였다.
뼈 위에 근육이 겨우 얼기설기 붙어 있는 손가락을 겨우 움직여 최수영의 코 아래 가져다 대자 미약한 호흡이 느껴졌다.
“다행이다…….”
최수영의 호흡을 확인한 왼팔은 그래도 좀 나은 편이었다.
마그네타 검을 뻗어 들고 있던 오른팔은 완전히 뼈만 남은 채였다.
힘겹게 고개를 움직이며 최수영의 몸 이곳저곳을 살펴보았다.
폭발의 충격에 닿은 곳은 나보다 훨씬 심하게 상했지만, 꼭 끌어안은 채 몸을 돌리고 있었던 탓에 폭발에 휘말린 부위는 그리 넓지 않았다.
“이런 개 같은 공격을 준비하다니. 대마법사 그 자식도 허투루 천 년을 산 건 아니었군.”
다행히 귀자마모의 검은 구름이 직접적인 마나 폭발 에너지는 흡수해 준 것이 이 정도였다.
폭발하는 마나 에너지까지 몸으로 받아냈다면 아마 지금쯤 살아남아 있지 못했을 것이다. 그 여파에 의한 충격과 고열만으로도 몸이 이 지경이 되었으니.
하지만 어쨌든.
살아남았다.
“끄응…….”
“수영아, 괜찮아? 정신이 들어?”
“오빠…….”
“응, 무사해서 다행이다. 우리 둘 다 무사해.”
“뭐야… 핵이라도 터진 거야?”
“그런 비슷한 걸 만들어낸 모양이야. 제1 기사단을 모두 희생시켜서.”
“미친…….”
힘없이 눈을 떠 내 몸 여기저기를 둘러보던 최수영의 눈이 점점 커졌다.
“…오빠, 팔이… 등이…….”
“이번엔 우리 좀 위험했다. 하하.”
최수영의 눈에 커다란 물방울이 맺히기 시작하더니 이내 또르르 흘러내렸다.
“나를… 안고 있느라…….”
“응, 맞아. 이제 얼른 좀 고쳐줘.”
“어… 잠깐만…….”
한참을 노력해도 최수영은 좀처럼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그래도 겨우 치료 장갑을 양손에 끼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너부터 해.”
“아니야… 오빠가 훨씬 많이…….”
“너부터. 그래야 빨리빨리 움직여서 나 제대로 치료해 줄 거 아냐.”
“아… 그래. 알았어.”
최수영은 자신의 상처에 치료 장갑을 가져다 대고 치료를 하기 시작했다.
“겉만 다친 게 아닐 거야. 보이는 상처 부위를 치료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치료 장갑으로 온몸을 다 훑어.”
“알았어.”
한참 시간이 흐르자 최수영의 얼굴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이야, 그거 좋긴 좋네. 제일 비싼 치료 장갑.”
“농담이 나오는 걸 보니 버틸 만한가 보지?”
최수영의 목소리와 말투는 이제 평소와 거의 같아져 있었다.
“다 했으면 이제 나도 좀 고쳐줄래?”
“알았어.”
잠시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보던 최수영이 양손을 땅에 짚고 천천히 일어났다.
정말 놀라운 치료 장갑의 효능이었다.
“자, 여기 가만히 누우세요, 환자분. 말끔하게 치료해 드릴게요.”
“밝아져서 좋긴 한데, 빨리 좀.”
“알았어. 하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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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6일 김수호 넥시트코인(NXT) 보유 현황
[보유량 118,560개]
[단가 67억 원]
[평가 금액 794조 4천억 원]